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다반사2015. 5. 19. 15:38

[작가 김수경이 노무현을 그리다-첫 번째]

"그를 처음으로 잊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 속을 걸어간다는 것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몸짓으로

역사 속에 흔적을 남기는 것.

-폴 발레리

 


작가 김수경이 '친구 노무현'과 함께 걸었던 시간을 되짚으며 힘들게 써낸 글은, 한 권의 보랏빛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뒤 벌써 여섯 달이 흘렀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오랜만에 김수경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내 친구 노무현』에 담은 그 기억들을 함께 돌아보고, 뒤이을 『이것은 소설이다』 집필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날의 만남 스케치, 『내 친구 노무현』과 다가올 『이것은 소설이다』 리뷰, 마지막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를 맞아 김수경 선생님께서 직접 들려주시는 담담한 술회까지. 이 모든 것을 총 4회에 걸쳐 바로 이곳, 한길사 블로그에 게재합니다.

다시 돌아온 봄날은 여전히 화창하네요. 먼저 떠난 고인이 그립습니다.

 



 

한길사(이하 '한'): 다음 주면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입니다, 선생님.

 

김수경 선생님(이하 '김')사실 요즘 그를 잊고 있었습니다. 『내 친구 노무현』을 쓰고 나서 노무현을 비로소 잊어버릴 수 있었어요. 노무현이 죽은 뒤 (그를 이렇게 잊어버릴 수 있었던 것은) 처음이에요. 언어의 홍수에 실려 떠내려간 것 같기도 하고. 드디어 노무현을 졸업하는 걸까요. 치유가 되어가나 봐요.

올해는 이렇게 그냥 지나가버리네요. 1주기 땐 봉하에 갔었고… 예전에는 신해철이 콘서트 하자탁현민이 추모 행사 하자 연락이 왔었는데 이번엔 별다른 얘기가 없습니다이렇게 날 찾아온 한길사 빼고는.

 

: 『내 친구 노무현』 출간 이후 기억에 남는 독자 소감이 있나요?

 

: 알고 지내는 한 화가가 그러더군요. 책을 읽다 보니 "(노무현은 죽었는데) 내가 살고 있는 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정말 고마운 소감이었습니다.

 

: 『내 친구 노무현』의 뒤를 잇는 『이것은 소설이다』를 조금 미리 독자분들께 소개해주세요.

 

: 『내 친구 노무현』은 제가 제 삶에서 만난 강렬한 인간,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1987년 부산 거리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가 대통령이 된 2002년까지. 『이것은 소설이다』는 『내 친구 노무현』이 끝나는 지점, 즉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는 날 시작해서 저에 대해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데까지를 그립니다. 그 시대를, 그 기간의 제 삶을 노무현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해석해보려는 것입니다.





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뒤 그의 임기 동안에는 그와 두세 번밖에 연락을 안 했습니다. 언론을 통해서만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던 셈입니다. 얼마나 그 속에 '날조'가 많던지요! 내가 아는 그 사람과 사회적으로 프레임 씌워진 노무현 사이에는 참 간극이 컸습니다. 사회적 프레임으로 보는 노무현보다는 제 소설이 훨씬 진실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진심이 가득 담기기도 했고요. '팩트'(fact), '진실'을 표방하며 쓰여진 것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소설'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가파른 내용의 책이지요. 검사실을 드나들며 세무조사 받을 때 이야기니까. 그런 와중에도 '그 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할 수 있을까'가 제 고민입니다. 쓰는 게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기사 인용이 많아 딱딱한데, 그 내용들을 부드럽게 이을 연결고리를 찾고 톤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잡지 기사를 문학 텍스트로 승격시키는 것도 어렵고요. 어떨 때는 세 시간 내리 앉아 있어도 한 문장밖에 쓰지 못합니다.

 

: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만 최근 정치가 참 시끄럽습니다. 선생님께선 '정치' 문제로 삶에 큰 고통도 겪으셨지요. 『이것은 소설이다』가 바로 그 이야기고요. 요즘의 정치를 보면 어떤 단상이 드세요?

 

: 제가 변했다는 것을 느껴요. 예전엔 분노도 크고 그랬는데 이젠 많이 없어졌어요. 다 지나가버린다는 것을 알고, 그러니 용서 못할 것도 없고... 이젠 그냥 다 제각각인 인간유형으로 느껴집니다.

 

: 노무현은 선생님께서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진실했던 사람으로 손꼽힌다고 하셨지요.

 

: 노무현은 변호인인데도 사기를 많이 당했더라고요. (역설적으로) 그래서 믿음이 갔어요. 제가 들은 노무현의 말에는 한마디도 거짓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담백하고 솔직한 사람이었어요. 인생에 그런 사람을 열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편집부 映

Posted by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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