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감자들 : 나는 행복한 도시 농부다!』를 읽고

(전대욱 박사님 추천사)

 

 

 

 

 

  

 지붕 위의 감자들 :

   나는 행복한 도시 농부다!

 

    해들리 다이어 지음 │ 서남희 옮김

    2014-3-10 │아일랜드 刊 

    반양장│88쪽│14,000원

    978-89-356-6530-3 (43300)

 

 

 

 

 

 

 

 

 

오늘 아일랜드 편집부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계신 전대욱 박사님께서

신간 『지붕 위의 감자들』을 읽어보시고 주신 연락이었지요.

전대욱 박사님께서는 현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안전공동체연구센터에

수석연구원으로 계시면서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정책이 나아갈 방향과

구성원 스스로 꾸려가는 공동체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 오신 분입니다.

이뿐 아니라 안전행정부 지역공동체포럼 전문위원,

한국슬로시티본부 전문위원,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객원연구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시며 도시 농업의 가능성에 대해 일찍부터 주목해 오신 분이기도 합니다.

박사님께서 『지붕 위의 감자들』과 같은 책이 출간되어 무척 반가웠다는

말씀을 전하시며 책에 대한 멋진 추천사까지 함께 보내 주셨답니다.

이 책의 주제를 쉽고 명확하게 짚어 주고 계실 뿐 아니라

정책 연구원으로서 바라본 도시 농업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계셔서

보다 많은 분들께서 ‘도시 농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셨으면 하는 바람에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합니다.

 

 

 

 

『지붕 위의 감자들 : 나는 행복한 도시 농부다!』를 읽고

  

전대욱(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우리는 지금 어떤 시각으로 ‘농부’를 바라보고 있을까? 현대사회에서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농업의 처지처럼 농부는 가장 인기 없는 직업으로 전락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요즘의 부농들은 매년 몇 억씩 번다고 하니 의외로 부러움을 사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농업생산력이 막대한 사회에서는 농부들이 천대받고, 그다지 높지 않은 사회일수록 오히려 대접받는다. 가까운 예로 우리나라만 해도 소를 끌던 그 옛날 촌부들은 ‘천하의 근본(農者天下之大本―농부는 천하의 근본이다)’으로 여겨졌지만, 최신 기계를 모는 오늘날의 농부들은 도시에서 살 수 없는 ‘경쟁력 없는 사람’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법칙처럼, 불과 수십 년 전 엄청난 농업생산력을 자랑했던 과거에는 기술자에 비해 농부를 그리 대접해주지 않았으나 생산력이 매우 낮아진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로 농부를 꼽게 된 나라가 있다. 바로 최고급 시가와 사탕수수로 유명했던 쿠바다.

 

1980년대 후반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후 미국에 의해 경제가 봉쇄된 쿠바는 모든 수출입이 중지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당시 쿠바는 다양한 공산품과 첨단 과학기술, 대규모 국영농장에서 재배된 최고급 농산물을 세계시장에서 거래하며, 무역량을 기준으로 하면 전 세계 10위권에 들 정도로 산업화된 국가였다. 그러나 미국의 봉쇄로 국가 경제가 몰락한 것은 물론이고, 석유와 식량의 수입이 중단되면서 쿠바 국민들의 생존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되고 말았다. 연료 부족으로 국영농장에서는 더 이상 시가와 사탕수수를 재배할 수 없었을 뿐더러 수출입 중단에 의해 생산된 것들을 팔 곳도 사라졌다. 결국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 부문의 생산도 곤두박질쳤고 이후 쿠바는 세계경제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약 20여년이 지난 지금 쿠바가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과 주변 국가에서는 쿠바의 인구 대다수가 굶주림으로 사망했을 거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쿠바는 매년 상륙하는 허리케인에도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거나 몇 명에 불과한 UN의 방재 모범 국가이자, 국민의 87%가 자기 집을 가지고 있고, 전 국민에게 무상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며, 미국보다도 낮은 유아 사망률과 높은 기대 수명을 자랑하는 놀라운 나라로 거듭났다.

 

그리고 현재 쿠바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가 ‘농업’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제 봉쇄가 가져온 생존 위기는 쿠바 사람들로 하여금 도심의 빈 땅과 해체된 국영농장에 식량 작물을 가꾸도록 만들었다. 도시 텃밭을 일구는 시민과 지역 농민의 협동조합은 쿠바 국민들의 생존에 절대적인 공헌을 하였고, 식량을 생산하는 이들이야말로 쿠바에서 누구보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농부’는 쿠바의 도시와 농촌 양쪽을 통틀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되었다. 경제 봉쇄로 석유가 끊기면서 화학 공장 역시 멈추었기 때문에 초기의 쿠바 사람들은 비료와 농약, 농기계 없이 작물을 키우면서 온갖 병충해에 시달렸고 적은 수확량이 안겨주는 절망과 싸워야 했다. 이러한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한 끝에, 쿠바의 도시 농부들은 마침내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유기농(organic farming)과 자연농법(permaculture)을 가지게 되었으며 서로를 돌보는 가장 주목받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게 되었다.

 

우리와는 반대의 길을 걸었던 쿠바의 이야기가 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가? 아마도 쿠바가 지나온 길이 우리 역시 언제든 걷게 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쿠바가 겪은 위기는 정치적인 갈등에서 비롯된 인위적인 것이었지만, 문제의 핵심은 ‘석유가 고갈된 사회’에 있다. 당장 석유가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떠올려보자. 모든 산업이 멈추고, 교통이 마비되며, 전기가 끊기고, 무엇보다도 먹을 것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70년 무렵에 80%대였지만 최근 40%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과거 우리의 밥상이 국내에서 재배된 농산물로 차려졌다면, 지금은 중국산 나물에 러시아산 명태, 호주산 쇠고기 등 세계화된 밥상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이 먹거리들은 모두 석유로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에 실려 국내로 수송되는데, 만일 석유가 없다면 필요한 식량의 60%를 들여오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세계화된 경제 시스템은 과거에는 맛볼 수 없었던 세계 각국의 진미들을 우리에게 선물한 한편, 우리의 농업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만들면서 식량자급률을 낮추는 결과를 함께 안겨주었다. 또한 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농부들로 하여금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점점 더 많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유전자를 조작한 작물까지 등장하며 환경 파괴를 심화시켰다. 축산이나 양식업에 있어서도 밀집 사육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되었으며 이는 치명적인 전염병을 확산시켰다. 또 전염병을 막기 위해 더 많은 항생제를 사용하다 보니 항생제 내성이 생긴 변종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생산력이 높아진 대신 먹거리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고, 식량 생산 체계는 석유 자원의 고갈이나 기후변화 같은 위험에 취약한 구조로 변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경고했던 ‘위험사회(risk society)’는 이렇게 식량 위기라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다시 쿠바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쿠바의 사례에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스스로가 지닌 힘 외에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유기농과 자연농법은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해 주며, 자국 내에서 생산된 로컬푸드가 미래의 식량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교훈을 전한다. 이러한 희망은 오늘날 ‘도시 농업(urban agriculture)’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구체화되었다. 농부이자 식량의 소비자로서 개개인의 시민을 연결하고 서로 돕게 하는 로컬푸드 시스템, 그리고 나눔과 공존의 마음 없이는 불가능한 유기농 도시 농법을 통해 파편화되어 있던 개인들이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작은 힘들이 모이며 큰 변화를 이루는 사회운동으로 도시 농업을 승화시켰다.

 

『지붕 위의 감자들』은 이러한 도시 농업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대도시에서 태어나 그림책에서나 농사를 접했던 저자는 이제 어엿한 도시 농부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공동체 텃밭을 가꾸며 얻었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여러분들에게 되돌려주려고 한다. 그 경험은 기분 좋은 노동의 즐거움, 마트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던 식재료들을 ‘입양’함으로써 깨닫는 생명의 소중함, 자신의 작은 행동이 다른 사람들과 지역공동체, 사회와 자연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들을 발견하는 기쁨까지 아우른다. 또 도시 농업의 의미부터 전 세계 도시 농업의 다양한 형태와 방법을 살피며 도시 농업이 자기 자신과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일깨운다.

 

아 참, 혹시 호박처럼 생긴 토마토가 얼마나 새콤한지 들어본 적은 있는지? 아니면 포도처럼 생긴 토마토는 포도보다 더 달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어항 속의 물고기 똥으로 키운 채소의 맛이 궁금하다거나, 마을 텃밭에서 애써 키운 작물들을 훔치러 몰래 숨어든 도둑의 정체가 정말 너구리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당신은 행복한 도시 농부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전대욱

경영공학 박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안전공동체연구센터 수석연구원

안전행정부 지역공동체포럼 전문위원

한국슬로시티본부 전문위원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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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추천 도서!

손 씻기 귀찮아요!』노랑발 쇠백로 가족



영유아·어린이 우수도서 선정 기관인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에서 2013년 여름방학 추천도서(▶바로가기)를 발표했습니다. 소년한길의 『노랑발 쇠백로 가족』(황헌만 글·사진 | 2012)과 토마토하우스의 『손 씻기 귀찮아요!』 (완야 올텐 글·마누엘라 올텐 그림·조국현 옮김 | 2012)가 초등 1, 2학년 추천도서에 이름을 올렸네요. 짝짝짝.^^ 


그럼 여름방학 추천도서에 선정된『노랑발 쇠백로 가족』과 『손 씻기 귀찮아요!』를 살펴보러 함께 가실까요?

 

 


 

 

 

 

 


 

엄마는 왜 자꾸 손을 씻으라고 하는 거죠? 『손 씻기 귀찮아요!』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손을 씻으라고 잔소리해요.

물놀이를 한 다음이나 

토끼를 만지고 나서도 손을 씻어야 해요.

밥 먹기 전에도 꼬박꼬박 손을 씻어야 하고요.

왜 손을 씻어야 하는 거죠?

내 손은 깨끗한데 말이에요!

 



 

손 씻기가 너무너무 귀찮은 아이들의 속마음! 『손 씻기 귀찮아요!』는 어린이들의 이러한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풀어가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품는 불만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드러내 공감과 재미를 전합니다. 

 

 

*완야 올텐 & 마누엘라 올텐

  

글쓴이 완야 올텐은디자이너이자 음악가, 작곡가로 어린이들을 위한 수많은 음악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린이 마누엘라 올텐은『진짜 사나이』로 올덴부르크청소년도서상을 수상했고, 독일청소년문학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지은 책으로『진짜 사나이』『우리는 친구』 등이 있고,『99센티미터 한스』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자라면서 많은 것을 익히고 배워 나갑니다. 밥 먹을 때,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왜 손을 씻어야 하는 걸까? 그냥 손이 더러워졌을 때 씻으면 되지 않을까? 사실 놀이터에서 흙장난으로 손이 더러워져도 치마에 쓱쓱 닦으면 다시 깨끗해지고 겉보기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물놀이 후에도 손을 씻으라는 엄마의 잔소리입니다. 엄마는 손을 잘 씻지 않으면 병에 걸려 아프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누워 있느니 지금 씻는 편이 나을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손 씻기 싫어하는 마음을 실감나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어린이들이 상상할 법한 세균의 모습을 재치 있으면서 생동감 넘치게 그려냄으로써 친근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존재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고, 손 씻는 습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손 씻기 귀찮아 하던 우리 어린이들~ 이제 손은 깨끗이 씻겠죠? ^^




 

사진으로 만든 동화 『노랑발 쇠백로 가족』


생생한 사진과 따뜻한 이야기로 우리 생태의 참모습을 알려온 황헌만 작가의 「어린이를 위한 사진 동화 시리즈」 10번째 이야기, 『노랑발 쇠백로 가족』. 사진 동화 시리즈는 일상 속에서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요즘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을 들려주기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야생 동식물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포착하기 위해서 황헌만 작가는 사계절 내내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사진들이 담고 있는 내용을 동화 형식으로 풀어내 아이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동식물들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림이 하던 역할을 사진이 대신하기에 이야기가 더욱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다가오겠죠?  


 

 

 

*쇠백로

황새목 왜가릿과에 속하는 동물이에요. 다른 백로에 비해 몸집이 비교적 작은 편이지요. 흰 몸에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인데, 발가락이 노랗고 뒷머리에 두 가닥의 길고 흰 장식깃이 자라는 것이 특징이에요. 논이나 못, 강 하구에서 무리 생활을 하며 물고기, 개구리, 뱀, 새우, 가재 등을 잡아먹어요.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에 산답니다.

 


 『노랑발 쇠백로 가족』에서는 쇠백로들이 가정을 꾸리고, 새끼를 낳고, 봄, 여름, 가을 세 철을 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이 생생한 사진과 따뜻한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손도손 사랑을 키워 나가던 쇠백로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장면, 갓 태어난 쇠백로 새끼들의 모습, 이들에게 홀로서기를 가르치는 쇠백로 부부의 모습까지, 참으로 희귀한 장면들을 담아낸 특별한 사진들이 유독 돋보입니다.


 




모내기를 하는 농부 아저씨 옆에서 노랑발 쇠백로 두 마리가 태연하게 고기를 잡으며 즐겁게 노닙니다. 짝짓기를 할 때가 되자 둘은 숲 속에 둥지를 짓습니다. 사랑에 빠진 노랑발 쇠백로의 얼굴과 발이 신기하게도 진한 분홍빛으로 바뀝니다. 부부가 된 노랑발 쇠백로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고 엄마 아빠가 잡아오는 먹이를 먹으며 쑥쑥 자라납니다. 


어느덧 성장한 새끼 쇠백로들이 둥지를 떠나 각자의 길을 갑니다. 막내 쇠백로는 처음엔 방황하지만 스스로 고기 잡는 법과 남을 배려하고 어울려 사는 법을 익히며 홀로서기를 시작합니다. 언젠간 막내 쇠백로도 자기만의 가족이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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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다반사2011.11.02 11:32

제가 간직하고 있는 ‘두고두고 읽는 책’ 목록 중에는 ‘연애소설’들이 있습니다. 보통은 연애소설을 한 번 읽고 말 텐데, 저는 그것들을 읽을수록 잊고 있던 작은 깨달음을 얻곤 하기에 버리지 못합니다. 깨달음은 보통 ‘그래, 내가 그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류의 ‘지난 연애에 대한 반성’이 대부분입니다. 깨달음은, 헤어진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깊게 와닿습니다.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는 관계라는 자명한 사실 앞에서 연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만약 그때 누군가 연희에게 한 가지 소원을 물었다면 서슴없이 대답했을 것이다. 생의 가장 마지막 순간을 그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 자신도 세중도 저마다의 삶을 다 살고 나서, 이번 생에 부과된 사회적 의무나 가정적 책임, 주어진 과업을 각자 완수한 다음, 한 일 년쯤 여분의 삶이 허용된다면 생의 가장 마지막 네 계절쯤을 그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 

김형경, 『성에』


『성에』는 읽을수록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이 가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연희도, 세중도, 그리고 그들의 탐닉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후에, 개인적으로 원치 않는 헤어짐을 겪고 난 다음에, 그제야 연희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었지요. 내가 가진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소유하고 싶은 욕망. 소유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앨리스는 감정을 말로 옮길 힘이 없었다. 아무 말 안 해도, 그 남자가 바라보면서 "그래요, 알아요"라고 속삭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우리는 사랑일까』는 연애를 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소설입니다. ‘앨리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 때문이지요. ‘어쩜 이렇게 여자 마음을 잘 알까’ 보통의 관찰력에 감탄하며 읽던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여자는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앨리스는 바로 나잖아!”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속은 물렁한 앨리스. 남자에게 이해 못할 취급을 당해도 ‘그는 원래 좋은 사람인데 오늘 내가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 그런 걸 거야’라고 생각하는 ‘착한여자 콤플렉스’에 빠진 엘리스는 내 안에도 있습니다.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문태준, 「가재미」

소설은 아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읽을 때마다 떠나간 이들이 생각나 눈시울을 붉히게 되는 시가 있습니다. 처음 「가재미」를 읽을 때는 시의 화자가 병든 연인을 떠나보내는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친척 어른(고모였던 것 같습니다)께서 병원에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고 지은 시라고 하지요. ^^; 떠나보내는 이의 안타까움과 떠나는 이의 슬픔이 잘 묻어나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재미」는 가수 이은미 씨가 우울증으로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을 때, 위로를 받은 시였다고 합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연애는 어렵고, 또 이별은 그보다 몇 배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연애소설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책으로 위로받은 적이 있는 분들은 이해하실 거예요. 내게 위로를 주었던 책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것은, 그 시절 나를 다시 만나 화해하는 기분이라는 것을요. 한번쯤 사랑에 아파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이 글들을 함께 읽고 싶습니다.
 

편집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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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민화는 말 그대로 사람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옛이야기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또 다음 세대로 끊이지 않고 전해진다는 것은 그 이야기가 그만큼 재미있다거나,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민화나 설화, 우화가 아이들에게 많이 읽혀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재밌거나, 아이들이 꼭 마음에 담아야 할 삶의 가치를 닮고 있으니까.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읽은 다른 나라의 옛이야기들은 우리의 옛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느끼고, 알고, 경험하는 보편적인 가치와 교훈을 담고 있었던 것 같다. 착하게 지혜롭게 용기 있게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어느 나라의 옛이야기건 비슷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옛이야기들을 들으면 어딘지 그 나라 특유의 정서, 문화, 관습 등이 묻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나라의 옛이야기들을 듣고 읽게 하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소개할 『중국 민화집』을 만들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듯하다. 이 글들을 읽고 있으면 어쩐지 중국이라는 나라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랄까. 옛이야기들이 그렇듯이, 이야기는 때로는 허무맹랑할 정도로 비현실적이지만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가는 과정을 읽고 있자면 중국의 모습이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중국의 옛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을 그려넣어 더욱 중국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중국 민화집』 표지.



 ‘중국’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넓은 대륙, 많은 사람들, 강렬한 붉은색, 어떤 것이든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는 정도?

그렇게 넓디넓은 대륙의 중국은 대개는 하나의 나라로 받아들여지고, 또 그 나라를 하나로 아우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이 있다. 우리가 ‘중국답다’고 얘기하는 것들. 하지만 중국은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족 외에도 많은 소수 민족들이 함께 하는 나라다. 그래서 중국이라는 커다란 울타리에서 같은 문화와 풍습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당연하게도) 각 민족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다지 들어본 일이 없다. 언제나 ‘중국’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만 아주 어렴풋하게 이해했을 뿐!

그래서 이 책은 중국에서도 우리에게도 익숙하게 들릴 한족이나 만주족뿐 아니라 좡족, 어룬춘족, 자오족, 먀오족, 하니족, 리족, 부랑족, 바이족, 둥샹족, 후이족처럼 생소한 소수민족 등 열두 중국 민족에게 오랜 시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스물한 편의 모험, 우화, 사랑 이야기, 무용담들을 담고 있다.


특히 많은 이야기들이 용처럼 신비하고도 신성한 생명체, 선녀나 용왕들이 사는 다른 세상처럼 중국의 여러 민족들이 오랜 시간 동안 믿어오고 만들어낸 그들만의 믿음과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중국의 여러 민족들의 의상과 분포를 특징적으로 나타낸 그림과 지도를 실어 이해를 돕고자 했다.



또한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넘고 또 넘어가는 수많은 산과 강, 바다와 길은 중국이라는 커다란 대륙에 펼쳐진 무한한 자연에 대한 경외를 나타낸다. 또한, 그와 동시에 광활한 대륙과 험준한 자연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시련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광활한 대륙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이들이 넘고 건너야 하는 산과 강, 바다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뿐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기까지 한다.

무엇보다도 중국에서 전해지는 민화들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다른 곳의 옛이야기들에 비해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들은 끝도 없을 것만 같은 역경을 반복해서 헤쳐나가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의 흐름은 다른 곳의 민화에서도 많이 나타나긴 하지만, 중국의 옛이야기에서는 특히나 도드라져 보인다.

「물동이를 든 양귀비 처녀」에서 얀지아오라는 청년이 진정한 자신의 짝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데, 그는 어마어마하게 큰 말에 올라타고, 괴물에게 붙잡힌 여자들을 구해 주고, 자꾸만 빠지는 늪에서 헤어나오고, 끝없이 몰려드는 모기떼와 싸우는 시험을 모두 거친 후에야 그 여자를 만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태양을 찾아서」에서 파오추라는 인물과 「붉은 샘 이야기」의 주인공 시둔은 각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해 험준한 산을 넘고 넓디넓은 강을 넘어 끝내는 원하는 바를 이룬다. 계속되는 도전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용기와 불굴의 의지는 끝도 없을 것만 같은 역경을 거치면서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한 의지와 기질을 가진 중국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만나게 되는 험준한 산봉우리는 넘고 넘고 넘어도 쉬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고난이야말로 용기와 의지를 북돋우는 자극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이 책에서 주목할 것은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 IBBY에서 매년 선정하는 어너리스트 그림 부문에 이름을 올린 체코의 일러스트레이터 레나타 푸치코바의 그림이다. 그녀의 그림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더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데, 동양적이면서도 대륙의 기운을 그대로 담은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그림은 글로만 읽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림과 글로 함께 읽고 보는 이야기집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중국의 드넓은 대륙에서 불어오는 기운을 느끼게 해주고, 그들의 지혜와 용기를 들려준다.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곳에서 한 층 한 층 쌓여진 화석을 보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닐까? 그래서 한 나라의 옛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 나라로 들어가는 문을 연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거대한 중국이라는 나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분명 그들에게 남아 있는, 화석과도 같은 뿌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소년한길 김미희


                                                         



아일랜드는 한길사의 영어덜트YoungAdult 문학 브랜드입니다.
지금까지 동서독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 『장벽 너머 너에게』, 해적 방송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사춘기 소년의 성장 이야기 『라디오스타』, 스타가 된 십대 소녀의 좌충우돌 소동기 『잠깐만, 오드리!』 등의 청소년 소설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을 묶은 책 『All For Love』『A Traveller’s Day Book』, 29편의 흥미진진한 아프리카 우화를 엮은 『아프리카 우화집』, 유쾌한 이메일 소설 『핑크머핀@베리블루1·2』,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역사 소설 『밤이 가장 깊어질 때』, 조세핀과 나폴레옹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여름의 마지막 장미』, 섭식장애를 앓는 열다섯 살 평범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아침 식사로 공기 한 모금』등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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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2011.05.02 09:37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5월 10일까지 파주출판도시에서 어린이 책잔치를 엽니다.

파주출판도시 입주한 출판사뿐만 아니라 외부 다른 출판사들도 참여해 100여 곳의 출판사를 만나실 수 있어요. 

올해 파주 어린이 책잔치 주제는 '와글바글 어린이 책잔치'입니다.^^

어린이들이 신나게 책과 함께 놀고 가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저희 소년한길, 토마토하우스, 아일랜드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외부 길거리 부스 뿐만 아니라 '책방, 한길'에서도 독자 여러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파주로 놀러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



 


▲ 포스터를 클릭하면 2011 파주출판도시 와글바글 어린이책잔치 공식 홈페이지 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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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다반사2011.01.05 16:22


여자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날씬한 그녀가 살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조금만 몸을 움직이고, 조금만 덜 먹으면, 뚱뚱한 몸은 어느덧 낡은 코트처럼 벗겨지고 그 속에 원래의 내 모습이 들어 있을 거라고 꿈꾼다.

ㆍ『다이어트의 여왕』 중에서


2010년 새해가 밝았다며 해돋이를 보러 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1년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신년 계획표를 작성하다 작년 이맘때쯤 책상에 붙여놓았던 ‘2010년 계획표’를 들여다보고는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2010년 계획표를 살짝 공개한다.

기타 배우기는 「슈퍼스타K」 열풍으로 기타학원에 밀려드는 수강생들 덕분에 등록조차 못했고, 헬스장에는 나간 적도 없으니 호리호리한 몸매 역시 만들지 못했다. 게다가 남들에게 너그러워지기는커녕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내 말이 맞아!”라는 말과 함께 머리 들이밀기에 바빴다. 한 해 동안 책 300권 이상 읽지 못했으니 인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도 모르겠다. ‘2010년 계획표’라는 제목에서 ‘2010’을 ‘2011’로 변경하면 새 신년 계획표라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좌절만 하고 있을 내가 아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 않던가! 다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신년 계획을 재작성해보기로 했다. 예전 목표를 재활용(?)하여, ‘올해 안에 책 300권 이상 읽기’ ‘호리호리한 몸매 만들기’를 목록에 다시 추가시켰다. 그런 다음 2011년 1월 1일, ‘다독’을 목표로 칩거하며 소설책을 내리 읽었다. 혹시 ‘호리호리한 몸매’ 만들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다이어트의 여왕』을 독서목록에 추가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아까 작성한 2011년 계획을 다시 변경해야겠어. ‘호리호리한 몸매 만들기’에서 ‘건강한 몸만들기’로!”

생각해보면 나는 나름 날씬한 편에 속한다. 우리 엄마가 매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딸” “날씬한 우리 딸”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렇다(응?).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울만 보면 이런 못난 몸매가 없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자 모델들은 전부 175센티미터에 45킬로그램인데 그들의 몸매를 감상하다 거울을 보면 내가 참 못나 보인다. 그래서 매번 ‘다이어트’를 신년 계획으로 삼는다. 늘 거울이 문제다.

주변을 둘러봐도, “난 하체비만이야” “이 뱃살만 없으면 참 좋겠어. 뱃살이 문제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난 몸매가 정말 좋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심지어 피골이 상접한 외국 모델조차 더 먹으면 살찐다며 음식을 거부한다. 전 세계 여성들이 “날씬해져야만 한다”라는 강박으로 인해 불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그러진 미의 기준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누가 자꾸 내 신년 계획표에 ‘다이어트’를 추가하라고 압박하는 것일까.

소설의 주인공인 정연두 역시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정민과 헤어지던 날, 그래도 밥은 먹고 가라고 말했었다.
부엌에 들어가 묵묵히 음식을 만들던 내게 “넌 밥에 미쳤니? 밥이 그렇게 좋아? 비만도 전염된다는 거 알기나 해?”라고 정민이 비아냥거렸을 때도, 나는 끓는 물 속에 가느다란 스파게티를 넣어 흰 빨래처럼 삶아대고 있었다.
ㆍ『다이어트의 여왕』 중에서


3년간 사귄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은 정연두. 직업이 요리사이기에 뚱뚱한 몸은 유능한 요리사임을 증명하는 것이라 스스로를 세뇌시키던 그녀에게 남자친구의 이별 통보는 큰 충격이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연두는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다이어트의 여왕」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결론은? 다이어트에는 성공하지만 그녀는 무언가 불안해 보였다. 다시 뚱뚱해질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은 그녀를 ‘다이어트의 여왕’이 아닌 ‘다이어트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다.


거식증 반대 캠페인 모델 이자벨 카로의 포스터. 그녀 역시 결국 거식증으로 인해 사망했다.


대한민국 모든 여자들이 자신의 키와 골격에 상관없이 45킬로그램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2011년부터 나는 이 대열에서 당당하게 “NO”라고 외치기로 했다. 청바지 사이즈가 26에서 27로 넘어간다고 해서 속상해하지도, 저녁에 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자학하지도 않기로 했다. 초콜릿을 먹으며 ‘살찌면 어쩌지’라고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혀에 내린 달콤함’을 사랑하기로 했다. 내 몸이 지금보다 더 불어난다 해도 그 모습을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년 계획표에 적힌 ‘호리호리한 몸매’를 ‘건강한 몸’으로 수정하니 이제 진짜 다이어트의 여왕이 되는 첫 걸음을 내딛은 것 같다.


- 편집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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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레이첼은 열세 살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 조금 빨리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면 중학교 1학년이 될 나이이다. 『레이첼 라일리의 비극적이리만큼 평범한 일기』를 읽으면서 종종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혼자 킬킬댔다.
어른을 흉내 내고 싶고,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 싶었으며, 인기를 끌고 싶었고, 때로 건들거리며 불량한 척했던. 그때는 나름 심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으로 산만하고 우스꽝스러웠던 나날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스스로가 못마땅하기도 했던 것 같다. 레이첼 라일리처럼. 

레이첼은 평범한 소녀다. 그녀는 그 평범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새해에 다짐한다. “흥미롭고 비극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겠다고. 그래서 레이첼은 평범함에서 벗어나 비범한(?) 삶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레이첼은 바라던 대로, 스칼릿과 에드라는 평범한 친구들 외에 카일리라는 독특한 친구를 사귀게 되지만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다. 말라깽이 카일리는 레이첼에게 ‘사후 피임약’을 구해달라고 하고 고민 끝에 레이첼은 약 대신에 알약형 민트 사탕을 주고 문제가 생길까 봐 전전긍긍한다. 게다가 윌이라는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비극적이고 특별한 삶과 친구를 원했던 레이첼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스칼릿과 에드를 그리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맙소사, 벼룩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아냈다.
                                       내 펑퍼짐한 옥스팸 스웨터였다.…… 빈티지 패션에는 사소한 고통이 따른다.”
                                                                                                          - 본문 35~36쪽 중에서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의 일상사

당돌하고도 시종일관 깐죽거리는 레이첼의 어투는 은희경의 『새의 선물』에서 열두 살에 성장을 멈췄다고 서술하는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새의 선물』에서 주인공 소녀가 허위에 찬 어른들의 세계를 까발리듯이 레이첼 역시 그들의 모습을 어른도, 아이도 아닌 제3자로서 서술한다. 그중에서도 편집증 환자에 수시로 신문사에 항의 기고글을 보내는 엄마는, 레이첼에게 이상한 어른들의 대표주자로서 손색이 없다.

“엄마는 조류 독감 예방약을 구하지 못했다는 데 더 불안해하고 있다. 크리스티나가 깨끗하다고 판명될 때까지 할아버지네 집에도 가지 않겠단다.” -본문 293쪽 중에서

이외에도 며느리보다 어린 연인과 늦둥이를 만든 할아버지, 유통기한이 지난 초콜릿을 손녀에게 선물로 보내는 극우 성향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식용색소로 목욕을 해서 노랗게 변해버린 일곱 살 남동생 등 일견 평범한 듯하지만 제각각의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벌이는 천태만상을 레이첼은 유머러스한 어투로 빈정댄다.

영국 총리의 연설문 작성가로 활동했던 글쓴이 조애나 네이딘의 이력 때문인지, 이 책 곳곳에는 날카로운 정치 풍자가 들어가 있다. 선거에서 상대방을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 어른들의 왜곡된 정치 인식은 레이첼의 학교에서 열린 모의 선거에서 그대로 되풀이되기도 한다. 손자 손녀가 있는 집에서 버젓이 연인과 애정행각을 벌이는 할아버지, 로또에 당첨되어 받은 상금으로 수영장을 짓고 술판을 벌이는 옆집 아줌마 아저씨, 알코올 중독에 성희롱을 일삼는 의사 선생님 등 요즘 청소년들은 범죄와 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영국이니까 그렇겠지, 하고 생각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의 실상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 다시 돌아갈래!

그리하여 새해 다짐에서 시작해서 연말까지 이어지는 레이첼의 일기는 연초의 계획이 얼마나 지켜졌나 체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1. 커피 마시기.
2. 남자친구 사귀기.
3. 예쁜 옷 사 입기.
4. 개 훈련시키기.
5. 생리하기.
6. 흥미롭고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친구 되기.
7. 파리에 가기.

이 바람들은 대부분 성공한다. 하지만 레이첼은 그것들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저 다시금 “내 삶도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열세 살 소녀가 비범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오히려 평범한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열세 살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비극적이리만큼 평범하고 특별한 이 한 권의 책이 아닐지. 열세 살은 지극히 평범했을지라도 지나고 보면 그 시간들이야말로 개개인에게 독특하고도 가장 특별한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던 열세 살의 ‘그들’은 과연 그들이 바라던 어른이 되어 살고 있을까? 이 책을 덮으며 문득 궁금해진다. 


                                                                    - 편집부 이혜정


레이첼 라일리의 비극적이리만큼 평범한 일기
조애나 네이딘 지음 | 박슬라 옮김 | 반양장 | 352쪽 | 12,000원 | 2010년 11월 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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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2010.10.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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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부터 10일까지 덕수궁에서 2010 서울북페스티벌 열립니다.
북돋움 책길에서 진행되는 도서전에 한길사도 참여합니다.
할인된 가격의 한길사/소년한길/한길아트 책을 만나보세요!

서울북페스티벌 홈페이지에서 사전 참가 등록 하시면 무료 입장 가능합니다.
사전 등록 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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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는 듣지 못하고 보지 못했지만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서 글을 배우게 된다. 그녀의 일화 중에서도 유명한 건, ‘물’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난폭한 아이였던 헬렌에게 끊임없이 손바닥에 철자를 써주며 가르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설리번 선생은 어느 날 헬렌을 물 펌프 가까이로 데려간다. 헬렌의 손에 펌프에서 솟구친 물이 쏟아져 내리고, 설리번 선생은 그녀의 손에 ‘물’을 적는다. 그제야 헬렌은 깨닫는다. 여태까지 설리번 선생이 자기의 손에 계속 써내려가던 것들이 사물들의 이름이라는 것을. 이 차갑게 손을 적시는 것이 ‘물’이라는 것을.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로 의아했던 것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세계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반만이라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하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어떤 당위나 배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과 관심으로서 말이다. 


               
       美의사당에 건립된 헬렌 켈러 동상                               로이 피니, 점자 읽기, 1936, ⓒ Roy Pinney


『로라의 비밀편지』는 7세부터의 아동 독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점자의 세계에 순수한 호기심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점자를 소개하고 있다.   

로라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말콤과 펜팔 친구가 되었다. 편지를 받고 싶었던 로라는 말콤의 답장을 받고 기뻐하지만 얼마 후 연락이 끊어지자 섭섭해한다. 말콤의 누나에게서 대신 편지가 왔고 그 편지에는 말콤이 지금 병원에 있고, 말콤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로라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지만 말콤을 위해서 점자 문병카드를 보낸다. 그리고 말콤으로부터 점자 편지를 받는다. 


                                 말콤의 점자 편지를 받은 로라. 점자 편지와 한글 점자 일람표(본문 21~22쪽)

 



말콤의 점자 편지가 이 책에는 수록되어 있다. 한글 점자 일람표를 참고하면 암호처럼만 보이던 점자들이 나름의 규칙으로 알기 쉽게 배열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편집 과정에서 영어로 된 점자 편지를 한글 점자로 바꿔야 했다. 인터넷으로 점자 정보를 검색하던 중 ‘점자 세상’이라는 점자 학습 온라인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점자에 대한 기초 지식을 익힐 수 있었다. 게다가 ‘점자 세상’ 사이트에는 점역프로그램이 있었다. 한글 텍스트를 써넣고 엔터만 누르면 점자로 손쉽게 변환되었다. 이로써 책에 실을 말콤의 점자 편지와 한글 점자 일람표는 확보가 되었다. 하지만 전문가의 정확한 검증이 필요했다. 

‘점자 세상’ 사이트를 운영하는 하상장애인복지관에 연락을 했다. 학습지원팀의 이현주 팀장은 바쁜 와중에도 편집부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마지막 최종 점자 이미지를 감수하고 오류를 잡아준 덕분에 정확함을 더할 수 있었다. 평소 시각장애인들의 제작 의뢰를 받아서 점자책을 만들어주는 복지관은 시각장애인의 눈과 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만큼 시각장애인들이 비시각장애인들의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 안타까웠다. 

드디어 책이 나왔다! 
말콤의 점자 편지를 읽는 일이 아이들에게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점자 편지 한 장으로 아이들이 점자를 완벽하게 익힐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로라의 비밀편지』가 열어둔 문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점자의 세계로 들어와,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편집부 이혜정


마리온 리플리 글 | 콜린 백하우스 그림 | 이순미 옮김 | 양장 | 26쪽 | 값 11,000원 | 2010년 8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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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2010.09.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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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2010.09.09 14:37




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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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다반사2010.08.23 15:17
 




선생님의 농가에 소박한 식탁을 차려 둘러앉은 독자들.
이날 아침까지 홍천강변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우리가 도착한 오후 2시쯤에는 사방이 맑게 개었다. 

지난 수요일 오후,『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의 저자 최영준 선생님과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산과 강이 만나고 춘천과 홍천, 양평 땅이 만나는 홍천강변 최영준 선생님의 농가. 책을 쓴 사람과 만든 사람,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여기까지 두 시간이면 오지만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찻길이 없어서 삿대로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이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 3년 동안 이불과 밥솥을 짊어지고 산을 넘어 다녔어요.”

최영준 선생님 내외는 20년 전 홍천군 서면 기슭, 전망이 좋은 언덕에 올라 개발의 여파를 탈 가능성이 가장 적어 보이는 논골을 새 터전으로 점찍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멀리 홍천강이 내려다보이는 골짜기에 납작 엎드린 외딴집을 구입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농사를 지으며 학문에 정진하겠다는 다짐의 시작이었습니다.

선생님은 2007년 정년퇴임을 맞을 때까지 서울과 홍천강변의 농가를 오가며 학문과 농사일을 병행했습니다. 퇴임 후에는 천여 평의 대지를 직접 일구며 낮에 농사짓고 밤에 공부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의 생활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20년의 세월은 선생님을 진정한 농부이자 ‘촌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선생님 내외는 2년 전 주민등록을 이전해 강원도민이 되었고, 작년 3월에는 농업경영인으로 정식 등록되었다.
정년을 넘긴 연세에도 천여 평의 농지를 직접 경작하신다.


봄에는 산으로 들로 흐드러지게 꽃이 피고, 토끼와 다람쥐가 마당을 들락거리고, 오리와 원앙이 마루 아래 알을 까서 마당에 앙증맞게 찍힌 작은 새발자국들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시골생활이 이처럼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시골생활을 부정적으로 보는 주변의 몰이해와 질시를 견뎌야 했고 애써 가꾼 농작물과 야생화, 심지어 현판까지 훔쳐가는 도둑들에게 시달렸으며, 농약을 쓰지 않으니 고라니, 꿩, 멧돼지까지 선생님의 밭으로만 모여들어 작물의 피해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고된 노동에서 오는 피로감 역시 감내해야 하는 농사일의 큰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분이 있습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단호박과 옥수수를 먹기 바쁘던 일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을 바라봤습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5퍼센트이고, 항상 굶주릴 것만 같은 북한은 식량 자급률이 우리의 세 배 가까이 되는 70퍼센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쌀 소비량이 적어 해외 농산물 의존도가 무척 높고, 이는 다시 우리 농업의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적은 쌀 소비량과 농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는 땀 흘리는 노동을 천시하는 가치관과 이어져 있습니다.


                    샛노랗고 꿀처럼 달았던 단호박. 선생님은 지난주에 단호박 15개를 수확해 이웃들에게 나눠주셨다고 한다.
                                                       빗물과 햇빛, 쇠똥만을 먹고 자란 것들이다.

 

“요즘 사람들은 체육관에서 돈 내고 흘리는 땀은 귀하게 여기면서 노동으로 흘리는 땀은 냄새나고 천한 것으로 여겨요. 웰빙 웰빙 하지만 진정한 웰빙은 무공해 식품을 사서 먹는 것만이 아니라 자연에서 땀 흘려 노동하면서 그 정직한 노동의 대가를 먹고 사는 겁니다.”

“가끔 제자들이 일을 돕겠다고 찾아오는데, 한 시간 가량 일하다 둘러보면 모두 도망가 버리고 없어요. 키가 크고 몸집이 좋은 녀석들도 쌀 한 가마를 제대로 못 들어 비실거리는 것을 보면 어쩌다 젊은이들 체력이 이렇게 약해졌는지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은 우스갯소리로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피부과 의사와 기상캐스터라고 하셨습니다. 피부과 의사는 자외선차단제의 필요성을 귀에 박히게 말하지만, 그건 뙤약볕에서 자외선차단 크림을 바르면 눈이 쓰려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겁니다. 게다가 가뭄에 비가 내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농민들에게 외출하기 좋은 맑은 날씨라고 예보하는 기상캐스터들은 얄밉게만 보인다고 합니다. 언론과 방송, 그리고 모든 정보가 오직 도시 사람들 위주로만 되어 있는 것은 잘못됐다고 하십니다.




“계유년 정월 아내가 준 이 공책에 매일 이야기를 쓰겠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은 한 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책의 한 구절입니다.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데는 이 글의 형식이 일기라는 점도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후 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강인하면서도 소박한 느낌과 말투가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선생님의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아마 일기가 한 사람의 가장 진실한 내면의 고백인 동시에 그 사람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일 겁니다. 최영준 선생님은 매년 사모님께 일기장을 선물받는다고 합니다. 농사를 지으며 하루하루 담담하게 써내려간 기록은 어느덧 14권 분량이 되었습니다.

매일 밤 깨끗한 일기장을 앞에 두고 고요히 앉아 하루를 반추하는 시간, 그리고 진실한 기록과 다짐으로 그 종이를 채우는 행위는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일 것입니다. 일기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살아가는 이 시대에 일기 쓰기란 훌륭한 인문학 운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굴뚝에 빠진 원앙을 끄집어내 준 적이 있는데, 구들장을 뜯어보니 훈제오리 다섯 마리가 나왔다고 한다.
   그 뒤로 굴뚝 위에 사모님의 작품을 얹어 새들의 추락을 막았다. 선생님의 농가 곳곳에는 사모님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최영준 선생님은 일찍이 한길사와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80년대 역사기행이 한창일 때 강사로 참여해서 가이드 역할도 맡으셨습니다. ‘영남대로’를 직접 답사하며 ‘길의 문명 길의 역사’라는 주제로 강연하셨고, 항몽 유적지로만 알고 있는 강화도를 ‘간척사업’에 초점을 맞춰 답사함으로써 새로운 국토 인식의 길을 열었습니다. 

지리학자로 평생을 학업에 전념해온 선생님께 길과 국토의 변화는 인류문명의 중요한 척도로서 평생 학문의 화두였습니다. 4대강과 세종시 논란으로 시끄러운 요즘, 선생님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선인들은 자연이 베푸는 방향을 따라 작고 소박한 길을 열었으나 오늘날의 후손들은 책상에 펴놓은 지도상에 자를 대고 용감하게 직선을 그어놓는다. 그 선상에 놓인 지형적 장애를 만나면 산을 깎고 허물거나 굴을 뚫으며, 여기서 나온 토석으로는 낮은 골을 메워 곧고 넓고 평탄한 길을 만든다.
  
“20년 전에는 이곳의 지형도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정부에서 허가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찾아와 조금씩 조금씩 지형을 변화시키면서 다락논들도 모두 사라졌어요. 도시 사람들은 땅이란 네모지고 평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도시 사람들의 것이고 서양 사람들의 것이에요.”


       20년 전 선생님이 손수 그린 홍천강변 일대의 지도. 지금은 지형이 변해 큰 길이 생기고 골짜기의 다락 논들이 사라졌다.

조용히 한쪽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계시는 사모님과 선생님의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언뜻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어떤 인물에도 비유할 수 없는 그분들만의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길일 것입니다. 

욕심 없이 겸손하게 자연 속에서 땀 흘리며 사는 정직한 삶,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 최영준 선생님의 삶은 물질이 넘쳐나고 경쟁의 논리가 만연한 자본주의 문명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삶의 길일 것입니다. 시원한 편집실 안에서 책상 앞에만 앉아 지내는 저에게 최영준 선생님과의 만남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했습니다. 자연에서 땀 흘리는 노동과 건강한 책을 만드는 삶 사이의 조화가 저에게는 새로운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편집부 인턴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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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공지사항2010.08.0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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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다반사2010.08.02 10:16



이상하다. 평소에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저녁밥을 먹기도 귀찮을 만큼 녹초가 되는데 오늘은 왠지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한길사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오늘처럼 잠이 오지 않던 그날 밤에도 무얼 찾는지도 잘 모른 채 인터넷을 항해하고 있었다.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후로 여러 방면으로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기회를 잡기 쉽지 않던 상황에 조금 지쳐 있을 때였다. 그날 우연히 들어간 출판도시입주협의회 사이트에서 향후 출판사 인턴으로 일하게 될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그 순간, 이리저리 헤매다가 원하던 곳에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


                                                                                                                         

교육을 듣던 출판문화센터



몇 번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이력서를 쓰고,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고, 처음 배우는 출판 교육에 마냥 신기해하며 지내다보니 어느덧 출판사를 지원해야 하는 때가 왔다.
나에게 한길사는 독자로서 특별한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대학 시절 시오노 나나미 선생의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해 여러 역사소설들은 나를 잠 못 들게 했고, 스페인문학 전공자로서 스페인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할 수 없어서 강의가 지루하기만 했을 때 교수님 추천으로 읽게 된 홋타 요시에 선생의 『고야』는 전체 그림이 보이지 않던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꿰맞추는 듯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독자로서 한길사에 느끼던 애정은 함께 일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커졌다. 교육과정 중 한길사 사장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책에 대한 사장님의 신념에 찬 특강을 듣고 망설임 없이 한길사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다시 고민하며 기획서를 쓰고 면접을 본 후 나는 한길사의 일원이 되었다.

 

『로마인이야기』 독후감대회 수상으로 떠난 5박 6일 로마 답사 중 바티칸에서 일행들과 함께





첫 출근을 한 날. 교육을 받을 때 한길사에 견학을 왔던 동기 분들이 혀를 내두르며 한 말이 생각났다. “한길사는 책으로 빽빽이 둘러싸인 사무실에, 큰 책상 위에도 여러 책들과 원고가 쌓여 있고, 정말 조용한 분위기인데다가 다들 열심히 일만 하고 있어!” 그 말이 떠올라서 더욱 바짝 긴장한 채 배정받은 책상 앞에 앉아 쭈뼛쭈뼛 분위기만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근무 시간 전인데도 모두 자리에 앉아 조용히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계셨다. 프로들 사이에 낀 어설픈 애송이 하나가 일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오전을 가슴 졸이며 보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기다리던 2층 대기실 모습



그런데 이건 무슨 반전인가! 면접 때 날카로운 질문들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차장님의 입에서 예상치도 못한 소녀 같은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고, 오전 내내 목소리 한 번 듣기 힘들었던 선배들의 입에서 ‘일’을 제외한 갖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왔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다른 인턴동기와 눈을 마주치며 어안이 벙벙한 채로 점심시간을 보냈다. 시계 바늘이 한 시를 가리키자 모두들 언제 그렇게 이야기를 했냐는 듯이 다시 각자의 일에 빠져 사무실은 고요해졌다. 편집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종일 놀라기만 한 날이었다.

 

면접 날 한참 찾았던 한길사의 계단. 이제는 매일 새로운 각오로 오르내린다


그런 날을 열흘쯤 보내고 나니 편집부 분위기를 슬슬 파악하게 됐다. 근무 시간에는 열심히 일하기, 짧은 휴식은 열심히 즐기기! 놀랍기만 했던 편집부 분위기에도, 새벽 6시에 눈 비비며 일어나는 것도, 한 골목을 꺾을 만큼 긴 줄 끝에서 출근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느껴지던 출판도시를 거니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소중한 원고에 펜을 드는 일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렇게 고쳐도 되는 걸까?’,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한 글자를 고칠 때마다 수십 번씩 생기는 고민들은 내가 참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걸 깨닫게 한다.

아직도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원고에 집중을 하는 선배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고, 오후에 쏟아지는 졸음을 카페인의 힘으로 간신히 버티는 새내기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한 명의 편집자 몫을 제대로 해내리라는 꿈을 꾸며 하루하루 원고와 씨름한다.


 
- 편집부 인턴 임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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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공지사항2010.05.03 09:54

두근두근, 드디어 출판문화도시의 자랑(!) 파주 책잔치가 열립니다.

저희 한길사의 아일랜드, 소년한길도 당연히 참여하는데요, 좋은 어린이 책을 30퍼센트 할인된 가격에 만나뵐 수 있으니
꼭꼭 저희 회사 부스도 방문해주세요. ^^

독자분들을 직접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독자분들과의 대면을 무척 기대하고 있답니다.

파주에서 만나요 ^^*



*파주출판도시 어린이 책잔치 2010
주제: 캐릭터, 책 밖 세상으로
일시: 2010년 5월 5일(수)~2010년 5월 9일(일)
참고:

어린이 책잔치 공식 홈페이지:
http://www.pajubfc.org/
어린이 책잔치 공식 카페: http://cafe.naver.com/pajubfc.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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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