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 한길아트2013.09.10 10:32

책은 생명

우수 도서들의 아름다운 책들의 향연



책은 생명입니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담아내서, 다시 그 생각과 행동을 키워내는 한 권의 책이야말로 살아 있는 생명일 것입니다. 36년간 살아있는 생명, 한 권의 책을 위해 걸어온 저희 한길사에서 출간된 책들이 수많은 상들과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는데요. 2011-2013 지난 3년간의 수상 도서들을 간단한 소개해 드릴게요. 



2013 수상내역


책표지 

책제목 

지은이 

책소개 

수상내역 

 

 근대영국헌정

 이태숙 지음

 서양사학자 이태숙 교수가 쓴 영국헌정에 관한 논문 10편을 모았다. 이 책은 성문헌법이 없는 영국의 헌법과 헌정정신을 다양한 각도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료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에우데모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  송유레 옮김

 『에우데모스 윤리학』은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함께 전승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저술로, 오랫동안 진작 논란이 있어왔으나 현재 진작으로 인정받는 추세이다.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와는 달리 하나의 일관된 행복관을 개진하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정약용

 함규진 지음 

 "참된 선비의 학문은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 일(治國安民), 오랑캐의 침입을 물리치는 일, 나라 살림을 넉넉하게 하는 일, 백성이 문무에 능하도록 교육하는 일 등이 두루 해당된다. 어찌 고문(古文) 구절을 따서 글이나 짓고, 벌레나 물고기 이름에 주석이나 달고, 소매 넓은 옷을 떨쳐입고서 예모만을 익히는 것이겠는가?"

 2013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묵경1, 2

 묵자 지음 | 

 염정삼 옮김

 무릇 변론하는 것(辯)은 그것으로 시비(是非)의 구분을 분명하게 하고, 치란(治亂)의 요체(紀)를 살피고, 동이(同異)의 이름붙이는 일(處)을 분명하게 하며, 명실(名實)의 이치를 살펴서, 이해(利害)에 대처하게 하고 혐의(嫌疑)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자기에게 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있지 않은 것이 아니니, 자기에게 없는 것으로 남에게 구할 수는 없다.●묵자,「소취」에서

 201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행위와 사건

 도널드 데이빗슨 

 지음 | 배식한 옮김

 인간의 움직임 모두가 행동은 아니다. 이 방에 있는 우리 모두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시간당 약 1,100킬로미터씩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행동에 관한 사실이 아니다. 행동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리가 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어쨌든 행동이 있는 곳에는 의도가 관련된다. 

 201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지식의 현장  

 담론의 풍경

 나종석 외 지음 

 잡지는 현대 인문학자들의 중요한 실험이자 실천이었다. 그것은 인문학자들의 국적이나 대학, 분과를 넘어선 새로운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한 논의의 장이었으며, 제도권 학문 장의 변화를 추동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보여주듯이 인문학자들은 사회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학술운동의 장을 형성하여 부당한 현실을 변혁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개혁적·진보적 운동과 연대하였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무알라까트

 이므룰 까이스 

 외 6명 지음 | 

 김능우 옮김

 자힐리야 시대의 이므룰 까이스, 따라파 이븐 알압드 등 7명의 우수한 시인들이 남긴 7편의 시를 수록한 『무알라까트』는 이슬람이라는 유일신 종교를 알기 이전 아랍 유목민의 거칠면서도 순수한 삶의 열정을 닮고 있어 세계의 문학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다. 이슬람 이전 시대에 발달한 아랍 정형시의 전형을 보여주며, 다신교 시대 아랍인의 원시적 생명력이 가득한 독특한 인생관과 삶의 다양한 양상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201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2012 수상내역


 책표지

책제목 

지은이 

책소개 

수상내역 



 한국의 샤머니즘 

 과 분석심리학 

 이부영 지음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의 수련을 시작한 이래 내가 줄곧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샤머니즘에 대한 글을 한 곳에 모아 현재의 시점에서 정리하고 이를 보다 넓은 독자들에게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샤머니즘에 대한 나의 문화정신의학적․분석심리학적 연구를 총체적으로 마무리 짓는 작업이기도 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타키투스의 역사

 타키투스 지음 | 

 김경현 외 1명 옮김

 타키투스(Publius Cornelius Tacitus, 55년경~117년경)는 고대 로마의 역사가이자 웅변가, 정치가다. 그는 역사에 대한 예리한 정치적 분석을 제공할 수 있는 심오한 사상을 지닌 위대한 역사가였다. 『타키투스의 역사』는 로마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고 한편으로는 역동적이었던 내전의 아픔을 그만의 거침없는 필체로 그려낸 역작이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일제초기 

 조선의 농업

 허수열 지음 

 이 책이 1910년 부근의 조선의 농업을 주제로 삼고 있는 까닭은 식민지근대화론의 바닥 인식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허구에 가득 찬 것임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실증적 연구를 통해 식민지근대화론의 양 날개 즉, 조선후기 위기론과 일제시대 개발론을 모두 비판하려고 한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존재와 공간

 강학순 지음

 인간의 인간다움은 그가 속한 사방세계와의 친밀한 네트워크 공간 속에 거주함이다. 이 연대의 공간에서 삼라만상의 존재자들은 비로소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난다. 이것은 존재의 일의성과 형상의 다양성의‘존재론적 연동운동’이며, 개체의 자발적 연주와 공동체의 참여로 이루어지는‘존재론적 합주’이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그녀들은 자유로

 운 영혼을 

 사랑했다

 열린문학연구회 지음

 사포(Sappho), 황진이(黃眞伊), 조르주 상드(George Sand), 조지 엘리엇(George Eliot),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나혜석(羅蕙錫), 딩링(丁玲),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루이제 린저(Ruise Linser), 샤오홍(蕭紅),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에 이르기까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삶을 개척한 동서양의 여성 작가들의 삶은 ‘위대한 여성’이라기보다는 ‘열정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2012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빠니니 읽기

 강성용 지음

 ‘빠니니문법’이란 고대 인도의 문법학자 ‘빠니니’(Pāṇini)가 쓴 것으로 알려진 <아스타댜이>(Aṣṭādhyāyī)가 제시하는 인도 고전쌍쓰끄릳의 문법의 서술체계를 가리킨다. <아스타댜이>는 ‘8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의미하며, 약 4000개의 간략한 쑤뜨라(sūtra, 經)로 이루어진 문법텍스트이다. 이 텍스트는 메타언어와 인공언어적인 도구를 체계적이면서도 일관되게 사용하여, 짧은 텍스트 속에서도 고전쌍쓰끄릳의 음운론과 형태론적인 기술을 거의 완벽하게 담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아렌트

 홍원표 지음

 “인간이 행위 능력을 부여받은 존재라는 사실과 정치문제는 자유문제를 언급할 때 항상 우리 정신에 나타나야 한다. 인간적 삶의 모든 능력과 가능성 가운데 행위와 정치는 적어도 자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채 생각할 수도 없었던 유일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존재이유는 자유이고, 자유를 경험하는 장이 행위다.” ●아렌트 

 2012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J. A. 슘페터 지음 |

 변상진 옮김

 미국의 이론경제학자 슘페터가 자본주의․사회주의의 본질과 그 전망을 조망한 책. 슘페터는 20세기 전반의 세계적인 이론경제학자이다. 경제․사회 전반의 문제를 40여 년에 걸쳐 사색한 그의 결정체가 이 책이다. 여기서 그는 마르크스 이론의 비판 및 자본주의의 운명, 민주주의 여러 모순들을 순수경제학의 범주를 넘어서 정치․사회적인 입장에서 광범위하고도 깊은 통찰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페미니즘과 

 지리학

 질리언 로즈 지음 |

 정현주 옮김

 영국의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질리언 로즈가 1993년에 발표한 이 책은 페미니즘 이론과 비판을 통해 주류 지리학에 내포된 남성중심성을 파헤치고, 지적 능력을 갖추고 고유의 지리를 알고 있는 존재로서의 여성을 중심에 놓는 대안적인 지리학을 모색한다. 이 책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남성중심적 권위를 통해 세워진 근대적 지식과 학문 관행을 비판하고 성찰하는 하나의 인식론적 도구로서 페미니즘을 주창한다.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장가르 1

 칼미크-오이라드 

 민중 외 1명 지음 |

 유원수 옮김

 칼미크-오이라드 민중의 영웅서사시. 『게세르』 『몽골비사』와 더불어 몽골 3대 문학으로 꼽히며, 『마나스』 『게세르』와 함께 중앙아시아의 3대 영웅서사시 중 하나로 전해온다. 구비문학·영웅서사문학·민족문학으로서 중요하며, 형식과 내용면에서 우리 문학과 비교되기도 한다. 몽골인들의 생생한 삶, 그들의 생각과 꿈을 담아내는 문학적 기법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2012 APPA 출판상 학술부문 금상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지식의 형태와 

 사회 1, 2

 막스 셸러 지음 | 

 이을상 외 1명 옮김

 하층계급은 언제나 과거의 역사를 탄핵하고 비난하는 경향을 띤다. 왜냐하면 역사야말로 그들을 지금 위치에 처하게 해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상층계급은 특히 그 정점에서 방금 말한 것과는 정반대되는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즉 그들은 감사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과거를 조망하기 때문에, 결코 인류역사가 유죄인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는 불안으로 가득 찬 시선을 보낸다. ●막스 셸러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2011 수상내역


책표지 

책제목 

지은이 

책 소개 

수상내역 

 






 검은 역사 

 하얀 이론

 이경원 지음 

 결국 탈식민주의가 서구의 문화적 헤게모니에 공모하느냐 대항하느냐의 문제는 탈식민주의를 실천하는 주체의 ‘위치’로 귀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제3세계 탈식민주의와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이 이념적·이론적 토대와 정치적 효과에서 중첩되는 부분만큼 상충하는 부분도 많이 때문이다. 범박하게 말하면, 둘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하나는 피해자의 저항이고 다른 하나는 가해자의 반성이라는 데 있다. 

 2011 제4회 우호인문학상


 제국과 

 민족국가 

 사이에서

 이석구 지음

 사실 어떠한 민족도 그 문화가 홀로, 독자적으로 형성되거나 성장하는 경우는 없다. 외래문화와의 충돌·반발·제휴·차용 등의 과정이 반드시 민족문화의 형성과 발달에 개입하는 것이다. 그러니 민족문화는 국지적인(국내) 차원에서 일어나는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만큼이나 국제적 차원, 즉 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달리 풀이하면 민족문화는 민족적 씨줄과 초민족적 날줄이 함께 엮어내는 옷감이라고 할 수 있다. 씨줄과 날줄이 조화롭게 섞여서 무늬를 함께 만들 때 아름다운 옷이 짜여지듯, 민족국가가 그의 합법성을 질문하거나 동질성을 교란하는 초민족적 사유에 의해 끊임없이 도전받고, 그래서 이에 대한 응전과 자기 교정의 과정을 겪을 때만이 그 민족은 역사의 장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2011 영어영문학 학술상

 

 작곡가

 이건용 

 현대음악강의

 이건용 지음

 『작곡가 이건용의 현대음악강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작곡과 교수 이건용이 현대음악에 대한 그의 오랜 고민과 음악적․교육적 경험을 담은 음악 교양서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모차르트(1756∼91)부터 펜데레츠키(1933∼ )까지 약 180년간의 음악사를 현대음악의 거장들과 그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음악의 형성원리와 그것에 영향을 미친 시대를 다룬다.

 2011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라틴현대미술
 저항을 그리다

 유화열 지음

 서양미술의 시각에서 라틴아메리카 미술을 바라보면 안타깝게도 온통 식민지의 그림자로 드리워져 ‘주류 대 비주류’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어떤 약점을 잡고 사람을 대하면 영원히 그 사람의 가치를 볼 수 없는 눈뜬장님과 같은 이치다. 라틴아메리카 미술은 서양미술에서 말하는 것처럼 비주류 식민지미술이 아니다. 그들의 미술에 대해 치명적 약점이라 여겨왔던 것은 혼종성인데, 20세기 초반에 들어서 혼종성은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적인 샘물로 바뀌었다. 즉 그들은 애초부터 순수하다거나, 완전한 창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으며,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이접(移接)이라는 방법을 활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쿠바의 비평가 모스케라가 “라틴아메리카 미술이란 다른 것들 사이에서 재창조하는 창작”이라고 말한 것은 너무나 정확한 표현이다.

 2011년 5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이달의 읽을 만한 책

 

 희망

 리영희 외 1명 지음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을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할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영원히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발전, 사회의 진보는 있을 수 없다.”●리영희, 「우상과 이성」 중에서

 2011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서양고대미학사

 강의

 김율 지음

 “고대미학의 성립과 전개 과정은 근거 물음과 본질 물음의 통일이라는 서양철학의 근본적 사유 문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름답게 나타나는 사물들의 현상에 대한 직접적 경험을 어떤 원인의 효과로서 이해하고, 그 원인을 개념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고대미학의 본령本領이었다. 미학이 철학이라는 말은 미학의 바로 이러한 태생적 신원을 가리키는 것이다. 플라톤 이래로 역사적 미학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주도적 지위를 상실한 적은 없으며, 이 주도적 물음의 ‘철학적’ 의미가 탈각된 적도 없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로마에서 

 말하다

 시오노 나나미 외 1명  지음 | 김난주 옮김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지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자식들과 별 부담 없이 대화만 나누어도 절로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이에요. 

 2011년 1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중국사유

 마르셀 그라네 지음 |

 유병태 옮김

 중국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지켜주는 원천은 다른 어떤 곳에 기반한다. 극동국가들이 중국문명에서 차용하고 보지하려던 것은 삶에 대한 조예, 즉 지혜였다. 중국이 정신적 권위를 확립한 시기는 하나의 제국으로 통합되어 영향력을 원격화하면서부터다.

 2011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

 동아시아출판인회의 

 기획 지음 | 

 이강범 외 1명 옮김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일찍이 동아시아에 존재했던 서적의 공유ㆍ교류의 관계를 “동아시아 독서공동체”라 이름 붙였으며, 이러한 “동아시아 독서공동체”를 현대에 재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의를 거듭하는 가운데 각 지역의 출판인으로부터 “동아시아에서 공유해야 할 인문서 100권”을 선정하고, 선정된 책의 상호 번역을 촉진하자는 과제가 제출되었다. 동아시아의 편집자·출판인으로서 타국ㆍ타 지역의 독서인이 어떤 책을 읽어 주길 바라는지, 어떤 책이 반드시 전해져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 왔는지를 서로에게 추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하는 것이다.

 2011 APPA 출판상 일반부문 금상

 


 정신 자아 사회

 조지 허버트 미드 지음 

 | 나은영 옮김 

 자아들은 다른 자아들과의 분명한 관련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자아와 타인들의 자아 사이에 확고한 선이 그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의 자아가 존재해 우리 경험 속으로 들어올 때만 우리 자신의 자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기가 속한 사회적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의 자아와 관련해서만 자아를 소유한다. 그리고 개인 자아의 구조는 마치 이 사회적 집단에 속하는 모든 다른 개인의 자아 구조가 그러하듯이 자기가 속한 사회적 집단의 일반적인 행동 양상을 표현하거나 반영한다. 

 2011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숭고와 미의 

 근원을 찾아서

 에드먼드 버크 지음 | 

 김혜련 옮김

 아름다운 것은 매끄럽고 부드럽다. 숭고한 대상은 크고 거칠고 조야한 반면, 미는 직선을 거부하고 모르는 사이에 직선을 비껴간다. 많은 경우에, 위대한 것은 직선을 좋아하고, 직선에서 일탈할 때는 급작스러운 일탈을 보여준다. 미는 불투명하지 않다. 그러나 위대한 것은 어둡고 불투명해야 한다. 미는 밝고 섬세한 반면, 위대한 것은 단단하고 무겁기까지 하다. 

 2011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곽준혁 지음

 지금 우리는 가치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맹목적인 현실주의의 밀물 속에 살고 있다. 경험적이고 역사적인 분석보다 자신들의 이념적 편견을 앞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일상이 지적 무관심을 부채질한다. 이견을 가진 상대방의 의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비관계적 무관심을 관계적 가치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전환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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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다반사2013.08.21 09:19


'진심어린 나눔' 

조선의 큰어머니, 장계향



『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한길사│2013) 저자 정동주 선생님의 강연회가 있는 날, 섭씨 33도를 오르내리던 날씨 탓에 기운이 쏙 빠져있었다. 강연회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건 더치커피 시음 행사! 저온에서 한 방울 씩 8시간동안 내려 얻어진 더치커피의 맛을 혹자는 “인내 뒤에 찾아오는 씁쓸함”이라고도 했다는데... 커피 자체의 쓴 맛이 크게 달라질 리가 있겠느냐만, 더운 여름 시원한 더치커피 한 잔은 정말 달콤했다. 주최측의 센스에 감사를!






강연회에 초대받기 전까지 장계향이란 인물을 잘 몰랐다. 인터넷으로 뒤져서 고작 찾은 것이 '음식디미방'의 저자라는 것. 하지만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정동주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17세기에 지어진 이 책이 양반가의 146가지 음식을 한글 궁체로 기록한 중요하고도 유일한 기록이라는 점이다.


평소 음식과 요리라고 하면 또래들 사이에서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만들고 먹고 안다고 자부해왔던 터라 '음식디미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에 적잖이 흥분됐다. 과연 146가지 음식들 뒤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그런데 정동주 선생님이 처음 꺼낸 얘기는 “17세기 시대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음식 얘기는 않고 웬 시대적 의미?’ 


중화가 지배해왔던 명이 망하고 오랑캐가 세운 청이 들어서면서 조선 선비들의 지향점이 사라진 혼란한 시대. 여러 차례의 외침을 겪으면서, 특히 정묘년과 병자년의 호란을 겪으면서 중화가 무너진 것을 실감한 선비들이 ‘집단 허무주의’에 빠졌던 시대. 우리 스스로 우리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새로운 인문주의가 일었던 시대. 그 시대가 17세기다. '음식디미방'을 쓰게 된 배경을 모르고선 이를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정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이때부터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인문학 이야기가 펼쳐졌다.


'음식디미방'의 “디미”란 한자로 지미(知味) 즉, ‘맛을 안다’는 뜻이다. 이는 중용에 나오는 말이자 중국 정치 철학의 서두에 위치하는 중요한 개념이라고 한다. 맛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재료가 필요하다. 한 가지 재료로 요리를 하면 그 맛을 느끼기는 하겠지만 제대로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재료가 섞인다면 상대적으로 맛이 더 잘 느껴질 것이다. 여러 가지 재료가 섞여 있다면, 각각 재료의 맛이 느껴지면서 재료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각각의 재료가 어떻게 어울려야 맛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개개인의 참여로 이뤄지는 정치적 결정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조화로운 상태인 직접민주주의의 이상향과도 연결된다는 게 정 선생님의 설명. 


나는 당장 비빔밥과 탕평채를 떠올렸다. 밥만 먹을 때보다 나물과 고추장, 참기름이 적절히 들어갔을 때 더 맛있어지는 비빔밥. 그제서야 '음식디미방'이 단순한 ‘요리비법서’가 아니라는 걸 알았고 이 책과 장계향을 이해하려면 시대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계향의 아버지는 퇴계의 심학을 이어받은 경당 장흥효라는 분이었고, 그의 시댁은 학문과 덕이 높은 영남의 부호 재령 이씨 가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장계향은 유교의 기본 덕목인 ‘수신(修身)’과 ‘애민(愛民)’을 배웠고, 시댁에 와서는 본격적으로 이를 실천할 수 있게 됐다. 


장계향은 외침으로 피폐해진 땅에서 굶는 이가 없도록 베풀었고, 빈부격차와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질투심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나랏님도 못하는 가난 구제’인데, 그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하지만 장계향은 자신의 자식들에게까지 재산 분배의 원칙과 나눔의 철학을 가르쳐 지역 백성들을 구제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조선의 큰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다.






여성 대통령이 나왔고 여성의 리더십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장계향이 앞서 간 ‘철저한 수신과 애민을 통한 나눔의 리더십’이야 말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가 중요하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강연회에서 들은 한 마디를 전한다. 


“진심어린 나눔은 정신을 키우고 몸을 향기롭게 한다.” 





*이 글은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저자와의 만남 강연 후기 이벤트 참가작 중 문소라 님의 <'진심어린 나눔' 조선의 대모, 장계향>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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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 한길아트2013.08.16 14:18


파노프스키의 논문 10편으로 알아보는

'예술작품 속 형식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나?'



EBS <다큐 프라임>에서 예전에 흥미로운 다큐멘터리가 방영됐었습니다. 제목은 '동과 서'.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를 다룬 것으로 우리 일상 속의 행동 하나 하나를 사례로 들어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점을 설명했습니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큰 차이점이 있다니 싶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습니다. 


동양에서는 그림 구도를 넓게 잡아 화가가 마치 하늘에서 보는 것 같은 그림을 그리는 반면, 서양에서는 화가가 장면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이는 대상 중심으로 생각하는 동양과 관찰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서양의 차이점 때문입니다. 우리가 간과했던 예술작품에 숨겨져 있는 이런 형식적인 부분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지적 유희를 돕기 위해 20세기를 대표하는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시각예술의 의미』(한길사│2013)를 소개합니다. 



『20세기 중국미술사』(한길사2013) 726p,『명화로 읽는 성서』(한길아트2000) 78p




주 논문과 본론을 포함해 이 책에 실린 총 10편의 논문 중에는 개론적인 미술이론의 성격을 띄는 것도 있고 아주 특정한 관심영역을 다룬 것도 있습니다. 각 논문에 얹힌 시간의 역사 또한 고대에서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1950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물론  각 논문이 발표된 시기 또한 다릅니다. 다시 말해 각 논문은 작성 시점의 시대 상황, 파노프스키가 행한 미술사 연구의 이론적인 궤적과 문맥에 따라 읽는 것이 좋습니다.






논문들 사이에서 미술사적인 중요성의 경중을 가린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글에는 20세기 최고의 미술사학자로 불리는 파노프스키의 미술과 미술사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점이 진중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파노프스키가 인간 세계의 구조를 밝히는 데 도입한 의미와 구조의 방법은 더욱 그 연구의 이론적 의의와 가치를 발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논문

「도상학과 도상해석학」(1955)

이 논문은 파노프스키의 ‘방법’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문제제기를 일으킨 글입니다다.  ‘르네상스 미술에 관한 서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글에서 파노프스키의 ‘방법’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에 맞게 구상된 것입니다. 즉 ‘인간’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점과, 그러한 인간 개념이 생산한 미술에 기반을 둡니다. 따라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이 미술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규범적인 중심성에 의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양식사의 반영인 인체비례론사」(1921)

파노프스키가 객관적 비례와 기술적 비례를 구별하면서 인간 측정의 이론을 추구하는 데에는 비례의 문제가 시각의 변화와 연관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자리합니다. 우리 몸의 움직임은 움직이는 부분과 다른 부분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데 이집트인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예술 의욕은 변화 가능한 것이 아닌 지속적인 것을 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집트 미술에서 조각상은 인간 존재의 기능이 아닌 형식을 재생산했습니다. 그리고 미술가는 그러한 형식을 재구성할 수 있게 측정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예술 의욕은 객관적 비례를 자유롭게 변화하게 하고, 미술가와 감상자의 시각에 조각상이 더욱 조화롭게 재생산되도록 해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집트 미술과 달리 그리스 미술에 이르러서는 기술적 비례와 객관적 비례의 상응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 것입니다.


「조르조 바사리의 『리브로』 첫 페이지」(1930)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입장에서 판단한 고딕 양식 연구’란 부제가 붙은 이 논문은  파노프스키가 미술사학이라는 학제와 르네상스 미술 용어들 사이의 결정적인 관계성을 세운 글로서 의의가 큽니다.「바사리」 텍스트는 상대적으로 파노프스키 초기의 연구물 가운데 하나로, 자신의 미술사학의 미래 발전을 위한 명제적 방향을 함의합니다. 즉 파노프스키의 미술사학은 방법과 규준에 대한 질문에 힘 있게 답하기 위해 재현의 차원과 심미적 차원에서의 해결을 지향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스스로의 대상들을 위한 자기 명증을 상상합니다. 이는 해석을 위한 유효함 또는 해석에 대한 요구라는 제1의 문제를 숨깁니다. 그렇게 파노프스키는 우리에게 ‘의미’의 역사 전체에 어떻게 하나의 대상이 삽입되는지, 의미의 역사를 어떻게 하나의 대상을 통해 바라보아야 하는지 말해줍니다.



에르빈 파노프스키(1892~1968)는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나 뮌헨 대학 ·베를린 대학 ·프라이부르크 대학 등에서 미술사를 배운 20세기 최고의 미술사학자입니다. 처음에는 양식(樣式) 연구에서 출발하였으나, 후에는 도상학에 대하여 도상해석학을 제창하고 그 방법론을 확립하였으며, 고대에서 근세에 걸치는 다양한 저작과 논문을 남긴 20세기 최고의 미술사학자입니다. 그림을 보고 느끼는대로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파노프스키의 뛰어난 논문을 모아놓은 『시각예술의 의미』를 읽고 가끔은 그림을 '알고'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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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 한길아트2013.08.14 14:17



전통차의 가치,

『차와 차살림』으로 살펴보자



"무슨 차 좋아하세요?"라는 질문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당신의 대답은 커피, 녹차, 홍차 등 다양할 텐데요. 제가 해외에서 지내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하루에 백번 이상 했던 말이 “Would you like tea or coffee?"였습니다. 보통 tea 하면 English breakfast tea나 허브 종류의 차였고 영어의 차(tea)에는 커피가 포함되지 않더라고요. 영어의 tea와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차는 다른 것일까요? 그 궁금증에 지식검색을 해보니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네요.






차나무의 어린잎을 따서 만든 음료. 우리나라에서는 곡류로 만든 율무차·옥수수 차, 여러 식물의 잎으로 만든 두충차·감잎차 등, 과실류로 만든 유자차·모과차, 꽃이나 뿌리·껍질 등으로 만든 국화차·인삼차·귤피차, 약재로 만든 쌍화차 등과 같이 기호 음료 전체를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의 차란 차나무의 잎을 의미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율무차·인삼차 등은 탕(湯)에 속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 백과] 차[茶]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中



명확하게 말하면 차는 차나무의 잎을 가공하여 음료화 시킨 것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볼 때는 마실 수 있는 모든 음료를 차라 할 수 있지만, 차나무 잎이 없으면 차라 부를 수 없네요. 중국에서 시작된 차 문화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신라본기 흥덕왕 3년(828년)에 중국에서 차가 전래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차는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에 이르러 성하였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차를 마시는 습관과 문화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성행하였다고 하니 그 역사가 만만치 않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이고 전통적인 차 문화, 차도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차 문화에 관한 모든 것. 바로 여기 있습니다. 지난 5월 출간된 정동주 선생님의 『차와 차살림』인데요. 30여 년 간 저자가 걸어온 차에 관한 모든 여정이 담긴 『차와 차살림』은 한국의 차와 찻그릇, 차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차(茶), 군대 없이 상대를 정복할 수 있는 정신 전쟁의 무기


정동주 선생님은 수십 년 동안 차문화를 연구하고 발굴해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해오면서, 한국 차문화와 그 역사가 똑바로 자리를 잡지 못해 마음 쓰린 지경에 처해온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대사관의 문화원이 주관하는 차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리는데, 대체로 중국차·일본차·한국차를 동시에 비교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많다고 합니다. 세 나라의 차인들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차회를 진행하고 문답 시간을 가질 때면, 주로 한국 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한국 차법은 중국과 일본 두 나라 차법과 매우 닮았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한국 차로 볼 수 있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시드니, 런던, 파리, 뉴욕 등지에서 모두 비슷한 질문을 받곤 했는데요. 행사 주관자가 중국과 일본의 대사관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단순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한국대사관에서는 이와 같은 행사를 주관한 일조차 없었습니다. 정동주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실상 차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호음료 ‘차’는 기원 이전부터 인류의 생활 속에 등장했습니다. 고대인들에게 차는 생존에 꼭 필요한 약으로 쓰였고, 더 폭넓게는 신에게 바치는 제사음식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중국 차문화가 전해진 6세기 이후로 차는 신라, 고려, 조선시대 중반 이전 상류층 사람들의 기호음료가 되었고요. 중국에서 수입한 차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차를 두루 마셨습니다. 중국 차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한국 차문화에는 매우 상징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손님을 편안하게 모시는 겸손 위에 차살림을 펼치는 행위가 그렇습니다. 좋은 차를 지성으로 달여 권하는 일을 통해 겸손의 덕을 기르고, 고마움, 공경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차를 내는 사람은 위압적이거나 상대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정치·경제·사회의 위대한 지도자는 물론 문학과 예술에서도 불멸의 작품을 남긴 이들이 대부분 차에서 큰 힘과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고려시대에는 ‘중형주대의’(重刑奏對儀)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는 신하가 중죄를 범해 사형이나 이에 준하는 엄한 판결을 받게 되었을 때 왕이 사헌부 관리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형벌 정도를 토론한 제도입니다. 판결이 엄정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 이때 차는 냉철한 이성과 편향되지 않은 견해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겨졌습니다. 조선 중엽 사헌부의 ‘차시’(茶時)는 감찰들이 사헌부와 같이 감독하고 검열하는 관청에 모였다가 파하는 것으로, 이는 차를 마시고 파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록을 통해 차를 마시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 업무의 연장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업무를 보기에 앞서 정신을 맑게 가다듬고 공정한 판단과 엄정한 일처리를 위해서 차를 마신 것입니다. 


명분과 체통을 목숨같이 여겼던 조선시대에 관료들이 차와 함께 정신을 다스려 소통하는 자리는 또 있었습니다. ‘사다’(賜茶), ‘사좌(賜座)의 예(禮)’도 정치적 소통 방법으로서 차가 훌륭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임금과 신하가 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여러 문제나 정치적 사안 또는 개인적 소견을 말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동다(東茶)와 차살림, 동다문화론으로 차문화의 독립을 외쳐오다


정동주 선생님은 1966년 처음 차를 마셔본 이래 47년째 차와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1980년에 처음 차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고, 중국차의 약효와 품격, 일본차의 멋과 맛에 비교해 한국차만의 특성을 밝히고 그 독자성을 구체화시키는 데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숱한 곡절 끝에 1990년 무렵에 반 발효차의 약효와 차의 품격에 대해 안정된 확신을 얻었고, 중국과 일본의 오랜 차문화를 바탕으로 볼 때 여기에 견주기 위해서는 한국 차문화에만 사용하는 찻그릇과 차 마시는 법도까지 분명히 갖춰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를 쉬지 않은 저자는 도예가들과 긴 세월 토론을 거쳐 동다완(東茶碗)이라 불리는 우리만의 찻그릇 형태를 연구하고 만들어냈습니다. 고된 연구 끝에 동다완은 이제 안정된 형태와 빛깔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데요. 우리 차법을 정립하는 데도 여러 해가 걸렸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차문화와 함께 놓고 볼 때 한국 차문화에 잘못 배어든 것, 즉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고 또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 것입니다.


선생님은 한국의 차문화가 중국과 일본의 ‘茶道’가 아니라 혹여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는지, 독자성을 평가할 만한 유산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오랜 시간 추적해오셨습니다. 유장하고 도도한 중국과 일본 ‘茶道’ 역사에 가려 아예 잊혀졌거나 희미하게 흐려진 한국 차문화의 원형이 없는지 찾아 헤맸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토종 인문학이라 할 ‘동다문화학’을 창안하셨습니다. 지난 50여 년 동안 ‘다도’와 ‘행다’ 행위를 한국 차문화의 정체성인 것처럼 일컫고 가르쳐온 데 대한 뼈아픈 반성이고, 이를 견디고 이겨내면서 매진한 연구였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조선 막사발과 이도다완』 (정동주 지음 | 2012 | 한길아트)


『조선 막사발과 이도다완』은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조선 막사발의 역사를 추적해가는 가슴 뭉클한 드라마입니다. 우리 사기장과 유물을 마구잡이로 유출한 일본의 수탈 아래 막사발 역시 여느 도자기처럼 가슴 아프게 정체성을 잃었습니다. 저자 정동주 선생님은 막사발의 비밀을 추적하다가 결국 일본의 국보 ‘기자에몬이도’가 되어 대접 받는 조선 막사발을 대면했을 때 ‘차라리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시원한 저 마당에 내던져 깨뜨려 버리고 싶었다.’고 그 통한을 표현했습니다. 


정동주 선생님은 막사발은 만다라의 법에 따라 제작된 불교미술품이라고 말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그리운 스승, 위대한 스승 석가모니의 마음에 닿고자 하는 불멸의 존경심이 빚어낸 작품인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오랜 시간 막사발의 근원을 찾아다니며 조심스럽게 이도다완의 비밀을 파헤친 흔적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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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캠핑장에서 

자연에서 놀자! 어떻게?『스틱 북』으로!



인간에 대한 정의는 참 많습니다. 교과서에서 많이 본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사람), 호모 파베르(도구를 사용하는 사람)같은 정의뿐 아니라 현대인을 설명하는 호모 모빌리쿠스(휴대전화를 생활화하는 사람) 같은 재미있는 정의도 있습니다. 그중 오늘 소개해드릴 책과 딱 맞는 정의가 있습니다. 바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는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고안해낸 개념인데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놀이, 즉 유희가 인간의 아주 중요한 특성 중 하나라고 본 것입니다.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장난감을 갖고 논 흔적이 발견된다고 하니 '노는 것'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본능에 가까운 것 아닐까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노는 걸 좋아하지만 노는 것에도 급이 있습니다. 특히 어릴 때 잘 놀아야 어른이 되어도 잘 놀 수 있겠죠?

 

오늘 소개해드릴 『스틱 북』(조 스코필드 · 피오나 댕크스 지음 · 서남희 옮김 | 소년한길 | 2013)은 아이와 자연에서 '제대로'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요새는 가족과 캠핑도 많이 떠나죠? 아이와 캠핑을 떠나 자연 속에서 마음껏 노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니 캠핑을 좋아하는 부모님들께서도 주목해주세요~




 

『스틱 북』을 읽으며 어린 시절 산과 들에서 신 나게 뛰어놀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스틱 북』이 얼마나 자연에서 제대로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인지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려줄까'를 고민하는 저에게 동료가 말했습니다. "『스틱 북』의 놀이 방법대로 직접 만들어 보면 어때요? " 


'그래! 직접 만들면 되는걸!' 눈을 반짝이며 당장 실행에 옮겼습니다. 『스틱 북』에서 봤던 것들을 생각하며 주변의 자연물들을 마음껏 이용해 보기로 했어요!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피고 궁리하게 됩니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 한길책방 근처를 돌며 떨어진 나뭇잎과 마른 가지들을 모으다 보니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네요. 자, 이제 팔을 걷어붙이고 작업에 나서봅니다. 오늘 만들어 볼 것은 『스틱 북』 58페이지에 소개된 '액자'입니다. '나뭇가지만으로 액자를 어떻게 만들지?'라고 의문스러워 하시는 분은 『스틱 북』만 믿고 따라오세요. 


 

 

나뭇가지로 틀을 만들고 강아지풀 줄기로 틀을 엮은 후, 예쁜 꽃들과 나뭇잎으로 장식을 합니다. 만들기 전 ‘풀이나 테이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정말 자연에서 얻는 재료들만 가지고도 이렇게 뚝딱 만들어지네요. 친환경적인 놀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더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스틱 북』들고 아이와 함께 자연에서 액자 만들기

   Step 1. 적당한 길이의 나뭇가지 4개를 풀 줄기 등으로 단단히 묶어 틀을 만든다.

               (굵기와 길이가 적당한 나뭇가지가 없어서 전 얇은 나뭇가지를 여러 개 겹쳤습니다. 응용의 힘!)


   Step 2. 만들어진 틀을 강아지풀, 열매, 깃털, 꽃 등 다양한 자연 재료로 장식한다. 

                (이번 단계에서 아이들이 상상력과 예술 감각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겠죠?)


   Step 3. 완성된 틀에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 집이나 방 등에 장식한다.



 

짜잔~ 귀여운 상상력과 약간의 손재주로 뚝딱 만들어낸 첫 번째 작품입니다. 어떠세요? 참 귀엽죠? 아이들의 모험을 도와줄 나뭇가지들. 우리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만으로도 뭐든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 시작이 어렵다면 일단 『스틱 북』과 함께 해 보세요. 가족들과 함께 산에서 바다에서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는 ‘나뭇가지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 70가지’가 『스틱 북』안에 가득합니다. 

 



 

 


*『스틱 북』2탄!『와일드 웨더 북』

비가 주룩주룩 오고 눈이 펑펑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제대로' 노는 법을 알려주는 『와일드 웨더 북』이 소년한길에서 곧 나올 예정입니다. 『스틱 북』의 2탄이랄까요? 장마철에도 바깥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지 궁금하시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와일드 웨더 북』 비 스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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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다반사2013.08.09 14:32


장계향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강연회


지난 8월 7일 저녁, 홍대역 근처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의 저자 정동주 선생님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나눔과 사랑으로 세상을 치유한 조선의 위대한 여성 ‘장계향’. 배운 것을 바르게 행하고 가진 것을 널리 베풀며 참다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살다간 여중군자의 모습으로 물질이 넘치는 시대 오히려 빈곤해지는 오늘날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34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40여명의 독자들이 함께했던 강연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강연장이 채 세팅이 되기 전인 시작 30분 전부터 독자분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특별한 분들도 함께 했습니다. 바로 이번 강연회에 커피를 협찬해주신 MANUFACT(매뉴팩트)입니다. MANUFACT는 아프리카에서 직접 생두를 구매해 로스팅 후 양질의 커피를 도매로 납품하는 곳인데요. 장계향의 ‘나눔’에 큰 감동을 받아 이번 강연에 후원을 해주시기로 하셨답니다. 커피의 향기와 정동주 선생님이 전하는 장계향의 ‘나눔’ 향기가 함께해 시작 전부터 특별한 시간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부(富)의 크기와 나눔의 크기는 비례할까요?, 매뉴팩트 이야기 바로가기



약 330여년 전에 타계한 장계향은 조선의 한 여성이자, 한 남성의 아내였고, 열 명의 자식을 둔 어머니였습니다. 그녀는 평생토록 어려운 세상과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교훈과 감동 그리고 삶의 철학자로 살았습니다. 80여년의 생애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교훈적 흔적들은 매우 많지만,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안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

두 번째. 떳떳한 소유(所有)

세 번째. 나눔의 힘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정동주 선생님은 이 세가지 중심으로 2시간 동안 열혈 강의를 하셨는데요. 성인의 삶을 목표로 삼고 수신(修身)과 애민(愛民)으로 바른 소유의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진정한 삶이란 세상과 함께 사는 것”이라며 “나누는 것은 좋고, 옳은 일이다. 이를 배우지 않으려는 것을 걱정해야 하고, 잘 배운다면 이보다 더 잘사는 길은 따로 있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동주 선생님은 “살림이 줄어드는 걱정보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참고 견디는 마음의 인(仁 )을 죽이지 않고 길러서 다시 일어서도록 해주는 것이 가지고 배운 자의 도리”임을 말씀하셨는데요. 가진 자의 도덕적 사명이랄까요? 가진 자와 배운 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지금 시대에 다시 반문하게 됩니다. 






이번 강연에 함께한 문소라(33, 방송작가) 독자는 “조선시대 사극 부분을 써보고 싶어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데 장계향이란 분이 우리나라 17세기 정치사적인 부분에 차지한 위치가 굉장히 의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특히 저자이신 정동주 선생님, 정말 명강의였다. 유학과 유교의 본질에서부터 우리 조선의 변화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설명이 아주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셨습니다. 또 “지금 우리 시대가 여성적인 리더십을 많이 원하는 시대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장계향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시사점이 큰 것 같다.”며 “앞으로 책을 통해 연구 많이 해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한 사람 노력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하지만, 장계향을 알고 난 지금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나와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나눔에 대한 나의 작은 움직임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변화된 세상은 그가 감내한 고통과 이루려고 노력했던 꿈과 비례하고, 그가 가졌던 사랑의 크기와 깊이에 비례합니다. 사는 것이 오직 사람을 사랑하는데로 향하고, 많은 것을 가지는 것보다 내 몫이 얼마나 공평하고 떳떳한것인지를 스스로에게 준엄하게 따져 볼 수 있는 삶. 세상과 함께 살기위해 노력하고 자연을 스승으로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성인(聖人)의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강연이 끝난 후에도 나눔과 실천의 삶을 위해 스스로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길사에서 주최하는 특별한 여운을 주는 강연과 저자와의 만남은 올해 연말까지 계속됩니다. 다음 9월의 강연이 벌써 기대되지 않으세요? 좋은 프로그램으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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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 한길아트2013.08.02 11:55


부(富)의 크기와 나눔의 크기는 비례할까요?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적당히.”

“적당히가 얼만큼인데?”

“남한테 손 안 벌리고 쓰면서, 어려운 사람들도 좀 도와줄 수 있을 정도?”


이것은 그동안 제가 생각해온 ‘행복’ 안에서 부(富)의 크기였습니다. 하지만 얼마의 돈이 있어야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지, 돈이 없으면 어려운 사람을 돕지 않을 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나눔에 대해 참 어리석으면서도 모호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길사 편집부 김지연입니다. 지난 7월 24일,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 저자 강연회에 오실 독자분들께 나눠드릴 음료 협찬을 위해 연희동에 위치한 ‘MANUFACT(매뉴팩트)'를 찾았습니다. 



라틴어로 manus는 '손'을 뜻하고, 영어로 손의 어원이 manu. Fact는 제조, 제작의 어근을 가지는데요, "손으로 만들어내다" 라는 이름 그대로 가게 인테리어는 모두 사장님의 손을 거쳐 완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손으로 향기로운 커피까지 만들어내시겠죠? 멋진 가게 이름이었습니다.




이곳은 아프리카에서 생두를 들여와 직접 로스팅 후 도매로 납품하는 곳입니다. 내부에 테이블이 있어서 카페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국내에 질 좋은 커피를 대중화시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바리스타 형과 동생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픈한 지 4~5개월 정도밖에 안됐는데 벌써 입소문을 듣고 커피 맛을 보기 위해 찾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네요~^^



▲작은 공간이지만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곳입니다. 고 퀄리티의 커피 가격이 너무 착하죠?




매뉴팩트에서는 고급 커피의 대중화라는 목적에 걸맞게 아프리카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뉴팩트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사장님의 앞으로 계획은 현재 수입되고 있는 아프리카 커피를 직접무역(direct trade) 방식으로 전환하여 경영인이 아닌 현지 수확자들에게 이윤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커피 수출로 생활기반을 삼아 살아가는 현지의 수확자들은 정작 우리가 마시는 것과 같은 커피 맛을 모른다고 합니다. 상품성 있는 커피는 수출로 나가야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직접 딴 생두의 맛을 즐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죠. 


상품가치가 없는 가장 낮은 품질의 커피를 먹을 수 있는데, 그런 커피는 설탕을 타지 않고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다고 하네요. 아프리카의 현실을 안 두 분 사장님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그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하십니다. 단순히 옷이나 신발을 보내고 돈을 기부하는 일회성 나눔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를 발전시켜 스스로 고기 잡는 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부탁에도 늘 웃으시고, 좋은 자리까지 마련해주신 고마운 인연 네오프린텍 김영범 과장님. 저는 이 날 훈훈한 교회오빠 인상의 사장님으로부터 ‘케냐AA' 커피를 대접받았습니다. ’케냐AA'는 케냐의 최고 프리미엄 커피랍니다. 신 맛이 느껴지는 독특한 향기를 머금은 커피였습니다. 그동안 먹어왔던 커피와는 차원이 달랐다고나 할까요.... ^^;




매뉴팩트 사장님은 크리스챤이라고 하시네요. 저는 특정 종교를 믿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종교인이든 이렇게 좋은 뜻을 품고 있다면 그만큼 세상이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참 신기한 일은, 매뉴팩트의 특별함이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와 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7세기 조선 사회에서 성리학을 배워 지식인으로서 아는 것과 실천의 차이를 고민했고, 많은 재산이 있었지만 언제나 정당하고 떳떳한 소유를 추구했으며, 욕망을 버리고 함께 나누는 삶을 택했던 장계향. 저는 아마도 그날 매뉴팩트에서 장계향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나눔은 어떤가요? 이제와 돌이켜보니 저는, 내가 가진 것과 가져야할 것을 포기하지 않고 남을 돕는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구 인구의 단 2%가 세계 부의 50%를, 그리고 단 1%가 40%를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저녁 식탁은 호화로운 접시와 음식들로 반짝이겠지만, 아직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공존할 수 있는 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잠시나마 저를 돌아봅니다.


            




8월7일 수요일,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저자 정동주 선생님의 강연회에 오시는 모든 분들게 매뉴팩트에서 더치커피를 나눠주신다고 합니다. 차갑게 또는 뜨겁게(라떼까지 가능합니다.^^) ‘신의 눈물’이라 불리는 더치커피의 향기도 느껴보시고 정동주 선생님께서 전하시는 장계향의 ‘나눔’의 향기도 느껴보심이 어떨까요. 한 여름 밤,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저자 정동주 선생님의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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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추천 도서!

손 씻기 귀찮아요!』노랑발 쇠백로 가족



영유아·어린이 우수도서 선정 기관인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에서 2013년 여름방학 추천도서(▶바로가기)를 발표했습니다. 소년한길의 『노랑발 쇠백로 가족』(황헌만 글·사진 | 2012)과 토마토하우스의 『손 씻기 귀찮아요!』 (완야 올텐 글·마누엘라 올텐 그림·조국현 옮김 | 2012)가 초등 1, 2학년 추천도서에 이름을 올렸네요. 짝짝짝.^^ 


그럼 여름방학 추천도서에 선정된『노랑발 쇠백로 가족』과 『손 씻기 귀찮아요!』를 살펴보러 함께 가실까요?

 

 


 

 

 

 

 


 

엄마는 왜 자꾸 손을 씻으라고 하는 거죠? 『손 씻기 귀찮아요!』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손을 씻으라고 잔소리해요.

물놀이를 한 다음이나 

토끼를 만지고 나서도 손을 씻어야 해요.

밥 먹기 전에도 꼬박꼬박 손을 씻어야 하고요.

왜 손을 씻어야 하는 거죠?

내 손은 깨끗한데 말이에요!

 



 

손 씻기가 너무너무 귀찮은 아이들의 속마음! 『손 씻기 귀찮아요!』는 어린이들의 이러한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풀어가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품는 불만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드러내 공감과 재미를 전합니다. 

 

 

*완야 올텐 & 마누엘라 올텐

  

글쓴이 완야 올텐은디자이너이자 음악가, 작곡가로 어린이들을 위한 수많은 음악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린이 마누엘라 올텐은『진짜 사나이』로 올덴부르크청소년도서상을 수상했고, 독일청소년문학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지은 책으로『진짜 사나이』『우리는 친구』 등이 있고,『99센티미터 한스』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자라면서 많은 것을 익히고 배워 나갑니다. 밥 먹을 때,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왜 손을 씻어야 하는 걸까? 그냥 손이 더러워졌을 때 씻으면 되지 않을까? 사실 놀이터에서 흙장난으로 손이 더러워져도 치마에 쓱쓱 닦으면 다시 깨끗해지고 겉보기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물놀이 후에도 손을 씻으라는 엄마의 잔소리입니다. 엄마는 손을 잘 씻지 않으면 병에 걸려 아프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누워 있느니 지금 씻는 편이 나을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손 씻기 싫어하는 마음을 실감나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어린이들이 상상할 법한 세균의 모습을 재치 있으면서 생동감 넘치게 그려냄으로써 친근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존재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고, 손 씻는 습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손 씻기 귀찮아 하던 우리 어린이들~ 이제 손은 깨끗이 씻겠죠? ^^




 

사진으로 만든 동화 『노랑발 쇠백로 가족』


생생한 사진과 따뜻한 이야기로 우리 생태의 참모습을 알려온 황헌만 작가의 「어린이를 위한 사진 동화 시리즈」 10번째 이야기, 『노랑발 쇠백로 가족』. 사진 동화 시리즈는 일상 속에서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요즘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을 들려주기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야생 동식물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포착하기 위해서 황헌만 작가는 사계절 내내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사진들이 담고 있는 내용을 동화 형식으로 풀어내 아이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동식물들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림이 하던 역할을 사진이 대신하기에 이야기가 더욱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다가오겠죠?  


 

 

 

*쇠백로

황새목 왜가릿과에 속하는 동물이에요. 다른 백로에 비해 몸집이 비교적 작은 편이지요. 흰 몸에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인데, 발가락이 노랗고 뒷머리에 두 가닥의 길고 흰 장식깃이 자라는 것이 특징이에요. 논이나 못, 강 하구에서 무리 생활을 하며 물고기, 개구리, 뱀, 새우, 가재 등을 잡아먹어요.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에 산답니다.

 


 『노랑발 쇠백로 가족』에서는 쇠백로들이 가정을 꾸리고, 새끼를 낳고, 봄, 여름, 가을 세 철을 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이 생생한 사진과 따뜻한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손도손 사랑을 키워 나가던 쇠백로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장면, 갓 태어난 쇠백로 새끼들의 모습, 이들에게 홀로서기를 가르치는 쇠백로 부부의 모습까지, 참으로 희귀한 장면들을 담아낸 특별한 사진들이 유독 돋보입니다.


 




모내기를 하는 농부 아저씨 옆에서 노랑발 쇠백로 두 마리가 태연하게 고기를 잡으며 즐겁게 노닙니다. 짝짓기를 할 때가 되자 둘은 숲 속에 둥지를 짓습니다. 사랑에 빠진 노랑발 쇠백로의 얼굴과 발이 신기하게도 진한 분홍빛으로 바뀝니다. 부부가 된 노랑발 쇠백로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고 엄마 아빠가 잡아오는 먹이를 먹으며 쑥쑥 자라납니다. 


어느덧 성장한 새끼 쇠백로들이 둥지를 떠나 각자의 길을 갑니다. 막내 쇠백로는 처음엔 방황하지만 스스로 고기 잡는 법과 남을 배려하고 어울려 사는 법을 익히며 홀로서기를 시작합니다. 언젠간 막내 쇠백로도 자기만의 가족이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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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

『중국인 이야기』함께 읽고 페이스북에서 소통한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랠프 월도 에머슨(1803~82)은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끈이다’라고 했습니다. 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게 되죠.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보이지 않는 연대와 공유의 힘을 느낀 적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여기, 개인적인 독서가 그 어떤 모임보다 친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페이스북 그룹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입니다. 한길사에서 출판된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은 한 독자(차현인, 여의도 백상치과 원장)의 관심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현재 860여명의 회원들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에, 깊이 있게 읽는 습관까지


처음에는 『중국인 이야기』 책 이야기로 시작된 것들이 지금은 책 뿐 아니라 중국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한시(漢詩), 문학에서부터 문화·예술계 전반, 그리고 정치와 뉴스까지 중국에 관련된 것들이라면 독자 스스로 글을 올리고 서로 공유를 합니다. 요 근래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포스팅은 바로 중국식 짜장면인 챠오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댓글에 댓글이 더해져 한국식 짜장면과 챠오몐의 차이점, 맛 그리고 조리법까지 이어졌으니 포스팅(▶바로가기) 하나로 중국인들의 생활까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지요. 



▲『중국인 이야기』페이스북 독자클럽에서 화제가 됐던 '챠오몐 VS. 짜장면' 1박 2일 모임 




그리고 더 재미있었던 것은 이 포스팅이 초래한 예기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끊이지 않는 논쟁을 보다 못한 중국통 이순익 독자가 “이번 주말에 저희 집에 오셔서 차오몐, 짜장면 다 드셔 보시고 판단하세요.”라며 모임을 제안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의 포스팅이 독자클럽의 첫 번째 번개모임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날의 번개 모임(▶바로가기)은 끊이지 않고 나온 중국음식과 중국 정치·문화에 대한 토론으로 1박 2일이 풍성했다고 합니다. 





『중국인 이야기』로 페이스북에서 소통하는 독자클럽 멤버들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은 일반적인 독서 모임과는 달리 저자와의 만남, 강연, 역사기행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합니다. 회원들 간의 잦은 만남과 대화가 이 모임이 계속 번창해 가는 비결인데요. 지난 7월 10일 저녁, 홍대 모처에서는 시끌벅적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길사에서 주최한 <차이니즈나이트>(▶바로가기)였는데요. 『중국인 이야기』의 김명호 저자가 독자들과 함께 중국 공산혁명의 선두자인 ‘천두슈’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명호 저자는 필력만큼이나 탁월한 입담으로 여름밤을 채웠는데요. 사회자로는 독자클럽의 차현인 독자가 나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중국인 이야기』저자 김명호 교수의 차이니즈 나이트




이렇게 행사 때마다 독자 스스로가 주축이 되어 참여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서로 나눌 수 있는 것도 독자클럽이 가진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차현인 독자는 스스로를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 열혈 운영자로 칭하며 “본업은 독자클럽 관리, 부업은 치과의사”라고 소개를 할 정도니 그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죠?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뭔가 생활의 활력이 될 것 같지 않으세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클릭하세요. ^^



▶ 페이스북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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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

출판 외길 40여 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사진전 계기로 헌책방 부활운동



출판인의 길로 들어선 지 올해가 37년째. 그동안 3000여 권의 책을 만든 것 외에도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와 예술인 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현실화 시켰다. 어찌 보면 ‘책’을 한참 넘어 다양한 시도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모두가 “책을 위해” 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올해 초 임기 3년의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역동적으로 책 살리기 운동에 나서고 있는 김언호(68·사진) 한길사 대표 이야기다.


한자 ‘책(冊)’자를 연상시키는 다소 엄숙한 느낌의 브라운 철제 건물로 된 출판단지 안 한길사 사옥, 그중에서도 3층 꼭대기에 온갖 책으로 점령당한 다락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한지에 연습한 붓글씨 ‘冊’자를 보여주면서 “요즘 시대엔 컴퓨터에 밀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글씨체가 망가지고 있다. 손이 아닌 ‘기계’ 글씨로 소설이나 시, 연애편지가 제대로 써지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요즘 한창 몰두하는 일은 7월부터 9월 20일까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책을 주제로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서가 책 사이사이에 걸어 선보이는 ‘책, 오래된 빛을 찾아서’전. 사진의 효과보다는 책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 어찌 보면 전후 삭막한 격동기에 한 사춘기 소년이 책에 매료됐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아련한 향수, 이를 계기로 사그라져가는 책 읽기의 불씨를 어떻게든 되살려보겠다는 절박한 심정도 엿보인다. 그만큼 그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책, 책, 책…에 대한 얘기들로 점철됐다.





“스마트폰 때문에 책 멀리하는 젊은세대...

30~40년 후 국가 위기 닥친다”


“보수동 같은 우리의 정신적 흔적을 잘 지켜내고 또 키워내는 일은 출판인들의 몫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이 어떤 곳인가. 6·25의 포화 속에서 사람들이 정신적 혼란과 상처를 책으로 위로받던 곳 아닌가. 시골(경남 밀양) 출신인 나도 중학교를 마치고 부산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발견하고 ‘책의 바다’를 접한 듯한 경이로움을 느꼈다. 4·19, 5·16 등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탱크가 도심 곳곳을 지키던 삼엄한 60년대 초반 전차를 타고 이곳을 들락날락하던 경험과 거기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출판인으로서의 지금의 삶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에서 열리고 있는 김언호 대표의 책 사진전. 책꽂이에 사진작품들이 자연스럽게 걸린 것이 이색적이다.   ©한길사




그는 말끝에 “일본 동경에는 헌책방이 600개인데 서울에는 겨우 수십 개에 불과하다.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그곳의 책방거리를 살리지 못했다. 야만인들이 하는 짓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며 “겨우 생존해 있는 지역의 작은 헌책방들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왜? “모든 책은 만들어지는 순간 헌책이 되고, 위대한 유산은 다 이 헌책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철저한 신념, 그래서 “책은 내 운명”이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바로 “지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책 안 읽는 젊은 세대의 무독서 현상에 대해 그는 당황한다. 


“젊은이들의 독서빈곤 현상 이면엔 스마트폰이 있다. 순간적이고 피상적이며 감성적인 데 치우쳐 깊이 있고 이성적인 성찰을 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마트폰 세대의 커뮤니케이션 수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수준의 정보에 시간과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책을 꾸준히 읽지 않으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길게 봐서 대학원까지 졸업해 제도권 교육이 끝나는 20대 중후반 이후 남은 60~70년을 어떻게 책을 멀리하고 제대로 살 수 있을까. 문화복지 차원에서 다시 책을 읽히는 운동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방 안 메고 가게 하기 위해 단말기를 지원하는 데 수조 원을 쓰겠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한마디로 아이들을 망치는 발상이다. 종이책의 향기를 맡고 손으로 느껴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막겠다는 것 아닌가. 책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게 교육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기계로 대체해서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민족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 상상력이고, 이는 바로 책에서 나온다. 책을 안 읽는데 어디서 도덕과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배울 것인가. 이만큼 살게된 대한민국, 책을 안 읽어도 10년, 20년은 어떻게 굴러가겠지만 30~40년 후엔 어떻게 될까….”





“출판은 머리가 아닌 손으로 하는 노동이고 예술이다”


그는 ‘문자 미디어 대연대’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안으로 나온 전자책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종이책 읽지 않는 사람이 전자책이라고 읽겠느냐”면서 “전자책은 수단일 뿐, 종이책이 번창하지 않으면 좋은 전자책 역시 나올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근래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 인문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인문학뿐”이라고 일갈한다. 정통적인 인문학이라기보다는 처세론적 인문학이 설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 한길사가 펴낸 책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말이 이해가 된다.



▲ 김 대표 사진 작품의 주요 사진 소재 중 하나. 스마트폰 시대, 책을 멀리하는 젊은 세대에게 고서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것 역시 출판인의 중요한 사명이다.    ©한길사




1995년에 시작해 2007년 전 15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그가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마까지 달려가 저자를 만나 설득해 출간을 감행했다. 역사 쓰기와 읽기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역시 1994년에 시작해 2004년에 완간한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도 22권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서서히 호응을 얻어 8월에 3권 출간을 앞두고 있는 김명호 교수(성공회대)의 ‘중국인 이야기’도,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오랜 숙성 끝에 탄생하는 라이프 워크”다. 책에 대한 의논 기간만도 4년이다. 


그의 수첩 메모에 따르면 저자와의 만남이 300여 회에 달한다. 전화 통화는 말할 것도 없이 수천 건. 이런 노력 과정은 출판인이자 편집자인 그가 저자로부터 현대 중국을 만든 중국인들의 사상과 실천을 직접적·집중적으로 공부한 기간이기도 하다. 원전 증언 회고록 보고 보도 등 방대한 1차 자료에 대한 독서와 연구를 통해 근현대 동양사에 대한 특이한 구어체 형식의 현장적이고 생생한 탐구서를 써내고 있는 저자 김명호 교수도 대단하지만, 이런 저자를 만나고 책을 쓰게 하는 출판인의 의식과 의지를 볼 수 있다. 



▲ ©한향주 객원기자




“책은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플라톤, 칸트 등 동서고금의 위대한 사상가들이 말했던 ‘손’의 철학을 존중한다. 책을 만드는 일은 마치 농사를 짓는 것과도 같다. 농부가 손으로, 발로 온몸으로 일하듯, 조금이라도 손을 더 봐주고 정성을 쏟으면 더 나은 농작물이 나오듯이 책도 마찬가지다. 출판사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기획력뿐 아니라 교정교열·디자인·판매 등 온갖 손의 노동을 통해 책 만드는 일을 배웠다. 40년 가까이 책을 만들면서 실감하고 있는 것은 편집기획자인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은 독자들 역시 좋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다. 


내가 신뢰하지 않는 책은 독자들 역시 신뢰하지 않는다. 출판인은 모든 책의 1차 독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책 만드는 사람이 동의하는 콘텐츠여야 독자들의 동의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후배 출판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자신을 던져서 책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책 만드는 사람이 완전히 함몰돼 다듬고 다듬어야 독자들이 가슴에 품고 싶은 아름다운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만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책 안팎의 미학적인 면 역시 독자를 감동시키기에 연륜이 쌓일수록 출판인은 아티스트가 돼야 할 것이다. 좋은 출판인이 없으면 좋은 작가 역시 나오지 않고, 한 시대의 사조 역시 형성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실감한다.”


이 맥락에서 그가 80년대부터 지치지 않고 주장해온 것이 바로 ‘출판편집자 일천 명 양성론’. “확실한 문제의식을 가진 출판편집자 1000명만 있어도 이 나라의 학문과 정신은 담보된다”는 것이다.


“때론 수십 권, 혹은 수백 권 팔릴 책이라도 출판계에서 외면 받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극히 전문적이고 다양한 이런 책의 출판에 대해 출판사 개인 차원에서 손익을 다 감당할 수는 없다. 정부의 문제의식과 지원이 필요하다. 60·70년대에 산업기술자가 중요한 역할을 해서 경제가 이런 수준에 올라섰다면 이제부터는 문화 콘텐츠를 담당할 기획자와 편집자들이 정말 필요하다. 과학기술자를 키워내듯 편집자를 육성해야 한다. 현재의 여건에선 편집자들의 역량을 제대로 키워내지도, 발휘시키지도 못한다. 상업적 토대에서는 생존하기 힘든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연구교수 제도처럼 국가가 상당한 연구비를 투입해 편집자들을 길러내고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은 대학 차원의 최고 교육을 넘어서는 일일뿐만 아니라 사회개혁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다.”


“좋은 출판편집자 천 명만 있으면 민족 정신유산은 망가지지 않는다”


‘혼불’(최명희), ‘태백산맥’(조정래), 함석헌 전집 등 묵직한 스테디셀러를 내온 한길사는 주종목인 인문서를 중심으로 예술·아동 도서를 주로 펴내고 있다. 이런 출판 경향과 한길사의 지난 행보 이면엔 60·70년대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해직당한 그의 개인적 성향이 녹아 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젊은 출판인들과 연대해 출판의 자유 신장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1998년 한국출판인회를 만들어 초대와 2대 회장을 맡아 기틀을 닦았다. 한편으론 영국 웨일스 지방의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 벨기에의 산골 책방마을 레뒤 등 세계 곳곳의 책방촌을 답사했고, 이 체험은 예술마을 헤이리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파주출판도시 건설의 앞장에 서게했다. 


그는 저서 ‘책의 공화국에서’(2009)에서 출판사의 이름이기도 한 ‘한길’에 대해 “큰길, 바른 길, 마당, 광장을 의미한다”며 “이성과 지성, 이론과 사상, 정신과 감성이 두루 모여들어 담론하는 열린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책으로 가는 길”이 장대하기에 2005년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의 출판인들과 연대해 ‘동아시아출판회의’를 조직하고 국경을 넘어 책을 살리는 일에 뛰어들고 있다. 2002년 종로서적의 폐업을 막아내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점점 책과 멀어지는 세태에 대해 날을 세우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마지막 말은 언제나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돼 정말 고맙다”는 것이다.


그의 현재에서 극심한 불황과 어려움 속에서도 맥을 놓지 않는 출판인의 저력, 무엇보다 책이 가진 끝없는 매력을 엿본다.



글 / 이은경 여성신문 편집위원 (pleun@womennews.co.kr)



*이 글은 여성신문 기사 “온몸을 던져야 한 권의 책이 나옵니다”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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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딱 한 곳 부산 헌책방 골목, 

문화유산으로 살릴 길은 …



출판계, 보수동 책방들과 손잡기

전문가 "새로운 매력 창출해야"

서점들 "규모 영세해 변신 어려워"


국내 유일 헌책방 골목인 부산시 중구 보수동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올해로 37년째 책을 만들어온 한길사 김언호 대표(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는 최근 틈만 나면 부산을 찾고 있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찾기 위해서다. 국내 유일의 헌책방거리인 보수동 골목을 어떻게 하면 잘 보존할 수 있을까. 요즘 그가 붙잡고 있는 화두다.



▲국내 유일 헌책방 골목인 부산시 중구 보수동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첨단 디지털 시대, 헌책은 구시대 유물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문화 콘텐트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22일 출판 관계자들과 보수동 책방 상인들, 부산지역 관계자들이 모여 ‘보수동 책방골목’의 앞날을 얘기했다.


◆60년 역사 과소평가 말아야=보수동 책방골목은 1950년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당시 지식공급소 역할을 했다. 많을 때는 70여 개 서점이 있었으나 현재 50개 남짓 남아있다. 좁다란 골목에 아담한 책방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교과서·참고서·고서적·인문서 등 다양한 책을 구비하고 있다.


이곳을 57년간 지켜온 김여만 학우서림 대표는 “맨날 찾아와 새로 들어온 책을 열심히 뒤지던 분 중엔 국문학자 최현배 선생도 있었다. 지난 세월 숱한 학자들, 그리고 애서가들과 함께해왔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은 “이 골목은 그 자체가 역사이며 부산 문화의 상징이다. 서울 청계천 책방골목처럼 사라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언호 대표는 “61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부산으로 옮겨와 보수동 골목에서 받았던 문화적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든 책에는 그 시대의 땀이 배어 있다. 이 골목을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매력을 찾아서=단순히 옛 것에 대한 향수로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 헌책 골목을 신기하게 여기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책까지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보수동 골목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표가 붙는 이유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문화도 개발주의에 젖어있다. 모두 새것만 찾는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말을 되새겨야 한다. 헌책방들도 새로운 매력을 창출하고 가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출판 관계자들은 ‘현책방의 전문화를 주문했다. 장서가 박종일씨는 “일본에는 한국 고서를 취급하는 책방이 있을 정도로 전문화돼 있다. 이젠 책방도 이것저것 두루 취급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기만의 색깔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훈 대우서점 대표와 문옥희 우리글방 대표는 “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워낙 영세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자리에 참석한 책방 주인들은 “그간 보수동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을 추진할 구심점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좀더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부산 문화의 자존심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글·사진 이은주 기자 



*이 글은 중앙일보 기사 '국내 딱 한 곳 부산 헌책방 골목, 문화유산으로 살릴 길은 …'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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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품은 책, 미래를 품은 골목

전국 유일 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



두세 명이 나란히 걷기에도 빠듯한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빈틈없이 책을 쌓아올린 책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세월을 품은 책의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하고 ‘헌책 사고팝니다’라는 간판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거리,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국제시장 입구 대청로 네거리에서 보수동 네거리까지 150m가량의 뒷골목에 50여곳의 책방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곳은 서울의 청계천과 인사동 헌책방 거리가 사라진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헌책방 거리다. 



▲ 올해로 36년 된 대우서점은 10만권의 책을 갖춘 인문사회과학 전문 책방이다.



6·25전쟁 때 이북에서 피란 온 손정린씨 부부가 골목 안 목조건물 처마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잡지와 고물상에게서 수집한 헌책들로 노점을 시작하면서 형성된 보수동 책방골목의 60년 역사는 격동의 한국사와 더불어 한국 서점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70~80년대 70여곳에 달했던 책방은 1990년대 서점 쇠퇴기엔 40여곳까지 줄었다가 2000년대 중반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다소 늘어난 상태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터줏대감들은 1950∼70년대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이 거리를 기웃거리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57년째 학우서림을 운영하고 있는 김여만(80) 대표는 “책이 귀하던 때 보수동 책방골목을 누비며 지적 갈증을 채운 지식인들은 셀 수 없이 많다”면서 “까다롭게 책을 고르던 외솔 최현배 선생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찾는 책이 없을 땐 내 속이 타들어갈 정도로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1960년대 초반 부산 상고를 다닌 김언호 한길사 대표도 보수동 책방골목에 빚진 이들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책이라곤 없던 가난한 농촌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부산에 와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덜컹거리는 전차를 타고 와서 산처럼 쌓인 책들 속으로 빠져들어 갔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쏟아질 듯하다”고 추억했다. 책 만드는 사람으로 37년을 살아온 김 대표는 틈날 때마다 각국의 책방과 책방마을을 순례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트랜드,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와이, 네덜란드의 브레드부트, 일본 도쿄의 진보초 등을 둘러볼수록 마음은 보수동 책방골목을 향했다.



▲ 우리글방 북카페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추억하는 김언호(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길사 대표와 김민웅(왼쪽부터)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연대 대표,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번역가 박종길씨,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지난 22일 김 대표는 보수동 책방골목을 다시 찾았다. 김민웅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연대 대표,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여희숙 도서관친구들 대표, 정지영 영화감독 등 지인들이 동행했다. 김 대표가 이달 초부터 오는 9월 20일까지 인문학전문서점 우리글방에서 전시하는 책 사진전 ‘오래된 빛을 찾아서’를 계기로 보수동 책방골목의 문화사적 의미와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김 대표와 친분이 깊던 문옥희 우리글방 대표가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해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 남송우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김여만 대표 등 지역 문화예술인들까지 50여명이 참석했다.


헌책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로 열기는 뜨거웠다. 김민웅 대표는 “헌책은 그 시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의 목소리이자 역사의 얼굴”이라면서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의 피맛골’이다. 광화문 피맛골은 사라졌지만 이곳은 새로운 매력을 창출해 책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정겨운 생활공동체로서의 멋진 풍경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헌책방 주인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영규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 회장은 “문화적 의미도 크지만 서점으로선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문화사적 의의와 매출을 연결시키는 방안이 아쉽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동영상 카메라에 책방골목 풍경을 꼼꼼히 기록하던 정 감독은 “이 골목이 틀림없이 사라질 것이란 생각에 카메라를 가져왔는데 오늘 와서 보니 그럴 것 같지 않더라”는 말로 보수동 책방골목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김언호 대표는 “헌책의 풍경은 슬프지만 헌책의 주름살에는 지혜가 깃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은 대한민국 문화의 긍지”라면서 즉석에서 보수동 책방골목 후원회 결성을 제안했다. ‘오래된 책의 미래’가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글 사진 부산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이 글은 서울신문 기사 '세월을 품은 책, 미래를 품은 골목'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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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다반사2013.07.25 10:44


"장계향의 삶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지난 7월 22일, 경북 성주에서『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의 저자 정동주 선생님의 <장계향 성주군 아카데미>가 있었습니다. 여중군자 장계향(1598~1680)의 업적을 기리고 나눔과 실천의 삶을 따르고자 성주군(군수 김항곤)과 성주군여성단체협의회가 함께 주최한 이번 강연은 230여명이 훌쩍 넘는 지역단체 회원과 주민들이 함께해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한글로 된 최초의 요리서『음식디미방』의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계향! 한길사 신작『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에는 시인, 교육자, 사상가, 과학자, 사회사업가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보이며 나눔과 사랑으로 세상을 치유한 그녀의 빛나는 삶이 담겨져 있습니다.






*『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정동주 저, 2013, 한길사)


장계향이 남긴 시와 그림 작품, 『국역 갈암집』, 「선비 증정부인 장씨 행실기」, 『음식디미방』등의 1차적 자료에 저자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장계향의 삶을 재조명했습니다. 인문학자답게 『음식디미방』 저자로서의 장계향 뿐만 아니라 사상가, 교육자, 시인, 화가, 사회사업가 장계향의 삶을 균형 잡힌 시각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했습니다. 


시대를 원망하지 않고 주어진 본분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눔을 몸소 실천한 장계향의 일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그녀는 조선시대 한 여성이자, 한 남성의 아내였고 열 명의 자식을 둔 어머니였습니다. 강연에서 정동주 선생님은 현모양처로서의 장계향 뿐 아니라 삶의 철학자로서 그녀의 삶에 중점을 두었는데요. 양반사대부 집안의 여성으로 태어나 출가 후 남다른 구빈철학으로 평생도록 어려운 세상과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하셨습니다.






80여년의 생애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교훈적 흔적들은 매우 많지만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안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야 배운 것과 가진 것이 바르다.

둘째,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질 것인가 보다, 공평하고 떳떳하기를 생각해야 한다.

셋째, 나눔에서 오는 기쁨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 가치이다.


정동주 선생님은 “낮에 길을 갈 적에는 제 그림자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밤에 잘 적에는 덮고 자는 이불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욕심의 틀 안에 자신을 가두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삶의 방향을 오직 사람을 사랑하는 데로 향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범인(凡人)은 많이 배우고 많이 가졌으나 남을 위해 살지 않고 이웃, 사회, 국가, 가족, 친구를 내 삶 속의 수단으로 삼는자이며, 국가, 사회, 이웃으로부터 도움받기 만을 바란다.”며 “범인이 아닌 성인(聖人)의 삶을 목표로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또한 장계향이 지은 鶴髮詩(학발시)를 읊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학발시란 “머리털이 하얗게 센 할머니의 슬픔을 그린 시”라는 뜻이라 합니다. 장계향 10대 때 작품으로 부역에 동원된 아들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다 병든 이웃집 노파의 슬픔을 위로하고 지은 작품입니다. 학발시 시판은 조선시대 여성의 글씨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현실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鶴髮詩


鶴髮臥病 行者萬里

行者萬里 曷月歸矣


鶴髮抱病 西山日迫

祝手于天 天何漠漠


鶴髮扶病 或起或踣

今尙如斯 絶裾何苦


흰 머리로 병들어 누웠는데

아들은 만리 밖으로 행역 나가네

만리 밖으로 행역 나가면

어느 달에나 돌아오려나


흰 머리로 병들었는데

해는 서산에 가까워졌네.

빨리 오라고 손 모아 하늘에 빌건만

하늘은 말없이 아득하기만 하구나.


흰 머리로 병든 몸 끓어안고

일어났다가 다시 쓰러지네

지금까지도 이러하니

옷자락 끊던 옛날 아들과 어찌 같던가


선생님께서는 이 시를 읊으며 “예나 지금이나 잃는 것이 많은 사람들은 없는 자들 뿐이다.”라며 과거나 현재나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으로 자식을 어질게 키워내는 장계향식의 가정교육을 꼽으셨습니다.  많은 것을 소유하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를 먼저 묻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부모로서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정동주 선생님은 경상도에서 생활하시며 여러 도시에서 강연을 자주 하시는데요. 이번 <장계향 성주군 아카데미>는 경북 의성의 강연장을 찾았던 성주군여성단체협의회 한 회원분이 큰 감동을 받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일까요. 강연장에 모인 모든 분들의 눈은 3시간에 달하는 강연 내내 반짝였답니다. 


강연장에서 만난 <성주군여성단체협의회> 김경애 사무국장은 “아이들 교육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실 때가 인상 깊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 교육을 자식에게 강요했다. 어질게 키움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고 나 또한 어질게 살아야 함을 다시 한 번 다짐한 날이다.”라고 말하셨습니다. 또한 장계향의 삶이 현 시대에 다시 재조명 받는 것에 대해 “이기심이 만연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이웃과의 소통과 공존을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가르침이 될 듯하다.”며 “오늘 집에 가서 정동주 선생님의『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를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고 웃으셨습니다.


14개 단체, 9300명이 넘는 회원이 모여 이루어진 성주군여성단체협의회는 성주 여성들을 위한 교양강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그 처음이 바로 정동주 선생님의 장계향 강연이라고 하네요. 그만큼 장계향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고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겠죠. 선생님의 강연은 3주간 계속 된다고 합니다.(2013. 7.22 ~ 8.19) 좋은 강연, 좋은 이야기가 널리 퍼져 많은 이들이 장계향이 주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현대 여성으로서의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 가슴이 따뜻해졌던 이날의 강연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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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다반사2013.07.24 09:01


'차오몐 vs. 짜장면 논쟁'에서 이어진 

전광석화 번개모임



2013년 7월 20일은『중국인 이야기』 페이스북 독자클럽 첫 번째 번개모임이 있던 날입니다. 말 그대로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진행된 이번 모임의 시발은 무엇일까요? 클럽 게시판을 열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7월 15일 원광식 독자가 올린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바로 중국식 볶음면 차오몐(炒麵 초면) 사진이었는데요, 아직 차오몐을 못 드셔보신 다수 독자들을 약 올리기 위해 올라온 이 한 장의 사진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역사의 시작은 항상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실증해 주었달까요. 

 

이 한 장의 사진은 ‘차오몐 vs. 짜장면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차오몐이 낫다’는 독자와 ‘그래도 짜장면이지’ 하는 독자 간의 격렬한 댓글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병주 독자가 본격적인 불을 댕긴 분이었지요. 발언을 인용하자면 “짜장면을 어따 대나요? 차오몐 쥑입니다. 숙주도 사각사각 식감 좋고.” “정말 짜장면보다 맛있나요?” 라고 댓글을 단 우난경 독자께 이리 말씀하신 거였지요. 여기에 찔끔한 우난경 독자가 “짜장면 안 갖다 댈게요”라고 한 걸음 물러서자, 이병주 독자는 “삼선 짜장이라면 모를까, 간짜장, 유니짜장 안 받아줍니다”라며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려 했지요.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바로가기)




이렇게 차오몐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듯하던 ‘면(麵)의 전쟁’에, 강호(江湖)에 은거하다 홀연히 일어난 분이 있었으니 바로 이순익 선생이었습니다. 선생은 “맛은 주관이다”라는 진리를 강조하며, “짜장면이 더 맛있다”고 강력 주장했고 이에 저도 나름 객관적인 판단을 가지고 짜장면에 한 표를 던져, 기울어져 가던 대세를 뒤집어보려 하였습니다. 


차오몐파의 고수(高手) 이병주 독자의 선제공격과 짜장면파의 거두(巨頭) 이순익 독자의 대응공격 양상으로 전개된 ‘면의 전쟁’은 예기치 못한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끊이지 않는 논쟁을 보다 못한 이순익 독자가 이런 제안을 하신 것이죠. “좋아요, 그러면 주말에 저희 집에 오셔서 차오몐, 짜장면 다 드셔 보시고 판단하세요.” 그리하여 한 장의 사진이 첫 번째 독자클럽 번개모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고드미마을로 가는 길


‘면의 전쟁’이 야기한 첫 번째 번개모임 장소는 이순익 독자가 사는 ‘강호(江湖)의 땅’ 충청북도 청원군 낭성면 고드미마을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본향(정확하게는 신채호 선생 조부님이 사셨던 곳)으로 지금은 단재기념관과 선생 묘소가 있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7월 20일 오후 2시 30분 고드미마을로 가기 위해 ‘시커먼스 구단’ 소속 남자 6명이 서울 남부터미널로 모여들었습니다. 『중국인이야기』교(敎) 수석 전도사 차현인 독자(여의도 백상치과 원장), 이창주 독자(상하이 복단대 박사과정), 이윤희 독자(사업가), 이규호 독자(조선족 출신 전직 중국 공안), 양해승 독자(서울대 박사과정) 그리고 제가 만났습니다. 1시간 30분여를 달린 끝에 버스는 청주시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미원(간이)터미널로 가는 버스로 갈아탄 후 약 40분,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5분여를 가서 드디어 고드미마을 이순익 독자 댁에 도착하였습니다. 김원일 선생 소설 제목처럼 ‘마당 깊은 집’이었습니다. 여기에 이 댁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돌 너와. 너와하면 보통 나무로 만든 것을 떠올릴 텐데, 이 지역 가옥들은 지역 특산품인 돌을 이용하여 지붕을 이었습니다. 이름 하여 돌너와집입니다. 







용정차, 고산차, 더우장


반갑게 맞아 주시는 이순익 독자의 안내로 거실을 겸한 서재로 들어갔습니다. 서재에는 각종 책들과 다구세트, 그리고 고목으로 만든 응접실 세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한켠에는 여전히 ‘동심의 세계’를 갈구하시는 이순익 독자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만화책들도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번개모임을 주선하여, 이틀 동안 먹이고 재우고 때로는 마시게 해주실 분께 차현인 독자와 저는 감사의 의미로 읽으실 만한 책 몇 권을 선물로 준비해 갔습니다. 간단한 선물 증정식을 시작으로 ‘번개모임 공식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일정은 ‘차 마시기’, 중국 항저우(抗州 항주)를 대표하는 명차(名茶) 용정차(龍井茶)와 더불어 대만 아리산(阿里山) 청정지역에서 재배되는 고산차(高山茶)를 내어 주셨습니다. 차를 담아 내어주신 다구세트는 겉보기는 투박하지만 볼수록 매력 있었는데, 모두 이순익 선생이 직접 만든 것이라 합니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동안 『중국인 이야기』 편집자한길사 김지연 에디터가 도착하였습니다. 투철한 애사심을 발휘, 휴일임에도 독자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날의 드레스코드는 ‘레드’. 중국을 대표하는 색이죠. 나름 의미 부여를 하자면, 중국 문화대혁명(1966~76) 시기 홍위병의 마스코트 ‘소홍귀(小紅鬼) 패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지연 에디터가 도착하자 이순익 선생은 시원한 더우장(豆醬 두장, 중국식 콩음료)을 내어 주셨습니다. 이날 먹은 본격적인 중국음식이었죠. 더우장은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등)에서 주로 아침에 먹는데, 기본은 따뜻하게 해서 먹지만,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하게 해서 먹기도 합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요타오(油條 유조, 길쭉한 중국식 밀가루 튀김)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벌어진 대화의 향연 


차와 더우장으로 입가심을 한 후, ‘대장금’ 이순익 선생의 본격적인 요리 솜씨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메인 요리로 깐쇼새우(干燒大蝦, 새우튀김)와 제왕(帝王)족발, 바이차이(白菜 백채, 배추) 볶음 요리가 차례로 나왔습니다. 맛은 직접 ‘형용할 수 없이’ 맛있어서 제 글 솜씨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반주(飯酒)로 정말 맛있는 막걸리 한 통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내몽고) 특산주 ‘중화영성’(中華寧城)이 올랐습니다. 중화영성은 45도짜리 바이주(白酒 백주)로 보통 ‘빼갈’이라 부르는 바이주 중에서도 고급품입니다. 






맛있는 요리가 차례로 오르는 사이, 적당히 술기운도 오르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습니다. 그러다 격렬한 논쟁의 서막이 올랐지요. 논쟁의 주제는 ‘중국 정치’.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중국은 공산당 영도하의 계급국가인가 아닌가?’ ‘한족(漢族)은 특권적 지배 계층인가?’ ‘중국 내 소수민족은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나 차별대우를 받고 있나?’ 등이었습니다. 이날 유일한 중국인 참석자인 양해승 독자와 중국 유학중인 이창주 독자, 조선족이신 이규호 선생이 주토론자였고, 이순익 선생의  지인으로 철학적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조일현 선생도 주도적으로 참여하셨습니다. 본디 전공을 살려, 철학적 이론에 바탕을 두고 중국의 현실 정치를 평가해 주셨죠. 중국 분도 있고 대화의 주제가 민감하다면 민감한 주제라 토론 양상은 상당히 격렬해졌지만, ‘우리는 중국을 더 알아야 한다, 많이 배워야 한다’로 결론이 정리되고, 서로 웃으면서 끝났습니다.


토론 주제로 입으로 ‘지지고 볶는’ 사이, 이순익 선생은 또 주방으로 가셔서 요리재료들을 ‘지지고 볶고’ 삶아, 오늘 모임을 있게 한 차오몐과 짜장면을 준비하셨습니다. 짜장면이야 대중적인 음식이고 차오몐도 흔하지는 않지만 한국서도 맛볼 수 있는 요리인데, 이순익 선생이 만든 차오몐과 짜장면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솜씨 있게 만드신 것이라 이제까지 먹어 본 차오몐과 짜장면이랑 비교가 안 될 만큼 맛있었습니다. 






다들 먼저 먹은 음식들로 배가 상당히 부른 상태였으나, 다들 맛있게 먹고 오늘 모임의 주목적인 ‘차오몐이냐 짜장면이냐’를 가리기 위해 점수 매기기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차오몐의 판정승! 저와 이순익 선생을 제외한 다른 분들이 모두 차오몐에 손을 들어주셨네요. 


‘면의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차오몐과 짜장면을 먹는 사이, 어느덧 밤은 깊어갔습니다. 김지연 에디터는 집으로 돌아가고, 번개모임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제목은 ‘술의 전쟁’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막걸리를 두고 모여 앉아 한 잔씩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동안 손님맞이 준비를 하느라 힘드셨을 이순익 선생도 평소 좋아하는 막걸리 잔을 기울이기 시작하셨죠. 여기에 저와 저의 따거(大哥, 큰형님) 양해승 독자 등이 가세했지요. 중간에 이순익 선생이 잠을 청하러 가자, 결국 저와 양해승 따거 둘만 남았죠. 제가 ‘따거 따거’ 하면서 약 올리기도 하고 술도 자꾸 먹여서, 양해승 독자는 고생 꽤나 하셨습니다. 자꾸 술을 권하면서 잠도 안 자고 힘들게 하니, 양해승 님이 이러셨죠. “제발 자요. 따거 말 들어야지.” 그렇게 저는 3시경 ‘강제 취침’에 들어 제2라운드도 끝났습니다. ‘말통에 남은 막걸리 다 마셔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지만, 결국 5분의 1 정도는 남았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을 뵙다 


다음날 아침 메뉴는 쌀죽과 더우장, 유타오, 짜장면 소스, 차오몐 등이었습니다. 아침식사도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죠. 아침식사를 마치고 독자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마을 입구에 있는 단재기념관입니다. 우리나라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일대기를 자료와 연표로 정리한 곳입니다. 거기 담당자께서 이순익 선생 손님들이라고 관련 영상물도 보여 주시고, 직접 설명까지 해 주셨습니다. 






단재기념관 관람을 마친 후에는 바로 옆의 신채호 선생을 모신 사당으로 가서, 일생을 조국의 계몽과 독립을 위해 노력하시다 중국 뤼순(旅順 여순)감옥에서 순국하신 고인께 향도 올리고 묵념도 드렸습니다.





이순익 선생의 대만 유학생활 이야기


기념관 관람과 참배를 마친 후 이순익 선생 댁으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시원한 수박과 건강효소음료를 주셨습니다. 수박을 먹으며 다시 대화의 향연이 이어졌습니다. 주 화자(話者)는 이순익 선생이었는데, 1980년대 대학 시절부터 대만 유학과 중국에서의 교수생활, 동학(東學)과의 인연, 단재 신채호 선생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에는 대만에서의 ‘눈물 나는’ 유학생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순익 선생은 1983년 대만 유학길에 올라 1989년 동오대학(東吳大學) 중문연구소(중문학 대학원, 중화권에서 대학원은 ‘연구소’라 합니다)를 졸업했습니다. 1992년 이전 중국 본토 유학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중국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자유중국’으로 불리던 대만으로 유학 가는 것이 보편적이었지요. 여기서 잠깐, 동오대학은 대만을 대표하는 사립대학 중 하나인데, ‘동오(東吳)’라는 이름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도 나오는 ‘동쪽 오나라’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원래 이 학교가 위치한 곳은 ‘동쪽 오나라’ 지역인 저장(浙江 절강)성 쑤저우(蘇州 소주)로, 개신교계 선교사들이 세운 중국 내 첫 번째 사립대학입니다. 쑤저우는 춘추전국시대인 기원전 514년 오나라 왕 합려(와신상담(臥薪嘗膽) 고사의 두 주인공 중 한 사람)가 도읍지로 세운 곳입니다. ‘동오’라는 지명의 기원이지요. 그런데 이 동오대학의 원래 이름은 ‘쑤저우 대학’이었습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완전히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이주할 때 이 대학 교수진과 학생들도 대만 타이베이로 옮겨가 재개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 쑤저우에도 ‘쑤저우 대학’이 남아 있지만, 대만으로 옮겨간 ‘동오대학’의 영어명도 똑같이 ‘Soochow University’(쑤저우 대학)라고 합니다. 


동오대학에서도 중문학과는 선생들이 악랄하게 공부시키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중국어 방점, 구두점 찍기’ 과제물 때문에 다들 눈물 나는 유학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선생들이 석/박사 논문이 통과 되어도 과제물을 다 하지 않으면 졸업 시키지 않겠다고 했다네요.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쳤기에 동오대학 졸업생들이 탄탄한 실력을 가지게 되었겠지요. 이순익 선생 표현대로라면 “동오대학 출신들 중에 밥 굶는 사람은 없다”고 하니까요. 


이순익 선생의 석사졸업논문 주제는 원(元)대 희곡으로, 정확하게 제목을 옮기자면 「원대사인극연구」(元代士人劇硏究)입니다. 선생 설명에 따르면 몽골족이 세운 원(元) 통치하에서 차별받고 멸시받던 한족 독서인(지식인)의 생각과 울분을 알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몽골의 원은 계급을 출신성분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했습니다. 몽골인-색목인(色目人)-한인(漢人)-강남인(江南人)입니다. 몽골인과 색목인은 지배계급이었고, 남송(南宋) 멸망 이전에 귀화한 한인과 남송 멸망 후 복속된 강남인은 피지배 계급이었죠. 



▲이순익 선생과 석사졸업논문「원대사인극연구」(元代士人劇硏究)




그중 끝까지 저항하다 무너진 남송 사람들인 강남인에 대한 차별은 컸고, 전통적인 한족(漢族) 지식인에 대한 차별도 극심했습니다. 유학자(儒學者)의 사회적 신분은 거지나 창녀 수준이거나, 되레 그보다 못했습니다. 때문에 독서인이라 불리던 지식인들은 마음속으로 울분을 삭히며 살아 갈 수밖에 없었지요. 이순익 선생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한국의 현실에 비춰볼 때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를 연구하셨다고 합니다. 





서울로 가는 길, 또 한 번의 논쟁


시원한 수박까지 다 먹고 나니, 어느덧 오후 3시에 가까워 오고, 일행은 서울로 돌아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청주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콜밴 속에서 중국에 대해서는 너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독자들은 그 찰나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작년 이맘때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시라이(薄熙來 박희래) 전 충칭(重慶 중경)시 서기 스캔들. 공산당 간부의 부패 문제, 보시라이는 정치적 희생양이나 아니다 문제, 보시라이와 그의 측근이었던 충칭시 경찰국장 문제, 소수민족 차별(?) 문제 등등으로 짧지만 격렬한 불꽃이 튀었습니다. 


그렇게 30분여를 달린 끝에 다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서울행 버스를 타고 원래 출발지인 서울 남부터미널로 돌아와 ‘자이지엔’(再見 재견, 헤어질 때 인사)하며, 각자 목적지로 향하는 것으로 ‘1박 2일’에 걸친 첫 번째 번개모임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 본문의 중국어 표기는 한국 국립국어원 표준 표기법에 따랐습니다. 실제 발음과 차이가 있으나, 통일성을 위해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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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고향'에서 

열정의 출판인 김언호 대표를 만나다


지난 7월 26일,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의 서화동 기자가 한길사 김언호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한경과 맛있는 만남’이라는 기획연재에 출판 동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거지요. 맛있는 음식소개와 함께 명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구성으로 소문이 나 있는 코너입니다. 음식에 관한 한 빼놓을 수 없는 한 분, 『음식강산』의 저자 박정배 선생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김언호 대표가 소개한 맛집은 헤이리 근처에 있는 ‘고향’이라는 식당입니다. 흔히 맛집들로 즐비한 헤이리 어귀의 ‘프로방스’ 마을을 많이 찾는데, 거기에서 한참을 더 들어가 인가가 드물 즈음 반갑기 그지없는 이름 ‘고향’이 눈에 띕니다. 서울 시내의 세련되고 상업적인 맛집들과는 거리가 멀어도 맛 하나만큼은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곳이지요. 너른 텃밭에 직접 키운 온갖 푸성귀와 야채가 상에 오르는데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웁니다. 김언호 대표는 이곳의 오랜 단골,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언제나 이곳으로 모신다고 합니다. 이곳의 간판메뉴는 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한 필수 보양음식 ‘백숙’입니다.






서화동 출판기자는 올초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언호 대표를 진작에 만나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신임 이사장으로서 파주출판도시의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내고,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지금의 출판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어려운 인문학 출판사를 37년 동안 이끌어온 저력에 대해 물어볼 것이 많았다고 합니다. 사상 고전의 획기적인 성과인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를 비롯해 『로마인 이야기』,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최근의 『중국인 이야기』까지 김 대표가 만들어온 숱한 책 이야기!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는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읽는다'는 취지 아래 동서양의 고전 명서를 번역, 출간해온 시리즈입니다. 1996년 한길사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을 1번으로 출간한 이래 최근 126번째 『시각예술의 의미』가 출간되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는 지력, 체력, 경제력, 기술력 모든 면에서 주변 민족보다 열세에 있었던 로마가 지중해 전역을 제패하고 중근동,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대제국을 천 년 넘게 경영한 비결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추적해가는 흥미진진한 로마 통사입니다.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사료가 채워주지 못한 부분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했으되 픽션에 빠지지도 않는, 독창적 글로 사람들을 매료시킵니다. 『로마인 이야기』는 출간될 때마다 수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10년 넘게 전권이 고루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혀오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저자 이이화는 50여 년간 역사 탐구와 저술에만 몰두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학자입니다.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는 우리나라 5천년의 통사를 전 22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저술해낸 책으로 우리 역사 학계의 축적된 연구 성과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생활사와 문화사가 들어가 있습니다. 시종 쉽고 재미있는 방향을 놓치지 않는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21세기 국민독본입니다.





음식이 준비되는 사이, 책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출판전문기자와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은 원로 출판인은 금방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김 대표는 얼마 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 서점에서 오픈한 책사진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파주북소리 위원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등 바쁜 활동 중에도, 그동안 틈틈이 찍어온 책을 주제로 한 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입니다. 김 대표에게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한 각별한 추억의 공간이라 합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의 '우리글방'에서 전시 중인 사진전 <책, 오래된 빛을 찾아서>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형성된 보수동 책방골목은 고단한 피난 시절을 책으로 이겨낼 수 있게 한 공간이었습니다. 그 시절 흔적이 지금 보수동 책방골목의 56곳 서점에 남아 있습니다. 김언호 대표에게 보수동 책방골목은 생전 처음 만난 책의 바다였습니다. 책 한 권 구경하기 힘든 시골에서 부산으로 고등부산으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처음 발 디딘 그 곳에 김언호 대표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이 가시나요? 60년이 넘도록 존재하고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의 정신문화 유산을 계승하는 것에 열심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 있는 ‘우리글방’ 서고에서 9월 20일(금)까지 전시(▶바로가기)되는 김언호 대표의 사진들도 이런 정신문화 유산을 계승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직접 찍은 책·고서·책 읽는 모습 등으로 책의 존엄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죠. 학창시절, 책의 바다에서 느꼈던 지적 풍요로움에 대한 일종의 빚갚음이랄까요. 






화제는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의 독서수준으로 넘어갔습니다. 뼛속까지 출판인인 김언호 대표의 걱정은 ‘요즘 젊은이들의 손에 책이 없다’는 것. 책을 읽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정보를 찾는데 익숙한 요즘 아이들의 지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30-40년 후 대한민국에는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남아나질 않게 될 거라면서요. 교육·정치·경제 모든 분야의 교양과 상식, 풍부한 지적 토양이 되어주는 것이 전통적 형태의 종이책이 주는 인간적 독서일 텐데, 지금은 책가방 없는 학교를 만든다며 디지털 교과서를 위한 단말기를 아이들에게 지급한다고까지 하니 아이들이 책과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종이책도 안 읽는 아이들이 과연 전자책을 읽을까요?


독서 부족 현실의 이야기로 심각할 때쯤 드디어 기대가 되는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상 위로 올라온 푹 고아진 백숙은 그야말로 먹음직스럽습니다. 파릇한 부추가 장식으로 더해지니 맛은 눈으로 먼저 다가왔습니다. 식당 주인은 단골손님 김 대표를 위해 붕어찜까지 서비스로 내놓았습니다. 바깥양반이 오늘 낚시로 직접 잡은 것이라며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두둑이 살이 오른 붕어 두 마리에 붉은 양념장이 되어 있고, 숭덩숭덩 썬 무와 쫑쫑 채 썬 파가 시원하고 알큰하게 식욕을 자극했습니다. 이쯤 되고 보니 젓가락을 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고, 저절로 생겨나는 시장기는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졸깃한 닭고깃살은 후후 불어가며 연신 뜯게 만들고 졸인 육수에 걸쭉해진 찹쌀죽은 입천장이 데는 것도 모르게 수저를 들게 했습니다.





Q :  스마트폰, 전자책 같은 디지털 중심에서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 디지털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감성적 사회입니다. 지나치게 감성에 의존해 모든 것이 요동치죠. 고등학생 때까지는 세계문학과 같은 고전을 읽어야 합니다. 긴 호흡의 고전을 읽으면 인문학적 소양과 도덕성 그리고 창조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무조건 아날로그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소년 시절까진 종이책은 필수입니다. 종이책을 안 읽은 아이들은 전자책도 안 읽습니다. 전자책이 잘 되려면 종이책으로 훈련이 되어야 하죠. 또 좋은 종이책이 있어야 전자책도 나올 수 있는 것이고요. 


Q : 책 살리기를 정책적으로 한다면요?

A : 도서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작은 도서관 짓기 운동을 많이들 하는데, 작은 도서관으로는 본격적인 책 보존을 할 수 없습니다. 작은 도서관에는 진지하고 본격적인 인문학 책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요. 중대형 도서관을 더 많이 지어야 합니다. 


Q : 파주출판도시를 지금보다 더 활성화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주말엔 많은 분들이 파주출판도시를 찾아옵니다. 하지만 평일엔 그렇지 못하죠. 평일 활성화를 위해 책뿐 아니라 먹을거리, 볼거리 등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현재 파주출판도시에는 300여 곳의 출판사, 인쇄소 등이 입점해 있습니다. 이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서점이 40여 곳이 있어요. 앞으로 100여 곳으로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규제 때문에 여의치 않았던 북카페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하고요. 또 올해로 3회 째인 ‘파주북소리’ 축제가 있습니다. 


이 축제에서 수여하는 파주북어워드는 아시아 출판인들이 좋게 평가하는 등 벌써 국제성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첫 회에 작가가 300여 명이 참가했는데 2회 째였던 작년에 참가 작가가 800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모여서 창조성을 파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는 것이죠. ‘파주출판도시 어린이 책잔치’도 있습니다. ‘국제 볼로냐 어린이 도서전’같은 국제적인 축제를 아시아에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많은 출판사가 모인 파주는 이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메인 메뉴인 백숙과 붕어찜 외에도 기본 반찬이 푸짐했습니다. 아삭하고 시원하게 맛이 든 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 특별한 맛을 선사했던 것은 무엇보다 민들레무침이었습니다. 식용 민들레가 있다고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부추와 함께 고춧가루, 깨, 참기름으로 버무린 민들레무침은 첫맛은 엄청 쓰더니 씹을수록 개운한 뒷맛을 남겼지요.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도 당연했고요. 좋은 약은 쓰다고 했으니 분명 몸에 무척 좋을 거라 생각되네요. 


맛있는 음식과 함께한 인터뷰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책으로 만난 사람들의 책 이야기가 풍성했던 저녁, 책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대화가 끊이지 않았던 시간이 기사로 어떻게 쓰여질지 궁금하네요. 맛집 '고향'에서 가득 차려졌던 음식처럼 푸짐한 한 상 차림의 기사를 기대해 봅니다. 


*『음식강산』(박정배 저, 2013, 한길사)

사계절이 뚜렷하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전 국토에 걸쳐 산과 강이 발달한 한반도는 옛부터 온갖 음식이 풍성했습니다. 『음식강산』은 우리 민족이 즐겨왔던 대표적인 음식은 무엇이며, 어떤 요리와 맛으로, 어떤 문화로 삶 속에 존재해왔는지 담고 있습니다. 


음식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두 발로 국토 현장을 누비며 직접 맛을 보고, 옛 자료를 섭렵해가며 우리 음식의 기원과 뿌리를 촘촘히 추적합니다. 우리 음식문화의 생생한 현장보고이자 새로운 시각으로 전국을 돌아본 낭만적 여행문학이며, 맛기행의 훌륭한 길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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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