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유스투스」

아이가 죽음에 대해 물어볼 때 함께 읽어야 할 동화책



「굿바이 마이 프렌드」란 영화 기억하세요? 제겐 '눈물, 콧물을 쏙 뺀다'는 것이 뭔지 확실히 알려줬던 영화가 바로 「굿바이 마이 프렌드」입니다. 이 영화는 10대 소년들의 우정을 전면으로 다루고 있지만 「굿바이 마이 프렌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차원 더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수혈로 에이즈에 걸린 덱스터와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정에 굶주린 에릭의 우정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병이 악화돼 입원한 덱스터와 친구가 죽었다며 사람들을 놀리는 장난을 쳤던 에릭은 진짜 덱스터가 죽자 오히려 무덤덤해합니다. 에릭이 친구의 죽음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많이 어렸기 때문이겠죠. 덱스터의 장례식에서 자신의 낡은 운동화를 덱스터에게 쥐어주는 에릭의 모습에서 덱스터의 죽음을 조금은 받아들인 에릭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죽음으로 몸은 영영 멀어지더라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 사람과 함께한 기억과 추억도 함께라는 것을요. 



[출처-영화「굿바이 마이 프렌드」 포스터 및 스틸]



키우던 금붕어, 귀여워하던 고양이, 친구의 할머니 등 아이들은 크면서 다양한 죽음을 봅니다. 아이들이 '죽는다는게 뭐야?'라고 천진하게 물어볼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꼭 함께 읽어주세요.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고양이 유스투스가 주인공인 동화책「고양이 유스투스」(소년한길| 2013) 입니다. 




친구에게 돌아가기 위한 단 한 가지 방법


고양이 유스투스는 어느 날 낯선 길을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발밑은 달빛이 깔려 있는 것처럼 폭신폭신했고, 머리 위에 떠 있는 해는 평소보다 부드럽고 희미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날개 달린 고양이가 유스투스 앞에 나타났습니다. 뮤리엘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자신을 ‘동행 고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뮤리엘의 말에 따르면 유스투스는 방금 전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했으며, 앞으로 중간 나라에 머물면서 다음 생을 준비하게 됩니다. 






중간 나라에서는 원하는 건 모두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힘세고 멋진 동물로 태어나 새 삶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스투스는 오로지 인간 친구인 다비드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유스투스의 굳은 결심에 뮤리엘은 결국 한 가지 방법을 알려 줍니다. 그런데 다비드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우선 유스투스가 사용할 수 있는 몸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어야 합니다. 또한 지금 기억의 일부만 가지고 다시 태어나게 되며, 자신이 누구였는지조차도 금방 잊어버리게 됩니다. 유스투스를 잃은 다비드 역시 유스투스가 아닌 다른 고양이는 원하지 않습니다. 다비드는 모습이 바뀐 유스투스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유스투스는 다비드에게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별에 슬퍼하는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


몇 년 전부터 애완동물 대신 반려 동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처럼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형제가 많지 않은 요즘 어린이들에게 반려 동물은 헌신적이고 다정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줍니다. 그런 가운데 ‘펫로스(pet-loss)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반려 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욱이 어린이들의 경우, 반려 동물의 죽음은 처음 겪는 이별인 경우가 많아 반려동물의 죽음이 더욱 힘겹게 다가옵니다.  





이 책의 주인공, 고양이 유스투스와 다비드도 둘도 없는 친구 사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스투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사이였던 만큼 다비드는 친구의 죽음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유스투스를 그리워합니다. 유스투스 역시 멋진 삶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들을 포기하고 다비드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반려 동물을 잃어 본 경험이 있는 어린이들에게 유스투스와 다비드의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됩니다. 


유스투스는 동행 고양이 뮤리엘과 함께 중간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죽음은 끝이 아닌 하나의 과정이며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독자들은 유스투스의 이야기를 통해 막연히 무섭게만 느껴졌던 죽음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죽음을 맞더라도 영원히 이별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고,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특별한 친구끼리는 서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줍니다. 두 친구의 아주 특별한 우정 이야기는 친구와의 이별로 힘들어 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소중한 존재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전합니다.



*함께 읽기


쉿, 나쁜 말은 안 돼요!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글・카롤라 홀란트 그림・유혜자 옮김 | 토마토하우스 

라우라와 레오는 단짝 친구예요. 그런데 오늘 라우라가 레오에게   라고 했어요. 그건 정말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지요.   는 계속 따라다니면서 레오를 힘들게 했어요. 라우라는 레오에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라우라와 레오는 화해할 수 있을까요? 




모차르트의 비밀 친구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글・박민수 옮김 | 소년한길 

모차르트는 짧은 삶을 살며 아주 많은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모차르트는 어떻게 그 많은 곡을 작곡했을까요? 혹시 음악의 요정이 연주하는 소리를 들으며 악보를 쓴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음악의 요정이 불러 주는 대로 악보를 받아 적은 것은 아닐까요? 모차르트의 좋은 친구이면서 작곡을 도와주었던 어떤 목소리가 있었을지도 몰라요. 목소리의 이름은 ‘아마데’예요. 아마데는 ‘신의 사랑’이란 뜻이랍니다. 



유령이 된 할아버지 

킴 푸브 오케손 지음 | 에바 에릭손 그림·사진 | 소년한길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닥치면 아이들은 불안을 느낍니다. 늘 옆에 있던 사람이 잠깐만 안 보여도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합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 볼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에게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영원히 볼 수 없는 죽음이란 아이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건지요. 어른도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 아이들에게 죽음이란 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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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캠핑장에서 

자연에서 놀자! 어떻게?『스틱 북』으로!



인간에 대한 정의는 참 많습니다. 교과서에서 많이 본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사람), 호모 파베르(도구를 사용하는 사람)같은 정의뿐 아니라 현대인을 설명하는 호모 모빌리쿠스(휴대전화를 생활화하는 사람) 같은 재미있는 정의도 있습니다. 그중 오늘 소개해드릴 책과 딱 맞는 정의가 있습니다. 바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는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고안해낸 개념인데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놀이, 즉 유희가 인간의 아주 중요한 특성 중 하나라고 본 것입니다.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장난감을 갖고 논 흔적이 발견된다고 하니 '노는 것'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본능에 가까운 것 아닐까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노는 걸 좋아하지만 노는 것에도 급이 있습니다. 특히 어릴 때 잘 놀아야 어른이 되어도 잘 놀 수 있겠죠?

 

오늘 소개해드릴 『스틱 북』(조 스코필드 · 피오나 댕크스 지음 · 서남희 옮김 | 소년한길 | 2013)은 아이와 자연에서 '제대로'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요새는 가족과 캠핑도 많이 떠나죠? 아이와 캠핑을 떠나 자연 속에서 마음껏 노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니 캠핑을 좋아하는 부모님들께서도 주목해주세요~




 

『스틱 북』을 읽으며 어린 시절 산과 들에서 신 나게 뛰어놀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스틱 북』이 얼마나 자연에서 제대로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인지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려줄까'를 고민하는 저에게 동료가 말했습니다. "『스틱 북』의 놀이 방법대로 직접 만들어 보면 어때요? " 


'그래! 직접 만들면 되는걸!' 눈을 반짝이며 당장 실행에 옮겼습니다. 『스틱 북』에서 봤던 것들을 생각하며 주변의 자연물들을 마음껏 이용해 보기로 했어요!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피고 궁리하게 됩니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 한길책방 근처를 돌며 떨어진 나뭇잎과 마른 가지들을 모으다 보니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네요. 자, 이제 팔을 걷어붙이고 작업에 나서봅니다. 오늘 만들어 볼 것은 『스틱 북』 58페이지에 소개된 '액자'입니다. '나뭇가지만으로 액자를 어떻게 만들지?'라고 의문스러워 하시는 분은 『스틱 북』만 믿고 따라오세요. 


 

 

나뭇가지로 틀을 만들고 강아지풀 줄기로 틀을 엮은 후, 예쁜 꽃들과 나뭇잎으로 장식을 합니다. 만들기 전 ‘풀이나 테이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정말 자연에서 얻는 재료들만 가지고도 이렇게 뚝딱 만들어지네요. 친환경적인 놀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더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스틱 북』들고 아이와 함께 자연에서 액자 만들기

   Step 1. 적당한 길이의 나뭇가지 4개를 풀 줄기 등으로 단단히 묶어 틀을 만든다.

               (굵기와 길이가 적당한 나뭇가지가 없어서 전 얇은 나뭇가지를 여러 개 겹쳤습니다. 응용의 힘!)


   Step 2. 만들어진 틀을 강아지풀, 열매, 깃털, 꽃 등 다양한 자연 재료로 장식한다. 

                (이번 단계에서 아이들이 상상력과 예술 감각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겠죠?)


   Step 3. 완성된 틀에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 집이나 방 등에 장식한다.



 

짜잔~ 귀여운 상상력과 약간의 손재주로 뚝딱 만들어낸 첫 번째 작품입니다. 어떠세요? 참 귀엽죠? 아이들의 모험을 도와줄 나뭇가지들. 우리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만으로도 뭐든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 시작이 어렵다면 일단 『스틱 북』과 함께 해 보세요. 가족들과 함께 산에서 바다에서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는 ‘나뭇가지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 70가지’가 『스틱 북』안에 가득합니다. 

 



 

 


*『스틱 북』2탄!『와일드 웨더 북』

비가 주룩주룩 오고 눈이 펑펑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제대로' 노는 법을 알려주는 『와일드 웨더 북』이 소년한길에서 곧 나올 예정입니다. 『스틱 북』의 2탄이랄까요? 장마철에도 바깥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지 궁금하시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와일드 웨더 북』 비 스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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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다반사2013.08.09 14:32


장계향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강연회


지난 8월 7일 저녁, 홍대역 근처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장계향 조선의 큰어머니』의 저자 정동주 선생님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나눔과 사랑으로 세상을 치유한 조선의 위대한 여성 ‘장계향’. 배운 것을 바르게 행하고 가진 것을 널리 베풀며 참다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살다간 여중군자의 모습으로 물질이 넘치는 시대 오히려 빈곤해지는 오늘날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34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40여명의 독자들이 함께했던 강연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강연장이 채 세팅이 되기 전인 시작 30분 전부터 독자분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특별한 분들도 함께 했습니다. 바로 이번 강연회에 커피를 협찬해주신 MANUFACT(매뉴팩트)입니다. MANUFACT는 아프리카에서 직접 생두를 구매해 로스팅 후 양질의 커피를 도매로 납품하는 곳인데요. 장계향의 ‘나눔’에 큰 감동을 받아 이번 강연에 후원을 해주시기로 하셨답니다. 커피의 향기와 정동주 선생님이 전하는 장계향의 ‘나눔’ 향기가 함께해 시작 전부터 특별한 시간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부(富)의 크기와 나눔의 크기는 비례할까요?, 매뉴팩트 이야기 바로가기



약 330여년 전에 타계한 장계향은 조선의 한 여성이자, 한 남성의 아내였고, 열 명의 자식을 둔 어머니였습니다. 그녀는 평생토록 어려운 세상과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교훈과 감동 그리고 삶의 철학자로 살았습니다. 80여년의 생애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교훈적 흔적들은 매우 많지만,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안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

두 번째. 떳떳한 소유(所有)

세 번째. 나눔의 힘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정동주 선생님은 이 세가지 중심으로 2시간 동안 열혈 강의를 하셨는데요. 성인의 삶을 목표로 삼고 수신(修身)과 애민(愛民)으로 바른 소유의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진정한 삶이란 세상과 함께 사는 것”이라며 “나누는 것은 좋고, 옳은 일이다. 이를 배우지 않으려는 것을 걱정해야 하고, 잘 배운다면 이보다 더 잘사는 길은 따로 있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동주 선생님은 “살림이 줄어드는 걱정보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참고 견디는 마음의 인(仁 )을 죽이지 않고 길러서 다시 일어서도록 해주는 것이 가지고 배운 자의 도리”임을 말씀하셨는데요. 가진 자의 도덕적 사명이랄까요? 가진 자와 배운 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지금 시대에 다시 반문하게 됩니다. 






이번 강연에 함께한 문소라(33, 방송작가) 독자는 “조선시대 사극 부분을 써보고 싶어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데 장계향이란 분이 우리나라 17세기 정치사적인 부분에 차지한 위치가 굉장히 의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특히 저자이신 정동주 선생님, 정말 명강의였다. 유학과 유교의 본질에서부터 우리 조선의 변화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설명이 아주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셨습니다. 또 “지금 우리 시대가 여성적인 리더십을 많이 원하는 시대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장계향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시사점이 큰 것 같다.”며 “앞으로 책을 통해 연구 많이 해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한 사람 노력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하지만, 장계향을 알고 난 지금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나와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나눔에 대한 나의 작은 움직임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변화된 세상은 그가 감내한 고통과 이루려고 노력했던 꿈과 비례하고, 그가 가졌던 사랑의 크기와 깊이에 비례합니다. 사는 것이 오직 사람을 사랑하는데로 향하고, 많은 것을 가지는 것보다 내 몫이 얼마나 공평하고 떳떳한것인지를 스스로에게 준엄하게 따져 볼 수 있는 삶. 세상과 함께 살기위해 노력하고 자연을 스승으로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성인(聖人)의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강연이 끝난 후에도 나눔과 실천의 삶을 위해 스스로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길사에서 주최하는 특별한 여운을 주는 강연과 저자와의 만남은 올해 연말까지 계속됩니다. 다음 9월의 강연이 벌써 기대되지 않으세요? 좋은 프로그램으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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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추천 도서!

손 씻기 귀찮아요!』노랑발 쇠백로 가족



영유아·어린이 우수도서 선정 기관인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에서 2013년 여름방학 추천도서(▶바로가기)를 발표했습니다. 소년한길의 『노랑발 쇠백로 가족』(황헌만 글·사진 | 2012)과 토마토하우스의 『손 씻기 귀찮아요!』 (완야 올텐 글·마누엘라 올텐 그림·조국현 옮김 | 2012)가 초등 1, 2학년 추천도서에 이름을 올렸네요. 짝짝짝.^^ 


그럼 여름방학 추천도서에 선정된『노랑발 쇠백로 가족』과 『손 씻기 귀찮아요!』를 살펴보러 함께 가실까요?

 

 


 

 

 

 

 


 

엄마는 왜 자꾸 손을 씻으라고 하는 거죠? 『손 씻기 귀찮아요!』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손을 씻으라고 잔소리해요.

물놀이를 한 다음이나 

토끼를 만지고 나서도 손을 씻어야 해요.

밥 먹기 전에도 꼬박꼬박 손을 씻어야 하고요.

왜 손을 씻어야 하는 거죠?

내 손은 깨끗한데 말이에요!

 



 

손 씻기가 너무너무 귀찮은 아이들의 속마음! 『손 씻기 귀찮아요!』는 어린이들의 이러한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풀어가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품는 불만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드러내 공감과 재미를 전합니다. 

 

 

*완야 올텐 & 마누엘라 올텐

  

글쓴이 완야 올텐은디자이너이자 음악가, 작곡가로 어린이들을 위한 수많은 음악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린이 마누엘라 올텐은『진짜 사나이』로 올덴부르크청소년도서상을 수상했고, 독일청소년문학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지은 책으로『진짜 사나이』『우리는 친구』 등이 있고,『99센티미터 한스』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자라면서 많은 것을 익히고 배워 나갑니다. 밥 먹을 때,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왜 손을 씻어야 하는 걸까? 그냥 손이 더러워졌을 때 씻으면 되지 않을까? 사실 놀이터에서 흙장난으로 손이 더러워져도 치마에 쓱쓱 닦으면 다시 깨끗해지고 겉보기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물놀이 후에도 손을 씻으라는 엄마의 잔소리입니다. 엄마는 손을 잘 씻지 않으면 병에 걸려 아프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누워 있느니 지금 씻는 편이 나을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손 씻기 싫어하는 마음을 실감나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어린이들이 상상할 법한 세균의 모습을 재치 있으면서 생동감 넘치게 그려냄으로써 친근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존재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고, 손 씻는 습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손 씻기 귀찮아 하던 우리 어린이들~ 이제 손은 깨끗이 씻겠죠? ^^




 

사진으로 만든 동화 『노랑발 쇠백로 가족』


생생한 사진과 따뜻한 이야기로 우리 생태의 참모습을 알려온 황헌만 작가의 「어린이를 위한 사진 동화 시리즈」 10번째 이야기, 『노랑발 쇠백로 가족』. 사진 동화 시리즈는 일상 속에서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요즘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을 들려주기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야생 동식물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포착하기 위해서 황헌만 작가는 사계절 내내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사진들이 담고 있는 내용을 동화 형식으로 풀어내 아이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동식물들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림이 하던 역할을 사진이 대신하기에 이야기가 더욱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다가오겠죠?  


 

 

 

*쇠백로

황새목 왜가릿과에 속하는 동물이에요. 다른 백로에 비해 몸집이 비교적 작은 편이지요. 흰 몸에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인데, 발가락이 노랗고 뒷머리에 두 가닥의 길고 흰 장식깃이 자라는 것이 특징이에요. 논이나 못, 강 하구에서 무리 생활을 하며 물고기, 개구리, 뱀, 새우, 가재 등을 잡아먹어요.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에 산답니다.

 


 『노랑발 쇠백로 가족』에서는 쇠백로들이 가정을 꾸리고, 새끼를 낳고, 봄, 여름, 가을 세 철을 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이 생생한 사진과 따뜻한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손도손 사랑을 키워 나가던 쇠백로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장면, 갓 태어난 쇠백로 새끼들의 모습, 이들에게 홀로서기를 가르치는 쇠백로 부부의 모습까지, 참으로 희귀한 장면들을 담아낸 특별한 사진들이 유독 돋보입니다.


 




모내기를 하는 농부 아저씨 옆에서 노랑발 쇠백로 두 마리가 태연하게 고기를 잡으며 즐겁게 노닙니다. 짝짓기를 할 때가 되자 둘은 숲 속에 둥지를 짓습니다. 사랑에 빠진 노랑발 쇠백로의 얼굴과 발이 신기하게도 진한 분홍빛으로 바뀝니다. 부부가 된 노랑발 쇠백로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고 엄마 아빠가 잡아오는 먹이를 먹으며 쑥쑥 자라납니다. 


어느덧 성장한 새끼 쇠백로들이 둥지를 떠나 각자의 길을 갑니다. 막내 쇠백로는 처음엔 방황하지만 스스로 고기 잡는 법과 남을 배려하고 어울려 사는 법을 익히며 홀로서기를 시작합니다. 언젠간 막내 쇠백로도 자기만의 가족이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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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

『중국인 이야기』함께 읽고 페이스북에서 소통한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랠프 월도 에머슨(1803~82)은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끈이다’라고 했습니다. 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게 되죠.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보이지 않는 연대와 공유의 힘을 느낀 적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여기, 개인적인 독서가 그 어떤 모임보다 친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페이스북 그룹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입니다. 한길사에서 출판된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은 한 독자(차현인, 여의도 백상치과 원장)의 관심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현재 860여명의 회원들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에, 깊이 있게 읽는 습관까지


처음에는 『중국인 이야기』 책 이야기로 시작된 것들이 지금은 책 뿐 아니라 중국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한시(漢詩), 문학에서부터 문화·예술계 전반, 그리고 정치와 뉴스까지 중국에 관련된 것들이라면 독자 스스로 글을 올리고 서로 공유를 합니다. 요 근래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포스팅은 바로 중국식 짜장면인 챠오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댓글에 댓글이 더해져 한국식 짜장면과 챠오몐의 차이점, 맛 그리고 조리법까지 이어졌으니 포스팅(▶바로가기) 하나로 중국인들의 생활까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지요. 



▲『중국인 이야기』페이스북 독자클럽에서 화제가 됐던 '챠오몐 VS. 짜장면' 1박 2일 모임 




그리고 더 재미있었던 것은 이 포스팅이 초래한 예기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끊이지 않는 논쟁을 보다 못한 중국통 이순익 독자가 “이번 주말에 저희 집에 오셔서 차오몐, 짜장면 다 드셔 보시고 판단하세요.”라며 모임을 제안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의 포스팅이 독자클럽의 첫 번째 번개모임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날의 번개 모임(▶바로가기)은 끊이지 않고 나온 중국음식과 중국 정치·문화에 대한 토론으로 1박 2일이 풍성했다고 합니다. 





『중국인 이야기』로 페이스북에서 소통하는 독자클럽 멤버들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은 일반적인 독서 모임과는 달리 저자와의 만남, 강연, 역사기행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합니다. 회원들 간의 잦은 만남과 대화가 이 모임이 계속 번창해 가는 비결인데요. 지난 7월 10일 저녁, 홍대 모처에서는 시끌벅적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길사에서 주최한 <차이니즈나이트>(▶바로가기)였는데요. 『중국인 이야기』의 김명호 저자가 독자들과 함께 중국 공산혁명의 선두자인 ‘천두슈’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명호 저자는 필력만큼이나 탁월한 입담으로 여름밤을 채웠는데요. 사회자로는 독자클럽의 차현인 독자가 나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중국인 이야기』저자 김명호 교수의 차이니즈 나이트




이렇게 행사 때마다 독자 스스로가 주축이 되어 참여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서로 나눌 수 있는 것도 독자클럽이 가진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차현인 독자는 스스로를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 열혈 운영자로 칭하며 “본업은 독자클럽 관리, 부업은 치과의사”라고 소개를 할 정도니 그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죠?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뭔가 생활의 활력이 될 것 같지 않으세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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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

출판 외길 40여 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사진전 계기로 헌책방 부활운동



출판인의 길로 들어선 지 올해가 37년째. 그동안 3000여 권의 책을 만든 것 외에도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와 예술인 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현실화 시켰다. 어찌 보면 ‘책’을 한참 넘어 다양한 시도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모두가 “책을 위해” 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올해 초 임기 3년의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역동적으로 책 살리기 운동에 나서고 있는 김언호(68·사진) 한길사 대표 이야기다.


한자 ‘책(冊)’자를 연상시키는 다소 엄숙한 느낌의 브라운 철제 건물로 된 출판단지 안 한길사 사옥, 그중에서도 3층 꼭대기에 온갖 책으로 점령당한 다락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한지에 연습한 붓글씨 ‘冊’자를 보여주면서 “요즘 시대엔 컴퓨터에 밀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글씨체가 망가지고 있다. 손이 아닌 ‘기계’ 글씨로 소설이나 시, 연애편지가 제대로 써지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요즘 한창 몰두하는 일은 7월부터 9월 20일까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책을 주제로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서가 책 사이사이에 걸어 선보이는 ‘책, 오래된 빛을 찾아서’전. 사진의 효과보다는 책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 어찌 보면 전후 삭막한 격동기에 한 사춘기 소년이 책에 매료됐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아련한 향수, 이를 계기로 사그라져가는 책 읽기의 불씨를 어떻게든 되살려보겠다는 절박한 심정도 엿보인다. 그만큼 그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책, 책, 책…에 대한 얘기들로 점철됐다.





“스마트폰 때문에 책 멀리하는 젊은세대...

30~40년 후 국가 위기 닥친다”


“보수동 같은 우리의 정신적 흔적을 잘 지켜내고 또 키워내는 일은 출판인들의 몫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이 어떤 곳인가. 6·25의 포화 속에서 사람들이 정신적 혼란과 상처를 책으로 위로받던 곳 아닌가. 시골(경남 밀양) 출신인 나도 중학교를 마치고 부산으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발견하고 ‘책의 바다’를 접한 듯한 경이로움을 느꼈다. 4·19, 5·16 등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탱크가 도심 곳곳을 지키던 삼엄한 60년대 초반 전차를 타고 이곳을 들락날락하던 경험과 거기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출판인으로서의 지금의 삶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에서 열리고 있는 김언호 대표의 책 사진전. 책꽂이에 사진작품들이 자연스럽게 걸린 것이 이색적이다.   ©한길사




그는 말끝에 “일본 동경에는 헌책방이 600개인데 서울에는 겨우 수십 개에 불과하다.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그곳의 책방거리를 살리지 못했다. 야만인들이 하는 짓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며 “겨우 생존해 있는 지역의 작은 헌책방들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왜? “모든 책은 만들어지는 순간 헌책이 되고, 위대한 유산은 다 이 헌책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철저한 신념, 그래서 “책은 내 운명”이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바로 “지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책 안 읽는 젊은 세대의 무독서 현상에 대해 그는 당황한다. 


“젊은이들의 독서빈곤 현상 이면엔 스마트폰이 있다. 순간적이고 피상적이며 감성적인 데 치우쳐 깊이 있고 이성적인 성찰을 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마트폰 세대의 커뮤니케이션 수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수준의 정보에 시간과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책을 꾸준히 읽지 않으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길게 봐서 대학원까지 졸업해 제도권 교육이 끝나는 20대 중후반 이후 남은 60~70년을 어떻게 책을 멀리하고 제대로 살 수 있을까. 문화복지 차원에서 다시 책을 읽히는 운동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방 안 메고 가게 하기 위해 단말기를 지원하는 데 수조 원을 쓰겠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한마디로 아이들을 망치는 발상이다. 종이책의 향기를 맡고 손으로 느껴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막겠다는 것 아닌가. 책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게 교육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기계로 대체해서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민족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 상상력이고, 이는 바로 책에서 나온다. 책을 안 읽는데 어디서 도덕과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배울 것인가. 이만큼 살게된 대한민국, 책을 안 읽어도 10년, 20년은 어떻게 굴러가겠지만 30~40년 후엔 어떻게 될까….”





“출판은 머리가 아닌 손으로 하는 노동이고 예술이다”


그는 ‘문자 미디어 대연대’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안으로 나온 전자책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종이책 읽지 않는 사람이 전자책이라고 읽겠느냐”면서 “전자책은 수단일 뿐, 종이책이 번창하지 않으면 좋은 전자책 역시 나올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근래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 인문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인문학뿐”이라고 일갈한다. 정통적인 인문학이라기보다는 처세론적 인문학이 설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 한길사가 펴낸 책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말이 이해가 된다.



▲ 김 대표 사진 작품의 주요 사진 소재 중 하나. 스마트폰 시대, 책을 멀리하는 젊은 세대에게 고서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것 역시 출판인의 중요한 사명이다.    ©한길사




1995년에 시작해 2007년 전 15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그가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마까지 달려가 저자를 만나 설득해 출간을 감행했다. 역사 쓰기와 읽기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역시 1994년에 시작해 2004년에 완간한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도 22권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서서히 호응을 얻어 8월에 3권 출간을 앞두고 있는 김명호 교수(성공회대)의 ‘중국인 이야기’도,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오랜 숙성 끝에 탄생하는 라이프 워크”다. 책에 대한 의논 기간만도 4년이다. 


그의 수첩 메모에 따르면 저자와의 만남이 300여 회에 달한다. 전화 통화는 말할 것도 없이 수천 건. 이런 노력 과정은 출판인이자 편집자인 그가 저자로부터 현대 중국을 만든 중국인들의 사상과 실천을 직접적·집중적으로 공부한 기간이기도 하다. 원전 증언 회고록 보고 보도 등 방대한 1차 자료에 대한 독서와 연구를 통해 근현대 동양사에 대한 특이한 구어체 형식의 현장적이고 생생한 탐구서를 써내고 있는 저자 김명호 교수도 대단하지만, 이런 저자를 만나고 책을 쓰게 하는 출판인의 의식과 의지를 볼 수 있다. 



▲ ©한향주 객원기자




“책은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플라톤, 칸트 등 동서고금의 위대한 사상가들이 말했던 ‘손’의 철학을 존중한다. 책을 만드는 일은 마치 농사를 짓는 것과도 같다. 농부가 손으로, 발로 온몸으로 일하듯, 조금이라도 손을 더 봐주고 정성을 쏟으면 더 나은 농작물이 나오듯이 책도 마찬가지다. 출판사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기획력뿐 아니라 교정교열·디자인·판매 등 온갖 손의 노동을 통해 책 만드는 일을 배웠다. 40년 가까이 책을 만들면서 실감하고 있는 것은 편집기획자인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은 독자들 역시 좋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다. 


내가 신뢰하지 않는 책은 독자들 역시 신뢰하지 않는다. 출판인은 모든 책의 1차 독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책 만드는 사람이 동의하는 콘텐츠여야 독자들의 동의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후배 출판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자신을 던져서 책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책 만드는 사람이 완전히 함몰돼 다듬고 다듬어야 독자들이 가슴에 품고 싶은 아름다운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만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책 안팎의 미학적인 면 역시 독자를 감동시키기에 연륜이 쌓일수록 출판인은 아티스트가 돼야 할 것이다. 좋은 출판인이 없으면 좋은 작가 역시 나오지 않고, 한 시대의 사조 역시 형성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실감한다.”


이 맥락에서 그가 80년대부터 지치지 않고 주장해온 것이 바로 ‘출판편집자 일천 명 양성론’. “확실한 문제의식을 가진 출판편집자 1000명만 있어도 이 나라의 학문과 정신은 담보된다”는 것이다.


“때론 수십 권, 혹은 수백 권 팔릴 책이라도 출판계에서 외면 받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극히 전문적이고 다양한 이런 책의 출판에 대해 출판사 개인 차원에서 손익을 다 감당할 수는 없다. 정부의 문제의식과 지원이 필요하다. 60·70년대에 산업기술자가 중요한 역할을 해서 경제가 이런 수준에 올라섰다면 이제부터는 문화 콘텐츠를 담당할 기획자와 편집자들이 정말 필요하다. 과학기술자를 키워내듯 편집자를 육성해야 한다. 현재의 여건에선 편집자들의 역량을 제대로 키워내지도, 발휘시키지도 못한다. 상업적 토대에서는 생존하기 힘든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연구교수 제도처럼 국가가 상당한 연구비를 투입해 편집자들을 길러내고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은 대학 차원의 최고 교육을 넘어서는 일일뿐만 아니라 사회개혁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다.”


“좋은 출판편집자 천 명만 있으면 민족 정신유산은 망가지지 않는다”


‘혼불’(최명희), ‘태백산맥’(조정래), 함석헌 전집 등 묵직한 스테디셀러를 내온 한길사는 주종목인 인문서를 중심으로 예술·아동 도서를 주로 펴내고 있다. 이런 출판 경향과 한길사의 지난 행보 이면엔 60·70년대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해직당한 그의 개인적 성향이 녹아 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젊은 출판인들과 연대해 출판의 자유 신장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1998년 한국출판인회를 만들어 초대와 2대 회장을 맡아 기틀을 닦았다. 한편으론 영국 웨일스 지방의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 벨기에의 산골 책방마을 레뒤 등 세계 곳곳의 책방촌을 답사했고, 이 체험은 예술마을 헤이리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파주출판도시 건설의 앞장에 서게했다. 


그는 저서 ‘책의 공화국에서’(2009)에서 출판사의 이름이기도 한 ‘한길’에 대해 “큰길, 바른 길, 마당, 광장을 의미한다”며 “이성과 지성, 이론과 사상, 정신과 감성이 두루 모여들어 담론하는 열린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책으로 가는 길”이 장대하기에 2005년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의 출판인들과 연대해 ‘동아시아출판회의’를 조직하고 국경을 넘어 책을 살리는 일에 뛰어들고 있다. 2002년 종로서적의 폐업을 막아내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점점 책과 멀어지는 세태에 대해 날을 세우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마지막 말은 언제나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돼 정말 고맙다”는 것이다.


그의 현재에서 극심한 불황과 어려움 속에서도 맥을 놓지 않는 출판인의 저력, 무엇보다 책이 가진 끝없는 매력을 엿본다.



글 / 이은경 여성신문 편집위원 (pleun@womennews.co.kr)



*이 글은 여성신문 기사 “온몸을 던져야 한 권의 책이 나옵니다”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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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딱 한 곳 부산 헌책방 골목, 

문화유산으로 살릴 길은 …



출판계, 보수동 책방들과 손잡기

전문가 "새로운 매력 창출해야"

서점들 "규모 영세해 변신 어려워"


국내 유일 헌책방 골목인 부산시 중구 보수동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올해로 37년째 책을 만들어온 한길사 김언호 대표(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는 최근 틈만 나면 부산을 찾고 있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찾기 위해서다. 국내 유일의 헌책방거리인 보수동 골목을 어떻게 하면 잘 보존할 수 있을까. 요즘 그가 붙잡고 있는 화두다.



▲국내 유일 헌책방 골목인 부산시 중구 보수동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첨단 디지털 시대, 헌책은 구시대 유물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문화 콘텐트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22일 출판 관계자들과 보수동 책방 상인들, 부산지역 관계자들이 모여 ‘보수동 책방골목’의 앞날을 얘기했다.


◆60년 역사 과소평가 말아야=보수동 책방골목은 1950년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당시 지식공급소 역할을 했다. 많을 때는 70여 개 서점이 있었으나 현재 50개 남짓 남아있다. 좁다란 골목에 아담한 책방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교과서·참고서·고서적·인문서 등 다양한 책을 구비하고 있다.


이곳을 57년간 지켜온 김여만 학우서림 대표는 “맨날 찾아와 새로 들어온 책을 열심히 뒤지던 분 중엔 국문학자 최현배 선생도 있었다. 지난 세월 숱한 학자들, 그리고 애서가들과 함께해왔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은 “이 골목은 그 자체가 역사이며 부산 문화의 상징이다. 서울 청계천 책방골목처럼 사라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언호 대표는 “61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부산으로 옮겨와 보수동 골목에서 받았던 문화적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든 책에는 그 시대의 땀이 배어 있다. 이 골목을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매력을 찾아서=단순히 옛 것에 대한 향수로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 헌책 골목을 신기하게 여기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책까지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보수동 골목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표가 붙는 이유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문화도 개발주의에 젖어있다. 모두 새것만 찾는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말을 되새겨야 한다. 헌책방들도 새로운 매력을 창출하고 가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출판 관계자들은 ‘현책방의 전문화를 주문했다. 장서가 박종일씨는 “일본에는 한국 고서를 취급하는 책방이 있을 정도로 전문화돼 있다. 이젠 책방도 이것저것 두루 취급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기만의 색깔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훈 대우서점 대표와 문옥희 우리글방 대표는 “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워낙 영세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자리에 참석한 책방 주인들은 “그간 보수동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을 추진할 구심점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좀더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부산 문화의 자존심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글·사진 이은주 기자 



*이 글은 중앙일보 기사 '국내 딱 한 곳 부산 헌책방 골목, 문화유산으로 살릴 길은 …'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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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품은 책, 미래를 품은 골목

전국 유일 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



두세 명이 나란히 걷기에도 빠듯한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빈틈없이 책을 쌓아올린 책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세월을 품은 책의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하고 ‘헌책 사고팝니다’라는 간판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거리,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국제시장 입구 대청로 네거리에서 보수동 네거리까지 150m가량의 뒷골목에 50여곳의 책방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곳은 서울의 청계천과 인사동 헌책방 거리가 사라진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헌책방 거리다. 



▲ 올해로 36년 된 대우서점은 10만권의 책을 갖춘 인문사회과학 전문 책방이다.



6·25전쟁 때 이북에서 피란 온 손정린씨 부부가 골목 안 목조건물 처마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잡지와 고물상에게서 수집한 헌책들로 노점을 시작하면서 형성된 보수동 책방골목의 60년 역사는 격동의 한국사와 더불어 한국 서점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70~80년대 70여곳에 달했던 책방은 1990년대 서점 쇠퇴기엔 40여곳까지 줄었다가 2000년대 중반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다소 늘어난 상태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터줏대감들은 1950∼70년대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이 거리를 기웃거리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57년째 학우서림을 운영하고 있는 김여만(80) 대표는 “책이 귀하던 때 보수동 책방골목을 누비며 지적 갈증을 채운 지식인들은 셀 수 없이 많다”면서 “까다롭게 책을 고르던 외솔 최현배 선생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찾는 책이 없을 땐 내 속이 타들어갈 정도로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1960년대 초반 부산 상고를 다닌 김언호 한길사 대표도 보수동 책방골목에 빚진 이들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책이라곤 없던 가난한 농촌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부산에 와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덜컹거리는 전차를 타고 와서 산처럼 쌓인 책들 속으로 빠져들어 갔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쏟아질 듯하다”고 추억했다. 책 만드는 사람으로 37년을 살아온 김 대표는 틈날 때마다 각국의 책방과 책방마을을 순례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트랜드,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와이, 네덜란드의 브레드부트, 일본 도쿄의 진보초 등을 둘러볼수록 마음은 보수동 책방골목을 향했다.



▲ 우리글방 북카페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추억하는 김언호(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길사 대표와 김민웅(왼쪽부터)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연대 대표,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번역가 박종길씨,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지난 22일 김 대표는 보수동 책방골목을 다시 찾았다. 김민웅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연대 대표,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여희숙 도서관친구들 대표, 정지영 영화감독 등 지인들이 동행했다. 김 대표가 이달 초부터 오는 9월 20일까지 인문학전문서점 우리글방에서 전시하는 책 사진전 ‘오래된 빛을 찾아서’를 계기로 보수동 책방골목의 문화사적 의미와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김 대표와 친분이 깊던 문옥희 우리글방 대표가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해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 남송우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김여만 대표 등 지역 문화예술인들까지 50여명이 참석했다.


헌책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로 열기는 뜨거웠다. 김민웅 대표는 “헌책은 그 시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의 목소리이자 역사의 얼굴”이라면서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의 피맛골’이다. 광화문 피맛골은 사라졌지만 이곳은 새로운 매력을 창출해 책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정겨운 생활공동체로서의 멋진 풍경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헌책방 주인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영규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 회장은 “문화적 의미도 크지만 서점으로선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문화사적 의의와 매출을 연결시키는 방안이 아쉽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동영상 카메라에 책방골목 풍경을 꼼꼼히 기록하던 정 감독은 “이 골목이 틀림없이 사라질 것이란 생각에 카메라를 가져왔는데 오늘 와서 보니 그럴 것 같지 않더라”는 말로 보수동 책방골목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김언호 대표는 “헌책의 풍경은 슬프지만 헌책의 주름살에는 지혜가 깃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은 대한민국 문화의 긍지”라면서 즉석에서 보수동 책방골목 후원회 결성을 제안했다. ‘오래된 책의 미래’가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글 사진 부산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이 글은 서울신문 기사 '세월을 품은 책, 미래를 품은 골목'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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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다반사2013.07.25 10:44


"장계향의 삶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지난 7월 22일, 경북 성주에서『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의 저자 정동주 선생님의 <장계향 성주군 아카데미>가 있었습니다. 여중군자 장계향(1598~1680)의 업적을 기리고 나눔과 실천의 삶을 따르고자 성주군(군수 김항곤)과 성주군여성단체협의회가 함께 주최한 이번 강연은 230여명이 훌쩍 넘는 지역단체 회원과 주민들이 함께해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한글로 된 최초의 요리서『음식디미방』의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계향! 한길사 신작『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에는 시인, 교육자, 사상가, 과학자, 사회사업가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보이며 나눔과 사랑으로 세상을 치유한 그녀의 빛나는 삶이 담겨져 있습니다.






*『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정동주 저, 2013, 한길사)


장계향이 남긴 시와 그림 작품, 『국역 갈암집』, 「선비 증정부인 장씨 행실기」, 『음식디미방』등의 1차적 자료에 저자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장계향의 삶을 재조명했습니다. 인문학자답게 『음식디미방』 저자로서의 장계향 뿐만 아니라 사상가, 교육자, 시인, 화가, 사회사업가 장계향의 삶을 균형 잡힌 시각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했습니다. 


시대를 원망하지 않고 주어진 본분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눔을 몸소 실천한 장계향의 일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그녀는 조선시대 한 여성이자, 한 남성의 아내였고 열 명의 자식을 둔 어머니였습니다. 강연에서 정동주 선생님은 현모양처로서의 장계향 뿐 아니라 삶의 철학자로서 그녀의 삶에 중점을 두었는데요. 양반사대부 집안의 여성으로 태어나 출가 후 남다른 구빈철학으로 평생도록 어려운 세상과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하셨습니다.






80여년의 생애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교훈적 흔적들은 매우 많지만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안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야 배운 것과 가진 것이 바르다.

둘째,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질 것인가 보다, 공평하고 떳떳하기를 생각해야 한다.

셋째, 나눔에서 오는 기쁨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 가치이다.


정동주 선생님은 “낮에 길을 갈 적에는 제 그림자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밤에 잘 적에는 덮고 자는 이불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욕심의 틀 안에 자신을 가두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삶의 방향을 오직 사람을 사랑하는 데로 향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범인(凡人)은 많이 배우고 많이 가졌으나 남을 위해 살지 않고 이웃, 사회, 국가, 가족, 친구를 내 삶 속의 수단으로 삼는자이며, 국가, 사회, 이웃으로부터 도움받기 만을 바란다.”며 “범인이 아닌 성인(聖人)의 삶을 목표로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또한 장계향이 지은 鶴髮詩(학발시)를 읊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학발시란 “머리털이 하얗게 센 할머니의 슬픔을 그린 시”라는 뜻이라 합니다. 장계향 10대 때 작품으로 부역에 동원된 아들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다 병든 이웃집 노파의 슬픔을 위로하고 지은 작품입니다. 학발시 시판은 조선시대 여성의 글씨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현실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鶴髮詩


鶴髮臥病 行者萬里

行者萬里 曷月歸矣


鶴髮抱病 西山日迫

祝手于天 天何漠漠


鶴髮扶病 或起或踣

今尙如斯 絶裾何苦


흰 머리로 병들어 누웠는데

아들은 만리 밖으로 행역 나가네

만리 밖으로 행역 나가면

어느 달에나 돌아오려나


흰 머리로 병들었는데

해는 서산에 가까워졌네.

빨리 오라고 손 모아 하늘에 빌건만

하늘은 말없이 아득하기만 하구나.


흰 머리로 병든 몸 끓어안고

일어났다가 다시 쓰러지네

지금까지도 이러하니

옷자락 끊던 옛날 아들과 어찌 같던가


선생님께서는 이 시를 읊으며 “예나 지금이나 잃는 것이 많은 사람들은 없는 자들 뿐이다.”라며 과거나 현재나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으로 자식을 어질게 키워내는 장계향식의 가정교육을 꼽으셨습니다.  많은 것을 소유하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를 먼저 묻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부모로서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정동주 선생님은 경상도에서 생활하시며 여러 도시에서 강연을 자주 하시는데요. 이번 <장계향 성주군 아카데미>는 경북 의성의 강연장을 찾았던 성주군여성단체협의회 한 회원분이 큰 감동을 받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일까요. 강연장에 모인 모든 분들의 눈은 3시간에 달하는 강연 내내 반짝였답니다. 


강연장에서 만난 <성주군여성단체협의회> 김경애 사무국장은 “아이들 교육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실 때가 인상 깊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 교육을 자식에게 강요했다. 어질게 키움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고 나 또한 어질게 살아야 함을 다시 한 번 다짐한 날이다.”라고 말하셨습니다. 또한 장계향의 삶이 현 시대에 다시 재조명 받는 것에 대해 “이기심이 만연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이웃과의 소통과 공존을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가르침이 될 듯하다.”며 “오늘 집에 가서 정동주 선생님의『장계향 조선의 큰 어머니』를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고 웃으셨습니다.


14개 단체, 9300명이 넘는 회원이 모여 이루어진 성주군여성단체협의회는 성주 여성들을 위한 교양강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그 처음이 바로 정동주 선생님의 장계향 강연이라고 하네요. 그만큼 장계향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고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겠죠. 선생님의 강연은 3주간 계속 된다고 합니다.(2013. 7.22 ~ 8.19) 좋은 강연, 좋은 이야기가 널리 퍼져 많은 이들이 장계향이 주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현대 여성으로서의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 가슴이 따뜻해졌던 이날의 강연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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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다반사2013.07.24 09:01


'차오몐 vs. 짜장면 논쟁'에서 이어진 

전광석화 번개모임



2013년 7월 20일은『중국인 이야기』 페이스북 독자클럽 첫 번째 번개모임이 있던 날입니다. 말 그대로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진행된 이번 모임의 시발은 무엇일까요? 클럽 게시판을 열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7월 15일 원광식 독자가 올린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바로 중국식 볶음면 차오몐(炒麵 초면) 사진이었는데요, 아직 차오몐을 못 드셔보신 다수 독자들을 약 올리기 위해 올라온 이 한 장의 사진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역사의 시작은 항상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실증해 주었달까요. 

 

이 한 장의 사진은 ‘차오몐 vs. 짜장면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차오몐이 낫다’는 독자와 ‘그래도 짜장면이지’ 하는 독자 간의 격렬한 댓글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병주 독자가 본격적인 불을 댕긴 분이었지요. 발언을 인용하자면 “짜장면을 어따 대나요? 차오몐 쥑입니다. 숙주도 사각사각 식감 좋고.” “정말 짜장면보다 맛있나요?” 라고 댓글을 단 우난경 독자께 이리 말씀하신 거였지요. 여기에 찔끔한 우난경 독자가 “짜장면 안 갖다 댈게요”라고 한 걸음 물러서자, 이병주 독자는 “삼선 짜장이라면 모를까, 간짜장, 유니짜장 안 받아줍니다”라며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려 했지요.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바로가기)




이렇게 차오몐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듯하던 ‘면(麵)의 전쟁’에, 강호(江湖)에 은거하다 홀연히 일어난 분이 있었으니 바로 이순익 선생이었습니다. 선생은 “맛은 주관이다”라는 진리를 강조하며, “짜장면이 더 맛있다”고 강력 주장했고 이에 저도 나름 객관적인 판단을 가지고 짜장면에 한 표를 던져, 기울어져 가던 대세를 뒤집어보려 하였습니다. 


차오몐파의 고수(高手) 이병주 독자의 선제공격과 짜장면파의 거두(巨頭) 이순익 독자의 대응공격 양상으로 전개된 ‘면의 전쟁’은 예기치 못한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끊이지 않는 논쟁을 보다 못한 이순익 독자가 이런 제안을 하신 것이죠. “좋아요, 그러면 주말에 저희 집에 오셔서 차오몐, 짜장면 다 드셔 보시고 판단하세요.” 그리하여 한 장의 사진이 첫 번째 독자클럽 번개모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고드미마을로 가는 길


‘면의 전쟁’이 야기한 첫 번째 번개모임 장소는 이순익 독자가 사는 ‘강호(江湖)의 땅’ 충청북도 청원군 낭성면 고드미마을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본향(정확하게는 신채호 선생 조부님이 사셨던 곳)으로 지금은 단재기념관과 선생 묘소가 있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7월 20일 오후 2시 30분 고드미마을로 가기 위해 ‘시커먼스 구단’ 소속 남자 6명이 서울 남부터미널로 모여들었습니다. 『중국인이야기』교(敎) 수석 전도사 차현인 독자(여의도 백상치과 원장), 이창주 독자(상하이 복단대 박사과정), 이윤희 독자(사업가), 이규호 독자(조선족 출신 전직 중국 공안), 양해승 독자(서울대 박사과정) 그리고 제가 만났습니다. 1시간 30분여를 달린 끝에 버스는 청주시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미원(간이)터미널로 가는 버스로 갈아탄 후 약 40분,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5분여를 가서 드디어 고드미마을 이순익 독자 댁에 도착하였습니다. 김원일 선생 소설 제목처럼 ‘마당 깊은 집’이었습니다. 여기에 이 댁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돌 너와. 너와하면 보통 나무로 만든 것을 떠올릴 텐데, 이 지역 가옥들은 지역 특산품인 돌을 이용하여 지붕을 이었습니다. 이름 하여 돌너와집입니다. 







용정차, 고산차, 더우장


반갑게 맞아 주시는 이순익 독자의 안내로 거실을 겸한 서재로 들어갔습니다. 서재에는 각종 책들과 다구세트, 그리고 고목으로 만든 응접실 세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한켠에는 여전히 ‘동심의 세계’를 갈구하시는 이순익 독자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만화책들도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번개모임을 주선하여, 이틀 동안 먹이고 재우고 때로는 마시게 해주실 분께 차현인 독자와 저는 감사의 의미로 읽으실 만한 책 몇 권을 선물로 준비해 갔습니다. 간단한 선물 증정식을 시작으로 ‘번개모임 공식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일정은 ‘차 마시기’, 중국 항저우(抗州 항주)를 대표하는 명차(名茶) 용정차(龍井茶)와 더불어 대만 아리산(阿里山) 청정지역에서 재배되는 고산차(高山茶)를 내어 주셨습니다. 차를 담아 내어주신 다구세트는 겉보기는 투박하지만 볼수록 매력 있었는데, 모두 이순익 선생이 직접 만든 것이라 합니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동안 『중국인 이야기』 편집자한길사 김지연 에디터가 도착하였습니다. 투철한 애사심을 발휘, 휴일임에도 독자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날의 드레스코드는 ‘레드’. 중국을 대표하는 색이죠. 나름 의미 부여를 하자면, 중국 문화대혁명(1966~76) 시기 홍위병의 마스코트 ‘소홍귀(小紅鬼) 패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지연 에디터가 도착하자 이순익 선생은 시원한 더우장(豆醬 두장, 중국식 콩음료)을 내어 주셨습니다. 이날 먹은 본격적인 중국음식이었죠. 더우장은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등)에서 주로 아침에 먹는데, 기본은 따뜻하게 해서 먹지만,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하게 해서 먹기도 합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요타오(油條 유조, 길쭉한 중국식 밀가루 튀김)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벌어진 대화의 향연 


차와 더우장으로 입가심을 한 후, ‘대장금’ 이순익 선생의 본격적인 요리 솜씨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메인 요리로 깐쇼새우(干燒大蝦, 새우튀김)와 제왕(帝王)족발, 바이차이(白菜 백채, 배추) 볶음 요리가 차례로 나왔습니다. 맛은 직접 ‘형용할 수 없이’ 맛있어서 제 글 솜씨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반주(飯酒)로 정말 맛있는 막걸리 한 통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내몽고) 특산주 ‘중화영성’(中華寧城)이 올랐습니다. 중화영성은 45도짜리 바이주(白酒 백주)로 보통 ‘빼갈’이라 부르는 바이주 중에서도 고급품입니다. 






맛있는 요리가 차례로 오르는 사이, 적당히 술기운도 오르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습니다. 그러다 격렬한 논쟁의 서막이 올랐지요. 논쟁의 주제는 ‘중국 정치’.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중국은 공산당 영도하의 계급국가인가 아닌가?’ ‘한족(漢族)은 특권적 지배 계층인가?’ ‘중국 내 소수민족은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나 차별대우를 받고 있나?’ 등이었습니다. 이날 유일한 중국인 참석자인 양해승 독자와 중국 유학중인 이창주 독자, 조선족이신 이규호 선생이 주토론자였고, 이순익 선생의  지인으로 철학적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조일현 선생도 주도적으로 참여하셨습니다. 본디 전공을 살려, 철학적 이론에 바탕을 두고 중국의 현실 정치를 평가해 주셨죠. 중국 분도 있고 대화의 주제가 민감하다면 민감한 주제라 토론 양상은 상당히 격렬해졌지만, ‘우리는 중국을 더 알아야 한다, 많이 배워야 한다’로 결론이 정리되고, 서로 웃으면서 끝났습니다.


토론 주제로 입으로 ‘지지고 볶는’ 사이, 이순익 선생은 또 주방으로 가셔서 요리재료들을 ‘지지고 볶고’ 삶아, 오늘 모임을 있게 한 차오몐과 짜장면을 준비하셨습니다. 짜장면이야 대중적인 음식이고 차오몐도 흔하지는 않지만 한국서도 맛볼 수 있는 요리인데, 이순익 선생이 만든 차오몐과 짜장면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솜씨 있게 만드신 것이라 이제까지 먹어 본 차오몐과 짜장면이랑 비교가 안 될 만큼 맛있었습니다. 






다들 먼저 먹은 음식들로 배가 상당히 부른 상태였으나, 다들 맛있게 먹고 오늘 모임의 주목적인 ‘차오몐이냐 짜장면이냐’를 가리기 위해 점수 매기기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차오몐의 판정승! 저와 이순익 선생을 제외한 다른 분들이 모두 차오몐에 손을 들어주셨네요. 


‘면의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차오몐과 짜장면을 먹는 사이, 어느덧 밤은 깊어갔습니다. 김지연 에디터는 집으로 돌아가고, 번개모임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제목은 ‘술의 전쟁’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막걸리를 두고 모여 앉아 한 잔씩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동안 손님맞이 준비를 하느라 힘드셨을 이순익 선생도 평소 좋아하는 막걸리 잔을 기울이기 시작하셨죠. 여기에 저와 저의 따거(大哥, 큰형님) 양해승 독자 등이 가세했지요. 중간에 이순익 선생이 잠을 청하러 가자, 결국 저와 양해승 따거 둘만 남았죠. 제가 ‘따거 따거’ 하면서 약 올리기도 하고 술도 자꾸 먹여서, 양해승 독자는 고생 꽤나 하셨습니다. 자꾸 술을 권하면서 잠도 안 자고 힘들게 하니, 양해승 님이 이러셨죠. “제발 자요. 따거 말 들어야지.” 그렇게 저는 3시경 ‘강제 취침’에 들어 제2라운드도 끝났습니다. ‘말통에 남은 막걸리 다 마셔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지만, 결국 5분의 1 정도는 남았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을 뵙다 


다음날 아침 메뉴는 쌀죽과 더우장, 유타오, 짜장면 소스, 차오몐 등이었습니다. 아침식사도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죠. 아침식사를 마치고 독자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마을 입구에 있는 단재기념관입니다. 우리나라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일대기를 자료와 연표로 정리한 곳입니다. 거기 담당자께서 이순익 선생 손님들이라고 관련 영상물도 보여 주시고, 직접 설명까지 해 주셨습니다. 






단재기념관 관람을 마친 후에는 바로 옆의 신채호 선생을 모신 사당으로 가서, 일생을 조국의 계몽과 독립을 위해 노력하시다 중국 뤼순(旅順 여순)감옥에서 순국하신 고인께 향도 올리고 묵념도 드렸습니다.





이순익 선생의 대만 유학생활 이야기


기념관 관람과 참배를 마친 후 이순익 선생 댁으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시원한 수박과 건강효소음료를 주셨습니다. 수박을 먹으며 다시 대화의 향연이 이어졌습니다. 주 화자(話者)는 이순익 선생이었는데, 1980년대 대학 시절부터 대만 유학과 중국에서의 교수생활, 동학(東學)과의 인연, 단재 신채호 선생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에는 대만에서의 ‘눈물 나는’ 유학생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순익 선생은 1983년 대만 유학길에 올라 1989년 동오대학(東吳大學) 중문연구소(중문학 대학원, 중화권에서 대학원은 ‘연구소’라 합니다)를 졸업했습니다. 1992년 이전 중국 본토 유학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중국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자유중국’으로 불리던 대만으로 유학 가는 것이 보편적이었지요. 여기서 잠깐, 동오대학은 대만을 대표하는 사립대학 중 하나인데, ‘동오(東吳)’라는 이름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도 나오는 ‘동쪽 오나라’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원래 이 학교가 위치한 곳은 ‘동쪽 오나라’ 지역인 저장(浙江 절강)성 쑤저우(蘇州 소주)로, 개신교계 선교사들이 세운 중국 내 첫 번째 사립대학입니다. 쑤저우는 춘추전국시대인 기원전 514년 오나라 왕 합려(와신상담(臥薪嘗膽) 고사의 두 주인공 중 한 사람)가 도읍지로 세운 곳입니다. ‘동오’라는 지명의 기원이지요. 그런데 이 동오대학의 원래 이름은 ‘쑤저우 대학’이었습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완전히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이주할 때 이 대학 교수진과 학생들도 대만 타이베이로 옮겨가 재개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 쑤저우에도 ‘쑤저우 대학’이 남아 있지만, 대만으로 옮겨간 ‘동오대학’의 영어명도 똑같이 ‘Soochow University’(쑤저우 대학)라고 합니다. 


동오대학에서도 중문학과는 선생들이 악랄하게 공부시키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중국어 방점, 구두점 찍기’ 과제물 때문에 다들 눈물 나는 유학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선생들이 석/박사 논문이 통과 되어도 과제물을 다 하지 않으면 졸업 시키지 않겠다고 했다네요.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쳤기에 동오대학 졸업생들이 탄탄한 실력을 가지게 되었겠지요. 이순익 선생 표현대로라면 “동오대학 출신들 중에 밥 굶는 사람은 없다”고 하니까요. 


이순익 선생의 석사졸업논문 주제는 원(元)대 희곡으로, 정확하게 제목을 옮기자면 「원대사인극연구」(元代士人劇硏究)입니다. 선생 설명에 따르면 몽골족이 세운 원(元) 통치하에서 차별받고 멸시받던 한족 독서인(지식인)의 생각과 울분을 알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몽골의 원은 계급을 출신성분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했습니다. 몽골인-색목인(色目人)-한인(漢人)-강남인(江南人)입니다. 몽골인과 색목인은 지배계급이었고, 남송(南宋) 멸망 이전에 귀화한 한인과 남송 멸망 후 복속된 강남인은 피지배 계급이었죠. 



▲이순익 선생과 석사졸업논문「원대사인극연구」(元代士人劇硏究)




그중 끝까지 저항하다 무너진 남송 사람들인 강남인에 대한 차별은 컸고, 전통적인 한족(漢族) 지식인에 대한 차별도 극심했습니다. 유학자(儒學者)의 사회적 신분은 거지나 창녀 수준이거나, 되레 그보다 못했습니다. 때문에 독서인이라 불리던 지식인들은 마음속으로 울분을 삭히며 살아 갈 수밖에 없었지요. 이순익 선생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한국의 현실에 비춰볼 때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를 연구하셨다고 합니다. 





서울로 가는 길, 또 한 번의 논쟁


시원한 수박까지 다 먹고 나니, 어느덧 오후 3시에 가까워 오고, 일행은 서울로 돌아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청주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콜밴 속에서 중국에 대해서는 너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독자들은 그 찰나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작년 이맘때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시라이(薄熙來 박희래) 전 충칭(重慶 중경)시 서기 스캔들. 공산당 간부의 부패 문제, 보시라이는 정치적 희생양이나 아니다 문제, 보시라이와 그의 측근이었던 충칭시 경찰국장 문제, 소수민족 차별(?) 문제 등등으로 짧지만 격렬한 불꽃이 튀었습니다. 


그렇게 30분여를 달린 끝에 다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서울행 버스를 타고 원래 출발지인 서울 남부터미널로 돌아와 ‘자이지엔’(再見 재견, 헤어질 때 인사)하며, 각자 목적지로 향하는 것으로 ‘1박 2일’에 걸친 첫 번째 번개모임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 본문의 중국어 표기는 한국 국립국어원 표준 표기법에 따랐습니다. 실제 발음과 차이가 있으나, 통일성을 위해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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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고향'에서 

열정의 출판인 김언호 대표를 만나다


지난 7월 26일,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의 서화동 기자가 한길사 김언호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한경과 맛있는 만남’이라는 기획연재에 출판 동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거지요. 맛있는 음식소개와 함께 명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구성으로 소문이 나 있는 코너입니다. 음식에 관한 한 빼놓을 수 없는 한 분, 『음식강산』의 저자 박정배 선생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김언호 대표가 소개한 맛집은 헤이리 근처에 있는 ‘고향’이라는 식당입니다. 흔히 맛집들로 즐비한 헤이리 어귀의 ‘프로방스’ 마을을 많이 찾는데, 거기에서 한참을 더 들어가 인가가 드물 즈음 반갑기 그지없는 이름 ‘고향’이 눈에 띕니다. 서울 시내의 세련되고 상업적인 맛집들과는 거리가 멀어도 맛 하나만큼은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곳이지요. 너른 텃밭에 직접 키운 온갖 푸성귀와 야채가 상에 오르는데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웁니다. 김언호 대표는 이곳의 오랜 단골,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언제나 이곳으로 모신다고 합니다. 이곳의 간판메뉴는 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한 필수 보양음식 ‘백숙’입니다.






서화동 출판기자는 올초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언호 대표를 진작에 만나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신임 이사장으로서 파주출판도시의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내고,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지금의 출판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어려운 인문학 출판사를 37년 동안 이끌어온 저력에 대해 물어볼 것이 많았다고 합니다. 사상 고전의 획기적인 성과인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를 비롯해 『로마인 이야기』,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최근의 『중국인 이야기』까지 김 대표가 만들어온 숱한 책 이야기!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는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읽는다'는 취지 아래 동서양의 고전 명서를 번역, 출간해온 시리즈입니다. 1996년 한길사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을 1번으로 출간한 이래 최근 126번째 『시각예술의 의미』가 출간되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는 지력, 체력, 경제력, 기술력 모든 면에서 주변 민족보다 열세에 있었던 로마가 지중해 전역을 제패하고 중근동,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대제국을 천 년 넘게 경영한 비결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추적해가는 흥미진진한 로마 통사입니다.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사료가 채워주지 못한 부분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했으되 픽션에 빠지지도 않는, 독창적 글로 사람들을 매료시킵니다. 『로마인 이야기』는 출간될 때마다 수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10년 넘게 전권이 고루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혀오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저자 이이화는 50여 년간 역사 탐구와 저술에만 몰두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학자입니다.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는 우리나라 5천년의 통사를 전 22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저술해낸 책으로 우리 역사 학계의 축적된 연구 성과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생활사와 문화사가 들어가 있습니다. 시종 쉽고 재미있는 방향을 놓치지 않는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21세기 국민독본입니다.





음식이 준비되는 사이, 책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출판전문기자와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은 원로 출판인은 금방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김 대표는 얼마 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 서점에서 오픈한 책사진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파주북소리 위원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등 바쁜 활동 중에도, 그동안 틈틈이 찍어온 책을 주제로 한 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입니다. 김 대표에게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한 각별한 추억의 공간이라 합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의 '우리글방'에서 전시 중인 사진전 <책, 오래된 빛을 찾아서>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형성된 보수동 책방골목은 고단한 피난 시절을 책으로 이겨낼 수 있게 한 공간이었습니다. 그 시절 흔적이 지금 보수동 책방골목의 56곳 서점에 남아 있습니다. 김언호 대표에게 보수동 책방골목은 생전 처음 만난 책의 바다였습니다. 책 한 권 구경하기 힘든 시골에서 부산으로 고등부산으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처음 발 디딘 그 곳에 김언호 대표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이 가시나요? 60년이 넘도록 존재하고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의 정신문화 유산을 계승하는 것에 열심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 있는 ‘우리글방’ 서고에서 9월 20일(금)까지 전시(▶바로가기)되는 김언호 대표의 사진들도 이런 정신문화 유산을 계승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직접 찍은 책·고서·책 읽는 모습 등으로 책의 존엄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죠. 학창시절, 책의 바다에서 느꼈던 지적 풍요로움에 대한 일종의 빚갚음이랄까요. 






화제는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의 독서수준으로 넘어갔습니다. 뼛속까지 출판인인 김언호 대표의 걱정은 ‘요즘 젊은이들의 손에 책이 없다’는 것. 책을 읽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정보를 찾는데 익숙한 요즘 아이들의 지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30-40년 후 대한민국에는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남아나질 않게 될 거라면서요. 교육·정치·경제 모든 분야의 교양과 상식, 풍부한 지적 토양이 되어주는 것이 전통적 형태의 종이책이 주는 인간적 독서일 텐데, 지금은 책가방 없는 학교를 만든다며 디지털 교과서를 위한 단말기를 아이들에게 지급한다고까지 하니 아이들이 책과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종이책도 안 읽는 아이들이 과연 전자책을 읽을까요?


독서 부족 현실의 이야기로 심각할 때쯤 드디어 기대가 되는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상 위로 올라온 푹 고아진 백숙은 그야말로 먹음직스럽습니다. 파릇한 부추가 장식으로 더해지니 맛은 눈으로 먼저 다가왔습니다. 식당 주인은 단골손님 김 대표를 위해 붕어찜까지 서비스로 내놓았습니다. 바깥양반이 오늘 낚시로 직접 잡은 것이라며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두둑이 살이 오른 붕어 두 마리에 붉은 양념장이 되어 있고, 숭덩숭덩 썬 무와 쫑쫑 채 썬 파가 시원하고 알큰하게 식욕을 자극했습니다. 이쯤 되고 보니 젓가락을 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고, 저절로 생겨나는 시장기는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졸깃한 닭고깃살은 후후 불어가며 연신 뜯게 만들고 졸인 육수에 걸쭉해진 찹쌀죽은 입천장이 데는 것도 모르게 수저를 들게 했습니다.





Q :  스마트폰, 전자책 같은 디지털 중심에서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 디지털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감성적 사회입니다. 지나치게 감성에 의존해 모든 것이 요동치죠. 고등학생 때까지는 세계문학과 같은 고전을 읽어야 합니다. 긴 호흡의 고전을 읽으면 인문학적 소양과 도덕성 그리고 창조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무조건 아날로그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소년 시절까진 종이책은 필수입니다. 종이책을 안 읽은 아이들은 전자책도 안 읽습니다. 전자책이 잘 되려면 종이책으로 훈련이 되어야 하죠. 또 좋은 종이책이 있어야 전자책도 나올 수 있는 것이고요. 


Q : 책 살리기를 정책적으로 한다면요?

A : 도서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작은 도서관 짓기 운동을 많이들 하는데, 작은 도서관으로는 본격적인 책 보존을 할 수 없습니다. 작은 도서관에는 진지하고 본격적인 인문학 책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요. 중대형 도서관을 더 많이 지어야 합니다. 


Q : 파주출판도시를 지금보다 더 활성화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주말엔 많은 분들이 파주출판도시를 찾아옵니다. 하지만 평일엔 그렇지 못하죠. 평일 활성화를 위해 책뿐 아니라 먹을거리, 볼거리 등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현재 파주출판도시에는 300여 곳의 출판사, 인쇄소 등이 입점해 있습니다. 이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서점이 40여 곳이 있어요. 앞으로 100여 곳으로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규제 때문에 여의치 않았던 북카페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하고요. 또 올해로 3회 째인 ‘파주북소리’ 축제가 있습니다. 


이 축제에서 수여하는 파주북어워드는 아시아 출판인들이 좋게 평가하는 등 벌써 국제성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첫 회에 작가가 300여 명이 참가했는데 2회 째였던 작년에 참가 작가가 800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모여서 창조성을 파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는 것이죠. ‘파주출판도시 어린이 책잔치’도 있습니다. ‘국제 볼로냐 어린이 도서전’같은 국제적인 축제를 아시아에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많은 출판사가 모인 파주는 이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메인 메뉴인 백숙과 붕어찜 외에도 기본 반찬이 푸짐했습니다. 아삭하고 시원하게 맛이 든 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 특별한 맛을 선사했던 것은 무엇보다 민들레무침이었습니다. 식용 민들레가 있다고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부추와 함께 고춧가루, 깨, 참기름으로 버무린 민들레무침은 첫맛은 엄청 쓰더니 씹을수록 개운한 뒷맛을 남겼지요.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도 당연했고요. 좋은 약은 쓰다고 했으니 분명 몸에 무척 좋을 거라 생각되네요. 


맛있는 음식과 함께한 인터뷰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책으로 만난 사람들의 책 이야기가 풍성했던 저녁, 책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대화가 끊이지 않았던 시간이 기사로 어떻게 쓰여질지 궁금하네요. 맛집 '고향'에서 가득 차려졌던 음식처럼 푸짐한 한 상 차림의 기사를 기대해 봅니다. 


*『음식강산』(박정배 저, 2013, 한길사)

사계절이 뚜렷하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전 국토에 걸쳐 산과 강이 발달한 한반도는 옛부터 온갖 음식이 풍성했습니다. 『음식강산』은 우리 민족이 즐겨왔던 대표적인 음식은 무엇이며, 어떤 요리와 맛으로, 어떤 문화로 삶 속에 존재해왔는지 담고 있습니다. 


음식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두 발로 국토 현장을 누비며 직접 맛을 보고, 옛 자료를 섭렵해가며 우리 음식의 기원과 뿌리를 촘촘히 추적합니다. 우리 음식문화의 생생한 현장보고이자 새로운 시각으로 전국을 돌아본 낭만적 여행문학이며, 맛기행의 훌륭한 길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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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다반사2013.07.19 09:46


보수동책방골목을 다녀와서

'책, 오래된 빛을 찾아서' 떠나는 풍크툼의 시간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지만,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독일의 신학자 아 켐피스(1380~1471)


보수동책방골목 우리글방에 한 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나는 사진 앞에서 오랫동안 떠날 줄 모른다. 세 명의 네팔 어린이가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은 조금 전까지 납작하고 평평했던 나의 의식에 별안간 균열을 일으킨다. 프레임 밖의 보이지 않는 배경과 풍경들까지 나는 넉넉히 상상하며 사진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 히말라야 설산과 정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그리고 이상한 결핍과 상처의 아우라가 사진 안팎을 감싸고 있다. 그 한가운데 책 읽는 아이들이 있다.





 

롤랑 바르트는 그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서 뜨거운 철학의 언어로 사진 읽기를 시도한다. 그는 스투디움과 풍크툼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스투디움은 사진에서 누구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상식적인 스토리이다. 반면에 한 장의 사진을 다른 사진이 아닌 바로 그 사진답게 하는 무의식의 에너지의 결집체, 그것을 풍크툼이라고 한다. 바르트는 풍크툼이 있는 사진을 좋은 사진이라고 했다. 풍크툼은 고요한 존재의 중핵을 별안간 후려친다. 평온했던 세계를 느닷없이 찢으며, 내면에 은폐되어 있던 상처와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한다. 책 읽는 아이들의 사진 앞에서, 나는 비로소 풍크툼의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한다.


우리글방에 전시된 20여 점의 사진들은 제목이 없다. 김언호 대표가 찍고 전시한 사진들은 오래된 책들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오래된 책들이다. 실물과 사진들은 겹치고 포개지며, 오래된 것들끼리 스스로 마련한 넓고 깊은 자리를 보여준다. 그는 말한다.





“모든 책은 궁극으로 헌책들입니다.

 모든 새책들의 탄생은 헌책들로 가능합니다.

 책을 만들면서 저는 헌책들의 존재에 감탄하게 됩니다.

 모든 헌책들은 아름답습니다.

 모든 헌책들은 헌책이기 때문에 더 향기롭습니다.

 세상의 헌책들, 그 넓고 깊음에 저는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물의 순환 원리와 존재태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자에겐, 세상도 헌책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넓이와 깊이를 갖고 있다. 그는 그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전시된 20여 점의 사진들의 제목이 사실상 ‘침묵’임을 나는 넌지시 짐작한다.


보수동책방골목은 남루하되 비루하지 않고, 오래되었으되 낡지 않았다. 소외되었으되 순결한 시간과 풍경을 거느리고 있다. 60여 년 전, 전쟁과 궁핍의 시대를 견뎌온 상흔들이 낡은 책들처럼 골목마다 차곡차곡 쌓여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책방골목은  치유와 성찰의 장소로 새롭게 부활한다. 그런 점에서 소년 시절, 이 골목에서의 독서체험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김언호 대표의 사진들은 우리에게 수많은 말을 걸어온다.






“이 작은 사진 전시를 통해서, 저는 사진을 말하지 않습니다.

 지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부산행 고속열차에 몸을 싣고, 열차 안에서 보수동책방골목의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재빠르게 검색했다. 단 3 시간 만에 당도한 책방골목 입구에서, 나는 멀미하듯 현기증을 느낀다. 시속 250km의 가공할 속도와 디지털기기의 편리함에 의존해 너무 빨리 달려왔다. 책방골목에 펼쳐진 느린 시간과 오래된 책들의 풍경은 속도에 마취되어 살아온 나의 의식에 쉼표 하나를 찍어 준다. 속도의 관성을 지그시 누그러뜨리고 이 골목길을 걸을 때, 저 사진 속 책 읽는 아이들과 보수동책방골목의 표정과 자세가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책, 오래된 빛을 찾아서’ 떠나는 길은 두고 온 그리운 것들을 수소문하는 여정이자 풍크툼의 시간이다.   





사진 / 김경엽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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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인생 37년, 출판인 김언호와

브런치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책 이야기 


한국어로 '아점'이라고도 하죠? 아침(breakfast)와 점심(lunch) 사이에 먹는 식사를 뜻하는 '브런치(Brunch)'라고 하면 '여유'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라 재촉하는 알람 시계 소리가 없는 주말, 느긋하게 일어나 먹는 브런치가 제일 먼저 떠오르니까요. 메이플 시럽을 듬뿍 뿌린 와플에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진한 커피 한 잔으로 즐길 수 있는 이 '여유'에 최근에는 공연이나 강연이 패키지로 많이 묶이곤 합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만 채울게 아니라 내면도 채우는 바람직한(!) 브런치 콘서트가 지난 7월 12일 한길책박물관에서 있었습니다. 


뮤지엄 브런치의 첫 시작은 한길책박물관 관람으로 시작했습니다. 한길책박물관은 김언호 대표가 세계 각지에서 20여 년에 걸쳐 모은 18~19세기 유럽고서를 전시해 놓은 곳입니다. 출판인이자 뛰어난 디자이너였던 윌리엄 모리스의 책이 상설 전시 중이고 지금은 <권력과 풍자 | 19세기 파리의 풍자화가 5인전>, <千一夜話 : 아라비안 나이트 특별전>이 기획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날 뮤지엄 브런치에서는 전시회를 모두 관람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김언호 대표가 유럽 고서점이나 책 박람회를 다니며 수집한 것들이랍니다^^ 






전시된 책과 잡지 등에 얽힌 당시 시대 배경뿐 아니라 수집할 당시 사연까지 곁들여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골의 유럽 헌책방 주인과 가격 흥정이 붙어 결국 싸게 원하는 책을 살 수 있었던 일, 책을 잔뜩 수집 후 비행기를 탈 때마다 수하물 중량을 걱정했던 일 등 발품을 팔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면 들려줄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한길책박물관을 둘러보고 다시 찾은 아트 스튜디오. 미리 주문해놨던 음료와 샌드위치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박물관 아트 스튜디오 안에 준비된 샌드위치를 보니 뮤지엄 브런치 느낌이 물씬~ 본격적인 뮤지엄 브런치가 시작됐습니다. 






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세계 유례가 없는 조선왕조실록의 나라 한국. 이런 대단한 책을 만든 나라라 그런지 책을 인쇄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던 옛날에도 조상들의 민가에는 책이 참 많은 편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세계적인 종이책의 위기와 스마트폰의 부상과 맞물려 출판 시장이 어렵습니다. 그에 비례해 책방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스마트폰 하나면 온갖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요새 젊은이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그만큼 젊은이들의 지력이 떨어졌죠. 수많은 단어로 이뤄진 책을 읽음으로써 단어를 단순히 아는 것에서 나아가 종합하는 힘을 길러낼 수 있습니다. 책에서 멀어져 생각하는 힘이 약해진 젊은이들이 창의력과 도덕성을 키우기 위해 긴 호흡의 고전을 읽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김언호 대표는 말합니다. 



▲한길사 서고(위), 인문·철학 등 고전을 모은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아래)




100세 시대를 맞아 몸 건강뿐 아니라 정신의 건강이 몹시 중요한 이때, 책을 읽는 것은 우리의 문화복지권을 위한 가장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또 그는 책방과 독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출판 시장에서 독자가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살 사람이 있어야 책은 나올 수 있습니다. 김언호 대표가 60년을 이어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책방 골목인 보수동 살리기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참가한 사람들의 질문으로 김언호 대표의 열정적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초등학생 딸아이와 뮤지엄 브런치에 참가한 신지은 씨는 “한길사에서 출판된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한길아트 | 이광주 지음 | 2001)을 정말 좋아한다면서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책에 관심이 많은 손명숙 씨는 “요즘 책을 많이 못 읽었는데 김언호 대표의 ‘책은 살아야 한다, 책은 아름답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남아 책을 다시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신지은 씨(왼쪽), 손명숙 씨(오른쪽)




대한민국에서 몇 안되는 책방 골목 보수동, 60년을 이어온 책방 골목의 책방은 지금 56곳 남아 있습니다. 하나둘 사라지는 책방에서 출판의 위기를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뮤지엄 브런치에서 사람들이 보여준 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보니 희망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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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교수가 말하는 출판인 김언호

그리고 그의 책, <한 권의 책을 위하여>



- 무슨 책을 내는가?

"내가 간절히 읽고 싶은 책들이다."


출판 시장에서 잘 팔리는 책이 아니라, 그가 읽고 싶은 책이 출판의 기준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그"는 누구인가? 이 시대가 갈망하는 인문 정신을 제1의 원칙으로 삼는다는 출판 장인 김언호다. 그와의 인연도 이제 20년을 넘어 30년의 시간을 향해가고 있는데 막상 그의 책 <한 권의 책을 위하여>(김언호 지음, 2012, 한길사)를 읽고는 내가 미처 몰랐던 그와 대면하면서 새삼 많이 놀라고 있다. 한 사회가 철학이 있는 출판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영예롭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 <한 권의 책을 위하여>




"책을 만드는 일은 참으로 경이로운 학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이야말로 탁월한 미학이라는 확신도 갖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박물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은 인문학이고 예술학입니다."


월리엄 모리스의 인문주의와 미학적 열정에 매혹된 김언호는 "아름다운 책 한권"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책은 그저 책이 아니라 그 책의 외모와 내면에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정신의 뜨거움과 정밀한 손길이 존재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고품격의 정신은 미학의 정수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책의 가치에 대한 그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이 있는 출판 그리고 시대정신


1997년, 출판 일기라고 할 수 있는 <책의 탄생> 그리고 한국의 지성사를 보여주는 <책의 공화국>(2009년)에 이어 나온 <한 권의 책을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그의 출판에 대한 자세와 정신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국가 권력의 폭력과 지식인들에 대한 탄압을 겪은 그는 시대정신과 책의 관계를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줄여서 "해전사"로 불렸던 <해방 전후사의 인식>(한길사 펴냄)이 당대의 독서 열풍을 일으킨 힘에 대해 그는 이렇게 증언한다.


"해전사를 그렇게까지 열독하게 된 것은 그 책과 함께 살아가는 독자들이 그런 책을 이미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두 독자의 요구가 아니라 한 시대의 집단적 요구였습니다. 책과 독자들이 공유하는 시대정신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체험은 그에게 저자, 독자 그리고 편집자의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게 한다. 그와 같은 작업을 위해 그는 무엇보다도 출판인들이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강조한다. 그것은 "변방주의의 정신"이다.


"저는 변방주의를 생각합니다. 변방의 정신과 사상을 말하고 싶습니다. 출판인이라면 물질과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 그 변방에서, 아웃사이더로서, 사회와 국가와 민족 공동체와 세계의 살림살이와 사상과 이론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창조적인 지성과 논리적인 이성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방주의의 미덕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의 출판은 주류의 힘을 과시하는 시장주의에 물들지 않는다. 사상과 철학, 인문과 사회과학의 최고 저작들을 출간하는 '한길 그레이트북스'와 같은 엄청난 기획이 120권에 달하고 있는 것은 그가 출판을 대하는 진지성의 결과다.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그런 기획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지식 구도를 보다 깊이 있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상찬(賞讚)의 가치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독서 공동체의 지평은 "동아시아 독서 대학"이라는 구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 자신에 의한 동아시아의 재발견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동아시아적 문제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역사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의 의미를 갖는다. "책으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만들어가는 동아시아의 미래를 꿈꾸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언호가 헤이리 예술 마을에 대한 비전을 펼쳐 보일 때나, 파주 출판 도시의 미래를 기획해나갈 때나 우리는 "책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한 출판인의 웅대한 의지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의 발걸음은 언제나 세계 도처의 아름답고 유서 깊은 책방들과 도서관을 향해 있으며, "보다 진지한 출판을 위한 고민"을 토로한다.





진지한 책들을 위해


일본의 이와나미쇼텐 전 사장 고(故) 야스에 료스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사람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점차 상업성이 강한 대중적 출판에 보다 깊이 있는 책들이 밀려나는 세태에 탄식하고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야스에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 출판은 지금 큰 난관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출판이 홍수를 이루고, 그것에 정통적이고 고급한 출판이 밀리고 있습니다. 결국 한 나라의 출판 문화는 도서관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역시 질적으로 향상된 출반을 안정되게 유지, 향상 시키는 길은 도서관이 많이 생겨서 좋은 양서를 구입해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어 그는 도서관이 대출률 높은 서적만 구비하는 것이 도서관의 올바른 역할이 아니라고 못박고, 뉴욕에서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소수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책들도 대단히 중요하니까요. 몇 년 전에 뉴욕의 한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부관장의 안내를 받았는데, 일본 서적들도 많이 구입되어 진열되어 있었는데 부관장에게 제가 물었지요, 이런 책까지 사두십니까? 그랬더니 그 부관장이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도서관의 제일 큰 즐거움은 3년에 한 번 정도 대출되는 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김언호의 출판 철학도 이런 견해와 일치한다.


"대중적인 출판이란 시장 기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이제 한 명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그 어떤 책은 출간될 수 있어야 한다. 한 명의 탁월한 독자가 때로는 한 국가, 한 사회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문명 시대, 지식 정보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좋은 도서관. 좋은 출판


다소 길지만 그 다음의 생각도 인용하고 싶다.


"한 국가, 사회가 누리는 출판문화의 수준이란 한 권의 책을 살인적인 부수로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책 저런 책들이 다양하게 출판되는 발행 종수로 말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수십만 권씩 찍어 돈을 벌지 않고 수십 종 수백 종의 책을 기획 출판해 돈을 버는 행위를 나는 진정한 출판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대로 된 규모와 장서를 갖춘 도서관들이 사회, 문화 인프라로 존재하고 인용된다면, 출판인들이 눈이 충혈이 되도록 장사되는 책을 쫓아다니지 않고 깊이 생각하여 이런저런 종류의 책들을 진지하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문 사서들이 사명감을 갖고 운영하는 공공 도서관 없이 출판다운 출판은 어불성설이다. 공공 도서관이란 형식과 사치가 아니라 우리 국가 사회를 대내외적으로 제대로 살아가게 하는 기본 전제다."




시대를 기획하다


이 책은 그래서 한길사라는 어느 특정 출판사의 기록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나온 현대 지성사의 고투와 희망이 거쳐 온 길에 대한 증언이며,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공론의 출발점이다. 이는 거대 마케팅이나 브랜드로 좌우되는 출판이 아니라, 책 하나 하나의 내면에 담긴 진실성과 시대적 가치를 주목하는 독서 공동체 만들기이며, 우리 사회의 생각과 판단을 풍부하고 심오하게 길러가는 정신적 인프라의 구축에 대한 비전 제시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출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자신의 지식과 성찰의 토대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가장 위대한 시대정신의 능력이라고. 그렇게 해서 태어나는 한 권의 책은 그야말로 한 시대를 난데없이 가격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움트게 할 수 있다고.


"이 한 권의 책을 말한다"고 할 수 있는 책을 가진 사회는 행복할 것이다. 그 책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가슴이 뛰고, 우리의 지성이 격동하며 우리의 시야가 확 트이는 그런 감격을 맛보고 싶다.


시장이 만들어주는 베스트셀러 목록이 아니라, 우리가 간절히 읽고 싶은 책 한 권의 탄생을 꿈꾸며.

 



글 /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

 

*이 글은 프레시안에 실린 김민웅의 '리브로스 비바'-김언호의 <한 권의 책을 위하여>를 재구성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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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正史)와 야사(野史), 

『중국인 이야기』의 저자 김명호 교수의 차이니즈 나이트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천하는 '휴가때 CEO가 읽어야 할 책'에 당당히 2권 모두 선정된 『중국인 이야기』의 저자 김명호 교수의 강연이 지난 7월 10일 홍대역 근처에 있는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렸습니다. 차이니즈 나이트(Chinese night)란 타이틀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6월에 있었던 첫 번째 강연에 이은 두번째 차이니즈 나이트였습니다. 강의 시작 한참 전부터 강의실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강의 시작 시간에는 백 여명의 사람들로 강의실이 꽉 찼습니다. 


 

 



 

이 날 페이스북 그룹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바로가기)의 멤버라면 굉장히 반가운 얼굴을 만나실 수 있었습니다. 차이니즈 나이트의 사회를 맡아주신 분이 차현인 독자였거든요!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의 핵심 운영자로 맹활약 중인 차현인 독자가 김명호 교수와『중국인 이야기』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차이니즈 나이트의 사회를 혼쾌히 맡아주셨습니다.






사람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는 건 재미있고 유익한 강연을 들려드리는 거겠죠? 이 날 강연 주제는 '천두슈(陳獨秀)'였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추천 도서에 당당히 선정된 『중국인 이야기』1, 2권에 이어 시리즈로 출간될 다음 『중국인 이야기』에 소개될 인물이기도 하죠. 『중국인 이야기』에서 중국혁명사의 주역과 조연들의 내면을 딱딱하게 풀지 않고 생생한 이야기 방식으로 생생하게 들려주는 김명호 교수의 스타일대로 이 날 강의도 진행됐습니다.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를 넘나들며 중국 공산당 창당의 핵심 인물이자 공산주의 이론의 대가인 천두슈의 공적 활동 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까지 종횡무진 풀어놓는 김명호 교수의 강연에 사람들이 모두 퐁당 빠졌거든요.


 

▲차이니즈 나이트 사회를 맡아주신 차현인 독자(위)



천두슈에 대한 유익하고 알찬 강연 사이사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잘 버무리는 김명호 교수의 솜씨가 대단했습니다. 죽고 나서야 조금씩 재평가 받기 시작한 천두슈는 알려진 것이 많이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입니다. 사진도 그래서 별로 없죠. 소위 말하는 '스펙'도 없이 북경대학 교수가 된 비결이라든가, 3번 결혼하게 된 사연 같은 이야기가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중국인 이야기』의 저자 김명호 교수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독자클럽>(▶바로가기)의 열혈 멤버 중 한 명인 최창근 독자는 '중국을 놀이터로 삼으신 '60대 소년' 같은 김명호 선생님의 강연이라 뻔하지 않은 재미가 있었다'며 '김명호 선생님의 강연을 듣다보면 중국 공산당 원로 천두슈의 근엄하고 지적인 이미지는 사라지고 인간 천두슈를 볼 수 있었다'고 하시네요. 또, 첫 번째 차이니즈 나이트 이후 두 번째 들었다는 진의령 독자는 '특정 인물 하나를 정해 깊이 있게 이야기를 들려줘서  재미있었다'며 '다음 강연이 있다면 또 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차이니즈 나이트 뒷풀이에 참가한 사람들(ⓒ김학명), 최창근 독자(왼쪽), 진의령 독자(오른쪽)




평일 저녁, 한 시간 반에 이르는 강연 시간 내내 꽉 들어찬 강의실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습니다. 김명호 교수와 몇몇 분들은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 날 강연 내용이었던 천두슈와 중국 등 온갖 이야기를 하며 강연이 끝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직업도, 나이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모여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답니다! 혹시 이 날 강연에 참가 못하셔서 아쉬운 분이 있다면 다음에 있을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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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