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다반사2014. 9. 29. 17:14

 

중앙선데이 김환영 기자님께서

학담스님과의 인터뷰를 일목요연하고 명쾌하게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방대한 책이다. 쉽고도 전문가에게도 유용한 내용으로 말씀해 달라.
  “가장 정확하고 바른 게 쉬운 거다. 쉽지만 틀린 말에는 해독이 있다.”

 

저도 스님께 한 번 드렸던 질문인데,

이번에도 저리 대답을 해주셨군요.

 

“가장 정확하고 바른 게 쉬운 거다. 쉽지만 틀린 말에는 해독이 있다.”

 

전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오늘따라 마음에 와닿는 말이네요.

 

  -왜 아함인가.
  “많은 정보가 넘치는 가운데 인간의 사고도 찰나에 생멸하고 있다.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인간의 해탈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함은 인간에게 사유와 관념, 언어의 벽을 넘는 길을 제시한다. 아함 속에서 삶의 휴식을 얻고, 안락을 얻고 또 어떤 창조성 구현을 위한 영감을 얻어야 한다. 해탈은 단순히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늘 살아 움직이는 것이니까.”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인간의 해탈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사고도 찰나에 생멸한다.

 

비가 오니 와 닿는 바가 크네요.

분명한 질문이 더 분명한 답이 돌아오는군요.

 

김환영 기자님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JE-

 

“아함 속에서 삶의 휴식과 창조적 영감 얻을 수 있지요”

『아함경』 해설서 출간한 학담 스님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 제394호 | 20140928 입력

학담 스님은 학승이자 선승이다. 운동가로서 학술운동과 실천불교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학담평석 아함경』. 한길사 창립 38주년을 기념해 기획·출간됐다.

원조(元祖)에는 힘이 있다. 불교의 ‘원조 경전’은 『아함경(阿含經)』이다. 『아함경』은 부처와 제자들 사이의 대화를 기록한 초기 경전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아함의 뜻은 ‘전해내려온 가르침’이다. 한문으로 된 『아함경』의 원본인 산스크리트어 판본은 실전(失傳)됐다. 『아함경』에 해당하는 남방불교 경전은 팔리어로 기록된 『니카야』다. 최근 『아함경』에 비평과 주석을 붙여 12권으로 된 『학담평석 아함경』이 출간됐다. 30여년에 걸친 연구의 산물이다. 저자인 학담 스님은 만나 『아함경』의 세계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방대한 책이다. 쉽고도 전문가에게도 유용한 내용으로 말씀해 달라.
“가장 정확하고 바른 게 쉬운 거다. 쉽지만 틀린 말에는 해독이 있다.”

-말이 쉬워야 해탈로 가는 길이 쉬운 게 아닌가.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숨쉬기는 쉽다. 하지만 숨을 잘못 쉬면 죽는다. 어려운 것도 잘 들어가 살펴 보면 쉬운 것도 있다. 쉽고 어려운 것은 서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함경』의 경우도 무슨 말씀인지 바로 알아들으면 좋겠지만 전문가들이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부처가 설법하실 당시에는 그의 인격적인 감화로 바로 알아 들을 수 있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쉬운 것 속에 쉽지 않은 게 있다. 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쉽다고 해서 섣불리 채택하면 안 된다고 본다.”

-불교와 언어, 『아함경』의 관계를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선불교가 나오게 된 필연적 배경에는 언어의 문제가 있다. 언어는 진리를 밝히면서도 가린다. 언어는 진리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닫아 버리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선(禪)은 여래가 깨친 바가 표현되기 전에 진리 그 자체가 있었다고 본다. 진리로 바로 들어가자는 게 선불교다.
『학담평석 아함경』은 ‘언어에 대한 집착’과 ‘언어에 대한 부정’이라는 양 측면을 넘어서려고 시도했다. 언어의 진정한 방향을 찾아 여래가 제시한 해탈의 길로 가기 위해서다. 여래의 뜻을 이 시대에 맞게 개현(開顯)하는 데 『아함경』이 가장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고 본다. 거짓과 환상이 사라진 지혜로 중생을 복귀시키는 게 아함이기 때문이다.”

-『아함경』의 경(經)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좁은 의미의 경은 여래의 말씀이다. 하지만 누구나 진실에 접근하면 그 사람도 법을 말할 수 있다. 실천적으로 경험했던 분의 언어도 경이다. 아함경의 30~40%는 부처의 말씀이 아니다. 부처와 같이 깨치고 같이 알아들은 아난다라든가 사리푸타 같은 제자들의 말이나 제자들끼리의 문답도 들어 있다.”

-『아함경』을 둘러싼 논란은.
“양대 근본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한쪽은 『니카야』만 불교의 원전이고 모든 대승경전은 부처가 가르친 말이 아니라고 본다. 다른 한 쪽에선 『아함경』이 ‘자신의 깨우침에 편중하는 가르침’인 소승교(小乘敎)에 속한다고 본다. 우리 해석은 제3의 입장이다. 대승불교의 관점에서 아함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면, 대승 교리와 아함 속 부처의 본 뜻이 둘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잘못된 것은 아함에 대한 치우친 해석이지 아함 그 자체가 아니다. 진정한 아함의 뜻은 대승의 뜻과 일치한다.”

-그렇다면 『아함경』은 왜 전통 불교에서 홀대 받았는가.
“모든 불교 교리의 출발, 불교 철학의 출발은 부처의 육성인 아함이다. 중국의 대승불교·종파불교 때문에 아함이 홀대를 받았다. 예컨대 중국의 어떤 지역에 『화엄경』이 번역되면 수백년 동안 『화엄경』만 봤다. 어떤 지역에 『법화경』이 들어가면 『법화경』만 봤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 불교는 종파화된 불교로 발전했다. 그러다 보니 아함이 잊혀지게 됐다.”

-『아함경』과 남방불교 『니카야』의 차이는?
“내용의 큰 줄기는 같다. 편집 과정에서 강조점이나 길이의 차이가 생겼다. 『아함경』과 『니카야』를 저술한 두 집단은 서로 교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시기상으로는 『아함경』이 『니카야』보다 훨씬 이르다.”

-부처의 말씀이 남쪽과 북쪽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전승돼 내려갔다고 볼 수 있는지.
“그렇다.”

-어떤 언어로 된 텍스트를 쓰느냐에 따라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하는가.
“경이라는 것은 지혜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눈이 바르면 언어를 초월해 바로 볼 수가 있다.”

-조선시대에 『아함경』이 한글로 번역된 적이 있는지.
“없다. 최초의 번역은 동국역경원에서 이뤄졌다.”

-기존 번역에 오류는 없는지.
“번역은 어렵다. 특히 초기 번역은 어렵다. 일정한 오류가 있더라도 초기 번역의 성과는 높이 인정해 줘야 한다. 그러나 번역은 멈춰 있으면 안 된다. 늘 비판적인 검토 과정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학담평석 아함경』의 경우 사상적·실천적 입장에서 뜻을 검토하는 가운데 번역하고 편집했다. 지명·인명 표기에서는 최대한 산스크리트어를 복원했다.”

-『아함경』에 나타난 부처는 어떤 존재인가.
“모든 중생이 쓰고 있는 삶의 진실, 세계의 모든 진실을 깨친 분이 부처다.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런 분이 역사 속에 존재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분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20세기, 21세기 현대 철학이 밝히지 못한 것도 부처가 미리 밝혔다. 또 부처님처럼 많은 고난을 받은 분도 없다. 고향이 멸망했고 살해의 위협도 있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교화를 했다. 언설로 다가갈 수 없는 분이다. 몸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왜 아함인가.
“많은 정보가 넘치는 가운데 인간의 사고도 찰나에 생멸하고 있다.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인간의 해탈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함은 인간에게 사유와 관념, 언어의 벽을 넘는 길을 제시한다. 아함 속에서 삶의 휴식을 얻고, 안락을 얻고 또 어떤 창조성 구현을 위한 영감을 얻어야 한다. 해탈은 단순히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늘 살아 움직이는 것이니까.”

-언어의 벽은 어떻게 넘을 수 있는가. 체험을 말해 달라.
“실제로 출가해서 참선하고 염불을 하다 보면 경에서 말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어떤 인식의 전환은 점차적으로 오는 게 아니다. 말씀을 듣거나 공부하다가 어떤 계기가 오면서 순간적으로 인식의 전환이 온다. 19세에 출가한 후 9개월만에 그런 체험을 했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체험을 체험으로 붙들어 쥐면 함정이 된다.
1980년 여름에 해인사 선방에 있었다. 법화경을 읽다가 10년간 참선한 것이 ‘뭔가 잘못됐다’, ‘방향을 잘못 잡았구나’ 하는 것을 홀연히 알게 됐다. 『법화경』 안락행품(安樂行品)에서 이 구절을 읽고 그렇게 깨닫게 됐다. ‘온갖 모든 법은 있는 바가 없어서, 늘 머물러 있는 것도 없고 나고 사라진 것도 없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Posted by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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