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다반사2015.10.14 15:54

2015 파주북소리 소년한길 풍경

 

 

지난 10월 5일부터 11일까지 파주출판도시에서 파주북소리 2015가 열렸습니다.

급작스럽게 추워진 데다 비까지 내렸지만 많은 분들께서 찾아주셨습니다.

소년한길은 오치근 선생님, 박은미 선생님과 함께

10월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어린이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10월 9일에는 멀리 하동에서 오치근 선생님께서 파주를 찾아주셨습니다.

지난 5월에는 우리나라의 차 문화 유적과 전통을 알리는 『초록비 내리는 여행』을 펴내시면서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차의 맛과 떡차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셨지요.

 

 

 

이번에도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오셨습니다.

멀리 하동 악양의 지리산 자락 선생님 댁에서부터 가져오신 갖가지 자연물이었습니다.

어른 주먹보다도 큰 대봉감과 보랏빛 열매가 예쁜 구슬처럼 알알이 맺힌 자리공,

그리고 하동 특산물 녹차까지 가을의 정취를 한껏 품고 있었지요.

특히 함초롬한 흰 꽃과 동글동글 열매가 어우러진 녹차 가지가

싱그러운 하동의 가을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박관순 부사장님께서도 노박 덩굴, 찔레 열매, 독활, 상수리 열매, 대추 등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는 나무 열매들을 한아름 선물해 주셨답니다.

 

 

 

어린이 친구들은 다양한 자연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직접 손으로 만져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뒤 선생님과 함께 자연물을 그리고 이름을 지어주거나 자신의 감상을 덧붙여 보았습니다.

어떤 친구는 대추를 직접 맛본 뒤 신기해하며 ‘대추는 사과 맛이 난다’는 감상을 쓰기도 했지요.

자리공 열매를 으깨 고운 자줏빛을 내기도 하고 찔레 열매로 예쁜 감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등

선생님께서 자리공 열매를 가지고 조그마한 힌트를 주시자 어린이들은 열매와 꽃, 이파리들을 관찰하며

곧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색을 자유로이 활용하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기도 했습니다.

 

 

 

커다란 도화지 두 장을 빼곡히 채우자 어느새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어린이들은 작품을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10월 10일은 박은미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흩뿌려서 걱정했는데 많은 어린이들이 선생님을 뵙기 위해 찾아주었답니다.

선생님께서는 얼마 전 정원요정 히스와 친구들의 모험을 그린

신작 『정원요정 히스와 시계탑 속의 딜』을 출간하셨습니다.

 

 

 

 

박은미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에는 책에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시계탑을 만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책 속에서 고양이 딜이 폭풍우에 휩쓸려 날아가 갇혔던 시계탑이지요.

 

모두들 상상력을 발휘해 멋진 시계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색종이를 접어 입체 지붕을 만든 시계탑, 안쪽으로 계단이 연결된 시계탑,

리본과 하트로 장식된 앙증맞은 탑 등 어린이들의 솜씨가 정말 대단했지요.

조금 어린 친구들은 선생님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모든 친구들이 자신만의 시계탑을 멋지게 완성했습니다.

 

 

 

 

 

 

 

매해 북소리 축제 때마다 많은 사람들께서 찾아주시지만

항상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어린이들은 평소 좋아하던 그림책 작가 선생님을 직접 만나

저마다의 상상력과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습니다.

소년한길과 오치근 선생님, 박은미 선생님은 독자들과 시간을 보내며

어린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또다시 어린이들과 함께 책 속에 푹 빠져들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소년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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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

―출판인 김언호의 파주일기

 

 

 

 

 

 

한 권의 책은 어떻게 기획되어 만들어지는가.

 

한 권의 책의 존재를 위해 오늘 이 땅의 출판인들은 무엇을 고뇌하는가.

 

미디어 환경의 문명적 전환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출판인 김언호의 일기, 우리 시대 책과 출판의 문화를 증언하다

 

올해로 39년째 치열하게 책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는 출판인 김언호는 ‘치밀한 기록’으로 이를 증언하고 보고한다. 2013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그는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일기’라는 형식으로 그의 행로와 생각, 열정과 고뇌를 말하고 있다. 때로는 미시적으로, 때로는 거시적으로 우리 시대 책의 문화와 책 만드는 사람들의 현장을 상세하게 보고한다. 그가 만드는 책들, 그가 만나는 출판계 안팎의 사람들, 그가 구현하려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때로는 현미경으로 때로는 망원경으로 그려냄으로써 한국 출판, 그 오늘의 내면과 심층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출판인 김언호의 일기는 그의 개인사이기도 하지만 우리 시대가 함께 당면하는 문화적 삶의 한 풍경이다. 한 권의 책이란 한 시대 한 국가사회의 총체적 소산이기 때문이다.

 

 

출판인 김언호는 저 격동의 1985, 1986, 1987년의 일기를 책의 탄생Ⅰ·Ⅱ(1996)에 담아낸 바 있다. 1980년대의 출판사(史)이자 출판 정신사를 증언하는 기록이었다. 1980년대를 ‘책의 시대’로 인식한다면 책의 탄생Ⅰ·Ⅱ은 그 1980년대를 증언하는 한 출판인의 ‘육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그가 펴낸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출판인 김언호의 파주일기는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전환되는 현 시기의 또 다른 육성이라고 할 것이다.

 

출판인 김언호는 일련의 출판인들과 파주출판도시를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 한길사와 그는 제일 먼저 2002년 12월에 파주출판도시에 입주했다. 허허벌판에 건설되는 변방의 출판도시로 옮겨가는 출판의 거대한 실험, 그 한가운데에 그는 섰던 것이다. 그는 이 파주출판도시에서의 실험과 열정과 고뇌를 ‘일기’라는 형식으로 말하고 있다.

 

‘출판인 김언호의 파주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이 ‘파주일기’를 통해 그는 계속 한 권의 책의 철학과 정신을 말하고 있다. 한 국가사회를 일으켜 세우는 인문정신의 구체적 역량으로서 출판문화를 왜 끊임없이 문제 삼아야 되는가를, 때로는 낮은 목소리로, 때로는 열정적으로 외치고 있다고나 할까.

 

 

‘고주’(孤走), 외롭게 달리지만, ‘여럿이 함께’ 하는 출판을 외치다

 

출판인 김언호는 2013년 1년 동안 한 권의 책을 위해서 800명 이상의 사람들과 만난다. 온갖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다. 이 많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책과 문화를 이야기한다. 시대정신을 토로한다. 악화되는 출판 환경을 고뇌한다. 한길사 대표로서,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으로서,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그는 늘 출판 현장에 서 있다. 놀라운 열정이다. 때로는 냉정해진다. 사람들을 설득해내는 과정에서 그는 고단함과 고독감을 숨기지 못한다. 한 시대의 출판문화란 ‘여럿이 함께’ 창출해낸다는 것을 그는 「머리말」에서 계속 강조한다.

 

“책을 만들면 만들수록 한 권의 책이란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들의 공동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 쓰는 사람 책 만드는 사람 책 읽는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펼쳐내는, 정신과 사상과 이론의 축제라는 것을 나날이 체험합니다.”

 

 

김언호 대표의 작업실.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출판인들이 더불어 함께 건설하는 이 출판도시에서 저는 오늘도 한 권의 책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한강 하류의 저 장엄한 노을을 바라보면서, 책 만들기가 결코 용이하지 않은 시대 상황에서 때로는 고독해지는 저의 심사를 추스릅니다.”

 

“2013년 365일을 기록한 이 출판 일기는 저의 기록이지만, 출판도시 사람들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책의 문화를 위해 일하는 동시대인들의 기록입니다. 이 고단한 출판상황에서, 이 고단한 출판상황을 극복해내기 위해 더불어 함께 나서는 출판인들의 집단일지입니다. 한 권의 책을 위해 손잡는 우리 모두의 의지이자 희망입니다.”

 

 

5월 3일 금요일

편집부와 점심했다.

출판편집자들은 기획자일 뿐 아니라 출판저널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만든 책으로 독자와 대화해야 한다.

스스로 만든 책을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 그 책의 가치와 정신을 알려야 한다!

자기를 걸고 해야 한다!

 

 

출판인 김언호는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하고부터 39년째 1년 365일 ‘자기를 걸고’ 책을 만들고 있다. 또한 자신만의 열정으로 그치지 않고 동료 출판편집자들을 끊임없이 독려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는 말한다. 저자·출판인·독자 들의 연대를 통해 ‘위대한 책의 시대’를 함께 구현하자고.

 

 

김언호 대표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하석 박원규 선생의 서예작품(『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에서)

 

 

장엄한 책의 전당 ‘지혜의 숲’을 만들다

 

출판인 김언호는 책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책들의 숲과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숲이 만들어내는 음향을 그의 가슴에 늘 안고 있다. 책들의 숲이 뿜어내는 음향은 나무들과 숲이 뿜어내는 음향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그는 몸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지식축제 파주북소리를 이끌고 있는 출판인 김언호는 2013년 중반부터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을 구상하고 그것의 구현을 위해 뛰었다. 각계의 인사들과 의논하고 그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1년 만인 2014년 6월 19일, 장엄한 책의 전당 지혜의 숲을 개관했다. 우리 사회가 일찍이 체험하지 못한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다. 출판인 김언호의 기획과 문제적 열정이 묻어난다.

 

 

“왜 책을 읽는가. 사람답기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는 출판인 김언호의 출판관이 곳곳에 출현한다. ‘출판운동가’로서 한 시대의 인문학 출판을 선도해온 출판장인의 의식을 읽게 한다.

 

“왜 책을 읽는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지식과 정보를 공급받을 뿐 아니라 정의로운 공동체,

도덕적인 국가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독서한다.

인간다운 삶에 독서는 옵션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우리 강산의 마을과 마을에서는 책 읽는 소리가 늘 울려 퍼졌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책을 존중했고 책 읽기를 즐겼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소리가 많지만 ‘책 읽는 소리’가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독서성’(讀書聲)이다.

아름다운 우리 국토와 강산에 다시 책 읽는 소리, 글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우리의 희망이다.”

 

김언호 대표는 늘 책 만드는 현장, 그 일터에 있고 싶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국토와 산하에 골짜기마다 다시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질 그날까지 그의 열정은 계속될 것이다. 2014년 김언호의 파주일기는 또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그의 만년필은 지금도 일기장을 달린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구상하고, 무엇을 고민하며, 무엇에 좌절하고, 또 무엇을 돌파해나갈 것인가!

 

 

 

 

출판인 김언호金彦鎬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하여 지금까지 대표로 있다.

1980년대부터 출판인들과 함께 출판문화와 출판의 자유를 인식시키고 신장시키는 운동을 펼치는 한편,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제1·2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 등지의 인문학 출판인들과 출판운동·독서운동에 나섰으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제2기 회장을 맡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참여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책축제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과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출판운동의 상황과 논리』(1987), 『책의 탄생Ⅰ·Ⅱ』(1997), 『헤이리, 꿈꾸는 풍경』(2008, 공저),

『책의 공화국에서』(2009), 『한권의 책을 위하여』(2012)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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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파주출판도시에서 ‘책’을 생각한다 

- 일본도서 『한국의 지를 읽다』에 실린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글





 출판독서운동 ‘파주북소리’, 아시아 책의 수도


  모든 조직과 집단은 스스로 진화합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스스로의 자연적인 진화를 넘어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의도적인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책을 기획・생산하는 공간을 넘어 출판문화를 완성시키고 확산시키는, 독자를 출판문화의 주체로 인식하는 독서운동의 새로운 차원을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파주북소리(Paju Book Sori)는 출판도시의 여러 조건들을 활용하는 대규모의 책의 축제, 지식의 축제입니다. 출판과 책의 생산환경・유통환경이 급속하게 변전하고 있는 문명적 조건에서 출판과 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새로운 미디어환경의 총체적 변전조건에 대응하는 통합적 인식과 대안적 실천이 요구됩니다.


  어린이의 책 읽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옛 현인들이 말했습니다. 파주북소리는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책 읽기, 책 읽는 소리가 향후 우리 출판문화의 희망이자 대안입니다.


  다시 종이책을 읽는 운동, 소리내어 영혼을 울리는 책읽기를 부활시켜야 합니다. 인류의 위대한 문명은 책읽기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파주북소리는 우리 모두의 젊은 영혼을 울리는 북소리(Drum)이자 책 읽는 소리(Reading & Healing)입니다.

  2011년 파주북소리의 개막을 시작하면서 파주출판도시는 ‘아시아 책의 수도’를 선언했습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아시아인들과 함께,

책 쓰고 책 만들고 책 읽는,

아시아의 위대한 책의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우리는 아시아인들이 함께 창출해내는 책의 문화로

아시아의 가치와 아시아의 정체성을 구현하려 합니다.


파주출판도시가 펼치는 책과 지식의 축제 파주북소리는

아시아인들이 연대하는 출판운동·독서운동입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 선포는, 아시아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아시아의 유구한 책의 전통과 유산을

이 21세기에 다시 일으켜 세우는,

아시아인에 의한 아시아인의 문예운동입니다.


책의 길은 평화의 길입니다.

책의 길은 생명의 길입니다.

책의 길은 희망의 길입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 운동은 책으로 아시아를 소통시켜,

더 창조적이고, 더 아름다운 아시아의 문화와 사상을

일으켜 세우는 운동입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 운동은

파주출판도시를 넘어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는 아시아인들이 함께 누리는 책의 광장입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는 아시아인들이 함께 걷는 책의 큰 길입니다.”



  책의 세계는 소통됨으로써 그 형식과 내용이 더 커지고 의미는 더 깊어집니다. 아시아는 책으로 하나됩니다. 아시아 책의 수도는 파주출판도시를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여러 도시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 국제부의 사쿠라이 이즈미 기자가 추천한 리영희의 『대화』(리영희・임헌영 지음, 한길사, 2005).



출판도시의 100책방 만들기운동


  파주출판도시는 지금 100책방 만들기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50여 책방이 1층에 문을 열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는 각 출판사의 1층을 책방으로 독자들에게 개방하려 합니다. 책과 연관되는 다양한 장르를 만나게 하는 공간을 열자는 것입니다. 문화・예술・과학・경제 등 모든 것과 연관되는 책의 세계, 책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만나고 인식하고 체험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건축적 성과를 파주출판도시는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 건축적 성과를 보다 인간적인 것으로 개선하려 합니다. 나무를 심어서 출판도시를 숲으로 조성하려 합니다. 인간들의 영혼이 쉴 수 있는 숲을 우리는 생각합니다. 나무 아래서, 숲 속에서, 책을 소리내어 읽고,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는 인문학적 축제를 전개하는 운동입니다.


  책 읽는 운동, 책 만드는 운동과 연계되는 또 하나의 운동인 ‘만인의 숲’ 운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이름을 붙인 나무들을 심어서 하나의 숲이 되게 하고, 그 숲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자는 운동입니다.


  우리는 이 만인의 숲 운동을 ‘만 권의 책’ 운동과 병행하려 합니다. 100세 문명시대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습니다. 가정마다 만 권의 책을 비치하고 읽는 운동은 100세 문명시대를 대처해나가는 정신운동・생명운동입니다.


  해마다 봄에 펼치는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축제는 올해 11회를 맞았는데, 이 어린이책축제를 가을에 진행되는 파주북소리만큼 확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회원들은 어린이책축제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출판인들은 종이책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한층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인류의 위대한 정신적 성과를 담아내고 있는 종이책의 가치가 디지털 문명의 발전으로 폄하되고 있는 현실을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종이책을 보호・보존하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운동을 전개하려 합니다. 학자・연구자들이 생애를 통해 수집하여 읽은 종이책들을 한데 모아서, 젊은 독자들이 경계를 넘어 읽을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을 출판도시의 중심공간인 아시아출판문화센터에 개설하려 합니다.


  대학도서관들까지 종이책을 푸대접하는 현상이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아시아출판문화센터의 로비와 복도는 책의 유토피아가 될 것입니다. 이런 책의 유토피아가 젊은이들을 책의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③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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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한길다반사2013.10.08 17:52

 

'장자'에 다시 도전하다

 - "다섯 개의 키워드로 만나는 장자" 강연을 듣고

 

 

 

  

 

 

나의 책꽂이를 바라보면 몇 권의 『장자』가 보인다.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사갖고는 제1편 소요유의 “북쪽 바다에 큰 물고기가 있어…”로 시작하는 부분을 겨우 읽다가 ‘이게 뭐야! 어쩌라고! 그래서!’ 등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책을 덮어버린 것이 여러 번이었다. 그만큼 『장자』는 꼭 읽어야 할 책이면서도 도전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3 파주북소리에서 한길사의 ‘인문고전 깊이읽기’ 열네 번째 책인 『장자』의 저자인 양승권 선생이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리하여 내가 속해 있는 독서클럽 ‘시나브로Books에서도 이 책을 읽고 서로의 감상을 들었다.

  파주북소리 첫날이었던 이날, ‘다섯 개의 키워드로 만나는 장자’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으면서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장자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강의를 시작할 때 양승권 선생은 먼저 장자라는 인물을 설명하기 전에 우주론을 통하여 서양과 동양의 철학적 견해를 비교해주셨다. 그러고 나서 장자는 ①사회적 비판을 직설적으로 하는 고통을 수반한 사상가이며, ②맹자와 동시대의 인물로 도가를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잡가와 비슷한 면모마저 가지고 있는 통합의 사상가이며, ③유기체적 사고로 만물을 하나로 보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장자를 총 다섯 가지 키워드로 살펴볼 수 있었다.

 

1. 위기의 시대에서 자신을 지키다.

2. ‘부득이한’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 그러하게’ 살아라.

3. 절대자유의 경지에서 놀자.

4. 만물은 하나다.

5. 세상 ‘가운데’[中]서 씩씩하게 살아가자!

 

로 장자 강의를 이끌어가셨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혼돈’=‘도’ 이야기였다. ‘혼돈’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혼돈’이란 무엇일까. 혼돈의 의미라면 잘 정리된 상태가 아닌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혼돈으로 보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잘 정돈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므로, 보는 관점에 따라 혼돈과 정돈은 각각 다를 수 있다.

  한 예를 든다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분은 양념이 자신이 음식하기에 편리한 곳에 있음을 잘 정돈된 상태로 보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양념이 이곳저곳 아주 혼잡하게 늘어져 있으니 혼돈으로 보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나 아닌 모든 것을 혼돈으로 보고 이러한 사회를 혼돈의 사회라고 부르는 것은 옳은 것일까?

  나의 생각과 가치가 소중하다면 타인의 가치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회, 이런 사회가 바로 혼돈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정돈된 사회일 것이다.

 

 

 

 

 

   양승권 선생님의 멋진 강의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셀프리더십강사, 전문농업인,

시나브로Books 회원

김희성

 

 

 

 

ⓒ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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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2013.09.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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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박정배 선생님 강연 (2명)

김ㅇㅇ 01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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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근 작가와 함께하는 자연미술 놀이는 '꼭' 전화로 신청해 주세요.

- 소년한길 편집부 031-955-2086

 

 

다니카와 슌타로 & 신경림 강연회는 <파주북소리 홈페이지>를 통해서 신청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www.pajubooksori.org/ 접속 → 오른쪽 배너<프로그램참여신청> 클릭


 

신청하신 분들께는 행사 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정성껏 마련한 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석 부탁드립니다.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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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 한길아트2013.09.11 11:59

장자와 위기의 강 건너기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책『장자』

 

 


『장자』가 출간되던 날

 

‘인문고전 깊이읽기’ 『논어』에 이어 『정약용』을 읽었다. 나는 ‘인문고전 깊이읽기’ 시리즈에 푹 빠졌다. 한의학을 하다보니 서양철학보다는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아 언제 또 신간이 나오나 기다리던 차에 『장자』가 나온 것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책이 ‘출간’되었음을 알았고, 한의원을 마치고 책방한길로 달려갔다. 내가 참가하는 독서토론모임 ‘시나브로book’ 회원들의 책까지 모두 여덟 권을 샀다. 책을 펼쳐보니 『동의보감』과 『장자』의 구성이 비슷한 데 놀랐다. 『동의보감』은 「내경편」「외형편」「잡병편」「탕액편」「침구편」으로 되어 있는데, 『장자』도 「내편」「외편」「잡편」으로 구성된 것이다. 역시 사람의 몸을 고치는 건 『동의보감』,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건 『장자』일까?

 




 

마음이 위기인 시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는 주제의식이 책 전체를 감아 돈다. 그렇듯 이 책의 “우리는 마음이 위기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첫 문장은 책장을 덮을 때까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나는 이 책을 ‘내 마음의 위기’를 위로하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다.

 


 

자기 자신의 길을 가라

 

“자기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라 보지 않고 상대방의 관점에 휘둘려 보거나,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 자연스럽게 만족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 사로잡혀 만족하는 사람은 남의 만족에 만족할 뿐 자기 자신의 진정한 만족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남의 길을 따라갈 뿐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하는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변무편」, 59쪽)

 

다섯 살 된 아이의 엄마라 아이 교육 욕심이 자주 일어난다. ‘누구 집 아이가 한글을 다 읽는다’는 이야기가 들릴라치면 우리 아이는 어쩌나 하는 불안이 생기고 며칠간은 이 아이를 어찌 가르칠까? 그 고민만 머리에 있다. 문제의 발단은 비교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럴 때면 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비교하지 마.”

그러나 그렇게 살기가 어디 쉬운가? 비교의 교육관으로 내 아이를 밀어 넣고 기르려고 한 내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면서 보였다. 그럼 이 속박에서 나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얼까? 어머니 말씀이 정답일까? 그때 ‘무한’이라는 단어를 만났다.

 

“극도로 큰 세계와 극도로 작은 세계는 모두 무한하다……. 따라서 자기의 지금이 다른 존재보다 조금 크다고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고 남들보다 작다고 불만을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67쪽)

 

그렇다. 극도로 더 큰 세계와 극도로 작은 세계를 생각하기. 이것이 내가 찾은 해답이다.

 

 

 

탁부득이(託不得已)

 

아이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마음이 푸근해진 이날, 남편이 회사 회식으로 새벽에 들어 왔다. 술에 취해 하는 잠꼬대로 나도 잠을 못 이루고 그도 악몽을 꾸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잠꼬대로 회사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듯했다. 목숨 바쳐 일하는 것이 직장인의 올바른 의무처럼 여겨지는 것이 당연한 대한민국이다보니, 직장인들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인정을 못 받기 일쑤다. 그러고도 남편이 아침 여섯 시가 되자 어김없이 일어나 출근하는 걸 보니 가장의 무거운 어깨가 느껴졌다. 바로 그날 이 대목을 읽었다.

 

“탁부득이(託不得已)란 일을 할 때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하듯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상세계로 인한 고통을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부득이’한 마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잘 지켜야만 한다.”(98~99쪽)

 

“충성심을 가지고 간언을 해도 듣지 않는다면 그냥 뒤로 물러나 하자는 대로 따를 뿐 싸우지 말라.”(「지락」, 101쪽)

 

회사에 목숨 바쳐 일하다가 명예퇴직이라도 하고 나면 허탈함에 우울증에 빠지는 중년이 많다. 남편에게 『장자』의 이 대목을 보여주며 회사일보다 당신의 삶을 먼저 온전하게 지키라고 이야기했다.

 

 

 

유학과 장자, 결코 편치 않은 관계

 

한의대를 다니며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원문으로 본 적은 있지만 『장자』는 처음 접했다. 공자가 살았던 곡부도 다녀오고 주자 유적도 답사했기에, 본문에서 장자가 공자의 말을 비꼬는 부분을 접할 땐 사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때로는 공자의 말에 동조하고 때로는 맞서는 『장자』를 자꾸 읽다보니, 그 속에 숨어 있는 위트와 가르침이 보였다.

 

“옛사람의 흔적을 구하지 말고 옛사람이 추구했던 것을 찾아라.”(291쪽)

 

마쓰오 바쇼의 말처럼 장자 그가 추구했던 바를 찾아야 한다. 편견 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 지은이 양승권 선생님은 이렇게 썼다.

 

“장자를 위대한 동양의 철인 혹은 성인이라는 테두리에 가두어놓지 말고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만 많은 아저씨 정도로 생각해보자. ……장자를 접근하기 어려운 철학자로 바라보지 말고 마음의 안정과 정신적 평화를 불러오게 하는 아주 뛰어난 인생 상담가로 만나보자.”(47쪽)

 

책으로 인생 상담가 장자를 만나보았다. 이제는 저자 양승권 선생님을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침 파주북소리 행사에 양승권 선생님의 강의가 있다고 한다. 9월 28일(토) 오후 4시, 우리 ‘시나브로book’ 회원들과 전원 참석하기로 했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인문고전 깊이읽기 - 장자] 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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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 한길아트2012.10.17 09:44


수다쟁이 한의사의 시나브로 책읽기


나는 말이 많은 한의사다. 환자를 보면 자꾸 말이 하고 싶어진다. 환자의 증상보다 사는 이야기로 진료시간을 보낸다. 환자들이 이런 나를 보면서 의아해한다. 외로운 직업이라 그렇다. 의사도 마찬가지겠지만 병원에 있으면 아픈 환자만 본다. 하루 종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외로움을 줄이는 방법으로 나는 책을 택했다. 책 속에서 인생도 배우고 때로는 이 문장은 어떤 환자에게 이야기해주어야지 메모도 한다.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자유로로 출퇴근을 하다보면 반드시 파주출판단지를 거쳐야 한의원에 도착한다. 출판단지 행사 ‘북소리’와 ‘어린이날 책 잔치’ 광고를 보며 출퇴근하기를 1년. 여기서 한의원을 열게 된 것이 날더러 책을 좀더 읽으라는 누군가의 채찍질 같았다. 


독서모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 시나브로book 독서모임의 목적은 인문고전 읽기였다. 인문학열풍에 따라 회원들의 동의 아래 동양고전 첫 책으로『논어』를 택했다. 그중에서 『논어』를 접해본 사람은 나뿐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 『논어』 문장을 해석하고 한 문장씩 암기해서 발표하기도 하고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업이 다른 사람들(농부, 장애인시설 원장님, 보험 설계사, 호프집 사장님, 리더십 강사)로 독서모임이 구성되니 같은 글을 읽어도 느끼는 바가 다르고 관심분야도 달라 책보다 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모임이 자리 잡히고 나니 읽은 책에 대해 강의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회원들과 ‘북소리’ 행사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올해가 2회째니 작년 광고를 보고도 놓쳐버린 것은 한 번이다. 행사 참가를 위해 일정표를 보던 중 ‘지식난장’ 코너에서 ‘아홉 개의 키워드로 만나는 『논어』’ 가 눈에 들어왔다. 회원들이 『논어』를 계속 공부하며 외워왔기 때문에 흥미를 보였다. 강의를 신청하고 그날을 기다렸다.





인생이 담겨 있는 『논어』


나의 한문공부 시작은 『소학』이었다. 다음에는 『대학』 『대학혹문』을 이어 『논어』를 보게 되었다. 『논어』를 보기 전까지는 한자를 찾고 한학자 스승님의 한문해석을 듣는 공부였다. 때로는 암기를 해서 스승님 앞에서 암송을 해야 했다. 『논어』를 보기 시작하면서 그 안에 사람 사는 모습이 담겨 있어 좋았다. 한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배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자님의 고향 곡부(曲阜)를 방문하고 노벽(魯壁)과 행단(杏亶)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논어』는 나에게 삶의 교과서가 되어 있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이라는 말이 있다. 배우고 나서 그것에 대해 사색을 하지 않으면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스승님은 “학벌이 좋아도 생각하는 마음이 없어 똑똑한 사람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면서 그런 사람이 안 되도록 사색을 많이 하라고 하셨다. 지금도 마음 깊이 새겨진 말이다. 여러 『논어』 해석본 책을 보면서 ‘작가들마다 같은 문장을 두고도 여러 생각을 하는구나. 나에게는 이런 의미인데’, 하며 해석본과 원문 사이를 헤매고 다녔다. 그런 나에게 한학자 스승님은 따끔히 말씀하셨다. 


“원문을 소리내어 읽으면서(口到), 눈으로는 정밀하게 보며(目到), 마음으로는 정밀하게 해석하기(心到)를 반복하는 삼도(三到)의 독서를 하면 해석을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을 들은 후로는 원문 암기에 시간을 투자했고 좀더 나은 해석본을 찾아 서점을 헤매는 일은 없었다. 



공자의 옛 집에서 ‘벽중서(壁中書)’를 발견한 기념으로 세운 중국 곡부의 노벽에 다녀왔었다.



해석본에 대한 오해를 풀다


한길사에서 ‘인문고전 깊이읽기’를 시리즈를 만들었다. 그중 『논어』 책을 담당하신 신정근 교수님이 강연을 한다고 해서 참석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이라는 책을 제목이 끌려 슬쩍 본 적이 있었다. 그분이었다. 교수님의 『논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궁금했다. 키워드로 정리를 하셨다는 이야기에 내가 생각나는 단어는 ‘恕’ ‘學’ 정도였다. 


강의 내용은 키워드를 설명하시고 그 키워드가 들어간 『논어』 원문을 해석해주셨다. 내가 생각했던 두 단어가 아홉 개의 키워드 안에 있었다. 해석은 의역으로 현대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상세히 해주셨다. 그러나 나는 그 상세함으로 인해 원문이 내가 알고 있던 원문이 아닌 것 같아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신정근 교수님이 주신 자료를 보며 한학자 스승님께 전화를 걸었다. 


- 선생님, 일반인들을 위해 ‘인문고전 깊이읽기’를 테마로 『논어』 책이 나왔어요. 그 책을 보며 선생님께 혼이 났던 기억이 나서 전화드립니다.

- 전공자가 아니면 원문으로 안 읽어도 되지. 현대 사회에 맞게 누군가 잘 해석을 했다면 그것도 훌륭한 일이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난해한 한문을 꼭 보지 않아도 좋지 않겠니? 

- 저한테 하신 말씀이랑 다르잖아요!!

-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른 거다. 해석본을 훌륭히 잘 소화하고 관심이 있어 원문까지 보면 더욱더 좋은 거지. 일반 독자가 『논어』를 보려고 시작한다는 것이 대단한 일 아니니. 그런 이에게 원문으로만 봐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옳지 않다. 너처럼 한문책을 봐야만 하는 사람하고는 다르지.


선생님과의 통화로 해석본 책에 대한 나의 오해를 풀었다. 『논어』에 “무의 무필 무고 무아”(毋意 毋必 毋固 毋我)라는 말이 있다. 반드시 이것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집쟁이를 이르는 말이다. 내가 그 속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원문을 봐야만 한다는 나의 고집도 같이 풀어지길…….


신정근 교수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책을 읽기로 했다. 초판인쇄일이 9월 20일이다. 강의가 22일이었다. 정말 인쇄기계의 따뜻함이 아직 남아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한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정의롭지 못해 정의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잘 팔렸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논어』에도 ‘의’(義)라는 글자가 많이 나온다.『논어』의 ‘의’(義)와 사회정의를 연결할 생각을 나는 못 했다. 그런데 신정근 교수님은 이 책을 통해 ‘의’(義)라는 키워드를 뽑아내어 지금의 사회에서 적용될 수 있게 해석을 하셨다. 


(이 책, 123쪽) “지도자는 이익의 분배자이지 경쟁자가 아니다.” 

(126쪽) “왕과 공직자는 백성의 생산을 권장하지만 그들과 경쟁해서는 안 되고 특권을 누리지만 사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130쪽) “사회정의가 죽었는데도 혼자 물 만난 고기처럼 영화로움 삶을 사는 것도 문제다. 지식인의 사회참여도 출세가 아니라 도의(정의)가 기준인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인문고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것을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아주 쉽게 아홉 개의 테마로 그것을 도와주셨다. 책을 읽고 나니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해란 인식하고 있는 만큼의 진실이며 부분적 진실은 폭넓은 이해를 방해한다.” 어느 작가의 글에서 본 문장이다. 출판단지 넓은 공간만큼, 그 위를 덮고 있는 청명한 하늘의 크기만큼 모든 이와 모든 책, 모든 진리에 넓게 이해하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가을마다 북소리가 열리면 내 마음속에도 BOOK을 향한 소리가 울릴 것이다.




권해진(래소한의원 원장)







이 글은 작성자의 허락 하에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 좋은 글을 작성해주신 권해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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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공지사항2012.09.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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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공지사항2012.08.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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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하신 분들께는 행사 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정성껏 마련한 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석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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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벨기에 남쪽 인구 12만의 작은 도시 마스트리히트를 찾아갔습니다. 셀레시즈 도미니크 서점을 구경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영국의 일간 신문 『가디언』은 셀레시즈 도미니크 서점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천상의 서점’이라고 했습니다. 서점은 1294년에 세워진 도미니크 성당의 내부를 개축하여 만든 것입니다. 과연 지상에 존재하는 천상의 서점입니다. 

저는 이 서점 이야기를 여러 해 전부터 들었습니다. 셀레시즈 도미니크 방문은 이번 유럽 여행의 가장 신나는 일정이었습니다. 세계의 서점들을 나름대로 찾아다닙니다만, 셀레시즈 도미니크 서점의 경이로운 풍경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건물이라고 합니다. 좀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위치를 묻는 저에게 한 가게 주인은 즐거운 표정으로 가는 길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아름다운 서점 셀레시즈 도미니크는 마스트리히트 시민들의 가슴엔 문화적 긍지로 자리를 잡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마스트리히트를 찾는 관광객들이 둘러보는 코스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셀레시즈 도미니크 모습.


책방 변신에 관광객들 줄이어

유럽의 성당이란 참으로 유럽인들의 미의식을 집성시키는 공간입니다. 바닥 면적이 300평이 안되는 도미니크 성당도 안에 들어서면 역시 감동적인 공간의 위용을 보여줍니다. 천정 높이가 20미터는 됩니다. 천정에는 벽화가 있습니다. 돌기둥들이 장엄합니다.

지난 2006년 네덜란드 서점 체인 셀레시즈가 이 성당을 서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철제로 내부를 3층으로 개축했습니다. 벽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이 사용조건입니다.

서가에 꽃혀 있는 책들,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광,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깔이 책방 내부를 더욱 환상적으로 만듭니다. 지난 200여년 동안 교회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다가 책방으로 변신하면서 마스트리히트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저자와 독자의 대화, 전시회, 강연회, 음악회 등이 열려 오래된 성당 도미니크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종교공간에서 문화예술공간이 되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습니다. 셀레시즈 도미니크 서점은 이제 책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명서점이 되었습니다.

유럽에는 성당이 참 많습니다. 유럽의 역사와 문명의 이데아는 기독교가 토대를 이룹니다. 유럽의 모든 도시 한가운데는 하늘을 찌르는 성당이 근엄하게 서 있습니다. 그러나 휘황찬란하게 아름다운 교회의 장식과 치장에 비해, 예배를 보는 신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름답고도 성스러운 유물이 된 듯도 합니다.


독서로 가능한 세계 탐구 아름다워

셀레시즈 도미니크 서점은 현대 서구사회의 종교현상을 보여줍니다. 기독교 문명권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종교적 공간이 책의 공간, 대화와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전화되는 풍경에 저는 주목하고 싶습니다. 책의 정신과 책의 사상의 위대한 가능성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책방으로부터 생성되는 자유정신과 독서로 가능한 새로운 세계에의 탐구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1970년와 1980년대에 우리는 민주화운동을 치열하게 진전시켰습니다. 강압적인 권력의 통제시대에 우리는 책을 읽고 토론했습니다. 그 시대를 생각하면서 저는 이미 작고한 연세대 김찬국 교수를 늘 떠올립니다. 해직시절에 임시로 목회를 하기도 한 선생은 책을 가득 넣은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책 읽기를 권하곤 했습니다. 책 읽게 하는 것이 곧 복음을 전하는 일이라 했습니다. 한길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기획하면서 선생에게 집필을 부탁드리기도 했고, 선생의 단독저서 『인간을 찾아서』를 출간한 바 있습니다.

셀레시즈 도미니크 서점에서 저는 실천하는 신학자 김찬국 교수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책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정신과 사상을 탐험하는 일입니다. 진리와 진실을 탐구하는 삶의 여정입니다. 책의 정신과 사상을 탐구하고 탐험하는 사람들이 찾는 책방이란 참으로 의미심장한 공간입니다. 언젠가 다시 셀레시즈 도미니크 서점을 가고 싶습니다.



김 언 호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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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에드워드 기번은 카피톨리누스 언덕에 앉아 오렌지빛 석양이 비추는 폐허를 내려다보며 그 유명한 『로마제국쇠망사』를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시오노 나나미도 아마 팔라티노 언덕에서 로마 시가지를 굽어보며 명상에 잠겼으리라. 그리고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로마의 꿈을 꾼다. 4C의 고구려 소녀가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찬란한 포룸 로마눔에 입성하는 상상도 하고, 언젠가 이탈리아라는 머나먼 이국 땅에 도착하여 독일의 문호 괴테마냥 로마에 도취되는 꿈도 꾼다.

비단 로마를 꿈꾸는 사람의 꿈은 이뿐만이 아니리라. 투명에 가까운 지중해를 가로지르며 로마의 외항인 오스티아로 향하는 수십 척의 갤리선, 파르티아와 이집트에서 들여온 진귀한 세공품들, 온갖 민족이 융합되는 세계적인 메트로폴리스 로마. 모든 현대인은 그 평화로웠던 팍스로마나를 추억한다. 현대의 법은 로마법의 변주이며, 미국의 국회의사당은 판테온의 모방이지 않은가? 또한 로마라는 채석장은 셰익스피어에서부터 최근 인기리에 상영된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까지 풍부한 문화의 석재를 제공한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환상적인 나일강 관람과 폼페이우스 극장에서 친히 리라를 켜며 노래를 했다는 폭군 네로의 일화는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 어느 시기보다 이상에 가까웠던 팍스로마나에 대한 향수, 그리고 천년에 걸친 시간이 빚어낸 다양한 인간 군상의 흥미로운 일화 때문에 우리는 로마를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로마가 꾸준히 현대인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건, 로마의 역사 자체가 인간의 드라마와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로마는 늪지로 된 언덕에 건국되었으며, 바다와 인접해 있지 않은 불리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에트루리아나 켈트족과 같은 강한 주변 세력이 혼재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로마가 역사의 승리자가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마는 예상을 뒤엎었다. 그리고 황금 시대를 열었다. 그 영광은 무려 천년이라는 기간 동안 지속되지만,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결국 찬란하게 멸망한다. 이러한 굴곡은 감동과 반전, 그리고 결말이라는 측면에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나는 로마의 역사란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기록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로마의 역사적 흐름은 굴곡진 우리의 인생과 같다. 그러기에 우리는 로마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팍스로마나와 같은 위대한 어떤 것을 위해 로마를 배울 필요가 있다.


 

“로마의 역사적 흐름은 굴곡진 우리의 인생과 같다. 그러기에 우리는 로마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
팍스로마나와 같은 위대한 어떤 것을 위해 로마를 배울 필요가 있다.”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찬찬히 읽으면서 나는 그 ‘어떤 것’ 때문에 로마인들이 위대한 시기를 열 수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시오노 나나미 역시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 “로마인은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지중해를 자신들의 내해(內海)로 만들었다. 그 이유는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관통하며 계속 등장하는 ‘개방성과 관용정신’에 있다. 이 두 단어는 『로마인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나 역시 이 이상으로 로마인의 민족성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미덕이고 전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나는 늑대의 자손이 건국했다는 그 고대의 제국이 현대보다 개방성의 측면에서 더 진보했음에 깜짝 놀랐다.

개방성은 지구촌이니, 코즈모폴리턴이니 하는 범세계적인 요즘 추세에 강조되는 미덕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도처에는 타민족과 타문화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나 자신조차도 자유롭지 않다. 내가 다니는 대학 캠퍼스에는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온 여러 학우가 있는데, 피부색이나 복장에서 ‘다름’이 확연히 느껴지는 그들에게 다가가기가 여간 쉽지 않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에서 온 학우들에겐 친해지고 싶고, 그들의 문화를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 책으로 문화엔 우열이 없음을 수없이 배웠지만, 나 역시 현실에선 뿌리 깊은 문화상대주의의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문화상대주의란 자신보다 저열하고 보잘것없다고 생각되는 문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것의 소멸과 파멸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패자가 된 로마는 어땠을까? 그들은 승자로서 우월감에 도취되어 타민족의 문화를 말살하지는 않았을까?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탈리아 반도 위에 자리 잡은 갈리아인은 라틴족인 로마인과 그 기원 자체가 다르며 문화적으로도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띤다. 게르만족이나 브리타니아족 역시 신체적 측면에서 한눈에 로마인과 구분이 되며, 다소 비문명적인 양상을 띤다. 어디 그뿐인가. 지중해 저편에는 커피빛 피부색을 지닌 누미비아인과 이집트인이 있으며, 동방세계의 파르티아인 역시 다르기로는 말할 것도 없다. 로마는 이런 다양한 이민족을 억압하거나 말살하지 않았다. 그들의 종교를 인정해주었고 때론 자치를 인정해주기도 했다. 로마인들은 다양한 구성분자로 이루어진 지중해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하나의 통일된 문화와 종교만을 강요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심지어 속주민들에게 기존의 기득권인 ‘시민권’을 부여했다는 것은 놀라운 진보라고 생각한다. 로마의 현제로 추앙되는 트라야누스ㆍ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속주 출신이었다. 일제식민지 치하의 조선인이 일본 총리가 된 것과 비슷하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본질적 측면에서 로마인들은 진보적이고 개방적이었다. 그들에게 본국과 속주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착취와 억압,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아니었다. 그저 지역의 특수성에 따라 나뉜 행정구역에 불과했다. 에드워드 기번은 말한다. “고대인들이 애국심이라고 명명한 공적 미덕은 자신이 속한 자유 정부의 유지와 번영이 자신의 이해가 달려 있는 문제라고 느끼는 데서 시작한다”라고. 시민권의 획득으로 로마의 변방에서 지중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된 순간, 속주민들은 로마와 자신의 운명을 같이하게 된다. 유명한 예를 들자면, 율리우스 키빌루스가 갈리아 제국을 건설하고자 했을 때 갈리아는 로마의 속주로 남기를 원했다. 타민족을 수용하고 그들의 권리를 인정해줌으로써, 그들 자신이 ‘핍박받는 속주’가 아닌 로마와 한 배를 탄 ‘제국의 중심’이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 로마는 팽창주의의 측면에서 근대 제국주의의 모태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군사력을 앞세운 폭력적 확장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로마의 제국주의와 근대의 제국주의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근대의 제국주의는 식민지의 고유 문화를 인정하거나 소규모의 자치라도 허용하는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식민지란 착취의 대상이었다. 고대 로마에도 전리품의 약탈은 있었지만 매년 속주에 공납을 요구하는 일은 없었다. 속주란 로마세계에 편입된 일원으로써 협력하고 보호해야 할 하나의 행정 구역이었던 것이다. 물론 누가 누구를 보호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한 민족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며,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는 집단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근대 제국주의와 로마의 제국주의를 공통된 지점에 두고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다. 공존이 제거된 근대의 제국들은 단지 로마의 독수리 문양만을 본 따 깃발에 달았을 뿐이다. 팍스저먼도, 팍스브리튼도 실현되지 않았다는 게 그 결정적 증거가 되지 않을까?

이처럼 고대 로마인의 개방성과 관용정신을 계승하지 못한 우리는 아직도 수많은 혼란을 빚고 있다. 전쟁과 테러, 종교와 인종 간의 갈등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다. 특히 종교적인 부분에서 우리는 고대인들의 의식을 한참 따라가지 못한다. 고대 로마는 다신교 사회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통합한 모든 이민족 신을 자신의 신으로 받아들였으며, 어느 특정 신만을 위한 신전이 아닌, 만신을 위한 판테온을 지었다. 종교적 화합이 정치적 안정을 위해 중요한 이유는 종교가 절대적인 신념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의 논리로 어떤 지역을 평정했다고 한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그들의 가치체계까지 정복할 수는 없다. 그것을 억지로 바꾸려 든다면 반감만 일어날 뿐이다. 특히 다양한 민족들이 포진한 지중해 세계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했을 것이다. 로마인들은 수많은 이민족과 싸웠지만, 그들의 수많은 사상과는 싸우지 않았다. 인간은 이질적 종교에 전쟁으로 인한 종속보다 더 급격히 저항하는 존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유사점을 찾아내 받아들였고 인정했다. 반면 오늘날 우리는 타인의 종교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자신의 종교를 강요한다. 포교와 선교 역시 가치관의 강요라는 하나의 폭력적 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인류가 반드시 진보하는 것만은 아님을 깊이 통감한다. 인류는 언제쯤 다시 일신교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박애며 자비며 仁이며 결국 그 내면에 흐르는 줄기는 ‘사랑’이라는 거대하고도 일관된 흐름일 텐데.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느낀 또 하나는, 그들의 근면하고 성실한 농부적 기질이 한국인과 닮았다는 것이다. 묵묵히 땅을 일구고, 노력한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 않는 근면함. 흙냄새 묻은 손으로 차근차근 빚어내는 정신. 누군가는 로마의 수도와 가도를 보며 실용성만이 강조된 완벽한 상상력의 결여라 폄하하지만 나는 오히려 담백하고 멋 부리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감동적이었다. 그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한 영민한 현실주의자들이었다. 파라오의 황금 데스마스크가 아닌, 찌푸리고 주름진 모습 그대로를 본뜬 로마인의 데스마스크는 검버섯마저 그대로 표현하는 조선의 초상화와 참 닮아 있었다. 있는 그대로, 지금 이 땅에 나는 것들을 사랑하는 로마는 농부의 땀이 베인 우리의 과거와도 일치점이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더욱 로마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종이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있다는 사실을 쓰고 싶었다.” 장엄한 세월에 묻혔을 법한 로마인들이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팍스로마나. 전쟁이 없는 평화. 강도와 해적은 자취를 감추고 제국 전역에서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는 전례 없는 황금 시대. 모든 인종이 아우러지는 세계 국가. 2,000년이 지난 후에도 그들의 업적이 회자되는 이유는 이루지 못한 이상에 그 어느 시기보다 근접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언제나 ‘나음’을 위해 도전하는 인류에게 로마는 수없이 되새김질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모든 인종이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있다는 사실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원전 로마의 집정관 아이밀리아누스는 카르타고가 함락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런 말을 뱉었다고 한다. “언젠가 트로이도, 프리아모스 왕과 그를 따르는 모든 전사들과 함께 멸망하리라.” 그는 어떤 국가와 문명도 영속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에, 로마도 언젠가 오늘의 카르타고처럼 멸망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로마라는 드라마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그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살아가야 하는 삶의 아이러니, 언젠가 우리들의 유산이 을씨년스런 과거가 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웃어야 하는 오늘.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아픔을 동병상련하는 로마의 역사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우리의 과거는 퇴색하나 소멸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위대했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폐허가 된 포룸 로마눔을 보기 위해 오늘도 로마로 향한다. 그리고 때론 빛바랜 프레스코화가 원본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작성자 최은지



이 글은 로마인 이야기 901쇄 돌파기념 독후감 대회 대상 수상작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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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2011.09.09 15:08

 

파주북소리 행사기간 동안 한길사에서 인문학 강연 및 전시를 개최합니다.
유익하고 다양한 행사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강연회에 참석하신 분께 한길사 책을 선물로 드립니다.

비밀댓글로 신청해주세요. 참여 희망 행사명/참여인원/연락처를 꼭 남겨주세요.
예) 한나아렌트/2명/010-1234-5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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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2011.09.09 15:07

 

행사1. <상상력 키우기> - 물이 퐁퐁 솟아나는 물나무를 심기

『꿈을 심는 아이』로 물이 퐁퐁 솟아나는 ‘물나무’를 그려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 준 오치근 선생님이 어린이 여러분을 신기한 상상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장소: 한길사 책방한길
일시: 1회_10월 1일(토) 오후 1~2시 30분
        2회_10월 2일(일) 오후 1~2시 30분
행사참여대상: 초등학생 어린이
모집인원: 각 15명
신청방법: 비밀댓글로 신청해주세요. 참여 희망 일자/참여인원/연락처를 꼭 남겨주세요.
              예) 저희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1일/2명/010-1234-5678


행사 2. <미술 체험> ‘빨강 끈’과 함께 하는 인형 만들기

『빨강 끈』에서 손수 제작한 독특한 느낌의 인형들과 소품, 세트로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이야기를 담아 낸 신애희 선생님과 함께 인형도 만들어 보고, ‘빨강 끈’으로 오브제 미술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장소: 한길사 책방한길
일시: 1회_10월 8일(토) 오후 12시~1시 30분
        2회_10월 9일(일) 오후 12시~1시 30분
행사참여 대상: 초등학생 어린이
모집인원: 각 15명
신청방법: 비밀댓글로 신청해주세요. 참여 희망 일자/참여인원/연락처를 꼭 남겨주세요.
              예) 저희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8일/2명/010-1234-5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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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길사


행주산성을 왼쪽으로 끼고 파주로 가는 자유로를 다녀보셨지요. 넘실대는 한강의 위용이 장관입니다. 우리 국토의 심장과 허리를 관통하여 서해로 달려나가는 한강과 함께 자유로는 일산과 파주 출판도시를 끼고 임진각 평화누리까지 이어집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한강의 하류와 함께 자유로를 달려보기를 권합니다. 오후 해질녘이 더욱 좋습니다. 석양에 강물이 붉게 물듭니다.

날씨가 쾌청하면 행주대교 쯤에서 저 멀리 송악산이 손짓합니다. 역사의 도시 개성을 둘러싸고 있는 송악산이 지호지간입니다. 허연배를 드러내보이는 한강, 우리 산하의 크고 아름다움에 자유로를 달리는 사람들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립니다.

자유로는 국도 77번 도로의 한 부분입니다. 부산에서 황해도 개성을 잇는 77번 국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반 국도입니다.




                                                                      해질녘 자유로 전경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

헤이리에서 문화예술공간을 갖고 일련의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고 시행하는 친구들이 자유로를 ‘Art Road 77’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지금 이런 저런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와 그 주변을 예술의 길, 미술의 길로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제3회 ‘아트로드 미술제’가 헤이리에서 개최되었는데, 젊은 미술가들과 중견 미술가들의 작품을 헤이리의 이 공간 저 공간에서 보여주는 미술제입니다. 작품이 팔리면 그 이익금을 국제아동구호기구인 ‘Save the Children’에 기부합니다. 헤이리 회원들과 미술가들이 손잡고 펼치는 문화운동입니다.

10년도 더 되었습니다만, 헤이리의 기획작업을 한창 진행하면서 우리는 ‘자유로 문화예술벨트’라는 주제를 만들고 그 실현을 도모하는 토론을 여러차례 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파주 땅에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구현함으로써, 예술적이면서 평화적인 일련의 실천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토론을 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개념의 마을 헤이리를 하나의 문화공동체 운동으로 진행시켰습니다.

‘Art Road 77’이라는 이름을 붙인 미술제 뿐만 아니라 뛰어난 기량을 가진 젊은 음악도들을 성원하는 ‘아트로드 77 음악제’ 같은 것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건이 마련되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더 기획해보자는 토론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간이 만드는 길, 그 길 만큼 예술적인 것은 없을지 모릅니다. 인간이 대지에 건설한 길이란 참으로 경이로운 예술작품입니다. 파주통일동산에 자리하고 있는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다보는 자유로는 참으로 아름다운 예술작품입니다.

77번 국도 자유로를 ‘Art Road 77’로 부르면서 일련의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는 우리들에게는 사실은 나름대로의 문제의식 또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이 아닌 평화를 구현하는 이론과 역량이 곧 문화예술일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국토, 우리의 생명이 뿌리를 내리는 대지와 자연에 생명사상과 예술정신을 심자는 것입니다.

북녘을 향해 힘차게 달리는 자유로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뚝 끊어집니다. 남과 북의 분단은 길까지 끊어놓았습니다.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정신과 사상은 이 중단된 길을 다시 달리게 할 것입니다. 전쟁과 분단으로 형성되고 있는 긴장을 문화와 예술로 해소해낼 것입니다.


아시아·유럽으로 확장되는 길

남과 북의 단절된 문물을 소통시키고, 본디의 민족공동체를 복원하는 이론과 지혜의 가장 구체적인 방안이 문화·예술이라는 생각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아니 남과 북의 장벽만을 뚫어내겠습니까. Art Road 77은 아시아로 유럽으로 확장되는 길입니다.

‘Art Road 77’은 닫힘이 아니라 열림을 도모합니다. 북으로 아시아로, 유럽으로 세계로 가는 화해와 평화와 길, 사랑과 생명의 길을 의미합니다. 자유로 문화예술벨트 또는 ‘Art Road 77’ 기획정신은 이 분절되어 갈등하고 대립하는 문명을 치유하는 우리 모두의 당위이자 희망입니다.

김언호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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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도시는 지금 새로운 변신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찾아나서는 ‘책의 유토피아’로 파주출판도시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출판도시를 ‘출판인들의 삶의 일터’일 뿐 아니라 책을 사랑하고 책읽기를 삶의 일상으로 삼는 ‘독자들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책방거리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만, 1층이나 2층 또는 지하층을 책방이나 출판문화와 연관되는 갤러리·아트샵·미술관·박물관 등등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이미 15개 이상의 책방이 문을 열고 있는데, 많은 회원사들이 이런저런 주제로 문을 열기 위한 준비 작업, 디자인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전문 디자인팀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출판도시의 2단계까지 완성되면 100개 이상의 책방과 여러 문화시설이 문을 열게 됩니다. 100개 이상의 책방이 문을 여는 파주출판도시의 책방거리! 생각만 해도 신명나고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 책방들에서 이런저런 담론이 펼쳐지고, 미술전시회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적 체험이 가능할 것입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책방들은 단순하게 책만 판매하는 그런 책방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와 출판인들이 함께 담론하고 소통하는 ‘종합 문화공간’입니다. 출판도시의 건축적 성과와 더불어 전개되는 인문학적 행위들은 우리 국가사회의 발전을 담보하는 소중한 시민적·문화적 인프라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파주출판도시는 또한 다양한 책축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5월에는 어린이 책축제가 열리고 10월에는 국제적인 책 페스티벌인 ‘파주북소리’(PAJU BOOK SORI)가 진행됩니다. 아시아의 출판문화·독서문화의 한 중심이 되고자 하는 책축제입니다. 다양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들이 확실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특별팀이 꾸려지고 프로그램들을 짜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책방거리 조성사업과 파주북소리를 위해 파주출판도시와 파주시·경기도가 손을 잡고 일한다는 사실도 주목되어야 합니다. 출판도시와 파주시는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협의하여 일을 조직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전례가 없었던 민·관의 공동작업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당초부터 공공적·문화적 공간입니다. 파주시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는 책 축제 프로젝트이지만, 파주시·경기도의 것만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대한민국 국민의 출판도시입니다. 아니 아시아인들의 파주출판도시, 세계인들의 책의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출판문화는 당초부터 세계문화이기 때문입니다. 파주출판도시가 진행하려 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아시아적 문제의식과 세계시민적 차원에서 기획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파주출판도시를 ‘숲의 도시’로 만들고자 합니다.
나무들 사이를 산책하고 나무들 밑에서 독서하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이 같은 문제의식을 성취해내기 위해서는 그 공간의 조건들도 당연히 개선해야 합니다.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일상의 삶으로 삼는 세계시민들과, 세계의 출판인들이 방문하는 책의 유토피아가 되기 위해서는 그 공간들도 상응하는 변모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파주출판도시를 ‘숲의 도시’로 만들고자 합니다. 나무들 사이를 산책하고 나무들 밑에서 독서하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차들이 아주 천천히 다닙니다. 일방통행도 연구합니다. 때로는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숲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그런 풍경입니다. 이곳저곳에 야외 미술작품이 설치됩니다. 사람들이 천천히 산책하거나 예술적인 벤치에 앉아 독서를 합니다. 우리는 파주출판도시는 ‘슬로우시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출판인들이 현재 진행 있는 프로그램들은 파주출판도시를 에코뮤지움으로 만들 것입니다. 문화적인 삶이 일상으로 구현되는 그런 콘텐츠, 그런 그림과 풍경입니다.

우리가 구상하고 진행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우리 국가사회의 품격을 높여줄 것입니다. 문화적 품격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가사회가 이 지구촌 시대를 주도할 수 없습니다. 세계의 일급 출판국가들과 함께 하는 파주출판도시의 책 축제 프로그램들은 우리 국가사회를 선진화시키는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압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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