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2015.10.08 17:39

 

 

 

 

『학담평석 아함경』(전 12권, 2014)

파주북어워드 2015 기획상 수상!

 

 

 

파주북어워드 2015 심사위원회 보고

기획상

한길사 기획, 『학담평석 아함경』(전 12권, 2014)

 

"한길사가 기획하고 학담(鶴潭) 스님이 집필한 『학담평석 아함경』을 기획상 수상작으로 정한 이유는 오랜 시간과 훌륭한 기획 및 제작 작업을 거쳐 탄생한 방대한 규모의 역작이라는 점도 있지만, 학담 스님이 아함경을 재해석하며 보여준 초월적인 정신을 발굴하고 구현해냈기 때문입니다. 불교와 그 교리는 동아시아 공동의 정신 자산입니다. 소승불교 경전인 『아함경』은 대승불교가 연기론(緣起論)ㆍ중도론(中道論)을 설파하면서 부처의 참뜻과는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학담 스님은 대승의 견지에서 『아함경』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놓았으며 대ㆍ소승 간의 논쟁을 뛰어넘어 불교의 회통(會通)과 조화 정신을 현대정치와 사회분쟁 문제에 녹여냈습니다. 이 점은 오늘날 학담 스님과 한길사의 성과가 지니는 중요한 의미이자 소중한 가치입니다."

 

 

추천 이유

"『아함경』은 붇다 직후의 초기 불교 경전을 집대성한 것으로, 붓다의 사상을 변형 없이 그대로 담고 있는 까닭에 이후 동아시아 종교ㆍ철학ㆍ문예의 공통적인 원천이 된 중요한 문헌이다. 그러나 본래 『아함경』은 원전 분량만 2천여 경이나 되는 접근하기 힘든 책이다. 『학담평석 아함경』은 이 방대한 분량의 경전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풀이하고 해석한 공로가 돋보이는 저작이다. 원고 4만 5,000매, 책 페이지 1만 1,000쪽, 전 12권 분량에 연찬 기간 30년, 집필 4년의 노고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원전의 난해한 용어와 개념을 쉽고 명석하게 풀이하여 동아시아 공통의 자산을 현대화하려고 노력한 점, 선종과 교종의 이원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통합적 해석을 시도한 점, 불교적인 회통과 화합의 정신을 오늘날의 정치사회적 갈등 상황에 제시한 점,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표지와 오랜 집필과 편집의 노력을 아낌없이 쏟은 점에서 기획력이 돋보인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좋은 책 만들기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권의 책이 기획될 때마다 갖가지 사연이 있겠지만, 『학담평석 아함경』은 사연도 많고 인연도 긴 책입니다.

한길사와 『아함경』의 인연은 무려 1985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5년 여름 한길사는 한국의 아름다운 고찰(古刹) 해인사(海印寺)에서 저자와 독자와 편집자 30여 명이 참가하는 2 3일의 연찬회(硏鑽會)를 주관했습니다. 그때 해인사에 머물고 있는 학담 스님의 특강을 마련했습니다.

연찬회에 참가하고 있던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젊은 학담 스님의 통찰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한길사는 이 특강을 계기로 스님과 교유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길사는 이어 학담 스님이 저간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 『물러섬과 나아감』을 출간하게 됩니다. 학담 스님은 이미 본격적인 불교 연구서들을 저술ㆍ출간하고 있었습니다. 

『아함경』은 불교의 초기경전으로서, 제자들이 기록한 붇다의 생생한 육성입니다. 붇다의 육성이기에, 사상가 붇다와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전의 분량만 2,000여 경에 달해 그 전체를 이해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경전입니다. 남방불교에서는 다섯 종류의 니카야로, 북방불교에서는 네 종류의 아함으로 전해져오고 있었습니다.

『학담평석 아함경』은 ‘아함’을 소승불교로 보는 기존의 관점을 극복하고 대승불교의 관점에서 깊은 해석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아함’을 삼보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책 전체를 ‘귀명장’ ‘불보장’ ‘법보장’ ‘승보장’으로 체계화시켰습니다. 방대한 아함의 세계를 번역하고 평석(評釋)함으로써, 기존의 연구를 뛰어넘고 어려운 불교용어를 한글화하고 현대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했습니다. 이 방대한 아함의 세계를 경이롭게 체계화시키고 해석해낸 학담 스님께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집필에 30, 편집에만 4년이 걸렸습니다. 스님의 연찬과 더불어 한길사 편집실의 편집 공력이 담긴 기획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한 시대의 출판문화는 독자와 저자와 편집자가 함께 만들어나갑니다. 학담 스님과 한길사의 오랜 교유가 『학담평석 아함경』으로 아름답게 결실을 맺어 이렇게 영광스러운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독자의 독서가 됩니다. 한길사도 이번 수상을 계기로 좋은 책 만들기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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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주간 독서인』에 실린 "本でつくるユートピア" 서평


최근 일본에서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책의 공화국에서』를 번역한

『本でつくるユートピア』(책으로 만드는 유토피아, 기타자와 출판사)가 출간되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평지 『주간 독서인』에 그 서평이 실렸기에 한국의 독자여러분께도 소개해드립니다.

필자는 일본 학습원여자대학의 비상근 강사인 채성혜 박사입니다.

 

 

 

 

 

『주간 독서인』2015년 6월 5일

 

출판인 김언호의 생각과 실천

한국이 가장 괴로웠던 시대가 엿보인다.

 

채성혜 蔡星慧 

 

 

한국의 출판사 한길사가 40년 가까이 펴내온 출판물을 보면, 한국사회가 고통스러웠던 시대의 역사가 엿보인다. 이 책은 김언호 씨가 1976년 한길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국의 지성과 사상과 역사를 넓혀온, 투쟁하는 출판인으로서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70~80년대의 한국사회는 군사정권에 의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점점 확대되었던 암흑의 시대였다. 김언호 씨는 그런 억압의 시대와 조우할 때마다 책 만드는 것으로 싸워왔다. 기자로서 활동하던 동아일보를 나와, 한길사를 창립하고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것은 지성과 이성을 꿈꾸는, 현인들의 성찰과 실천을 기록하는 것이다.

 

김언호 씨가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식한 것은, 한 권의 책이 인간을 생각하고, 국가와 사회, 민족의 문제를 생각하고 인류와 세계의 문제에 대해 담론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권력에 반대하는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출국금지, 출판물의 판매금지, 경영정지 처분 등의 역경을 거치면서도, 판금된 출판물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뛰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민족은 무엇인가, 역사는 무엇인가를 계속 질문면서, 지성의 거장들(석학)과 만나 의논하고 책을 만들어왔다. 또한 집필자나 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출판사를 오픈하여 집회를 열고, 수도 없이 많은 역사강좌와 역사기행, 사상을 논하는 장을 열었다. 그 장을 통해 많은 지식인, 연구자들이 자극을 받았고, 한국사회에 그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출판물은 한길사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세상에 닿을 수 있었다. 그 궤적은 다 헤아릴 수도 없다.

 

197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쳐 190여 권을 간행해온 ‘오늘의 사상신서’는 대표적인 기획출판물이다. 사상가인 『함석헌 전집』20권, 진보적 지식인의 고난의 생애를 상징하는 리영희의 『우상과 이성』,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 전쟁과 인간의 욕망을 고발하는 홋타 요시에의 『고야』, 한길사가 직접 기획해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에 걸쳐 간행된 『해방전후사의 인식』전 6권 등 사상과 역사를 묻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특히, 역사에의 성찰은 한길사에서 가장 힘을 쏟는 부분으로, 1986년부터 1994년까지 8년간 170여 명이 참가한 ‘민찬’ 『한국사』전 27권은 그 큰 성과일 것이다.

 

번역자인 다테노 아키라 씨는 김언호 씨가 가장 신뢰하는 한길사의 오랜 벗으로, 오랜 세월 한길사를 응원해왔다. 한국이 IMF경제위기로 도산의 위기였던 시대에 퇴직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많은 독자들에게 읽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위해, 김언호 씨와 로마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언호 씨가 책을 만드는 생각의 기반에는 낙동강이 흐르는 고향의 부모님이 존재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주시고, 항상 아이들의 판단을 믿어주신 양친으로부터 배운 것은 사람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그런 부모님이 열심히 농업에 매진해온 생각은, 책을 만드는 데 매진하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출판인으로서 출판계를 걸어온 족적도 크게 남아 있다. 한국 출판인회의를 조직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한국ㆍ중국ㆍ일본 인문서 출판사의 뜻있는 네트워크인 ‘동아시아 출판인회의’의 대표도 역임했다. 파주출판도시의 북쪽에 위치한 헤이리 예술마을을 구상하고 건설했다. 헤이리에는 북하우스와 한길책박물관을 지었다. 여러 문화이벤트를 개최, 많은 출판인이 정열을 쏟아 기획하고, 아름답게 디자인된 책을, 시공을 초월하는 현인이나 석학의 정신과 사상을 공유하기 위한 장이다.

 

2016년에 한길사는 창립40주년을 맞는다. 한길사의 책만들기는 한국사회 지성의 유토피아를 보여준다. 회사 이름의 ‘한길’은 한국어로 큰 길, 바른 길, 광장을 의미한다. 지성과 이성, 이론과 사상, 정신과 감성이 골고루 모여 논하는 열려있는 공간이다. 한 독자로서 김언호씨의 이런 책만들기의 정신과 사상은 앞으로도 독자의 기대에 부응해 한국의 지성을 자극해나가주었으면 하고 신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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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다반사2015.01.29 16:00

[편집자의 저자 선생님 댁 방문기]

경기도 남양주-이삼성 선생님 편

 

 

 

지난주 흐리고 추웠던 목요일. 편집부의 편집자 映은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님, 류재화 기획위원님과 함께 멀리 남양주까지 길을 떠났습니다.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 2』 『세계와 미국』 『20세기의 문명과 야만』 등을 집필한 그 성실하고 치열한 학자! 이삼성 선생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입니다^^ 이삼성 선생님과 여러 차례 통화도 하고 이메일도 주고받았지만, 정작 얼굴을 뵙는 건 담당 편집자인 저도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편집부가 이삼성 선생님 얼굴을 뵙기 힘든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선생님 댁이 말 그대로 ‘산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넉넉하면서도 고즈넉한 운치에 첫눈에 반했습니다. 집이 주인을 닮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선생님께서 직접 지으신 집이니 나무 기둥, 벽과 지붕 모두에 선생님 손길이 닿아 있어 집과 사람이 서로 닮을 수밖에 없겠군요^^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선생님 댁의 모습. 하늘과 나뭇가지와 눈과 집이 이루는 풍경이 마법 같습니다...

 

김언호 대표님과 이삼성 선생님께서 갑자기 장작을 패고 계십니다! 으랏차!

 

밖은 온통 눈으로 덮여 새하얀데, 집 안은 난로의 열기로 후끈후끈했습니다. 물론 선생님과 나눈 즐거운 대화의 열기도 만만치 않게 달아올랐지만요. 저 사진 속 난로가 어찌나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지, 고구마를 구워먹는 것은 물론 난로 위에 프라이팬을 놓고 돼지고기도 구웠지요! (시간은 좀 오래 걸렸답니다^^;) 북엇국도 따뜻하게 끓여먹고요. (‘북엇국’, 맞는 표기입니다~) 음식들이 무척 맛있어서, 저로선 정말 이례적으로 밥을 두 공기나 먹고선 다음 날 점심까지 배불러서 절절맸고요.

 

 

활활 타는 난롯불.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시나요?

 

난로 위에서 돼지고기 굽기. 고기가 빨리 구워지지 않아도 유쾌한 기분에 절로 미소가^^

 

선생님 댁에는 음식 못지않게 책도 참 많았습니다. 집필실이자, 연구실이자, 거주하시는 댁인 셈입니다. ‘외교’ ‘정치’ ‘역사’ 분야의 온갖 연구서와 학술서가 책장을 사방으로 가득 채우고 있어 이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든 ‘학자’가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삼성 선생님께서 집필하신 저서들... 어마어마합니다.

 

선생님께선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제3권을 집필하시는 중입니다.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는 한길사의 수많은 주옥같은 책 중에서도 편집자 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텍스트입니다. 개인적으로 학부 시절 사회과학을 전공해서 이삼성 선생님의 집필 활동에 부여하는 의미가 더 클 수도 있고요. 하지만 굳이 우리나라 국제관계학 학계의 성과 운운하지 않더라도, (두께에 너무 놀라지 마시고^^;) 막상 책을 펼쳐 읽어보면 이렇게 쉬우면서도 알찬 글이 또 없습니다. 방대한 동아시아 역사를 정리해낸 체계도 체계이지만, 군데군데 선생님의 독서, 영화 감상 편력이 엿보이는 부분도 책의 묘미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역사를 설명할 때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개하시기도 합니다.

 

영화 「영웅」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말기가 시대 배경이다. 조나라의 무인 형가가 당시 가장 강력했던 진나라의 시황제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사건이 모티브이다. (…) 「영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형가는 진시황을 능히 암살할 수 있는 순간까지 갔으나, 전국시대를 끝내는 천하통일의 대업을 막지 않기 위해 스스로 암살을 포기한다. (제1권, 제1장 동아시아 질서의 기원, 39쪽)

 

그러면서 이런 지적도 하시지요.

 

한국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역사대하 드라마들은 전통시대 동아시아에서 한반도의 국가들이 상대해야 했던 북방민족들에 대한 대체로 획일적인 이미지와 선입견을 재생산해왔다. 짐승들의 가죽으로 직접 지어 만든 듯 보이는 의상을 걸친 거친 외모는 그들 내면의 정신세계까지도 거친 야만의 세계일 것이라는 인상을 효과적으로 각인시켜준다. (…) 위의 몇 가지 소묘들은 우리가 획일적인 선입견의 틀에서 벗어나 그 시대 북방민족들과 한반도 국가 사이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제1권, 제5장 고려시대 아시아 대륙과 한반도, 327쪽)

 

 

서재를 배경으로, 이삼성 선생님의 모습.

 

제1권은 전통시대 2천 년 간의 역사를, 제2권은 19세기를 다룹니다. 이제 우리의 바로 지난 세기, 20세기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만이 남아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바로 지나온 과거 그리고 이 순간 겪고 있는 현재를 다루는 만큼, 서술하기에 더 어려운 점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다가오는 2016년(2015년이 성큼 왔던 만큼 2016년도 눈 깜빡할 사이에 다가오겠지요?) 드디어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제3권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 편집부 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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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다반사2014.09.11 15:16

학담평석 아함경』의 표지작가 김혜련 선생을 만나다

 

지난 9/3(수) 늦은 오후 6시,

신사동 313 아트프로젝트에서는 화가 김혜련 선생의 개인전 개관식이 있었습니다.

김혜련 선생님은 『학담평석 아함경』의 표지그림 <초봄>을 그려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이날 전시에서는 <초봄> 열두 점도 전시가 되었는데요,

매번 표지 시안으로 만나고 또 완성된 책 표지로 접하던 진달래 꽃이지만,

갤러리에 걸린 원화 작품을 보니 새롭고 또 다른 감화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나눈 김혜련 선생님과의 대화를 살짝 공개합니다.

 

 

 

 

1. 작품 「초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길사와 어떤 인연으로 그림을 부탁 받게 되셨는지요?

 

2012년 연말이었습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님께서 헤이리 북카페에서 제게 <진달래>라는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격찬하시며 서점에 있던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 꽃』을 선물하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아함경을 연구하는 학승이 계시다고 아함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론을 하셨습니다. 당시 대화에서는 아함경과 진달래는 별개의 주제였죠. 일 년 후 아함경의 표지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2. 불교에 관한 책이라면 흔히 연꽃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어째서 연꽃이 아니라 진달래를 선택하셨는지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실 처음 김 대표님께 진달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역시 너무 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시집을 읽으면서 소월에게 진달래의 어떤 점이 그렇게 느껴진 것인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진달래를 보고 싶은데 당시에는 초봄이라 아직 제 주변에 진달래가 피지 않았었어요. 제가 사는 파주는 봄이 늦게 오니까요. 궁금증에 꽃이 피기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기어이 진달래를 보러 2013년 3월 창원의 천주산으로 내려갔습니다. 진달래가 어떻게 소월의 시가 되었는지, 철쭉과는 어떻게 다른지 나름대로 관찰과 사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제 마음에는 이 꽃이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일 년이 다시 지난 후 『학담평석 아함경』의 표지작품을 정식으로 의뢰 받았습니다. 처음 제의 받은 주제는 단순히 ‘꽃’이었고, 연꽃에 대한 자료를 받기도 했지요. 그러나 불교의 상투적인 상징인 연꽃이 아닌, 제 체험에서 나온 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한국의 대표적 꽃인 진달래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학담평석 아함경』의 출판에 적용시키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3. 한길사로부터 표지 작업을 의뢰받고 어떤 느낌이셨는지요?

 

장식적인 꽃그림을 그리는 것은 저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불교에 관한 그림이라니 제일먼저 평소에 흠모하던 고려불화를 먼저 떠올리게 되더군요. 고려불화의 그 아름다움 발끝 정도에도 못 미치겠지만, 당시 붓을 들었던 선조들의 맑은 정신세계를 한 번 엿보기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4. 기독교 신자라고 하셨는데, 불교에 관한 책을 부탁받으셨을 때 어떠셨는지요?

 

저는 『성경』에 대해 그저 일반 신도들이 아는 상식적인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줄을 읽어도 저의 마음에 진정으로 와 닿는 것에 몰입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시를 읽을 때처럼 말이지요. 완전한 몰입이 아니라면 시간 낭비지요. 표지작품을 부탁받고 『아함경』 원고 일부를 읽었을 때 새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경』을 읽으며 가지고 있던 제 자신의 의문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어요.

제가 기독교 신자이긴 하지만 조형적인 면에서는 우리의 불교문화유산이 세계 최고의 미학적 수준이라는 것에는 개인적인 확신이 있었습니다. 또 어떻게 그러한 조형세계가 가능했을까 하는 질문을 항상 하던 터였어요. 그래서 이 작업은 개인적인 신앙의 문제를 넘어선 한국문화유산에 관한, 전문가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 『아함경』을 읽으며 작업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인상에 남는 『아함경』의 구절이 있으신지요?

 

책 본문의 편집과정이 마무리 단계인 때이고 시간 관계상 제가 전체를 읽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아함경 제2권-붇다의 생애』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에 한 줄씩 음미해가며 매일 조금씩 읽어나갔고, 아침과 낮에는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교리형식 중에서는 먼저 허공에 대한 비유가 매우 놀라웠습니다.

 

‘저 허공이 물질이 아니고 상대가 없어 볼 수도 없듯’-「잡아함 376 유탐경4」-

‘한량없는 허공의 세계는 물질 때문에 알 수 있나니’-「잡아함 456 정수경」-

 

그리고 전체적으로 상황묘사가 매우 미학적인 데에 감탄했습니다.

일부분 이해가 벽에 부딪히는 일도 있었으나 초등학교 때에 어린이 불교설화를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과 겹쳐지면 전체적으로 순조롭게 읽어갔습니다.

 

‘끝내 오고감이 없이 늘 고요함이 둘도 아닌 중도의 자리에서 가심없이 가심’

‘붓다의 그러함은 그렇지 않되 크게 그러함이다. (불연지대연)’

‘아는 자아와 앎 활동인 행위와 알려지는 세계는 서로 의지해 서있다. 세 가지는 모두 있되 실로 있지 않고 없되 실로 없지 않다.’

‘자아. 행위. 세계가 원래 있되 공한 줄 알면 저 번뇌의 불도 곧 없는 것이니’

-「3. 나르바나 드시기 바로 전까지 교화를 멈추지 않으시는 여래」중에서-

 

제게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이러한 구절이 기독교 『성경』 속에서 제 나름으로 이해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오히려 분열과 자책으로 고통받던 어떤 면이 아름답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6. 작품을 하며 유독 힘들었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먼저 의뢰받은 시점에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원래 출간은 초파일에 맞춰져 있었거든요. 매일 강도 높은 작업 때문에 눈이 침침해졌어요. 작품의 크기가 소품이라 구부리고 작업을 하다 보니 허리가 많이 아팠습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은 소품으로 결정했지만 몰입의 강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7. 책이 나온 지금의 심정은 어떠신지요?

 

작품뿐만 아니라, 표지에 작품을 앉히는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한길사의 디자이너와 함께 상의하며 진행했습니다. 저의 의견을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8.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떤 이미지로 다가가고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책이라는 것이 글과 의미를 담기도 하지만, 그림과 종이의 촉감 그리고 오브제로서의 아름다움을 포함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학담평석 아함경』이 이런 측면을 잘 보여주고, 우리 삶에 매우 특이한 문화적 형태로 각인되는 전집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혜련 개인전

313아트프로젝트(강남구 신사동 630-31)
2014년 9월 3일~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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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 정치이론가의 묘소 - 출판인 김언호, 한나 아렌트 선생을 뵙다



한 정치이론가의 묘소

아주 오랜만에 세계출판의 한 축인 뉴욕에 갔습니다. ‘책’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종이책의 위기가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역시 미국은 뛰어난 수준의 책들을 출간해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시간을 내어 한나 아렌트 선생의 묘소를 찾아갔습니다. 한나 아렌트 선생이 마지막으로 가르치던 바드 대학 경내의 공동묘지였습니다. 뉴저지에서 뉴욕 애넌데일에 있는 바드 대학까지는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바드 대학의 고풍스러운 Charles P. Stevenson, JR 도서관.


바드 대학 숲 속에 영면하고 있는 20세기의 큰 ‘정치이론가’(한나 아렌트는 ‘정치철학자’라는 말을 선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의 묘소는 그러나 정말 소박했습니다. 노트북만한 묘석에 아무런 수식도 없이, “1906년 10월 14일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나 1975년 12월 4일에 뉴욕에서 숨졌다”고만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의 묘지 옆에는 시인이자 정치철학자였던 남편 하인리히 블뤼허의 묘지도 나란히 있었습니다. 블뤼허의 묘지에도 역시, “1890년 1월 29일에 베를린에서 태어나 1970년 10월 31일에 숨졌다”고만 새겨져 있었습니다.



한나 아렌트 선생과 남편 블뤼허가 나란히 잠들어 있다. 울창한 숲 외에는 어떠한 수식도 없이 누워 있다.



한나 아렌트 선생의 묘석을 보고서는 정말 놀랐습니다. 공동묘지에 있는 다른 어느 인사들의 것보다도 작았습니다. 노트북만하게 작고 작은 묘석이 오히려 경이로웠습니다.

방문객들의 흔적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자잘한 돌들이 묘석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동전들도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생의 묘지를 찾는 건 그의 치열한 정신과 사상이 이 새로운 세기에 다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일까요? 세계의 양식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의 학문과 이론을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아렌트의 사상, 아렌트의 책

한나 아렌트 선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인간의 조건을 온 몸으로 묻습니다. 하이데거와 야스퍼에게 배운 선생은 제2차 세계대전을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인간이 당면한 근원의 문제를 천착했습니다. 전쟁을 하면서 인간들이 보여준 광기와 근본악은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뇌하면서 여러 명저들을 써내려간 한나 아렌트 선생. 그는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정치)이야말로 인간의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세계사랑'(Amor Mundi)입니다.


"인간조건의 모든 측면들이 어떻게든 정치에 관련되어 있지만 특별히 다원성은 모든 정치적 삶의 조건 그 자체이다."


"폴리스는 지리적으로 자리잡은 도시국가가 아니다. 폴리스는 사람들이 함께 행위하고 말함으로써 발생하는 사람들의 조직체이다. 그리고 폴리스의 참된 공간은, 그들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이 목적을 위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간에 너는 폴리스가 될 것이다." 이 유명한 말은 단순히 그리스의 식민지화의 모토가 아니다."


한길사는 한나 아렌트 선생의 사랑이 담긴 주저들을 펴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조건』 『전체주의의 기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공화국의 위기』 『혁명론』 들입니다. 선생의 사상과 철학을 연구한 책들도 여러 권 펴내고 있습니다. ‘인문학 강의’ 등의 기획을 통해 왜 오늘 한나 아렌트인가를 교양인들과 담론하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 선생의 책들을 펴내는 한 출판인으로서 선생의 묘소를 찾아가면서 자못 가슴 설레었습니다. 현존하는 한 위대한 정신을 만나러 가는 듯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고 역사가 되었지만 위대한 저술과 사상을 책으로 남겼기에, 바로 그 책들로 이렇게 대화하고 소통하는구나 했습니다. 결코 소멸하지 않는 한 권의 책의 권능을 새삼 생각했습니다.



저 멀리 파주 심학산이 보이는 한길사 창가. 그리고 한나 아렌트의 저작들.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 속 묘소 앞에 저는 주저앉았습니다.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숲을 올려다볼 뿐이었습니다. 한 위대한 정신의 구현자를 내가 대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무런 수식도 없는 작고 작은 묘석이 사실은 엄청난 충격 같은 것이 되어 내 가슴을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치열한 목소리가 숲을 울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출판인이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

캠퍼스의 길들을 밝히는 가로등에 ‘바드 대학’이라는 붉은 배너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바드 대학은 1853년에 창립되었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한나 아렌트 선생이 살던 집을 찾았습니다. 집도 참 소박했습니다. 휴일이라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나 아렌트 인권 센터’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그의 정신과 사상과 이론을 계승하려는 후학들의 생각과 실천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손자와 함께 한나 아렌트 선생이 말년을 보낸 집 계단에 앉아.



한나 아렌트 선생의 묘소를 찾은 것이 이번 미국 여행의 큰 사건이었습니다. 큰 행운이었습니다. 출판인이기 때문에, 이런 근사한 행운을 누리게 되는구나 했습니다. 이 시대가 당면하는 험한 사건들과 징후들을 걱정하면서 공부하는 친구들과 함께 선생의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담론하는 기획을 더 해야겠습니다.



김언호의 짧은 여행 노트.




- by 김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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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다반사2014.08.11 20:48

한길사, 인왕산에 오르다.




한국의 등산 인구가 1,500만 명이라 합니다.

국토의 70%가 산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지리적 특성 탓에 우리나라 사람은 모두 산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선을 두는 곳도, 발걸음을 향하는 곳도 모두 산이죠.

자연스레 산과의 관계에서 어떤 심성이 생겼을 겁니다. 그것도 반만년의 역사 내내 말이죠.

바로 이 ‘그토록 오래 주고받은 관계의 문화사’를 풀어낸 책이 지난 7월 나왔습니다.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이란 제목에서부터 사람과 산의 관계가 도드라져 나옵니다.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출간되자마자 2쇄를 찍었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최원석 선생님은 지난 10여 년간 전국의 산을 직접 다니시며 많은 자료를 모으셨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내공이 집대성된 만큼 책에는 사시사철 다양한 산의 모습, 평소 보기 어려웠던 고지도 등이 실하게 담겨있습니다.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산에 와 있는 듯, 산과 ‘관계’하고 있는 듯 여겨지죠.

괜히 그 관계가 떠올라 산에 가고 싶어진달까요?



가자 인왕산으로!


네, 그래서 갔습니다.

최원석 선생님을 모시고, 40여 분의 독자를 모시고 산으로 갔습니다.

지난 주말 사직공원에 모여 인왕산을 오른 것이지요.

예상보다 많이 와주신 덕에 현장에서 준비한 김밥과 생수가 모두 동나버렸습니다.

산에서 듣는 산의 인문학이란 무엇일지 기대하셨던 분들이 정말 많으셨던 것이겠죠.



산행의 시작은 웃음으로! 저자 최원석 선생님의 함박웃음으로 시작된 산행.



오전 10시, 최원석 선생님과 한길사 김언호 사장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모두 산의 유전자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얼굴도 비슷한 것이 적어도 산과 관계함에서는 모두 형제자매라고 하셨죠.

우리가 ‘유산’(遊山) 하며 즐겁게 노닐 수 있는 이유입니다.



자박자박. 흙 밟는 소리가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기 시작한 인왕산.



인왕산은 많은 사람이 찾아서인지 그만큼 등산로도 잘 닦여 있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큰 어려움 없이 재잘거려가며 오를 수 있었죠.

그렇게 처음 만나는 분들과 말도 섞고 경치도 즐기며 ‘사람의 산’을 올랐습니다.

날씨도 하늘이 도와 등산하기에는 최고였고, 저 멀리 강남까지 한눈에 굽어보며, 틈틈이 최원석 선생님의 인문학 강연을 듣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죠.

산에서 듣는 산의 인문학은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서울의 동서남북이 모두 한눈에! 산에서 듣는 산의 인문학!



인왕산에서 느끼는 호랑이기운!


그렇게 유산하며 도착한 첫 번째 전망대에서 선생님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인왕산의 유래에 관해 들려주셨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인왕산의 ‘인왕’이 불교에서 유래되었다는 겁니다.

인왕을 한자로 풀어보면 ‘仁王’이 되는데 이게 바로 불교의 수호신 ‘仁王’이라는 것이죠.

즉 수도인 한양을 지키는 산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의미는 인왕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각 고을의 가장 큰 산을 ‘진산’(鎭山)이라 하여 그곳을 보호하는 산으로 모시고 매년 제사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서울의 진산은 삼각산(현재 북한산)이겠죠.

이때 북한산을 중심으로 총 여덟 개의 산이 안과 밖으로 서울을 둘러싸며 보호하고 있는데요, 그중 인왕산은 서향에 위치한 안쪽 산입니다.

조선 시대에 호랑이가 많이 나와 지금까지 호랑이를 상징으로 하고 있죠.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서울을 지키는 산이 바로 인왕산인 것입니다.



인왕산의 금빛 호랑이! 이놈이 청와대와 경복궁만 지킬까? 수도 서울 모든 민(民) 역시 인왕산 호랑이가 보우하길. (출처: 다음 티스토리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호랑이 기운을 재충전했습니다.

탁 트인 서울의 모습도 기운을 솟아나게 했죠.

점점 더 인왕산의 푸르름 속으로 들어가며 뭐랄까, 인문학적 설명 때문인지 막연히 큰 산으로만 보았던 인왕산이 약간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잠시 뒤 맞닥뜨린 ‘서울산성’에서 다시 한 번 휴식을 취했습니다.

최원석 선생님께서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산과 우리나라 사람의 관계에 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을 대할 때 사람 대하듯 하죠. 하나의 인격으로 대한다는 것이고 그만큼 친밀하다는 것입니다. 삼신할매산처럼 말이죠.

반면 가까운 일본만 가도 산을 외경스럽게 여깁니다. 두려운 존재죠. 그들에게 산은 사람 모양의 신으로 그려질 순 있어도 절대 사람처럼 다가갈 순 없습니다.

서양으로 가보면 또 다른 것이 아예 해발 600m 이상만 Mountain으로 취급받죠.

그리고 그들은 Mountain을 정복해 버려요. 결국 600m는 정복 기준이랄까요?

반면 우리나라는 딱히 기준이 없습니다. 그냥 산이라 불리면 산인 것입니다. 뒷동산도, 백두산도 모두 똑같은 산이죠. 그래서 우리나라엔 산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산이 친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어느새 정상에 올라


친구. 참 좋은 말입니다.

그렇게 친구의 등을 계속 타고 올라 어느새 정상에 올랐습니다.

산 정상에서 느끼는 상쾌함은 무엇과도 비교불가죠.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굽이치는 산과 그 틈 사이로 꽉 들어찬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파랑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바로 이것이 ‘사람의 산’이고 ‘우리 산의 인문학’이며 ‘그토록 오래 주고받은 관계의 문화사’ 아닐까 하면서 말입니다.



정상에서의 마지막 강의. 한길사 김언호 사장님과 주고받는 대화.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주제는 통일 한국의 수도였습니다.

통일 한국의 수도. 거창하지만 꼭 생각해야 할 것이죠.

선생님과 사장님은 통일 한국의 수도로 파주 일대를 꼽으셨습니다.

많은 잠재력을 품은 땅이지만 분단으로 인해 자신의 기운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하셨습니다.

특히 사장님께서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남쪽으로 파고들어 가기보단 북쪽으로 올라가야 함을 강조하셨는데요, 세계를 호령하기 위해선 수도를 정할 때도 진취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역시 단체사진! 얼굴을 찾아보세요~



친구 같은 산에서 시작해 미래 한국의 수도를 논하며 마무리된 인왕산 유산!

내려오는 발걸음에서 느낀 왠지 모를 아쉬움은 친구와 헤어지는 아쉬움이었을까요?

다시 사직공원에 모여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헤어지며 한국의 100대 명산을 다 같이 유산하자던 독자들의 요청이 귓가를 맴돕니다.


그래서! 또! 준비했습니다.

10월 4일 파주 심학산 유산!

유산 후 최원석 선생님의 강연이 책방한길에서 펼쳐집니다.

이번에도 많이 참석하셔서 좋은 관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시 만나요!



by 편집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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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

―출판인 김언호의 파주일기

 

 

 

 

 

 

한 권의 책은 어떻게 기획되어 만들어지는가.

 

한 권의 책의 존재를 위해 오늘 이 땅의 출판인들은 무엇을 고뇌하는가.

 

미디어 환경의 문명적 전환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출판인 김언호의 일기, 우리 시대 책과 출판의 문화를 증언하다

 

올해로 39년째 치열하게 책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는 출판인 김언호는 ‘치밀한 기록’으로 이를 증언하고 보고한다. 2013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그는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일기’라는 형식으로 그의 행로와 생각, 열정과 고뇌를 말하고 있다. 때로는 미시적으로, 때로는 거시적으로 우리 시대 책의 문화와 책 만드는 사람들의 현장을 상세하게 보고한다. 그가 만드는 책들, 그가 만나는 출판계 안팎의 사람들, 그가 구현하려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때로는 현미경으로 때로는 망원경으로 그려냄으로써 한국 출판, 그 오늘의 내면과 심층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출판인 김언호의 일기는 그의 개인사이기도 하지만 우리 시대가 함께 당면하는 문화적 삶의 한 풍경이다. 한 권의 책이란 한 시대 한 국가사회의 총체적 소산이기 때문이다.

 

 

출판인 김언호는 저 격동의 1985, 1986, 1987년의 일기를 책의 탄생Ⅰ·Ⅱ(1996)에 담아낸 바 있다. 1980년대의 출판사(史)이자 출판 정신사를 증언하는 기록이었다. 1980년대를 ‘책의 시대’로 인식한다면 책의 탄생Ⅰ·Ⅱ은 그 1980년대를 증언하는 한 출판인의 ‘육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그가 펴낸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출판인 김언호의 파주일기는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전환되는 현 시기의 또 다른 육성이라고 할 것이다.

 

출판인 김언호는 일련의 출판인들과 파주출판도시를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 한길사와 그는 제일 먼저 2002년 12월에 파주출판도시에 입주했다. 허허벌판에 건설되는 변방의 출판도시로 옮겨가는 출판의 거대한 실험, 그 한가운데에 그는 섰던 것이다. 그는 이 파주출판도시에서의 실험과 열정과 고뇌를 ‘일기’라는 형식으로 말하고 있다.

 

‘출판인 김언호의 파주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이 ‘파주일기’를 통해 그는 계속 한 권의 책의 철학과 정신을 말하고 있다. 한 국가사회를 일으켜 세우는 인문정신의 구체적 역량으로서 출판문화를 왜 끊임없이 문제 삼아야 되는가를, 때로는 낮은 목소리로, 때로는 열정적으로 외치고 있다고나 할까.

 

 

‘고주’(孤走), 외롭게 달리지만, ‘여럿이 함께’ 하는 출판을 외치다

 

출판인 김언호는 2013년 1년 동안 한 권의 책을 위해서 800명 이상의 사람들과 만난다. 온갖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다. 이 많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책과 문화를 이야기한다. 시대정신을 토로한다. 악화되는 출판 환경을 고뇌한다. 한길사 대표로서,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으로서,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그는 늘 출판 현장에 서 있다. 놀라운 열정이다. 때로는 냉정해진다. 사람들을 설득해내는 과정에서 그는 고단함과 고독감을 숨기지 못한다. 한 시대의 출판문화란 ‘여럿이 함께’ 창출해낸다는 것을 그는 「머리말」에서 계속 강조한다.

 

“책을 만들면 만들수록 한 권의 책이란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들의 공동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 쓰는 사람 책 만드는 사람 책 읽는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펼쳐내는, 정신과 사상과 이론의 축제라는 것을 나날이 체험합니다.”

 

 

김언호 대표의 작업실.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출판인들이 더불어 함께 건설하는 이 출판도시에서 저는 오늘도 한 권의 책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한강 하류의 저 장엄한 노을을 바라보면서, 책 만들기가 결코 용이하지 않은 시대 상황에서 때로는 고독해지는 저의 심사를 추스릅니다.”

 

“2013년 365일을 기록한 이 출판 일기는 저의 기록이지만, 출판도시 사람들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책의 문화를 위해 일하는 동시대인들의 기록입니다. 이 고단한 출판상황에서, 이 고단한 출판상황을 극복해내기 위해 더불어 함께 나서는 출판인들의 집단일지입니다. 한 권의 책을 위해 손잡는 우리 모두의 의지이자 희망입니다.”

 

 

5월 3일 금요일

편집부와 점심했다.

출판편집자들은 기획자일 뿐 아니라 출판저널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만든 책으로 독자와 대화해야 한다.

스스로 만든 책을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 그 책의 가치와 정신을 알려야 한다!

자기를 걸고 해야 한다!

 

 

출판인 김언호는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하고부터 39년째 1년 365일 ‘자기를 걸고’ 책을 만들고 있다. 또한 자신만의 열정으로 그치지 않고 동료 출판편집자들을 끊임없이 독려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는 말한다. 저자·출판인·독자 들의 연대를 통해 ‘위대한 책의 시대’를 함께 구현하자고.

 

 

김언호 대표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하석 박원규 선생의 서예작품(『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에서)

 

 

장엄한 책의 전당 ‘지혜의 숲’을 만들다

 

출판인 김언호는 책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책들의 숲과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숲이 만들어내는 음향을 그의 가슴에 늘 안고 있다. 책들의 숲이 뿜어내는 음향은 나무들과 숲이 뿜어내는 음향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그는 몸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지식축제 파주북소리를 이끌고 있는 출판인 김언호는 2013년 중반부터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을 구상하고 그것의 구현을 위해 뛰었다. 각계의 인사들과 의논하고 그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1년 만인 2014년 6월 19일, 장엄한 책의 전당 지혜의 숲을 개관했다. 우리 사회가 일찍이 체험하지 못한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다. 출판인 김언호의 기획과 문제적 열정이 묻어난다.

 

 

“왜 책을 읽는가. 사람답기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는 출판인 김언호의 출판관이 곳곳에 출현한다. ‘출판운동가’로서 한 시대의 인문학 출판을 선도해온 출판장인의 의식을 읽게 한다.

 

“왜 책을 읽는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지식과 정보를 공급받을 뿐 아니라 정의로운 공동체,

도덕적인 국가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독서한다.

인간다운 삶에 독서는 옵션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우리 강산의 마을과 마을에서는 책 읽는 소리가 늘 울려 퍼졌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책을 존중했고 책 읽기를 즐겼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소리가 많지만 ‘책 읽는 소리’가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독서성’(讀書聲)이다.

아름다운 우리 국토와 강산에 다시 책 읽는 소리, 글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우리의 희망이다.”

 

김언호 대표는 늘 책 만드는 현장, 그 일터에 있고 싶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국토와 산하에 골짜기마다 다시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질 그날까지 그의 열정은 계속될 것이다. 2014년 김언호의 파주일기는 또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그의 만년필은 지금도 일기장을 달린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구상하고, 무엇을 고민하며, 무엇에 좌절하고, 또 무엇을 돌파해나갈 것인가!

 

 

 

 

출판인 김언호金彦鎬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하여 지금까지 대표로 있다.

1980년대부터 출판인들과 함께 출판문화와 출판의 자유를 인식시키고 신장시키는 운동을 펼치는 한편,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제1·2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 등지의 인문학 출판인들과 출판운동·독서운동에 나섰으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제2기 회장을 맡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참여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책축제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과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출판운동의 상황과 논리』(1987), 『책의 탄생Ⅰ·Ⅱ』(1997), 『헤이리, 꿈꾸는 풍경』(2008, 공저),

『책의 공화국에서』(2009), 『한권의 책을 위하여』(2012)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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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주인공이 된 차이니즈나이트

-내가 사랑한 중국인 이야기 그날, 그곳에

 

2012년 6월 8일, 『중국인 이야기』는 처음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1권이 출간된 후 독후감대회가 있었고, 저자와 함께하는 중국답사와 몇 번의 ‘차이니즈나이트’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제3권이 출간되어 다시 한 번 독자 여러분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4년 5월 14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차이니즈나이트’를 시작합니다!

 

이번 차이니즈나이트는 ‘내가 사랑한 『중국인 이야기』’라는 주제를 잡아보았습니다.

『중국인 이야기』 세 권이 출간될 때까지, 많은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이 있었고, 그분들이 아니었더라면 『중국인 이야기』도 지금처럼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독자분들이 읽어낸 『중국인 이야기』와 그에 담긴 추억을 꺼내보고자 합니다.

 

행사 시작 전 『중국인 이야기』를 읽고 있는 한 독자분.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노트 위에는 페이스북 독자클럽 주소가 적혀 있었는데요, ‘어떤 분일까?’ ‘가입은 하셨을까?’ 너무도 궁금합니다.

 

“지난 40년간 중국은 나의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놀이터였다.”

『중국인 이야기』의 가장 큰 강점은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문체와 진귀한 사진입니다.  막힘없는 이야기, 주인공들이 남긴 주옥같은 어록과 현장감 넘치는 사진을 보면 ‘김명호 선생님이 정말로 중국을 놀이터로 여겨오셨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첫 원고를 마주했을 때부터 이 좋은 자료들을 가지고 사진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번에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겨서, 온라인에서 『중국인 이야기』 사진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사진전으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주석의 심리를 살피느라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개인숭배는 위험하다.” “미국은 우리보다 대포가 많다. 그러나 역사는 대포로 쓰는 것이 아니다.” 사진전에 쓰인 파일을 미리 공개했습니다. 역사의 보편 심리를 파고드는 명언이 가득합니다.

 

첫 번째 게스트 그룹은 『중국인 이야기』 제1권 독후감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후 저자와 함께 중국답사를 다녀오신 분들입니다. 『중국인 이야기』의 탄생부터 늘 함께해오셨지요.

 

(왼쪽부터) 명사회자 김민웅 선생님, 독자클럽의 톨스토이 김경엽 님, 『중국인 이야기』 전도사 김력균 님.

 

매너남 김경엽 님(백석문화대학교 중국어학부 강사)은 온화한 미소와 빼어난 글솜씨를 가진 분이십니다. 가끔씩 독자클럽에 올려주시는 글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나오게 합니다. 이날도 우아한 언어로 『중국인 이야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김력균 님(OBS PD)은 급하게 오셨는지 땀을 흘리며 들어오셨지요. 세수 후 물기도 닦지 않은 채 앉으셔서 특유의 재치 있는 말투로 관중들을 웃게 만드셨어요. 진솔하면서도 소탈한 모습이 멋진 분이십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중국인 이야기』를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라는 김민웅 선생님의 질문에 “말로 하지 않는다. 주머니 털어 그냥 사준다. 그러면 재미있는지 2, 3권은 자기네들이 알아서 사 본다!” 역시 전도사다운 답변이었습니다. ^^


두 번째 게스트 그룹은 페이스북 독자클럽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 독자님들이십니다.

 

(오른쪽부터) ‘당시화의’의 주인공 조성환 님, 독자클럽 마스코트 최창근 님, 순수청년 이용석 님.

 

페이스북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에는 저자 못지않은 꾸준한 연재로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중 한 분이 바로 조성환 님(백석대 중국어과 강사)이신데요. ‘당시화의’(唐詩畵意)와 ‘중국 역대 여성시’를 올려주십니다. 매일매일 올려주시는 게시물 덕분에 회원들은 『중국인 이야기』를 넘어서 중국에 대한 지평을 다양하게 넓혀갑니다. 갑작스런 게스트 요청에도 불구하고 천안에서 흔쾌히 와주셨습니다. 기차 시간을 맞추시느라 뒤풀이에 참석 못 하셨는데, 더 많은 시간을 나누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최창근 님(한국외대 박사 과정)은 대만 유학을 하며 쌓은 중국에 대한 지식을 전파해주시는 분입니다. 젊은 나이에 걸맞은 감각적인 게시물과 댓글은 독자클럽의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마스코트라는 별명이 괜히 붙지 않았겠지요? 대만 관련 책도 두 권 내셨습니다. 훗날 『중국인 이야기』도 뛰어넘을 좋은 책 기대하겠습니다.^^ 선한 인상을 지니신 이용석 님(성바오로 병원 근무)은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으로 평생 멍샤오둥을 사랑한 비밀결사 ‘청방’의 지도자 두웨성 이야기를 꼽아주셨습니다.(『중국인 이야기』 제1권) 남들은 무서워하는 두웨성의 조심스럽고도 진실한 마음이 이용석 님의 마음을 울렸나봅니다. 두웨성의 일화에 감동한 이용석 님 역시 순수한 마음을 지니신 분인 듯합니다. 두웨성은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용석 님은 앞으로 좋은 인연을 만나실 거예요. ^^


세 번째 그룹은 ‘시나브로 독서회’ 회원분들입니다. 시나브로 독서회는 매주 목요일 아침 새벽에 모여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마침 이날이 독서회가 3주년을 맞이하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담당 편집자인 저보다 더 열정적인 독자분들 덕분에 저희가 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시나브로 독서회가 『중국인 이야기』를 읽는 방법! 인물 계보도를 만들고 요점 정리한 내용을 공유한다. (오른쪽부터) 최태준 님(해태소방 대표), 권해진 님(래소한의원 원장), 이재연 님(건축 사업).

 

시나브로 독서회에서는 특별한 방법으로 『중국인 이야기』를 읽고 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뒤얽힌 관계를 도표로 정리해서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편집자인 저도 한 수 배웠습니다. 『중국인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지시는 독자분들께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하신 저자 김명호 선생님.

 

마지막 게스트는 저자 김명호 선생님과 『중국인 이야기』 애독자로 참석해주신 박명림 선생님(연세대 정치학과 교수), 한길사 김언호 사장님이십니다. 독자가 중심이 되는 차이니즈나이트에서는 김명호 선생님도 게스트일 뿐이지요. “거짓을 쓰지는 않는다. 다만 사실은 과장되어도 괜찮다.” “중국에서는 청백리 위유런을 닮고 싶어하지 않는다. 중국에는 청백리가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을 직접 만난 독자들은 가끔 헷갈립니다. ‘그렇다면 『중국인 이야기』에 실린 내용이 진실이 아니란 말인가?’ ‘중국 사람들은 위유런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어렵습니다. ‘팩트는 있겠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진실은 없다. 최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위유런을 존경하고 본받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 부패한 관리를 욕하면서도 공직자가 되어 권력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이런 뜻이 아닐까요?

김명호 선생님과의 대화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대륙을 경험한 선생님께서 밤을 새도 모자랄 이야기보따리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에 진리를 얻을 수는 없지만 곱씹어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계신 김명호 선생님.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풍랑 속에 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 모두 가슴에 대나무 한 그루씩 심자. 독자들이 우리를 감시한다!” -1946년 『관찰』의 창간자 언론인 추안핑(『중국인 이야기』 제1권)


독자의 사랑과 관심으로 ‘차이니즈나이트-내가 사랑한 『중국인 이야기』’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독자’ 여러분들이셨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던 분들을 비롯해 새로 만난 분들까지 모두 반갑게 만나 즐긴 축제의 현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더 새로운 에피소드를 가진 독자분들을 모셔보고 싶습니다. 차이니즈나이트의 주인공에 도전해보세요! 『중국인 이야기』 애독자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중국인 이야기』 파이팅! 독자클럽 회장 차현인(맨 왼쪽), 박창희(가운데), 김학명 님(맨 오른쪽 두 번째).

 

-Editor PSY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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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저자와의 만남]

『중국인 이야기』의 저자 김명호 교수 인터뷰

 

2014년 5월 12일자 연합뉴스에  『중국인 이야기』의 저자 김명호 교수의 인터뷰가 크게 실렸습니다. 『중국인 이야기』를 읽다보면 중국의 현대사를 쥐락펴락하는 호걸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한데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명호 교수도 만만치 않게 비범한 분이네요. 노년에 병들어서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마오쩌둥 못지 않은 독서가이기도 하고요.


『중국인 이야기』에 등장하는 걸출한 인물들의 생애만큼 흥미로운 '김명호 이야기'를 여기 소개합니다. 친절하고 흥미롭게 인터뷰를 풀어써주신 김보경 기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중국인 이야기'로 '진짜' 중국 알린 김명호 교수

 



40년 중국 연구 집대성…'로마인 이야기' 능가한다는 평가 받아


"믿을만한 역사는 없어…중국은 사람 끄는 비장미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한길사 펴냄)를 읽다 보면 '과연 이 책을 한국인이 썼을까'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인이 아니고서야 이토록 심도 있게 중국의 내면을 파헤치는 작업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40년간 중국을 '놀이터' 삼아 책·잡지·새벽시장·식당 등을 섭렵한 김 교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견줄만한 책을 만들려고 중국인 저자를 찾던 한길사가 김 교수를 만나 바로 책을 의뢰한 것은 출판계에서도 유명한 일화다.


'중국인 이야기' 3권이 최근 출시됐다. 총 10권을 목표로 재작년 첫걸음을 뗀 책은 2년 남짓한 기간에 '진짜' 중국 이야기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다. '로마인 이야기'를 능가하는 대작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책 집필에 매진하는 김 교수를 최근 만나 연구와 집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중국에 관심을 가졌다가 그 방대함에 질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40년 동안 반복했다"며 "중국과 중국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사람을 끄는 비장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이야기'는 일기나 편지, 회고록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대기가 아닌 인물열전 형식으로 중국 근현대사를 재구성한다. 중국 역사를 이끈 인물들의 목소리는 물론 이들의 얽히고설킨 인간관계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필요에 따라 에피소드 형식으로 묶기도 한다. 이 같은 구성은 책을 처음부터 읽지 않은 독자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김 교수는 "중국은 크면서도 역사가 길기 때문에 연대기 형식으로 풀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며 "복잡한 나라를 복잡하게 설명하면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를 점 혹은 선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중국은 점으로 끊어서 보는 게 낫다"며 "그래야 웃으며 헤어지고는 뒤에서 상대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중국인의 속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설명에 걸맞게 책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3권은 장제스의 아들이자 대만의 총통을 지낸 장징궈(蔣經國), 중국 공산당주의운동의 창시자인 천두슈(陳獨秀), 대만 국민당의 원로이자 사랑받는 청백리였던 위유런(于右任), 중국 교육부장관이자 베이징대 총장이었던 장멍린(蔣夢麟) 등을 다룬다. 또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 삼형제의 숨겨진 불화도 그린다.


그는 "인물을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다루고 싶은 인물에 대해 쓴다"며 "개인적 취향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장징궈는 김 교수가 가장 힘줘 말하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장징궈가 급사했던 1988년 1월 13일 대만 타이베이에 있었다. 김 교수는 빈소 앞에 6개월 동안 방을 잡고 장징궈를 추모하는 중국인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그는 "대륙 지식인들이 시진핑에게 대만의 장징궈와 같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할 정도도 대륙도 그를 높이 평가했다. 장징궈가 대륙에 있었다면 총서기가 됐을 것이라고도 한다"며 "그를 장제스의 아들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946년 3월, 중공 근거지 옌안을 방문한 마셜 원수를 배웅하는 장칭(『중국인 이야기3』, 232쪽).

 

마오쩌둥(毛澤東)의 부인이자 문화대혁명을 이끌었던 장칭(江靑)도 김 교수가 가장 흥미있어하는 인물 중 하나다.


"장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제각각입니다. 장칭만큼 겸손한 사람은 없었다고도 하고, 아주 표독스럽고 변덕스러웠다는 평도 있지요. 그녀는 베이징도서관에서 책을 가장 많이 빌린 여성인 동시에 예능적으로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장칭, 린뱌오(林彪), 장쉐량(張學良) 같이 비극적 생애를 산 인물들에게 흥미가 가요. 이 사람들의 삶은 정의를 내리기 어렵거든요."

 

툭툭 끊어지는 단문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구어체도 책의 특징 중 하나다. 교수들이 흔히 즐기는 만연체 문장에 익숙할 만한 그가 독자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은 힘들지 않았을까.


김 교수는 "늘여쓴다는 것은 누구를 가르치려는 것뿐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것은 잘라버린다"며 "동양화의 여백처럼 독자가 직접 상상해서 채워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중국에 빠지게 된 계기를 물으니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김 교수는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중국, 홍콩, 대만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 자료를 모았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계의 굵직한 인사들과 만나 생생한 뒷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그는 이들을 '문화노인'이라 부른다. 그는 기억에 남는 문화노인으로 루쉰 이후 최고의 작가로 불리는 첸중수(錢鍾書), 대서예가 황먀오쯔(黃苗子), 세계적인 화가 황융위(黃永玉), 시사만화가 딩충(丁聰) 등을 꼽았다.


김 교수가 이 같은 '화려한' 인맥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출판사 싼롄(三聯)의 서울지점 대표를 맡았던 덕이 컸다. 싼롄은 80주년 기념행사에 시진핑 국가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참석할 정도를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인문학 출판사다. 홍콩 싼롄은 매주 서점을 드나들며 중국 자료를 모으던 그에게 서울 싼렌 대표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싼렌에서 저를 외국인 중 가장 책을 많이 사간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하도 책만 사가기에 도서관 직원인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웃었다.


 

 

그의 책을 읽고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 이야기에 누가 관심이 있겠냐'는 지적도 있었다. 책에는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은 중국인들이 너무나 잘 아는, 중국 근현대사 이해에 필수적인 인물들이다. 중국인도 인정하는 '중국통'인 그는 이런 면에서 중국인이라면 마오쩌둥, 덩샤오핑(鄧小平)만을 떠올리는 한국인의 인식이 아쉽기만 하다.


김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인접해있고, 역사적으로 많은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중국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중국인은 한국인과 많이 다르다. 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3권 4부에 '중국과 북한의 끈끈한 속사정'이라는 주제로 북중 관계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은 북중 관계의 속내를 너무 모른다"며 김일성, 마오쩌둥 등 양국 지도자 간의 뿌리 깊은 인연을 자세히 설명한다.


김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 북한의 자원을 노리고 관계를 유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오해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남의 나랏일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우리 남북문제 해결에 나서주길 원하는 것은 쓸데없는 바람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중국 역사의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은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놀랍게도 책에 실린 모든 사진은 김 교수가 중국, 홍콩, 대만 등의 골동품 가게를 돌며 직접 모은 것들이다. 그 수만 1만점이 넘어간다.


김 교수는 "실제 그 당시를 보여주는 것을 찾다 보니 사진이 가장 적합했다"며 "현장에 늘 답이 있다. 열심히 찾다 보면 없는 물건은 없었다"고 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답게 팩트(fact)에 기반한 객관적 서술은 '중국인 이야기'의 가장 큰 힘이다.


김 교수는 "1차 자료를 정말 열심히 본다"며 "이해가 안 되면 수십 번씩 계속 들여다보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도 등 책의 내용을 신문과 잡지 등 공식 자료를 통해 일일이 확인한다고 했다. 평범한 사람도 매일 일기를 쓰고 기록을 남기는 중국인지라 자료는 쉽게 수집할 수 있었다. 그는 이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대조해보며 추측이나 불확실한 내용을 모두 없앤다.


그러나 객관적 서술에 간간이 끼어드는 유머러스한 인물평은 책의 묘미다. 그는 장멍린의 결혼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예나 지금이나 여자 나이 제대로 알아보는 남자는 드물다'라고 하거나 덩샤오핑을 의심쩍어했던 마오쩌둥을 두고 '대국의 최고지도자는 원래 이런 법이다'라며 촌철살인의 멘트를 곁들인다. 독자들이 그의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믿을만한 역사는 없다고 생각해요. 몇 백년 지나고 우리의 분단시대를 단군이래 가장 활력이 넘치고, 위대한 시대로 평가할지도 모르죠. 다만 역사 뒤에 숨겨진 것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viv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출처: 연합뉴스(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5/11/0200000000AKR20140511085000005.HTML?from=search)







『중국인 이야기3』독자클럽의 밤(5월 14일 수요일 저녁 7시 반, 정동 프란치스코회) 신청 -> http://hangilsa.tistory.com/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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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파주출판도시에서 ‘책’을 생각한 ③

- 일본도서 『한국의 지를 읽다』에 실린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글



 ‘파주북어워드’(Paju Book Award)와 ‘파주어린이출판상’(Paju Children Book Award)


  파주출판도시는 지난해 파주북소리의 일환으로 파주북어워드(Paju Book Award)를 시상했습니다. 아시아출판문화상입니다. 저술상・기획상・미술상・특별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동아시아와 아시아에서 창출되는 출판의 성과를 평가하는 국제출판상입니다. 아시아와 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저술과 출판의 세계를 잘 살펴보고 평가해내자는 것입니다.


  파주북어워드는 동아시아의 출판인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한국・중국・대만・홍콩・일본의 인문학 출판인들과 출판전문가들이 추천위원・선정위원・대표위원을 맡아서, 아시아와 동아시아 전체 차원에서 그 출판문화의 세계를 인식하자는 것입니다. 파주북어워드는 이 같은 더불어 함께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서 개별 국가사회가 아닌 아시아・동아시아 차원의 출판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다시 ‘아시아어린이출판상’(Paju Children Book Award)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볼로니아를 비롯해서 서양에서 시행되는 어린이출판상이 있지만, 아시아와 동아시아 권역의 어린이책과 그 그림 작가와 글 작가, 기획자에게 수여함으로써 아시아와 동아시아 어린이출판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성원하자는 것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출판도시에서 기획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아시아 여러 국가의 출판인들과 저술가들과 함께 전개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책과 출판문화란 열려 있어야 할 터입니다. 닫힌 문제의식으로는 새로운 이론과 사상을 창출해낼 수 없다는 생각을 우리는 늘 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각과 이론이 다른 주체들이 함께 펼치는 문화운동・출판운동이라야 아름답고 건강하고 역동적일 것입니다. 아시아와 동아시아의 각 문화공동체는 다르면서 같은 세계의 이론과 심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 다른 문화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파주북어워드는 다름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창출해내자는 책의 그 고유한 기능을 도모하자는 아시아와 동아시아에 의한 아시아・동아시아의 책의 운동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아시아출판포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동아시아의 출판인・편집자들이 모여 심화된 토론을 진행하고 이것을 토대로 아시아와 동아시아 차원의 출판문화를 실제적으로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아시아출판포럼이 파주출판도시에서 주로 진행되겠지만, 그 운영과 내용은 아시아・동아시아 차원에서 기획・운영될 것입니다.


  일본・중국・대만・홍콩・한국의 인문학 출판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여기 소개하고 싶습니다. 올해 9년째가 되는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이 21세기에 동아시아의 출판공동체・독서공동체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동아시아는 같은 책을 읽는 독서공동체의 전통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현대에 오면서 그 전통은 단절되다시피 했습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20세기에  진행된 동아시아인문도서 100권을 선정하고 그것들을 상호 번역출판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구체적인 출판을 통해 상호이해는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파주북어워드와 같은 기획들이 수준 높은 차원에서 진전될 수 있었던 것은 동아시아출판인회의와 같은 경험과 학습과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지知를 읽다』에는 일본의 명 출판사 ‘이와나미쇼텐’ 사장을 역임한 오쓰카 노부카즈의 글도 실려 있습니다. 한길사는 그의 책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를 2007년 펴냈지요.



100인 1,000강좌


  한 출판사란 하나의 대학이라는 생각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한 출판사에서 펴내는 다양한 책들의 세계는 곧 하나의 큰 세계를 의미합니다. 그 책들이 펼치는 이론과 사상, 정신과 문화는 바로 대학을 넘어서는 큰 세계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200여 출판사가 운집해서 정신과 사상을 창출하는 책의 세계이자 다양한 이론과 인식들이 경연을 펼치는 열린 대학입니다. 파주출판도시가 펴내는 책의 문화는 그 어느 세계보다도 통합적인 대학입니다. 지금 출판도시가 갖고 있는 특징을 활용하는 기획을 진행중입니다.


  ‘100인 1,000강좌’가 그것입니다. 매년 100명의 연구자・학자・교수가 100분 강의를 열 번씩 진행하는 열린 시민대학입니다. 주제는 인문학・자연과학・예술학 등 현대인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적 장르들입니다. 출판도시의 이런 공간 저런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 강좌들은 녹화・녹음・편집되어 온라인・케이블로 전송됩니다. 온・오프라인 전송을 통해 지방에서나 해외에서 수강할 수 있게 하려 합니다. 100인 1,000강좌는 그 어느 대학도 실현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포괄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전국의 대학들과 각종 연구기관들의 연구자・학자・교수들과 연대함으로써 일반대학이 할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열린 대학이 됩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들 듯이 출판도시는 모든 대학들을 종합하고 넘어서는 기획을 할 수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100인 1,000강좌는 한국의 학자・연구자・교수뿐 아니라 향후에는 외국의 학자・연구자・교수들도 초빙해서 강의하는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일국주의・개별문화권의 인문학이 아니라 일국과 개별문화권을 극복해내는 열린 학습을 통해 인류사회에 보다 통할적인 인식과 이론을 도모해내야 할 터입니다. 향후 출판도시의 100인 1,000강좌는 아시아와 동아시아의 100인 1,000강좌가 되도록 해보고 싶습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아시아와 동아시아가 창출해내는 책의 문화를 수집하고 전시하는 출판아카이브가 되는 또 하나의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동아시아 책의 문화를 펼쳐보이는 아시아・동아시아 책의 유토피아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한 권의 책이란 그 시대의 미학적 성과를 보여주는 구체적 표현일 것입니다. 아시아와 동아시아가 창출한 책들의 미학이란 당연히 경이롭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북녘땅이 건너다보이는 예술마을 헤이리에서


  파주출판도시보다 10킬로미터 더 북으로 올라가면 예술마을 헤이리가 있습니다. 15만여 평에 350여 회원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문화・예술마을입니다. 아직도 그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헤이리는 파주출판도시와 연계하여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나는 출판도시를 ‘남자’라고 이야기하고 헤이리를 여자라고 말합니다. 출판도시가 문화・산업이라면 헤이리는 문화・예술입니다.


  나는 1994년 4월에 영국의 고서점 마을 헤이온와이를 방문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에 앞장섰습니다. 미술・음악・출판・영상・인문학을 하는 회원들이 만들고 있는 예술마을 헤이리는 현재까지 박물관・미술관・갤러리・스튜디오가 100개 이상 개설되었습니다. 다양한 전시회와 음악회들이 이곳저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헤이리는 파주출판도시와 함께, 한국의 건축 수준을 한 단계 이끌어올리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책의 집 북하우스를 헤이리에 짓고 서점과 갤러리를 만들었습니다. 한길책박물관을 개관했습니다.


  나는 당초 직(職)・주(住)를 통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헤이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10년 전에 이곳에 주택을 지어 입주해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저 멀리 북녘땅을 관망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침저녁 북한땅을 건너다보면서 출판도시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일상으로 북녘땅을 바라다본다는 것은 북한을 전쟁과 대결의 땅이 아니라 언젠가는 통일되어야 하는 국토의 일부, 민족공동체의 일부로 인식하게 하는 듯도 합니다.


  파주는 긴장의 땅, 경계의 땅입니다. 변방의 유역입니다. 이 긴장과 경계의 땅, 변방의 유역에서, 나는 나름대로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고(故) 강원용 목사는 헤이리의 토목공사를 시작하던 날 방명록에 ‘신 실크로드의 출발지’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헤이리와 출판도시가 자리잡고 있는 파주는 남과 북이 대치하는 땅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궁극으로 파주는 국토와 민족의 통일을 선도하는 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마을 헤이리를 기획하고 건설하면서 나는 늘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북한땅 개성에 점심먹으러 갈 수 있다고. 사실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경기도지사 일행과 함께 오전에 개성으로 넘어가서, 고려조의 수도인 개성과 송악산 일대를 관광하고 점심먹었습니다. 그리고 헤이리로 돌아와서 저녁식사 같이 했습니다.


  나는 지금 이 변방의 땅, 경계의 유역에 살면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변방의 땅, 긴장과 경계의 땅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나는 변방에 의미를 둡니다. 한 시대의 건강한 출판문화란 변방의 정신과 이론을 담아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정신과 사상, 문화와 이론이란 기본적으로 권력과 재부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서 창출될 것입니다. 


  북녘땅이 건너다보이는 경계의 땅 헤이리에서 살고 있음에 나는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변방의 땅 출판도시에서 책을 만드는 것에 나름대로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이 출판도시에서 더불어 함께 일하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2013년 5월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한길사 대표


김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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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파주출판도시에서 ‘책’을 생각한다 

- 일본도서 『한국의 지를 읽다』에 실린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글





 출판독서운동 ‘파주북소리’, 아시아 책의 수도


  모든 조직과 집단은 스스로 진화합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스스로의 자연적인 진화를 넘어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의도적인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책을 기획・생산하는 공간을 넘어 출판문화를 완성시키고 확산시키는, 독자를 출판문화의 주체로 인식하는 독서운동의 새로운 차원을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파주북소리(Paju Book Sori)는 출판도시의 여러 조건들을 활용하는 대규모의 책의 축제, 지식의 축제입니다. 출판과 책의 생산환경・유통환경이 급속하게 변전하고 있는 문명적 조건에서 출판과 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새로운 미디어환경의 총체적 변전조건에 대응하는 통합적 인식과 대안적 실천이 요구됩니다.


  어린이의 책 읽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옛 현인들이 말했습니다. 파주북소리는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책 읽기, 책 읽는 소리가 향후 우리 출판문화의 희망이자 대안입니다.


  다시 종이책을 읽는 운동, 소리내어 영혼을 울리는 책읽기를 부활시켜야 합니다. 인류의 위대한 문명은 책읽기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파주북소리는 우리 모두의 젊은 영혼을 울리는 북소리(Drum)이자 책 읽는 소리(Reading & Healing)입니다.

  2011년 파주북소리의 개막을 시작하면서 파주출판도시는 ‘아시아 책의 수도’를 선언했습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아시아인들과 함께,

책 쓰고 책 만들고 책 읽는,

아시아의 위대한 책의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우리는 아시아인들이 함께 창출해내는 책의 문화로

아시아의 가치와 아시아의 정체성을 구현하려 합니다.


파주출판도시가 펼치는 책과 지식의 축제 파주북소리는

아시아인들이 연대하는 출판운동·독서운동입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 선포는, 아시아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아시아의 유구한 책의 전통과 유산을

이 21세기에 다시 일으켜 세우는,

아시아인에 의한 아시아인의 문예운동입니다.


책의 길은 평화의 길입니다.

책의 길은 생명의 길입니다.

책의 길은 희망의 길입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 운동은 책으로 아시아를 소통시켜,

더 창조적이고, 더 아름다운 아시아의 문화와 사상을

일으켜 세우는 운동입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 운동은

파주출판도시를 넘어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는 아시아인들이 함께 누리는 책의 광장입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는 아시아인들이 함께 걷는 책의 큰 길입니다.”



  책의 세계는 소통됨으로써 그 형식과 내용이 더 커지고 의미는 더 깊어집니다. 아시아는 책으로 하나됩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는 파주출판도시를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여러 도시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 국제부의 사쿠라이 이즈미 기자가 추천한 리영희의 『대화』(리영희・임헌영 지음, 한길사, 2005).



출판도시의 100책방 만들기운동


  파주출판도시는 지금 100책방 만들기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50여 책방이 1층에 문을 열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는 각 출판사의 1층을 책방으로 독자들에게 개방하려 합니다. 책과 연관되는 다양한 장르를 만나게 하는 공간을 열자는 것입니다. 문화・예술・과학・경제 등 모든 것과 연관되는 책의 세계, 책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만나고 인식하고 체험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건축적 성과를 파주출판도시는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 건축적 성과를 보다 인간적인 것으로 개선하려 합니다. 나무를 심어서 출판도시를 숲으로 조성하려 합니다. 인간들의 영혼이 쉴 수 있는 숲을 우리는 생각합니다. 나무 아래서, 숲 속에서, 책을 소리내어 읽고,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는 인문학적 축제를 전개하는 운동입니다.


  책 읽는 운동, 책 만드는 운동과 연계되는 또 하나의 운동인 ‘만인의 숲’ 운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이름을 붙인 나무들을 심어서 하나의 숲이 되게 하고, 그 숲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자는 운동입니다.


  우리는 이 만인의 숲 운동을 ‘만 권의 책’ 운동과 병행하려 합니다. 100세 문명시대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습니다. 가정마다 만 권의 책을 비치하고 읽는 운동은 100세 문명시대를 대처해나가는 정신운동・생명운동입니다.


  해마다 봄에 펼치는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축제는 올해 11회를 맞았는데, 이 어린이책축제를 가을에 진행되는 파주북소리만큼 확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회원들은 어린이책축제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출판인들은 종이책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한층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인류의 위대한 정신적 성과를 담아내고 있는 종이책의 가치가 디지털 문명의 발전으로 폄하되고 있는 현실을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종이책을 보호・보존하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운동을 전개하려 합니다. 학자・연구자들이 생애를 통해 수집하여 읽은 종이책들을 한데 모아서, 젊은 독자들이 경계를 넘어 읽을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을 출판도시의 중심공간인 아시아출판문화센터에 개설하려 합니다.


  대학도서관들까지 종이책을 푸대접하는 현상이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아시아출판문화센터의 로비와 복도는 책의 유토피아가 될 것입니다. 이런 책의 유토피아가 젊은이들을 책의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③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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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도시에서 ‘책’을 생각한다 ①

- 일본도서 『한국의 지를 읽다』에 실린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글


『한국․조선의 지知를 읽다』(원제: 韓国․朝鮮の知を読む, 노마 히데키 엮음, CUON, 2014).


올 2월 일본의 쿠온(CUON) 출판사에서 펴낸 『한국의 지를 읽다』(노마 히데키 엮음, CUON, 2014)에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글이 실렸습니다. 『한국의 지를 읽다』는 『한글의 탄생』의 저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가 기획한 책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140명에게 한국의 ‘지’에 관한 책을 1~5권 추천받아, 그들이 직접 독자들에게 자신이 고른 책을 소개하는 글들을 모았습니다. 일본 독자들이 한국의 ‘지’와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책 안내서’(북가이드)입니다.


김언호 대표의 글은 엮은이 노마 히데키의 글과 함께 ‘지를 떠받치는 책, 출판, 문자를 둘러싸고’에 실려 있습니다. 그 내용을 총 3회 분량으로 한길사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책’을 생각한다



  ‘새로운 책’으로 각성하는 한국인


  1980년대의 한국사회와 한국인들은 열정의 시대를 살고 있었습니다.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권이 1979년에 내부반란으로 무너졌지만 전두환 이 이끄는 군부가 다시 권력을 잡았습니다. 전두환군부세력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을 탱크로 진압하면서 권력을 장악했지만, 1970년대부터 형성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열정을 좌절시키지는 못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민주화운동은 한층 광범위하고도 열정적으로 진전되었고, 이 열정의 1980년대 한가운데에서 우리들의 책만들기・책읽기・책쓰기가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권력에 의해 언론현장으로부터 추방당한 해직언론인들을 비롯해서 대학캠퍼스로부터 제적당한 학생들이 책만들기에 가담했습니다. 해직당한 교수들이 글쓰기・책쓰기에 나섰습니다. 1980년대에 진행된 한국사회의 책만들기는 단연 새로운 지식운동의 풍경이었습니다. 해직언론인・해직교수・제적학생들이 연대하는 출판운동은 정신적・사상적으로 한국사회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민주주의운동이고 문화운동이자 진보적인 이론운동이었습니다.


  1980년대의 한국인들은 새로운 출판운동으로 각성하는 시대를 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시대상황을 담아내는 책들의 독서를 통해 정치현실・민족현실을 의식하게 됩니다. 왜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하는가를 인식하게 됩니다. 나라와 민족이 왜 식민통치를 당해야 했는가를 학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라와 민족이 왜 분단되는가를 성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특히 젊은이들은 민주주의자가 되었고, 민족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진보적인 이론을 열정적으로 가슴에 안게 되었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실천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책과 독서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답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1980년대는 열정적으로 책 만들고 책 읽는 시대였습니다.



  권력과 갈등하는 책과 출판인


  1980년대의 젊은 출판인들과 저자들과 독자들의 이 같은 지적・실천적인 삶의 지향과 방식은 권위주의 정치권력과 운명적으로 갈등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을 썼다고 해서, 책을 만들었다고 해서, 책을 읽었다고 해서, 출판인들과 저자와 독자들은 구금되었습니다. 그 책들은 판매금지되었고 압수당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도 책 쓰고, 책 만들고, 책 읽는 행위는 지속되었습니다. 저자・출판인・독자들의 연대와 실천은 하나의 거대한 문화운동・지식운동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한국현대사에서 1980년대는 출판인・독자・저자가 수평적으로 연대하여 진행된 책의 시대, 출판의 시대, 독서의 시대였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단의 출판인들은 ‘수요회’라는 비공식적인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험악한 권력의 시대에, 출판인들은 밥이라도 먹으면서 문제들을 이야기하자 했습니다. 수요일에 모이자 해서 수요회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출판과 연관되는 일과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당국자들을 만나, 출판정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습니다. 권위주의적 출판정책은 이제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1985년 5월 17일 에 수요회 회원들이 주도하여 ‘출판인 17인선언’으로 알려지는 ‘출판문화의 발전을 위한 우리의 견해’를 발표했습니다. 나는 이 성명을 그날 새벽에 초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출판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의해서 확보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현행실정법에 의해서도 당연히 보장된다. 출판물에 대한 행정당국의 최근의 조처는 자연법 이념에서나 실정법 정신에 비추어 타당하다 할 수 없다. 우리의 헌법 제20조는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만약 출판의 자유를 그 어떠한 형식으로라도 규제한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체제와 이념을 부인하는 결과가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연히 개방체제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면, 출판문화 역시 개방체제로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며, 우리의 정치・사회・경제가 세계적 개방체제를 지향한다면 문화도 당연히 개방되어야 하고 또 개방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엄청난 물량이 드나드는 이 마당에 학문과 문화,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출판을 폐쇄적으로 통제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현대의 기술문명이 출판에 대한 금제(禁制)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복사기계의 보편화 등 테크노스트럭처(Technostructure)의 질적·양적 변화는 지식체계의 독점적·선별적 소유와 금기화(禁忌化)를 더 이상 가능하지 못하게 한다.

  저술작업과 출판작업은 저술인과 출판인의 양식에 바탕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저술인과 출판인 스스로의 가치판단에 의해 저술과 출판이 이루어져야 살아 있는 사회와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저술과 출판의 결과는 사상의 공개시장 원리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는 이 사회가 생산하는 모든 출판물을 사상의 공개시장에 내보내는 것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지知를 떠받치는 책, 출판, 문자를 둘러싸고’에 실린 두 번째 글, 김언호 대표의 ‘파주출판도시에서 책을 생각한다’.



  ‘수요회’ 회원들의 출판도시 구상


  한편 수요회는 좋은책선정운동을 시작합니다. 한국사회의 지식사회를 나름대로 대표하는 지식인・학자들과 함께 한 계절에 한 번씩 ‘오늘의 책’ 20, 30권을 선정하여 책을 펴낸 출판사와 그 저자에게 책을 상징하는 조각가의 작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책을 평가하여 널리 알리는 독서운동・출판운동이었습니다.


  수요회 회원들이 주축이 된 10여 명의 출판인들은 또한 한 달에 한 번쯤 북한산을 등반했습니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당연히 출판인들은 오늘의 출판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담론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파주출판도시는 바로 수요회 회원들과 단행본을 내는 출판인들의 북한산 등반과정에서 발의되었습니다. 고단한 오늘의 우리 출판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책의 세계를, 아니 책의 유토피아를 구현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이같은 의지를 서울에서 펼쳐내기란 본질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저 DMZ 근방으로 가보면 어떨까!’ 나는 그때 이런 발상을 거침없이 수요회 회원들에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아무튼 이렇게 발안되었고, 그 구체적 작업이 일련의 출판인들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식민지시대와 분단, 전쟁을 겪은 한국은 근대적인 출판문화도 지체되었습니다. 권위주의 정치로 통제받는 고단한 시대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조건과 상황에서, 이런 조건과 상황을 극복해내는 출판문화・출판운동이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사회에서 진전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함께’ 하는 출판운동


  1980년대 한국의 출판문화・출판운동은 그 의식과 정신이 젊은 일련의 출판인들이 더불어 함께하면서 가능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니, 그 어떤 문화운동・사회운동도 당초부터 더불어 함께 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마땅한 사이트를 찾아 이곳저곳을 답사하는 일이 한동안 지속되었지만, 한강 하류유역인 이곳 파주의 물구덩이 땅 48만 평을 최종 사이트로 정하고, 이렇게 번듯하게, 세계출판사상 유례가 없는 출판도시를 존재・발전하게 하는 데는 ‘더불어 함께’ 하는 출판인들의 연대운동으로 가능했을 것입니다.


  1991년에 출판도시건설을 위한 공식조직인 사업협동조합이 출범해서, 오늘의 파주출판도시(Paju Book City)를 건설해내는 작은 출판사들의 ‘더불어 함께’ 연대하는 운동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출판과 출판문화란 사실은 당초부터 작은 존재들의 연대와 연합에 의해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열화당 이기웅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일련의 선두그룹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더 구체적으로 진전될 수 있었다는 것도 명기되어야 합니다.


  파주출판도시에 참여하는 출판사・출판인들은 다양한 담론과 학습여행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1990년대 초에 치러진 한 심포지엄에서 말했습니다. 한국사회의 산업화를 성취해내는 데는 1960년대의 울산공업단지 건설과 1970년대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가장 상징적인 프로젝트라면, 1990년대의 파주출판도시 건설작업은 한국의 정신사・문화사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파주출판도시의 제1단계 작업을 끝내고 입주한 것이 12년째를 맞고 있는 현재, 편집자를 비롯해서 8,000여 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영상・영화사가 참여하는 제2단계가 완성되면 2만 명 정도의 지식・문화 인력이 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생산 사이즈가 대기업에 비하면 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책과 출판의 기능과 의미란 그 사이즈로 논할 바가 아닐 터입니다.




②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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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에서 『한국의 지를 읽다』 관련 기사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한·일 지식인 140명이 쓴 ‘한국의 지적 세계’(한겨레, 2014. 2. 20.)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25129.html

 

친구야, 한·일 지성의 만화경 우리 손으로 펼쳐보자(중앙일보, 2013. 6. 14.)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1799787&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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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사 / 한길아트2013.09.11 11:59

장자와 위기의 강 건너기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책『장자』

 

 


『장자』가 출간되던 날

 

‘인문고전 깊이읽기’ 『논어』에 이어 『정약용』을 읽었다. 나는 ‘인문고전 깊이읽기’ 시리즈에 푹 빠졌다. 한의학을 하다보니 서양철학보다는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아 언제 또 신간이 나오나 기다리던 차에 『장자』가 나온 것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책이 ‘출간’되었음을 알았고, 한의원을 마치고 책방한길로 달려갔다. 내가 참가하는 독서토론모임 ‘시나브로book’ 회원들의 책까지 모두 여덟 권을 샀다. 책을 펼쳐보니 『동의보감』과 『장자』의 구성이 비슷한 데 놀랐다. 『동의보감』은 「내경편」「외형편」「잡병편」「탕액편」「침구편」으로 되어 있는데, 『장자』도 「내편」「외편」「잡편」으로 구성된 것이다. 역시 사람의 몸을 고치는 건 『동의보감』,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건 『장자』일까?

 




 

마음이 위기인 시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는 주제의식이 책 전체를 감아 돈다. 그렇듯 이 책의 “우리는 마음이 위기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첫 문장은 책장을 덮을 때까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나는 이 책을 ‘내 마음의 위기’를 위로하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다.

 


 

자기 자신의 길을 가라

 

“자기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라 보지 않고 상대방의 관점에 휘둘려 보거나,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 자연스럽게 만족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 사로잡혀 만족하는 사람은 남의 만족에 만족할 뿐 자기 자신의 진정한 만족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남의 길을 따라갈 뿐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하는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변무편」, 59쪽)

 

다섯 살 된 아이의 엄마라 아이 교육 욕심이 자주 일어난다. ‘누구 집 아이가 한글을 다 읽는다’는 이야기가 들릴라치면 우리 아이는 어쩌나 하는 불안이 생기고 며칠간은 이 아이를 어찌 가르칠까? 그 고민만 머리에 있다. 문제의 발단은 비교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럴 때면 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비교하지 마.”

그러나 그렇게 살기가 어디 쉬운가? 비교의 교육관으로 내 아이를 밀어 넣고 기르려고 한 내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면서 보였다. 그럼 이 속박에서 나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얼까? 어머니 말씀이 정답일까? 그때 ‘무한’이라는 단어를 만났다.

 

“극도로 큰 세계와 극도로 작은 세계는 모두 무한하다……. 따라서 자기의 지금이 다른 존재보다 조금 크다고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고 남들보다 작다고 불만을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67쪽)

 

그렇다. 극도로 더 큰 세계와 극도로 작은 세계를 생각하기. 이것이 내가 찾은 해답이다.

 

 

 

탁부득이(託不得已)

 

아이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마음이 푸근해진 이날, 남편이 회사 회식으로 새벽에 들어 왔다. 술에 취해 하는 잠꼬대로 나도 잠을 못 이루고 그도 악몽을 꾸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잠꼬대로 회사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듯했다. 목숨 바쳐 일하는 것이 직장인의 올바른 의무처럼 여겨지는 것이 당연한 대한민국이다보니, 직장인들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인정을 못 받기 일쑤다. 그러고도 남편이 아침 여섯 시가 되자 어김없이 일어나 출근하는 걸 보니 가장의 무거운 어깨가 느껴졌다. 바로 그날 이 대목을 읽었다.

 

“탁부득이(託不得已)란 일을 할 때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하듯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상세계로 인한 고통을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부득이’한 마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잘 지켜야만 한다.”(98~99쪽)

 

“충성심을 가지고 간언을 해도 듣지 않는다면 그냥 뒤로 물러나 하자는 대로 따를 뿐 싸우지 말라.”(「지락」, 101쪽)

 

회사에 목숨 바쳐 일하다가 명예퇴직이라도 하고 나면 허탈함에 우울증에 빠지는 중년이 많다. 남편에게 『장자』의 이 대목을 보여주며 회사일보다 당신의 삶을 먼저 온전하게 지키라고 이야기했다.

 

 

 

유학과 장자, 결코 편치 않은 관계

 

한의대를 다니며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원문으로 본 적은 있지만 『장자』는 처음 접했다. 공자가 살았던 곡부도 다녀오고 주자 유적도 답사했기에, 본문에서 장자가 공자의 말을 비꼬는 부분을 접할 땐 사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때로는 공자의 말에 동조하고 때로는 맞서는 『장자』를 자꾸 읽다보니, 그 속에 숨어 있는 위트와 가르침이 보였다.

 

“옛사람의 흔적을 구하지 말고 옛사람이 추구했던 것을 찾아라.”(291쪽)

 

마쓰오 바쇼의 말처럼 장자 그가 추구했던 바를 찾아야 한다. 편견 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 지은이 양승권 선생님은 이렇게 썼다.

 

“장자를 위대한 동양의 철인 혹은 성인이라는 테두리에 가두어놓지 말고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만 많은 아저씨 정도로 생각해보자. ……장자를 접근하기 어려운 철학자로 바라보지 말고 마음의 안정과 정신적 평화를 불러오게 하는 아주 뛰어난 인생 상담가로 만나보자.”(47쪽)

 

책으로 인생 상담가 장자를 만나보았다. 이제는 저자 양승권 선생님을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침 파주북소리 행사에 양승권 선생님의 강의가 있다고 한다. 9월 28일(토) 오후 4시, 우리 ‘시나브로book’ 회원들과 전원 참석하기로 했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인문고전 깊이읽기 - 장자] 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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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사 / 한길아트2013.09.10 10:32

책은 생명

우수 도서들의 아름다운 책들의 향연



책은 생명입니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담아내서, 다시 그 생각과 행동을 키워내는 한 권의 책이야말로 살아 있는 생명일 것입니다. 36년간 살아있는 생명, 한 권의 책을 위해 걸어온 저희 한길사에서 출간된 책들이 수많은 상들과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는데요. 2011-2013 지난 3년간의 수상 도서들을 간단한 소개해 드릴게요. 



2013 수상내역


책표지 

책제목 

지은이 

책소개 

수상내역 

 

 근대영국헌정

 이태숙 지음

 서양사학자 이태숙 교수가 쓴 영국헌정에 관한 논문 10편을 모았다. 이 책은 성문헌법이 없는 영국의 헌법과 헌정정신을 다양한 각도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료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에우데모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  송유레 옮김

 『에우데모스 윤리학』은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함께 전승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저술로, 오랫동안 진작 논란이 있어왔으나 현재 진작으로 인정받는 추세이다.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와는 달리 하나의 일관된 행복관을 개진하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정약용

 함규진 지음 

 "참된 선비의 학문은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 일(治國安民), 오랑캐의 침입을 물리치는 일, 나라 살림을 넉넉하게 하는 일, 백성이 문무에 능하도록 교육하는 일 등이 두루 해당된다. 어찌 고문(古文) 구절을 따서 글이나 짓고, 벌레나 물고기 이름에 주석이나 달고, 소매 넓은 옷을 떨쳐입고서 예모만을 익히는 것이겠는가?"

 2013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묵경1, 2

 묵자 지음 | 

 염정삼 옮김

 무릇 변론하는 것(辯)은 그것으로 시비(是非)의 구분을 분명하게 하고, 치란(治亂)의 요체(紀)를 살피고, 동이(同異)의 이름붙이는 일(處)을 분명하게 하며, 명실(名實)의 이치를 살펴서, 이해(利害)에 대처하게 하고 혐의(嫌疑)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자기에게 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있지 않은 것이 아니니, 자기에게 없는 것으로 남에게 구할 수는 없다.●묵자,「소취」에서

 201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행위와 사건

 도널드 데이빗슨 

 지음 | 배식한 옮김

 인간의 움직임 모두가 행동은 아니다. 이 방에 있는 우리 모두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시간당 약 1,100킬로미터씩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행동에 관한 사실이 아니다. 행동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리가 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어쨌든 행동이 있는 곳에는 의도가 관련된다. 

 201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지식의 현장  

 담론의 풍경

 나종석 외 지음 

 잡지는 현대 인문학자들의 중요한 실험이자 실천이었다. 그것은 인문학자들의 국적이나 대학, 분과를 넘어선 새로운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한 논의의 장이었으며, 제도권 학문 장의 변화를 추동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보여주듯이 인문학자들은 사회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학술운동의 장을 형성하여 부당한 현실을 변혁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개혁적·진보적 운동과 연대하였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무알라까트

 이므룰 까이스 

 외 6명 지음 | 

 김능우 옮김

 자힐리야 시대의 이므룰 까이스, 따라파 이븐 알압드 등 7명의 우수한 시인들이 남긴 7편의 시를 수록한 『무알라까트』는 이슬람이라는 유일신 종교를 알기 이전 아랍 유목민의 거칠면서도 순수한 삶의 열정을 닮고 있어 세계의 문학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다. 이슬람 이전 시대에 발달한 아랍 정형시의 전형을 보여주며, 다신교 시대 아랍인의 원시적 생명력이 가득한 독특한 인생관과 삶의 다양한 양상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201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2012 수상내역


 책표지

책제목 

지은이 

책소개 

수상내역 



 한국의 샤머니즘 

 과 분석심리학 

 이부영 지음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의 수련을 시작한 이래 내가 줄곧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샤머니즘에 대한 글을 한 곳에 모아 현재의 시점에서 정리하고 이를 보다 넓은 독자들에게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샤머니즘에 대한 나의 문화정신의학적․분석심리학적 연구를 총체적으로 마무리 짓는 작업이기도 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타키투스의 역사

 타키투스 지음 | 

 김경현 외 1명 옮김

 타키투스(Publius Cornelius Tacitus, 55년경~117년경)는 고대 로마의 역사가이자 웅변가, 정치가다. 그는 역사에 대한 예리한 정치적 분석을 제공할 수 있는 심오한 사상을 지닌 위대한 역사가였다. 『타키투스의 역사』는 로마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고 한편으로는 역동적이었던 내전의 아픔을 그만의 거침없는 필체로 그려낸 역작이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일제초기 

 조선의 농업

 허수열 지음 

 이 책이 1910년 부근의 조선의 농업을 주제로 삼고 있는 까닭은 식민지근대화론의 바닥 인식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허구에 가득 찬 것임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실증적 연구를 통해 식민지근대화론의 양 날개 즉, 조선후기 위기론과 일제시대 개발론을 모두 비판하려고 한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존재와 공간

 강학순 지음

 인간의 인간다움은 그가 속한 사방세계와의 친밀한 네트워크 공간 속에 거주함이다. 이 연대의 공간에서 삼라만상의 존재자들은 비로소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난다. 이것은 존재의 일의성과 형상의 다양성의‘존재론적 연동운동’이며, 개체의 자발적 연주와 공동체의 참여로 이루어지는‘존재론적 합주’이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그녀들은 자유로

 운 영혼을 

 사랑했다

 열린문학연구회 지음

 사포(Sappho), 황진이(黃眞伊), 조르주 상드(George Sand), 조지 엘리엇(George Eliot),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나혜석(羅蕙錫), 딩링(丁玲),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루이제 린저(Ruise Linser), 샤오홍(蕭紅),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에 이르기까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삶을 개척한 동서양의 여성 작가들의 삶은 ‘위대한 여성’이라기보다는 ‘열정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2012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빠니니 읽기

 강성용 지음

 ‘빠니니문법’이란 고대 인도의 문법학자 ‘빠니니’(Pāṇini)가 쓴 것으로 알려진 <아스타댜이>(Aṣṭādhyāyī)가 제시하는 인도 고전쌍쓰끄릳의 문법의 서술체계를 가리킨다. <아스타댜이>는 ‘8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의미하며, 약 4000개의 간략한 쑤뜨라(sūtra, 經)로 이루어진 문법텍스트이다. 이 텍스트는 메타언어와 인공언어적인 도구를 체계적이면서도 일관되게 사용하여, 짧은 텍스트 속에서도 고전쌍쓰끄릳의 음운론과 형태론적인 기술을 거의 완벽하게 담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아렌트

 홍원표 지음

 “인간이 행위 능력을 부여받은 존재라는 사실과 정치문제는 자유문제를 언급할 때 항상 우리 정신에 나타나야 한다. 인간적 삶의 모든 능력과 가능성 가운데 행위와 정치는 적어도 자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채 생각할 수도 없었던 유일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존재이유는 자유이고, 자유를 경험하는 장이 행위다.” ●아렌트 

 2012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J. A. 슘페터 지음 |

 변상진 옮김

 미국의 이론경제학자 슘페터가 자본주의․사회주의의 본질과 그 전망을 조망한 책. 슘페터는 20세기 전반의 세계적인 이론경제학자이다. 경제․사회 전반의 문제를 40여 년에 걸쳐 사색한 그의 결정체가 이 책이다. 여기서 그는 마르크스 이론의 비판 및 자본주의의 운명, 민주주의 여러 모순들을 순수경제학의 범주를 넘어서 정치․사회적인 입장에서 광범위하고도 깊은 통찰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페미니즘과 

 지리학

 질리언 로즈 지음 |

 정현주 옮김

 영국의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질리언 로즈가 1993년에 발표한 이 책은 페미니즘 이론과 비판을 통해 주류 지리학에 내포된 남성중심성을 파헤치고, 지적 능력을 갖추고 고유의 지리를 알고 있는 존재로서의 여성을 중심에 놓는 대안적인 지리학을 모색한다. 이 책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남성중심적 권위를 통해 세워진 근대적 지식과 학문 관행을 비판하고 성찰하는 하나의 인식론적 도구로서 페미니즘을 주창한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장가르 1

 칼미크-오이라드 

 민중 외 1명 지음 |

 유원수 옮김

 칼미크-오이라드 민중의 영웅서사시. 『게세르』 『몽골비사』와 더불어 몽골 3대 문학으로 꼽히며, 『마나스』 『게세르』와 함께 중앙아시아의 3대 영웅서사시 중 하나로 전해온다. 구비문학·영웅서사문학·민족문학으로서 중요하며, 형식과 내용면에서 우리 문학과 비교되기도 한다. 몽골인들의 생생한 삶, 그들의 생각과 꿈을 담아내는 문학적 기법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2012 APPA 출판상 학술부문 금상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지식의 형태와 

 사회 1, 2

 막스 셸러 지음 | 

 이을상 외 1명 옮김

 하층계급은 언제나 과거의 역사를 탄핵하고 비난하는 경향을 띤다. 왜냐하면 역사야말로 그들을 지금 위치에 처하게 해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상층계급은 특히 그 정점에서 방금 말한 것과는 정반대되는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즉 그들은 감사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과거를 조망하기 때문에, 결코 인류역사가 유죄인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는 불안으로 가득 찬 시선을 보낸다. ●막스 셸러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2011 수상내역


책표지 

책제목 

지은이 

책 소개 

수상내역 

 






 검은 역사 

 하얀 이론

 이경원 지음 

 결국 탈식민주의가 서구의 문화적 헤게모니에 공모하느냐 대항하느냐의 문제는 탈식민주의를 실천하는 주체의 ‘위치’로 귀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제3세계 탈식민주의와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이 이념적·이론적 토대와 정치적 효과에서 중첩되는 부분만큼 상충하는 부분도 많이 때문이다. 범박하게 말하면, 둘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하나는 피해자의 저항이고 다른 하나는 가해자의 반성이라는 데 있다. 

 2011 제4회 우호인문학상


 제국과 

 민족국가 

 사이에서

 이석구 지음

 사실 어떠한 민족도 그 문화가 홀로, 독자적으로 형성되거나 성장하는 경우는 없다. 외래문화와의 충돌·반발·제휴·차용 등의 과정이 반드시 민족문화의 형성과 발달에 개입하는 것이다. 그러니 민족문화는 국지적인(국내) 차원에서 일어나는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만큼이나 국제적 차원, 즉 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달리 풀이하면 민족문화는 민족적 씨줄과 초민족적 날줄이 함께 엮어내는 옷감이라고 할 수 있다. 씨줄과 날줄이 조화롭게 섞여서 무늬를 함께 만들 때 아름다운 옷이 짜여지듯, 민족국가가 그의 합법성을 질문하거나 동질성을 교란하는 초민족적 사유에 의해 끊임없이 도전받고, 그래서 이에 대한 응전과 자기 교정의 과정을 겪을 때만이 그 민족은 역사의 장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2011 영어영문학 학술상

 

 작곡가

 이건용 

 현대음악강의

 이건용 지음

 『작곡가 이건용의 현대음악강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작곡과 교수 이건용이 현대음악에 대한 그의 오랜 고민과 음악적․교육적 경험을 담은 음악 교양서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모차르트(1756∼91)부터 펜데레츠키(1933∼ )까지 약 180년간의 음악사를 현대음악의 거장들과 그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음악의 형성원리와 그것에 영향을 미친 시대를 다룬다.

 2011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라틴현대미술
 저항을 그리다

 유화열 지음

 서양미술의 시각에서 라틴아메리카 미술을 바라보면 안타깝게도 온통 식민지의 그림자로 드리워져 ‘주류 대 비주류’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어떤 약점을 잡고 사람을 대하면 영원히 그 사람의 가치를 볼 수 없는 눈뜬장님과 같은 이치다. 라틴아메리카 미술은 서양미술에서 말하는 것처럼 비주류 식민지미술이 아니다. 그들의 미술에 대해 치명적 약점이라 여겨왔던 것은 혼종성인데, 20세기 초반에 들어서 혼종성은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적인 샘물로 바뀌었다. 즉 그들은 애초부터 순수하다거나, 완전한 창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으며,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이접(移接)이라는 방법을 활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쿠바의 비평가 모스케라가 “라틴아메리카 미술이란 다른 것들 사이에서 재창조하는 창작”이라고 말한 것은 너무나 정확한 표현이다.

 2011년 5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이달의 읽을 만한 책

 

 희망

 리영희 외 1명 지음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을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할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영원히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발전, 사회의 진보는 있을 수 없다.”●리영희, 「우상과 이성」 중에서

 2011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서양고대미학사

 강의

 김율 지음

 “고대미학의 성립과 전개 과정은 근거 물음과 본질 물음의 통일이라는 서양철학의 근본적 사유 문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름답게 나타나는 사물들의 현상에 대한 직접적 경험을 어떤 원인의 효과로서 이해하고, 그 원인을 개념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고대미학의 본령本領이었다. 미학이 철학이라는 말은 미학의 바로 이러한 태생적 신원을 가리키는 것이다. 플라톤 이래로 역사적 미학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주도적 지위를 상실한 적은 없으며, 이 주도적 물음의 ‘철학적’ 의미가 탈각된 적도 없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로마에서 

 말하다

 시오노 나나미 외 1명  지음 | 김난주 옮김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지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자식들과 별 부담 없이 대화만 나누어도 절로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이에요. 

 2011년 1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중국사유

 마르셀 그라네 지음 |

 유병태 옮김

 중국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지켜주는 원천은 다른 어떤 곳에 기반한다. 극동국가들이 중국문명에서 차용하고 보지하려던 것은 삶에 대한 조예, 즉 지혜였다. 중국이 정신적 권위를 확립한 시기는 하나의 제국으로 통합되어 영향력을 원격화하면서부터다.

 2011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

 동아시아출판인회의 

 기획 지음 | 

 이강범 외 1명 옮김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일찍이 동아시아에 존재했던 서적의 공유ㆍ교류의 관계를 “동아시아 독서공동체”라 이름 붙였으며, 이러한 “동아시아 독서공동체”를 현대에 재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의를 거듭하는 가운데 각 지역의 출판인으로부터 “동아시아에서 공유해야 할 인문서 100권”을 선정하고, 선정된 책의 상호 번역을 촉진하자는 과제가 제출되었다. 동아시아의 편집자·출판인으로서 타국ㆍ타 지역의 독서인이 어떤 책을 읽어 주길 바라는지, 어떤 책이 반드시 전해져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 왔는지를 서로에게 추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하는 것이다.

 2011 APPA 출판상 일반부문 금상

 


 정신 자아 사회

 조지 허버트 미드 지음 

 | 나은영 옮김 

 자아들은 다른 자아들과의 분명한 관련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자아와 타인들의 자아 사이에 확고한 선이 그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의 자아가 존재해 우리 경험 속으로 들어올 때만 우리 자신의 자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기가 속한 사회적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의 자아와 관련해서만 자아를 소유한다. 그리고 개인 자아의 구조는 마치 이 사회적 집단에 속하는 모든 다른 개인의 자아 구조가 그러하듯이 자기가 속한 사회적 집단의 일반적인 행동 양상을 표현하거나 반영한다. 

 2011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숭고와 미의 

 근원을 찾아서

 에드먼드 버크 지음 | 

 김혜련 옮김

 아름다운 것은 매끄럽고 부드럽다. 숭고한 대상은 크고 거칠고 조야한 반면, 미는 직선을 거부하고 모르는 사이에 직선을 비껴간다. 많은 경우에, 위대한 것은 직선을 좋아하고, 직선에서 일탈할 때는 급작스러운 일탈을 보여준다. 미는 불투명하지 않다. 그러나 위대한 것은 어둡고 불투명해야 한다. 미는 밝고 섬세한 반면, 위대한 것은 단단하고 무겁기까지 하다. 

 2011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곽준혁 지음

 지금 우리는 가치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맹목적인 현실주의의 밀물 속에 살고 있다. 경험적이고 역사적인 분석보다 자신들의 이념적 편견을 앞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일상이 지적 무관심을 부채질한다. 이견을 가진 상대방의 의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비관계적 무관심을 관계적 가치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전환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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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사 / 한길아트2013.08.30 11:17

'인문고전 깊이 읽기' 14번째 책

『장자-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


 

편집자 JE가 한길사에 들어온 지 어언 1년하고도 4개월이 흘러갑니다. 입사 첫날, JE는 S차장님께 한 뭉치의 원고를 받았습니다. 원고 검토를 해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찾아보라는 것이었지요. 첫날이라 군기가 바짝 들어 있던 저는 원고를 파헤칠 기세로 달려들어 그날 오후 5시 헉헉거리며 녹초가 되어 원고검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때의 첫인상은 아 어렵다. 하지만 우화들이 너무 재미있다. 알고 싶다.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혹여 입사취소라도 될까 걱정되어 없는 흠을 만들어서라도 원고의 보완점을 만들어내야만 했지요. 그렇게 짜내어 보완점을 찾고 관련된 서적을 읽어가며 오매불망하던, 그래서 제 첫 책이 될 줄로만 알았던 그 원고는, 저자 양승권 선생님의 열정으로 완성도 높은 보완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됩니다. 


이리하여 오랜 산고 끝에 새롭게 태어난 이 책, 

인문고전 깊이읽기시리즈의 14번째 책, 『장자-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입니다.

 

 

                                     따끈한 『장자를 놓고 설정샷.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면 더 좋았겠지요.

 

 

때문에 저도 이 책에 대한 애착이 남다릅니다. 노장 사상이라는 것에 대해 좀 무기력하고 은둔하려고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말끔히 씻어준 책이기도 합니다. 

 

 

장자에 대한 책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또 생각보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지요. 아마 원전이나 해설서를 읽어본 적이 없더라도 호접지몽’(胡蝶之夢)이나 ‘소요유’(逍遙遊) 우화를 들어보지 않은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지금도 웹툰에서, 드라마에서, 소설에서 영화에서 수도 없이 패러디되고, 누구나 알아듣는 대중적인 우화죠.

 

 

                    절 버리고 가버린(?) 새신랑 병헌오빠의 영화달콤한 인생에도  

                    ‘호접지몽’ 모티프가 병헌오빠의 내레이션으로 등장합니다. 단언컨대 『장자는 가장 완벽한 콘텐츠네요.

[출처-영화 '달콤한 인생']

 

 

“옛날에 장주(莊周)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적이 있었는데, 너풀너풀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스스로 즐거워했지만, 자기가 장주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문득 잠을 깨 보니, 틀림없는 장주 자신이었다. 장주가 꿈에서 나비가 되어 있었던가? 나비가 꿈에서 장주가 되어 있었던가? 알 수가 없다. 장주와 나비는 반드시 구별이 있다. 이것을 물화(物化: 만물의 변화)라고 한다.” (「제물론ㆍ6」, 본문 132쪽)

 

 

이렇게 장자는 우리 모두가 아주 친근하게 접하는 사상가입니다. 특히 동화 같은 우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는 것은『장자라는 텍스트가 가진 큰 장점이자, 끊임없이 재생산될 수 있게 하는 현대적인 해석의 가능성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책 전체를 읽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희 인문고전 깊이읽기 시리즈가 있는 거죠. 하하하~

 

 

한길사 편집부 서가에 꽂혀 있는 인문고전 깊이읽기 14형제. 

첫째 『맹자부터 막내 『장자까지 한눈에 보이네요. 형제는 계속 늘어납니다.^^;;;

 

 

얼핏 과격하고, 뜬구름처럼 느껴지고, 기존 질서를 부정하니 위험하게 느껴지던 장자의 사상은 뜻밖에도 그런 외적인 것들과 상관 없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현실, 비정한 세상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내가 지금 그대로 완전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아야, 그 위에서 진정한 긍정이 꽃핀다는 거지요. 또한 이 저것을 세속적으로 분별하려 하지 않고, 그 분별 때문에 고통받지 않고, 더 큰 관점에서 전체를 바라보아 마음에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편집하면서 이 부분을 읽고 표현할 능력은 없으나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장자가 살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 중기는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대였다고 해요. 비참하고 피폐한 현실 속에서 장자는 어떻게 하면 개인이 스스로를 위험으로부터 잘 지켜낼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했고, 괴로운 현실 속에서 어떤 때는 과격하게 현실을 부정하고, 기존 질서를 전복시키길 원하면서도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장자의 모습이 학업과 취업, 결혼, 육아 등으로 삶의 무게에 지친 우리 시대의 평범한 청년들과 닮지 않았나요? 남과의 비교, 조금이라도 높은 연봉, 사람답게 살기 위해 무한한 경쟁 속에 뛰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어쩌면 장자가 살던 전국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라 보지 않고 상대방의 관점에 휘둘려 보거나,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 자연스럽게 만족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 사로잡혀 만족하는 사람은, 남의 만족에 만족할 뿐 자기 자신의 진정한 만족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남의 길을 따라갈 뿐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하는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변무ㆍ5」, 본문 59쪽)

 

  

제가 성형하지 않아도 눈꼽이 껴 있어도 예쁘다고 말해주는 남자가 절 진짜 사랑하는 남자이듯, 지금 그대로 불완전한 채로 충분하다고, 저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법을 배웁니다. 오늘의 나를 긍정하게 만드는 장자, 그리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떠먹여주는 저자 양승권 선생의 해설. 『장자-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를 편집자로서 감히 추천합니다. 이제 제가 편집하면서 보도자료에 써먹으려고 적어둔 메모로 마무리를 할까요.

 

 

 

장자는 현실을 억지로 긍정하는 대신, 냉혹하고 비정함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더 큰 자연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아웅다웅하는 인간 세상을 뛰어넘는 더 넓은 시야 속에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기를 우리에게 권한다.

 

 

by 편집자 JE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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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