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다반사2015.06.24 11:11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

제3강 역사학의 거장들과 나누는 역사의 대화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6월 17일

 

 

이번 강의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에서 끝났는데요,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그럼 이병철 선생님의 강의가 도움이 되실 거예요.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고,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E.H.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에 내린 역사의 정의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동안 반쪽짜리 문장으로

많이 알려졌는데요,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History is a continuous process of interaction 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

 

국내에 번역 출간된 여러 종의 『역사란 무엇인가』에서는 1장 제목을 ‘역사가와 사실’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정확한 제목은 ‘역사가와 그의 사실’이라고 합니다. 역사가가 사실이라고 보았던 것이 역사학의 대상이 되기에 역사란 역사가와 그가 선택한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인 것이지요.

 

 

근대 역사학의 창시자 랑케 사회적 사실을 역사로 본 E.H. 카

 

 

랑케  VS  E.H. 카

19세기 역사학을 대표하는 랑케는 역사의 기록인 문서를 숭배했습니다. 콜링우드는 역사는 해석이라고 보았죠. E.H. 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역사란 잠정적 선택에 의한 끊임없는 대화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잠정적 선택이란 역사가가 선택한 사실을 이르는 말입니다.

또 랑케는 개인과 사회를 분리하고 위대한 개인이 역사를 이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그에게 역사연구는 개인(위인)을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카는 역사 안에 개인이 위치하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는 분리할 수 없고 역사가 역시 사회적 산물임을 강조했습니다.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억압과 불만 자체가 아니라 다수의 억압과 불만이며, 개인의 사실이 아니라 사회적 사실일 때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더불어 카는 역사에서 ‘미래’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역사란 과거의 사건과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미래의 목적 사이의 대화이기도 하니까요.

 

“첫 번째 강연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역사가를 연구하라.

이제 나는 이렇게 덧붙이려고 한다.

여러분은 역사가를 연구하기에 앞서 그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연구하라.

역사는 개인이면서 또한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바로 이 두 가지의 관점에서

역사가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 E.H. 카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는 이러한 카의 지침을 잘 따른 책입니다. 27명 역사학 거장들의 생애와 저서, 학문적 영향이 개인적, 사회적 배경과 함께 정리되어 있으니까요. 이 책을 기획한 루츠 라파엘은 크게 네 가지 기준으로 동료 학자들과 함께 27명의 거장들을 선정했습니다.

 

1. 역사학 분야에서 학문적 탁월성을 인정받는 저자

2. 당시의 역사학과 그 이후 세대 역사가에게 중요한 자극을 준 학자

3. 전문적 문장 서술력, 사료의 처리와 배치, 사실에 충실한 논증의 엄정성을 갖춘 저서

4. 동시대인과 함께 특별한 경험과 미래상을 공유하고 고안했는지 여부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 개념사가 코젤렉이 1750년에서 1850년까지의 시기에 붙인 신조어 안착기는 근세에서 근대로 들어서는 과도기요 문턱의 시기이며 혁명의 시기였다.

 

 

크게 네 가지 시기로 거장들의 시대를 구분할 수 있는데요, 먼저 혁명의 시기(1750~1850년)에 근대 역사학이 출발했습니다. 동시에 역사서술의 근본적이고 새로운 고안이 실제로 시작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기번, 랑케, 미슐레, 몸젠, 부르크하르트, 마르크스가 이 시기에 태어났죠.

다음으로는 고도의 산업화와 제국주의, 제1차 세계대전의 국면입니다. 이 기간은 근대 직업역사가의 첫 세대가 체험한 시기로서 역사에 대한 많은 질문이 역동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베버, 로스톱체프, 하위징아, 비어드, 로빈슨이 그러한 학자들이죠.

 

 

1945년 5월 8일 독일이 항복한 뒤 7월 12일 영국과 소련군의 두 원수 몽고메리(앞줄 왼쪽 셋째)와 주코프(앞줄 왼쪽 둘째)가 베를린의 부란덴부르크 문을 나서고 있다. 1870년에서 1905년 사이에 태어나 정치적, 군사적으로 고조되는 긴장에 휘말렸던 역사가들에 의해 유럽중심주의적인 연구모델의 확실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1875~190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정치적, 군사적으로 고조된 긴장 속에 특별하게 휘말렸던 양차 세계대전의 시기입니다. 이때 이전의 유럽중심주의적 연구모델의 확실성이 흔들렸는데요, 블로크, 칸토로비츠, 니덤, 브로델이 활약한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과 전후시대를 겪으며 양 진영의 대립과 냉전이 특징적으로 부각된 기간을 구분할 수 있는데요, 1905년과 1930년 사이에 태어난 핀리, 벤투리, 홉스봄, 스톤, 뒤비, 커틴, 코젤렉, 톰프슨, 푸코, 데이비스, 포콕, 스키너가 이 시기에 인상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병철 선생님은 27명의 역사학 거장들로 각자 근대 역사학의 지도를 그려보라고 제안했습니다.

학자가 겪은 시대와 그 시대의 고민에서 시작해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가 주목한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학의 지도, 완성된다면 굉장히 멋진 작업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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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