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다반사2014. 10. 16. 16:40

착각과 실수가 준 선물

- '인간을 위한 건축, 삶을 위한 건축' 강연 후기


  지난 토요일, 10월 11일 오후 2시, 『루이스 멈퍼드 건축비평선』을 번역하신 서정일 선생님의 강연 '인간을 위한 건축, 삶을 위한 건축'이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요즘 한길사의 다른 강의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참석해주신 분들의 진지한 태도와 배움에 대한 열의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독자분들이 있기에 저희가 오늘도 책을 만듭니다^^

  아래는 '착각'과 '실수'로 인해 예기치 않게(?) 그날 강연에 참석해주신 김모세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강연 후기입니다. 저희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착각과 실수가 준 선물


  살다보면 착각과 오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있다. 보통의 경우 불쾌한 기억으로 남지만 어떤 경우에는 흐뭇한 미소로 끝나기도 한다.


  파주 북소리 폐막 하루를 남긴 10월 11일 출판단지로 향했다. 한길사에서 열리는 문광훈 교수님의 ‘발터 벤야민의 문제의식’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토요일 나만을 위한 온전한 두 시간을 얻기 위하여 아내와 아들과 벌인 지난한 정치행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책방한길 앞에서 두 사람과 헤어진 후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북소리 안내서를 펼쳤다. 10월 11일 14시. 맞다.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서 강연장이 어딘가 두리번거리다 관계자 분이 행사 안내문을 부착하는 모습을 찾았다. ‘아! 저분에게 물어보면 되겠구나.’ 몇 걸음 옮기자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을 위한 건축, 삶을 위한 건축 오늘 오후 2시’.


  ‘뭐지? 뭘까?’ 다시 한 번 안내책자를 펼쳤다. 물론 방금 전 읽은 그대로였다.


  “저기요……. 오늘 문광훈 선생님 발터 벤야민 강연 아닌가요?”

  “아닌데요. 오늘은 서정일 교수님의 건축 강연인데요.”

  “네? 여기 책자에는 벤야민 강연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잠시만요……. 어머! 죄송해요. 저희가 최종 수정본을 넘겼는데 인쇄가 잘못됐네요.”

  “…….”


  지금쯤 저 멀리 인파속 어딘가에 있을 아내와 아들에게 전화를 해야 하나? 아니다. 어떻게 쟁취한 두 시간인데. 이럴 수는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건축이 뭐야! 건축이! 음악이나 미술도 아니고! 차라리 무용이면!


  이런저런 궁시렁 속에서 발걸음은 결국 지하계단을 내려와 강연장으로 향했다. 책방과 분리되지 않은 강연장은 시끄러웠다. 딱딱한 의자도 불편했다. 자료집의 작은 활자는 짜증났다. 그러나 어쩌랴. 달리 갈 곳도 없고 선택지도 없는 것을.



'건축 강연' 특집으로 평소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찍어본 강연 사진. 책방한길의 실내구조가 궁금하시면, 오셔서 확인해보세요^^!



  두 시간이 흘렀다. 박수와 함께 강의가 끝났다. 주변은 여전히 어수선했고 의자의 물리적 성질은 변하지 않았다. 자료집 글씨는 당연히 그대로였다. 움직인 것은 나였다. 강의를 듣고 메모하고 질문하고 책을 샀다. 물론 다메섹에서 눈이 먼 사도 바울처럼 건축에 빠진 것도 아니다. 선생님 말씀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강연장을 나서지도 않았다.


  그저 처음으로 건축에 대한 책을 읽었다. ‘도시란 인간이 만든 제도들이 유형화되고 결합되는 공간’이란 메모 한 줄을 기억한다. 작년에 구입하고 잊고 있었던 루이스 멈퍼드의 『기술과 문명』을 책장에서 다시 꺼냈다. 이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강연하시는 서정일 선생님의 모습. PPT를 얼마나 꼼꼼하고 세심하게 준비해오셨는지!



  강연을 기획하여 강사를 섭외하고 진행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한 달이면 열 몇 번의 강의를 듣는다. 순수한 수강생이 아닌 관찰자로, 판관(?)으로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수와 착오라는 우연으로 아무런 사전 정보와 준비 없이 의자에 앉았다. 목적이나 욕심 없이 듣고 배운다는 것의 즐거움이 다시 찾아왔다. 강사 서정일 선생님께서 서명과 함께 써주셨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드립니다.’ 이 말을 서정일 선생님과 준비해주신 한길사 선생님들에게 돌려드린다.


  일상에 돌아왔다. 오늘도 몇몇 선생님께 강연요청 메일을 보내고 강좌를 수강하시는 분들에게 자료를 전달했다. 내일이면 오랫동안 준비했던 강좌가 시작된다. 오시는 분들 중 몇 분이라도 토요일 오후 한길사 책방에서 느꼈던 그 기분을 드릴 수 있을까?


2014년 10월

대전시민아카데미

김모세







Posted by 한길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예림

    김모세 선생님, 강연후기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멀리서부터 와주셔서 더 고마웠습니다^^

    2014.10.16 17:0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