한길다반사2015.01.29 16:00

[편집자의 저자 선생님 댁 방문기]

경기도 남양주-이삼성 선생님 편

 

 

 

지난주 흐리고 추웠던 목요일. 편집부의 편집자 映은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님, 류재화 기획위원님과 함께 멀리 남양주까지 길을 떠났습니다.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 2』 『세계와 미국』 『20세기의 문명과 야만』 등을 집필한 그 성실하고 치열한 학자! 이삼성 선생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입니다^^ 이삼성 선생님과 여러 차례 통화도 하고 이메일도 주고받았지만, 정작 얼굴을 뵙는 건 담당 편집자인 저도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편집부가 이삼성 선생님 얼굴을 뵙기 힘든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선생님 댁이 말 그대로 ‘산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넉넉하면서도 고즈넉한 운치에 첫눈에 반했습니다. 집이 주인을 닮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선생님께서 직접 지으신 집이니 나무 기둥, 벽과 지붕 모두에 선생님 손길이 닿아 있어 집과 사람이 서로 닮을 수밖에 없겠군요^^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선생님 댁의 모습. 하늘과 나뭇가지와 눈과 집이 이루는 풍경이 마법 같습니다...

 

김언호 대표님과 이삼성 선생님께서 갑자기 장작을 패고 계십니다! 으랏차!

 

밖은 온통 눈으로 덮여 새하얀데, 집 안은 난로의 열기로 후끈후끈했습니다. 물론 선생님과 나눈 즐거운 대화의 열기도 만만치 않게 달아올랐지만요. 저 사진 속 난로가 어찌나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지, 고구마를 구워먹는 것은 물론 난로 위에 프라이팬을 놓고 돼지고기도 구웠지요! (시간은 좀 오래 걸렸답니다^^;) 북엇국도 따뜻하게 끓여먹고요. (‘북엇국’, 맞는 표기입니다~) 음식들이 무척 맛있어서, 저로선 정말 이례적으로 밥을 두 공기나 먹고선 다음 날 점심까지 배불러서 절절맸고요.

 

 

활활 타는 난롯불.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시나요?

 

난로 위에서 돼지고기 굽기. 고기가 빨리 구워지지 않아도 유쾌한 기분에 절로 미소가^^

 

선생님 댁에는 음식 못지않게 책도 참 많았습니다. 집필실이자, 연구실이자, 거주하시는 댁인 셈입니다. ‘외교’ ‘정치’ ‘역사’ 분야의 온갖 연구서와 학술서가 책장을 사방으로 가득 채우고 있어 이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든 ‘학자’가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삼성 선생님께서 집필하신 저서들... 어마어마합니다.

 

선생님께선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제3권을 집필하시는 중입니다.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는 한길사의 수많은 주옥같은 책 중에서도 편집자 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텍스트입니다. 개인적으로 학부 시절 사회과학을 전공해서 이삼성 선생님의 집필 활동에 부여하는 의미가 더 클 수도 있고요. 하지만 굳이 우리나라 국제관계학 학계의 성과 운운하지 않더라도, (두께에 너무 놀라지 마시고^^;) 막상 책을 펼쳐 읽어보면 이렇게 쉬우면서도 알찬 글이 또 없습니다. 방대한 동아시아 역사를 정리해낸 체계도 체계이지만, 군데군데 선생님의 독서, 영화 감상 편력이 엿보이는 부분도 책의 묘미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역사를 설명할 때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개하시기도 합니다.

 

영화 「영웅」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말기가 시대 배경이다. 조나라의 무인 형가가 당시 가장 강력했던 진나라의 시황제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사건이 모티브이다. (…) 「영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형가는 진시황을 능히 암살할 수 있는 순간까지 갔으나, 전국시대를 끝내는 천하통일의 대업을 막지 않기 위해 스스로 암살을 포기한다. (제1권, 제1장 동아시아 질서의 기원, 39쪽)

 

그러면서 이런 지적도 하시지요.

 

한국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역사대하 드라마들은 전통시대 동아시아에서 한반도의 국가들이 상대해야 했던 북방민족들에 대한 대체로 획일적인 이미지와 선입견을 재생산해왔다. 짐승들의 가죽으로 직접 지어 만든 듯 보이는 의상을 걸친 거친 외모는 그들 내면의 정신세계까지도 거친 야만의 세계일 것이라는 인상을 효과적으로 각인시켜준다. (…) 위의 몇 가지 소묘들은 우리가 획일적인 선입견의 틀에서 벗어나 그 시대 북방민족들과 한반도 국가 사이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제1권, 제5장 고려시대 아시아 대륙과 한반도, 327쪽)

 

 

서재를 배경으로, 이삼성 선생님의 모습.

 

제1권은 전통시대 2천 년 간의 역사를, 제2권은 19세기를 다룹니다. 이제 우리의 바로 지난 세기, 20세기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만이 남아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바로 지나온 과거 그리고 이 순간 겪고 있는 현재를 다루는 만큼, 서술하기에 더 어려운 점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다가오는 2016년(2015년이 성큼 왔던 만큼 2016년도 눈 깜빡할 사이에 다가오겠지요?) 드디어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제3권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 편집부 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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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