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 한길아트2014. 5. 19. 14:22
 한겨레 선정 '새 고전 26선'에 포함된 한길사의 책 ②

『여성‧문화‧사회』



지난 5월 15일, 『한겨레신문』이 창간 26년을 기념해 ‘새 고전 26선’을 선정했습니다. 26권 중에 한길사 책이 무려 3권입니다! 무슨 내용을 담고 있고 그 내용이 오늘날의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기에 당당히 ‘고전’으로 인정받는 것일까요? 어떤 책들인지 함께 둘러보시지요!


두 번째 주인공은 『여성‧문화‧사회』(미셸 짐발리스트 로잘도‧루이스 램피어 엮음, 권숙인‧김현미 옮김, 한길사, 2008)입니다. 1974년 미국에서 출간된 『여성‧문화‧사회』는 14명의 인류학자와 2명의 여성학자가 쓴 17편의 논문을 모은 책입니다. 역자분들의 표현에 따르면 ‘여성주의 인류학이란 새로운 지적‧방법론적 패러다임의 장을 연’ 책이지요. ‘페미니즘과 인류학이라는 별개의 전통을 가진 두 학문의 갭을 메운 책’이라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90년대 한국에서 유행하던 지적 담론 중 하나로 페미니즘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대학에서는 여성학이라는 이름으로 강좌가 생기기 시작했고, 전공자들이 하나둘 배출되었지요. 그런데 한국의 지적 담론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분석틀이 가장 위세를 떨친 분야는, 영화‧문학과 같은 허구적 생산물에 대한 ‘비평적 실천’이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비평적 실천이 한국의 지적 담론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는 성과를 인정할 만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공간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 가정과 사회 속에서 여성 삶의 문제를 천착하는 연구 성과는 아직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형편입니다.


인류학은 인간의 실제적인 삶을 다룹니다. 민족지학적(ethnographic) 연구란, 인류학자들이 오랜 시간 연구 대상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 책의 저자들도 민족지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글을 썼습니다. 이렇듯 실천적인 인류학의 연구 방법이 젠더 분석 방법과 조우한 이 책의 차례를 한번 살펴볼까요?

 

 


『여성‧문화‧사회』 차례(요약)



인류학과 페미니즘의 행복한 만남/권인숙·김현미 11


서문 25

서론(미셸 짐발리스트 로잘도/루이스 램피어) 31


여성·문화·사회: 이론적 개관(미셸 짐발리스트 로잘도) 53

가족구조와 여성적 인성(낸시 초도로) 93

여성은 자연, 남성은 문화?(셰리 오트너) 129

여성과 정치(제인 피시번 콜리어) 159

가내집단 내 여성의 전략과 협동 그리고 갈등(루이스 램피어) 171

도시 흑인 지역의 성역할과 생존 전략(캐럴 스택) 193

모중심성: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미국 흑인의 사례 연구(낸시 태너) 217

중국 여성: 새로운 환경 속의 오래된 전략(매저리 울프) 257

공적 영역에서의 여성의 지위(페기 샌데이) 303

다시 보는 엥겔스: 여성, 생산조직 그리고 사유재산(캐럴 색스) 329

집단 속의 여성: 이줘의 여성결사체(낸시 라이스) 353

발칸 지역의 성과 권력(베트 데니히) 381

모권제 신화: 왜 원시 사회는 남성이 지배했는가(조안 뱀버거) 409

과테말라 마을에서의 일의 숙련과 성의 신비(로이스 폴) 435

모순의 중재: 음붐 여성이 닭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브리짓 오로린) 461


참고문헌 485

찾아보기 515

논문기고자 526



  “1970년대 초 미국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관계,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는 현실에 저항하는 제2차 페미니즘 물결이 전 사회에 퍼진다. 페미니스트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여성들로 하여금 불평등을 참아내고, 종속적인 여성들의 처지를 ‘자연스런’ 상태로 이해하고 수용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당시 여성운동과 여성학은 혁명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이 책 또한 당시 전 사회를 소용돌이치게 했던 제2차 페미니즘 물결의 산물이다.


  (…)


  생물학적 환원주의, 즉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다르고, 심리적·상징적으로 다르게 이념화된다는 설명 방식은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쉽게 수용되는 성차에 대한 이해 방식이었다. 이를 벗어나는 인식론을 만들기 위해 지은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비교문화적인 접근이다. 문화에 따른 남녀 성역할의 다양성, 성역할이 수행되고 배치되는 사회관계의 다양성, 국가나 친족 혹은 공동체가 남녀 성역할과 맺는 다양한 관계의 사례 등을 제시하면서 남녀의 차이 또는 성역할 구분이 사회마다 얼마나 다양하고, 다차원적인 방식으로 구성되는지를 드러내고자 했다.”


- 이화여대 여성학과 김은실 교수


한겨레 기사 “‘성차’가 성차별의 기원은 아니다” 전문 바로 읽기

->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636931.html



마지막으로 이 책을 엮은 미셸 짐발리스트 로잘도와 루이스 램피어가 1973년 11월에 적은 서문에서 몇 문장 옮겨옵니다. 그들은 어떤 절실한 이유에서 이 책을 구상하고 출간했을까요?


  “우리는 전통적인 인류학에서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관심의 결여는 정말 심각한 결함이며, 이론을 왜곡해왔고, 민족지적 설명을 빈곤하게 만들어왔다는 확신에서 이 책을 구상했다.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동안 무시해왔거나 당연시해왔던 사실에 도전함으로써 우리는 과거 이론들을 재평가하고 미래의 새로운 사고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류학이 여성의 삶과 전략을 남성의 것과 함께 다룬다면 인간의 사회생활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여성‧문화‧사회』, 26쪽)


  아울러 로잘도와 램피어는 이 책에 실린 모든 논문들은 ‘여성의 삶을 무질서하고 이해관계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해온 지배적인 편견을 수정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기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처음 이 책을 출간한 때로부터 무려 40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우리는 과연 남성중심의 사회적 인식의 틀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요? 다양한 환경 속에서 다양하게 나타난 여성들의 삶의 모습, 『여성‧문화‧사회』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속닥속닥 편집부 속얘기)

책 만드는 과정에서 역자이신 권숙인 선생님(서울대 인류학과 교수)과 김현미 선생님(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께서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셨다고 합니다. 당시 편집에 참여했던 서상미 편집차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표지화를 좀더 밝고 현대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고르지 못한 점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하시네요^^; 표지화는 고갱의 「마리아를 경배하며」(1891)라는 작품이랍니다.

 

 

 

Posted by 한길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