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을 위하여2015. 6. 17. 14:22

『주간 독서인』에 실린 "本でつくるユートピア" 서평


최근 일본에서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책의 공화국에서』를 번역한

『本でつくるユートピア』(책으로 만드는 유토피아, 기타자와 출판사)가 출간되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평지 『주간 독서인』에 그 서평이 실렸기에 한국의 독자여러분께도 소개해드립니다.

필자는 일본 학습원여자대학의 비상근 강사인 채성혜 박사입니다.

 

 

 

 

 

『주간 독서인』2015년 6월 5일

 

출판인 김언호의 생각과 실천

한국이 가장 괴로웠던 시대가 엿보인다.

 

채성혜 蔡星慧 

 

 

한국의 출판사 한길사가 40년 가까이 펴내온 출판물을 보면, 한국사회가 고통스러웠던 시대의 역사가 엿보인다. 이 책은 김언호 씨가 1976년 한길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국의 지성과 사상과 역사를 넓혀온, 투쟁하는 출판인으로서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70~80년대의 한국사회는 군사정권에 의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점점 확대되었던 암흑의 시대였다. 김언호 씨는 그런 억압의 시대와 조우할 때마다 책 만드는 것으로 싸워왔다. 기자로서 활동하던 동아일보를 나와, 한길사를 창립하고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것은 지성과 이성을 꿈꾸는, 현인들의 성찰과 실천을 기록하는 것이다.

 

김언호 씨가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식한 것은, 한 권의 책이 인간을 생각하고, 국가와 사회, 민족의 문제를 생각하고 인류와 세계의 문제에 대해 담론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권력에 반대하는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출국금지, 출판물의 판매금지, 경영정지 처분 등의 역경을 거치면서도, 판금된 출판물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뛰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민족은 무엇인가, 역사는 무엇인가를 계속 질문면서, 지성의 거장들(석학)과 만나 의논하고 책을 만들어왔다. 또한 집필자나 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출판사를 오픈하여 집회를 열고, 수도 없이 많은 역사강좌와 역사기행, 사상을 논하는 장을 열었다. 그 장을 통해 많은 지식인, 연구자들이 자극을 받았고, 한국사회에 그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출판물은 한길사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세상에 닿을 수 있었다. 그 궤적은 다 헤아릴 수도 없다.

 

197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쳐 190여 권을 간행해온 ‘오늘의 사상신서’는 대표적인 기획출판물이다. 사상가인 『함석헌 전집』20권, 진보적 지식인의 고난의 생애를 상징하는 리영희의 『우상과 이성』,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 전쟁과 인간의 욕망을 고발하는 홋타 요시에의 『고야』, 한길사가 직접 기획해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에 걸쳐 간행된 『해방전후사의 인식』전 6권 등 사상과 역사를 묻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특히, 역사에의 성찰은 한길사에서 가장 힘을 쏟는 부분으로, 1986년부터 1994년까지 8년간 170여 명이 참가한 ‘민찬’ 『한국사』전 27권은 그 큰 성과일 것이다.

 

번역자인 다테노 아키라 씨는 김언호 씨가 가장 신뢰하는 한길사의 오랜 벗으로, 오랜 세월 한길사를 응원해왔다. 한국이 IMF경제위기로 도산의 위기였던 시대에 퇴직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많은 독자들에게 읽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위해, 김언호 씨와 로마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언호 씨가 책을 만드는 생각의 기반에는 낙동강이 흐르는 고향의 부모님이 존재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주시고, 항상 아이들의 판단을 믿어주신 양친으로부터 배운 것은 사람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그런 부모님이 열심히 농업에 매진해온 생각은, 책을 만드는 데 매진하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출판인으로서 출판계를 걸어온 족적도 크게 남아 있다. 한국 출판인회의를 조직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한국ㆍ중국ㆍ일본 인문서 출판사의 뜻있는 네트워크인 ‘동아시아 출판인회의’의 대표도 역임했다. 파주출판도시의 북쪽에 위치한 헤이리 예술마을을 구상하고 건설했다. 헤이리에는 북하우스와 한길책박물관을 지었다. 여러 문화이벤트를 개최, 많은 출판인이 정열을 쏟아 기획하고, 아름답게 디자인된 책을, 시공을 초월하는 현인이나 석학의 정신과 사상을 공유하기 위한 장이다.

 

2016년에 한길사는 창립40주년을 맞는다. 한길사의 책만들기는 한국사회 지성의 유토피아를 보여준다. 회사 이름의 ‘한길’은 한국어로 큰 길, 바른 길, 광장을 의미한다. 지성과 이성, 이론과 사상, 정신과 감성이 골고루 모여 논하는 열려있는 공간이다. 한 독자로서 김언호씨의 이런 책만들기의 정신과 사상은 앞으로도 독자의 기대에 부응해 한국의 지성을 자극해나가주었으면 하고 신뢰를 보낸다.

 

 

 

Posted by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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