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다반사2015.06.12 10:29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

제2강 개인적 보호와 복종의 관계   봉건사회Ⅰ,Ⅱ』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6월 10일

 

 

프랑스 역사학자들은 개념에 대한 설명보다는 이야기체로 책 쓰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특히『봉건사회』는 마르크 블로크 특유의 문학적 서술방식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마치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쓰인 한 편의 대하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역사서인데요,

미드 『왕좌의 게임』을 재밌게 보고 계신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럼 블로크는 봉건제도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박용진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볼까요.

 

 

 

주종제도와 장원제도를 중심으로 한 봉건제도에 관한 다양한 해석

 

 

봉건사회의 구조

 

 

봉건제도에 대한 해석에는 몇 가지 관점이 있는데요, 크게 주종제도를 중심으로 한 법률적 해석과 정치적 해석, 장원제도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해석과 마르크스주의적 해석이 있습니다. 법률적 해석은 17세기에 주를 이뤘는데, 봉건제도를 봉토를 매개로 한 군사적 봉사로 보았고, 유럽 중심적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정치적 해석은 봉건제도를 고도의 통치방식 몰락 이후 중앙권력 부재로 나타난 분권적 통치방식으로 봅니다.

이 안에서도 몽테스키외는 봉건제도를 서유럽의 유일한 사건이며 지방분권적 통치방식으로 본 반면 볼테르는 북반구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통치방식으로 보았습니다. 법률적 해석보다는 장원제도를 중심으로 본 경제적 해석이 우리에게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마르크스주의적 해석은 봉건제도에서 생산양식(농노제)과 교환경제를 발견하고 이를 착취를 기반으로 한 인류발전의 한 단계로 봅니다. 그렇다면 블로크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봉건제도란 사회의 한 유형이다.

이것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복종과 보호의 유대관계이다.”

 

 

 

가신이 영주에게 두 손을 모아 쥐고 신종선서를 바치고 있다. 이는 한 인간이 다른 존재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헌신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봉건사회』는 블로크의 전체사를 접할 수 있는 저서입니다. 그는 주종제도와 장원제도를 통하여 봉건제도를 고찰합니다. 이는 얼핏 보면 기존의 교과서적인 논의를 두루뭉술하게 종합해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블로크가 제시하는 봉건사회의 여러 특징이 나열된 순서와 그것을 부연 설명하고 있는 방식을 보면 곧 그와 같은 표피적 관찰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블로크는 법제사가들처럼 영주, 가신 간의 주종관계인 가신제를 그 자체로서 특수하게 봉건제의 본질을 구성하는 관계로 파악하지 않습니다. 그는 지배, 피지배 계급을 막론하고 봉건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사다리를 타고 이어지면서 형성된 인간관계의 원리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복종과 보호의 유대관계라고 파악하고, 가신제란 이 원리의 지배계급적 표현에 불과한 것이라 보았습니다. 따라서 가신제의 물적 매개체였던 봉토 또한 봉건제의 일부이며, 그것도 부차적일 따름이라는 것이죠.

 

 

 

 

스칸디나비아인들은 9세기에 들어 인구가 크게 늘어나자 해외로 몰려나가 서유럽의 여러 지역을 공격하고 약탈하였다.11세기에 그려진 이 그림은 프랑스 한 도시의 주민들이 스칸디나비아인들의 공격으로 완전히 포위된 모습이다.

 

 

 

 

이 같은 봉건사회의 성립에 대한 블로크의 견해는 기존의 것에 비해 무척 특이합니다. 그는 봉건제에 선행하는 양대 사회, 곧 로마적 사회조직과 게르만적 사회구조가 모두 급격하게 붕괴되는 와중에 발전단계가 상이한 이 두 사회형태가 폭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결합된 결과로 봉건제가 발생했다고 파악하는 점에서는 정치적 해석이나 마르크스주적 해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때의 폭력적 상황을 블로크는 게르만족의 민족이동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이슬람 교도, 스칸디나비아인 및 헝가리인의 침입의 산물로 보았죠. 따라서 블로크의 봉건사회 서술은 로마 제국의 붕괴나 메로빙거 왕조하의 여러 제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8,9세기에 연이어 이민족의 침입을 받고 불안에 떠는 유럽 사회의 정경에서 비롯됩니다.

 

 

 

“역사는 본질적으로 움직여 나아감을 특징으로 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학문에다 부동의 탈을 덧씌우는 것은 학문을 권태롭게 만드는 일이다.”

 

블로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환경 전체가 어떻게 작용하여 어떠한 인간관계의 전체적인 망(網)이 형성되고 또 변화하는가’라는 문제였습니다. 블로크에게 유럽 봉건사회는 내적 발전과정의 필연성에 따르는 역사적 단계로서 출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시의 특수한 상황의 복합적 작용에 의한 산물이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17일)에는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

마지막 강의, ‘역사학의 거장들과 나누는 역사의 대화’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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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